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와 러시아, 시리아의 속고 속이는 게임
쿠르드족에 대한 터키의 공격
터키는 ‘평화의 샘’ 작전으로, 시리아 북동부의 일부 지역을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터키군의 공격으로 로자바 지역의 민주 연방제는 끝이 났다. 2019년 10월 22일 체결된 터키와 러시아의 소치 합의로 터키-러시아 접경 지역은 터키의 영향권 하에 놓이게 됐다. 그리고 시리아 정부는 이제껏 쿠르드족의 통치하에 있던 영토를 되찾았다.
10월 9일, 터키군은 동맹 관계에 있는 시리아 민병대의 지원을 받아 시리아 북동부의 여러 지점을 습격했다. 쿠르드족이 장악하고 있어 일반적으로 로자바(쿠르드어로 ‘서쪽’을 의미함), 쿠르디스탄, 또는 북시리아 민주연방이라 불리는 이 지역은, 2013년 정치적으로 독립한 이래 쿠르드 노동자당(PKK)의 시리아 분파인 쿠르드 민주연합당(PYD)에 의해 통치되고 있었다.(1) 수많은 민간인의 희생을 초래한 격렬한 교전을 통해 ‘평화의 샘’ 작전은 텔 아비야드를 포함한 몇몇 국경 도시들을 점령했다.
시리아 내로 약 30km까지 침투해 이 일대의 주요 도로인 M4 고속도로의 대부분을 장악하는 데 성공한 터키군은 오래전부터 고대해왔던 목표 중 하나를 이뤘다. 바로 로자바 민주연방 자치지역의 영토적 연결성을 끊어놓는 것이었다. 그리고 10월 22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로자바의 새로운 지위를 확인하는 10개 항목으로 구성된 소치 합의를 발표했다. 합의의 주요 내용에는 PYD 소속의 쿠르드 인민수비대(YPG)가 터키-시리아 국경으로부터 30km 바깥까지 물러나는 안이 포함됐다. 또한, 터키는 텔 아비야드에서 라스 알아인에 이르는 구간을 보존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시리아 사태와 관련된 핵심 주체들의 집요함과 끈질김은 이번 터키군의 공세와 그 결과를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열쇠다. 터키의 이번 공격은 PKK의 거점을 장악하고 터키의 정치적·경제적 영향력을 남쪽 국경 너머까지 확장하겠다는 장기적인 전략에 입각해서 이뤄졌다. 바샤드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터키가 시리아의 국경선을 무단침범했다며 즉각 반발했지만, 소치 합의로 시리아는 이제껏 PYD에 의해 통치되던 지역을 되찾게 됐다.
한편 절대적인 결정권자의 지위를 누리겠다는 러시아의 야심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시리아 사태에서 발을 빼겠다는 의지를 여러 번 내비치면서 점점 커지고 있다. 사실 미군의 철수 발표는 ‘평화의 샘’ 작전의 신호탄이 됐다. 10월 6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시리아에 주둔 중인 미군을 철수시키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그로부터 3일 뒤, 터키는 공격을 개시했다.
터키가 침공해 오자 쿠르드족 세력은 시리아군 측에 남은 도시들을 보호해줄 것을 요청했다. 2014년과 2015년에 쿠르드족과 IS 간의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던 코바네 시와 몇몇 지역에서, PYD 소속의 YPG와 아랍 동맹국들로 결성된 시리아 민주군(SDF)은 뒤로 빠지고 시리아 정부군에게 수습을 맡겼다. 서구권은 미국이 IS와의 전쟁에서 한 팀을 이뤘던 쿠르드족을 내친 것에 분노했지만, 그 분노가 오래가지는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유럽 국가들은 미국의 철수 결정에 동참 의사를 밝혔고 프랑스도 로자바에 주둔하고 있던 프랑스군을 철수하기로 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자신이 터키의 공격을 승인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모순적인 메시지를 계속 내놓고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게 보복제재를 가할 것이라 위협하는 등 혼란을 가중했다. 러시아와 터키는 소치 합의를 통해 양측 간의 휴전을 선언하면서, 쿠르드족 세력이 로자바 접경지역에서 물러난다는 조건을 달았다.
