중국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은…

[서평]

2010-12-03     편집부

   
 
중국은 지난 30년 전부터 경제 자유화가 되면서 사회도 어느 정도 자유화되고 있다. 그에 따라 남녀 상관없이 개개인은 그동안 정부와 집단 구조의 숨 막히는 통제에서 약간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동시에 마오쩌둥 체제하에서 타파되고 사라져간 과거의 풍습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바로 교육과 노동에서 일어나는 남녀 불평등, 매매춘, 여자아이 차별(보건, 교육의 기회 등)이다. 이자벨 아타네는 그의 저서(1)에서 이렇게 썼다. “여성은 다시 남성 중심의 환경에 놓이면서 지위 하락을 겪었고 불안한 상황을 맞았다.”

중국에서 여자아이는 남자아이처럼 귀한 대접을 받지 못한다. 남자아이는 여러 가지 특혜를 누린다. 오랫동안 농촌에 남아 있는 남성 중심적 분위기가 만들어낸 편견의 결과로, 여자아이가 어린 나이에 사망하는 비율이 높다. 물론 도시에서는 이런 분위기가 조금씩 없어지고 있다. 초음파를 이용한 성별 감별 뒤 약 50만 명의 여아가 매년 불법 낙태돼 사라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부패한 의사들이 불법 낙태 시술에 참여하고 있다.

단순히 인구만 늘어나는 다른 나라들과 달리 중국 사회는 40년째 남녀 성비 불균형으로 심각하게 남성화되고 있다. 2005년에는 남성 122명 대비 여성 100명이었다. 이 경향은 인도·파키스탄·방글라데시·인도네시아·대만 같은 아시아 국가에서도 나타난다. 많은 학자들이 남녀 성비 불균형이 세계의 사회·인구 균형을 깨뜨릴까 걱정한다. 특히 세계 최대 인구 대국 중국과 인도에서 남녀 성비 불균형이 심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한편, 현재 중국계 미국 저널리스트이자 베이징에서 <월스트리트저널> 특파원으로 활동한 적이 있는 레슬리 장(2)은 3개월 동안 두 중국 소녀 ‘민’과 ‘춘밍’을 따라다녔다. 고향 마을을 떠나 거대한 공업도시 둥광으로 일하러 온 소녀들이다. 레슬리 장은 저서에서 두 소녀가 처한 노동 현실을 상세히 알려준다. 민과 춘밍은 다른 농촌 출신 소녀들과 마찬가지로 노인과 아이만 남은 텅 빈 농촌에 남아 있기보다는 도시에서 새로운 기회를 얻는 길을 택했다.

르포르타주와 일기의 중간 형식을 취한 레슬리 장의 저서는 동료애와 우정이 희박해지는 냉혹한 도시의 모습, 녹록지 않은 거대 도시에서의 삶과 노동 현실을 민과 춘밍을 통해 보여준다. 저임금을 받고 뼈빠지게 일하는 고단한 하루, 외로움, 절망. 두 소녀가 공장에서 일하며 겪는 잔인한 현실이다. 하지만 민과 춘밍은 사는 것이 힘들어도 고향 마을에 있었다면 절대로 알지 못했을, 새로운 경험을 도시에서 할 수 있다고 한다. 지긋지긋한 농촌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법을 배운 것이다. 마오쩌둥이 외친 “여성이 하늘의 절반을 떠받친다”가 현실에서는 이뤄지고 있지 않지만, 어쨌든 중국 여성은 중국 땅의 절반을 꿋꿋하게 차지하는 존재다.

글•로랑 발루에 Laurent Ballouhey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반에이크의 자화상> <르몽드 세계사 2>(공역·2010) 등을 번역했다.

<각주>
(1) 이자벨 아타네, <아들을 바라며: 중국 인구의 남성화>, Edition de l’Institut naitonal d’études démographiques, Paris, 2010.
(2) 레슬리 장, <여성들의 공장, 마을에서 공장으로: 두 중국 소녀의 이야기>(미국 도서를 프랑스어로 번역), Belfond, Paris,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