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미간 희토류 전쟁이 일어날 것인가?

중미 무역 갈등의 핵심, 전략 자원

2020-08-31     카미유 보르톨리니 | 경제분석가, 전 프랑스 재무부 경제분석관

희토류는 첨단기술 제품 제조에 필수적인 자원이다. 이토록 중요한 희토류 생산을 중국이 독점하는 듯했으나, 2018~2019년 중국의 희토류 수출량은 수입량보다 적었다. 그러나 세계 각국이 여전히 중국산 희토류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정부는 대미 희토류 수출중단 가능성을 내비치며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 

 

2019년 5월 20일, 중국 남동부에 자리한 인구 약 1,000만을 지닌 장시성의 도시 간저우(赣州),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희토류자석 생산공장 복도를 걷고 있었다. 중국 관영매체가 대대적으로 보도한 이번 시진핑 국가주석의 공장 ‘시찰’에는 미국과의 무역 협상을 총괄하는 류허 중국 부총리가 동행했다. 무엇보다 예사롭지 않은 부분은 시찰 시점이었다. 시찰이 있기 열흘 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2,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관세 수준을 상향하며 무역전쟁에 한 발짝 다가가는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 정부는 중국 굴지의 통신기업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올려서 통신장비 생산에 필수적인 미국산 부품 중 반도체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거래를 사실상 중단시켰다. 중국 정부는 두 차례에 걸쳐 ‘기습 공격’을 받은 셈이다. 

그로부터 며칠 후 시진핑 주석이 이 희토류 공장을 방문해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분명해 보였다. 시진핑 주석이 미국에 대한 보복카드로 희토류 수출체제를 장악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언론과 일부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이 하루아침에 미국 기업에 공급하던 희토류의 수출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중국 <환구시보(環球時報)>에 실린 영문 논평에서 진찬롱 중국 인민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유리한 3개 카드를 가지고 있다. 그중 하나가 희토류 수출 금지라고 본다”라고 분석했다.(1) 그 직후 중국의 희토류 제조업체 연합회는 중국의 보복 조치를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2) 중국이 희토류 수출 중단한 전력을 보면 이번 위협을 가볍게 넘길 수 없다. 2010년 9월 동중국해 영유권 분쟁지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에서 조업하던 중국어선을 일본 해상 보안청에서 나포하는 사건이 일어나자, 중국은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전격 중단했다. 중국이 비록 공식적으로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이 수출중단은 전 세계에 혼란을 가져왔다. 

이처럼 세계 주요국들의 촉각을 곤두서게 하는 희토류란 무엇일까? 희토류란 세륨, 디스프로슘, 에르븀 등 화학적 성질이 유사한 17개 희귀광물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에너지 전환(일부 풍력 터빈, 신재생에너지 차량)과 전자기기 제조 등 첨단기술 제품 생산에 소량이라도 반드시 필요한 소재다. 희토류는 방위산업에도 사용된다. 1990년대 후반부터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생산의 평균 90%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공급사슬의 범위 확대 추구

그러나 중국 영토에 매장된 희토류는 전 세계에서 확인된 매장량의 1/3에 불과하다. 미국 지질연구소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호주를 비롯해 몇몇 동남아시아 국가에도 희토류가 매장돼 있다고 밝혔다.(3) 2010년대 초부터 캐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카자흐스탄, 그린란드 등지에서도 탐사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북한도 막대한 희토류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중국은 오랫동안 거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해왔다. 중국 공산당은 일찍이 1980년대 후반 덩샤오핑의 통치 시기에 적극적인 희토류 개발 정책을 채택했다. 

당시 희토류 산업은 캘리포니아의 마운틴 패스 광산을 필두로 미국이 주도하고 있었다. 희토류 처리 과정 전반을 제너럴 모터스의 자회사이자 인디애나주의 알짜 기업인 매그네켄치가 관리했고, 희토류 산업은 한창 성장 가도를 달렸다.(4) 그 당시 덩샤오핑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은 중국이 희토류 개발에 뛰어들어 얻게 될 지정학적 이점을 간파했다. 1992년 노련한 정치가 덩샤오핑은 ‘남순강화(南巡講話, 남부도시들을 순방하며 개혁·개방을 촉구했던 행보)’ 당시 “중동에는 석유가 있고,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라면서 대외적으로 비전을 천명했다. 

이후 중국 당국은 토지를 제공하고, 저가로 전력을 공급하거나, 신규 광산 개발을 보조하는 등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희토류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광산의 극도로 위태로운 노동조건도, 환경오염도 개의치 않았다. 아울러 중국시장을 국제경쟁으로부터 보호해, 중국기업에만 희토류 개발권을 부여했다. 이 시점에 미국은 희토류 개발에서 눈을 뗐다. 환경문제가 불거져 마운틴패스 광산을 폐쇄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5) 경쟁자가 사라지자 중국은 희토류 생산을 계속 늘렸다. 중국의 희토류 공식 생산량은 줄곧 기록을 경신해 1998년 6만 톤, 2002년 8만 톤, 2004년 10만 톤에 달했고, 2006년에는 12만 톤에 육박했는데, 이는 해당 기간 동안 총개발량의 20~40%로 추정되는 불법 채굴량은 제외한 수치다. 