2015년부터 터키는 쿠르드족의 독립에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당시는 시리아의 쿠르드족과 서구권 간의 군사적 협력이 활발해지면서 쿠르드족의 독립 가능성이 커지고 있던 때였다. 그러나 터키 정부는 미국과 유럽연합이 테러 집단으로 지목한 PKK와 PYD가 정치적으로 가까운 관계라는 점을 내세우면서, 터키는 테러에 반대하는 입장임을 강조하고, 쿠르디스탄의 자치에 반대했다. 쿠르디스탄이 PKK 활동가들의 거점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터키와 시리아 내의 쿠르드족들을 집결시켜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로자바는 터키에 어떤 의미인가
그러나 터키가 드러내지 않은 이유가 하나 있었다. 터키는 1990년대 중반에 마르크스주의와 레닌주의에서 지방자치주의, 절대자유주의, 생태주의, 사회주의로 노선을 변경한 PKK와 PYD가 로자바의 민주평등 연방제를 통해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국제적으로 위상을 높이는 것이 달갑지 않았다.(2) 언제 있을지 모를 쿠르드족의 공격에 대비해 에르도안 대통령은 시리아 북부에 폭 30km에 길이 400km에 달하는 구간을 ‘완충지대’로 지정하고 이를 9월 24일에 개최된 UN 총회에서 발표했다.
이런 발상은 처음이 아니었다. 1998년 10월, 터키와 시리아 간에 외교적 긴장이 고조되고 수차례의 교섭이 오고 간 지 3년 만에 양국은 ‘아다나 협정’을 체결해 시리아 북부에 위치한 PKK 훈련소의 폐쇄와 접경지역의 폭 6km의 구간을 침범할 경우 군사적 개입을 할 수 있는 권리에 합의했다.(3) 그리고 소치에서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 아다나 협정을 계승하는 데 합의함으로써, 터키는 사실상 로자바에 개입할 권한을 갖게 됐다.
8월 7일에는 미국과 터키가 로자바에 ‘세이프존’을 설치하는 안에 합의했다. 합의의 내용은 모호했지만, 그 목적은 쿠르드족 측에게 경고를 주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쿠르드족은 이런 합의가 아무런 효력을 지니지 못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꿈쩍도 하지 않았다. 미국을 ‘끝없는 전쟁’에서 구해내겠다는 대선공약을 지키겠다며 2018년 12월 트럼프 미 대통령이 시리아 철수를 발표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3년 전부터 터키군은 목표물을 정해 공격하는 방식으로 쿠르드족의 영토를 조각조각내면서 로자바에서 실행되고 있는 쿠르드족의 민주연방 프로젝트를 무력화시키려 노력했으며, 그로 인해 시리아 영토를 점령하는 기간도 늘어났다. 2016년 여름에는 YPG와 IS를 동시에 격퇴하기 위해 실시한 ‘유프라테스 방패 작전’으로 코바네 동쪽에 위치한 자라불루스 시를 점령했다. 2018년 1월에는 ‘올리브 가지 작전’을 펼쳐 로자바 연방의 3개 구역 중 하나인 아프린 전체를 손에 넣었다. 마지막으로 ‘평화의 샘’ 작전과 소치 합의로, 터키는 로자바 전체를 장악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쿠르드족 독립 프로젝트를 무산시키는 데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터키는 현재 터키 내에 머물고 있는 약 360만 명의 시리아 난민 중 100만 명을 텔 아비야드-라스 알아인 구역으로 이주시키기로 결정했다. 사실 터키 정부가 시리아 난민 수용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출하는 것에 대해, 터키 국민들의 불만은 엄청났다. 따라서 이 결정은 경제위기로 한층 더 긴장되고 악화된 터키 국내의 정치적 상황을 유화시키는데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전망이다.
터키의 군사적 개입을 반대했던 친쿠르드 좌파 정당인 인민민주당(HDP)을 제외하고는, 모든 야당들이 에르도안 대통령의 민족주의적 선택에 찬성하는 입장에 섰다. 그러나 이 성스러운 연합이 얼마나 갈지는 의문이다. 여당인 정의개발당(AKP)이 지난봄 선거에서 이스탄불과 앙카라를 비롯한 몇 개 도시에서 패배하면서, 이제 에르도안 대통령은 정당의 개혁과 이미지 쇄신에 좀 더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면적이 좁든, 넓든 ‘완충지대’ 조성계획은 터키의 경제적 이익에도 부합한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 완충지대를 터키의 세력권 아래에 두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고민 중이다. 예를 들어 AKP를 후원하던 터키의 기업들은 보수 성향의 이슬람 정당이 장악한 도시들에서 공공기관과의 거래가 끊어졌는데, 이 기업들에 완충지대 내에 시리아 난민들을 수용하기 위한 마을을 건설하는 일을 맡길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로자바는 이 기업들이 독점하는 시장이 될 것이다. 오랫동안 시리아의 통치 하에 있다가 1939년이 돼서야 터키 영토에 편입된 하타이 주와도 지리적으로 연결된다. 한편 시리아 정부는 여전히 하타이 주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데, 공식 지도에서조차 하타이 주의 주도인 안타키아를 시리아 영토로 분류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터키 대통령은 트럼프 미 대통령이 시리아와 관련된 자신의 계획을 방해하지 않을 것이라 굳게 믿는 듯하다. 아무리 위압적인 메시지를 보내도, 제재 수위를 높여도, 미국이 NATO에서 터키를 제외시키려 해도 터키는 아랑곳하지 않는다.(4),(5) NATO의 퇴출 사유가 될 수 있는, 터키의 인지를리크 공군기지에 배치된 50여 개의 핵탄두를 국외로 반출하는 문제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터키 정부는 크게 우려하지 않고 있으며, 다만 주기적으로 터키가 핵무기를 보유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강조할 뿐이다.(6)
터키는 지금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전적으로 의지할 때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소치 합의의 결론에서도 알 수 있듯, 러시아와 터키는 로자바 문제에 대해서는 완전한 의견 일치를 보인다. 이는 러시아가 시리아 위기를 통해 얻고자 하는 목표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가장 원하는 시나리오는, 알-아사드의 체제가 강화돼 시리아 정부군이 2011년부터 쿠르드족에 빼앗긴 지역들의 통치권을 되찾아오는 것이다. 시리아 내전을 정치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결성된 ‘아스타나 협의체’에서 러시아가 터키와 이란 측에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터키의 쿠르드 공격으로 득을 본 시리아
터키의 공격이 있기 전, 시리아 정부는 전체 국토의 60%에 대해서만 통치권을 가졌다. 로자바 지역의 일부라도 획득하는 데 성공할 경우 이 비율은 70~75%로 올라간다. 이제껏 러시아의 진두지휘 하에 PYD와 진행됐던 협상들은 쿠르디스탄의 자치권 문제에 부딪혀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알-아사드 대통령도 이 문제를 거론하기 싫어했으며, 미국의 지지를 등에 업은 쿠르드족도 양보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터키의 공습으로 쿠르드족은 한 걸음 물러나 로자바 일부 지역의 통치권을 시리아 정부군에 넘길 수밖에 없게 됐다. 역설적이지만, 터키의 공격이 시리아에 영토 일부를 되찾을 기회를 제공해준 셈이다. 단, YPG가 해당 지역에서 순순히 물러나 준다는 가정 하에 말이다. 소치 합의로 현재 터키-시리아 접경지역의 상황이 일단락되기는 했지만, 러시아는 터키로 하여금 쿠르드족이 점령 중인 시리아 영토의 전체 또는 일부를 탈환하도록 계속 유도할 것이다.
그러나 터키가 러시아가 유도하는 대로 할 것인지는 의문이다. 사실, 터키는 로자바에 경제적 영향력뿐만 아니라 정치적 영향력까지 행사하겠다는 야심을 품고 있다. 그리고 시리아국민군(SNA), 아흐라르 알 샤르키야(‘동쪽의 자유인’이란 뜻) 등 터키와 동맹 관계에 있는 민병대들은 여전히 알-아사드 체제의 몰락을 고대하고 있다. 게다가 이 단체에 소속된 대원들 중 일부는 ‘평화의 샘’ 작전 초기에 쿠르드족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르기도 했다.(7)
한편 시리아 정부의 입장에서는 난민수용 시설의 건립이 달갑지 않을 것이다. 난민들 대부분이 반정부적 성향을 지닌 데다 로자바 지역을 중심으로 새로운 반정부 단체가 결성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 난민들이 아랍어를 사용한다는 사실 때문에 강력하게 반대하지는 않고 있다. 여하튼, 로자바 출신이 아닌 난민들이 로자바에 정착하게 되면, 쿠르드족의 세력은 약화될 것이다. 즉 터키는 쿠르드족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인구학적 변화를 주도했다. 그리고 시리아는 그 덕분에 모든 종류의 자치 방식을 몰아낼 기회를 얻은 것이다.
러시아와 터키가 로자바 지역에 관해 체결한 합의는 뜻밖에도 러시아와 시리아 정부군이 이들리브 주의 공격에 나서는 계기가 됐다. 이들리브 주는 하이아트 타흐리르 알 샴, 친터키 성향의 국민해방전선(NLF) 같은 반정부 단체들이 관리하는 지역으로, 터키의 영향력이 여전히 크다. 그러나 로자바의 일부를 장악하는 데 성공한 터키는 이들리브를 시리아 정부에 넘겨주는 데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러시아는 터키의 로자바 공격을 계기로 터키와 시리아가 아다나 협정의 틀 안에서 대화를 재개하기를 바라고 있다. 서구권 국가들이 언젠가는 반드시 알-아사드 대통령을 국제전범재판소에 회부하겠다며 벼르고 있는 상황 속에서, 터키와 시리아의 관계 정상화는 시리아 정부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에르도안 대통령은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의 대화를 전면거부해 왔지만, 이제는 터키 내부에서도 양국 대통령 간의 만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8)
또한, 최근에 아랍연맹의 일부 회원국들이 터키의 공격을 크게 비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평화의 샘’ 작전 덕분에 시리아의 아랍연맹 재가입이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9)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0월 중순에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 에미리트를 공식 방문한 자리에서, 이 두 국가에 시리아의 아랍연맹 재가입에 힘써 줄 것과 시리아의 재건을 재정적으로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글·아크람 벨카이드 Akram Belkaïd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번역·김소연 dec2323@gmail.com
번역위원
(1) Mireille Court, Chris Den Hond, ‘Une utopie au coeur du chaos syrien 머레이 북친의 자유지상주의적 실험의 장 ‘로자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7년 9월호, 한국어판 2018년 1월호.
(2) Benjamin Fernandez, ‘Murray Bookchin, écologie ou barbarie 머레이 북친의 생태주의 또는 야만주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6년 7월호, 한국어판 2016년 8월호.
(3) Michel Gilquin, ‘Retour sur la crise turco-syrienne d’octobre 1998: une victoire des militaires turcs 1998년 10월 터키-시리아 위기로의 회귀: 터키군의 승리’, <Cahiers d’études sur la Méditerranée orientale et le monde turco-iranien>, n° 33, Paris, 2002년 1-6월.
(4) ‘Ne faites pas l’idiot !: l’incroyable lettre de Trump à Erdogan 순진한척 하지 마세요! 트럼프가 에르도안에게 보낸 놀라운 편지’, <Le Figaro>, Paris, 2019년 10월 16일.
(5) Didier Billion, ‘La Turquie, allié capricieux, ennemi impossible 터키, 변덕스러운 동맹국이자 까다로운 적’,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9년 10월호.
(6) ‘Erdogan says it’s unacceptable that Turkey can’t have nuclear weapons’, <Reuters>, 2019년 9월 4일.
(7) Fatma Ben Hamad, ‘Enquête: des images établissent les exactions d’une milice proturque en Syrie 친-터키 민병대원이 시리아에서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영상들’, <Les Observateurs>, 2019년 10월 21일, https://observers.france24.com
(8) ‘Turquie: Erdogan sous pression pour renouer avec le voisin syrien 터키: 인접국 시리아와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에르도안’, <RFI>, 2019년 9월 28일.
(9) Al-Hayat, Beyrouth, 2019년 10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