미국은 2003년에 희토류 생산을 전면 중단했다. 이 시기 다른 국가에서는 연간 최대 1,000톤에 달하는 희토류를 생산해냈다. 중국은 전(前) 단계 공정에서의 우위 확보와 가치사슬 구축을 위해 가공기술 노하우를 보유한 외국기업 유치에 힘을 쏟았다. 그 직접적인 결과로 1995년에 중국 중커산환(中科三环)이 미국 매그네퀜치 사를 인수했다. 5년 후 마그네퀜치 인디애나 공장은 베이징 동쪽의 톈진시로 이전했다. 중국 정부는 더 간접적인 방식을 취했다. 중국 정부는 증가하는 중국 내 수요를 충족하는 동시에 수출가를 올리기 위해 점진적으로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는 일련의 조치(세금제, 인허가제, 쿼터제)를 도입했다. 중국은 희토류 개발 시장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누리던 2010년에 희토류 수출 쿼터를 연간 3만 톤으로 대폭 줄였다. 4년 후 세계무역기구(WTO)가 중국의 독점행위를 비판하고 나섰으나, 이미 물은 엎질러진 후였다.(6)

미국과 일본의 희토류 가공업체들은 공급 부족이나 가격폭등과 같은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을 고려해, 직접 중국에 공장을 설립하고 있다. 생산 공정 전반(희토류자석 생산 등 고부가가치 활동 포함)에 파트너십이 구축되면서 중국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기술이전이 이뤄지고 있다. 중국기업들은 이제 희토류 부문을 제패하게 됐다. 희토류 개발정책으로 중국은 산업 분야에서 성공을 이뤘다. 이제 중국은 자국 안에서 희토류의 추출부터 분리, 정제, 변형까지 모든 공정을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중국은 채굴에서부터 정교한 부품생산에 이르기까지 고부가가치 생산이라는 목표를 이미 충분히 달성했다.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네오디뮴 자석(휴대전화, 전기 모터, MRI, 특정 터빈 등에 사용)의 80%가 중국에서 생산된다.

그러나 생태학적 관점에서의 평가는 다르다. 광범위한 자원개발은 해당 지역의 환경에 재난과도 같은 결과를 가져왔다. 내몽골에서는 독성 호수와 황산중독 환자가 증가했고, 암 환자가 속출하는 ‘암 마을’이 늘어났다. 건강과 환경에 미치는 피해를 인식한 사람들이 광시 등 여러 지역에 모여 오염을 유발하는 광산개발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환경오염과의 전쟁’을 선언하고 환경오염 방지를 최우선 정책과제로 설정한 현 상황에 희토류 추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비용을 정당화할 가능성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더군다나 4,400만 톤으로 추정되는 중국의 희토류 매장량도 언젠가는 고갈되고 말 것이다. 반면 전 세계적으로 수요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2035년이면 일부 희토류 소비량은 지금의 약 20배로 뛰어오를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가치사슬을 구축하고, 특히 가공공정을 통제하려면 채굴량을 줄여야 한다는 다소 역설적인 상황에 직면했다.

 

시진핑 주석, 대미 금수조치 위협 여전

따라서 중국 당국은 2010년대 초부터 연간 공식 생산량을 10만~12만 톤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아울러 그동안 중소기업이 난립했던 희토류 산업을 대기업 위주로 재편해 불법 채굴을 줄여나갈 방침이다. 특히 2015년 무렵부터 중국에 희토류를 공급할 국가를 물색한 결과 2018년에 이르러 중국은 희토류 원료의 순수입국으로 전환됐다. 중국 관세청에 의하면 중국은 2019년에 희토류 광석 4만7,000톤과 희토류 산화물 3만6,000톤을 수입했다. 이 두 품목은 현재 수입이 수출을 초과하고 있다. 가공되지 않은 희토류는 호주에서 말레이시아를 거쳐 중국으로 수입된다. 호주 기업 리나스는 미얀마와 베트남, 아프리카에 희토류 정제 시설을 구축했다. 

이제 중국의 도전 과제는 안정적인 수입량 확보다. 2015년 중국의 대기업 셩허 리소시스 홀딩스(Shenghe Resources Holding Co. 盛和资源控股股份有限公司)는 마다가스카르에서 광산을 운영하는 어느 호주 회사와 계약을 체결했다. 이듬해 이 기업은 호주 광물 주식회사 그린란드 미네럴즈의 1대 주주가 됐다. 아울러 그린란드 크바네펠트에서 생산 활동이 시작되면 여기서 나오는 광물 중 희토류 광석 전량, 즉 연간 3만2,000 톤에 달하는 희토류를 셩허 리소시스 홀딩스가 확보할 수 있는 계약도 체결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최근 중국이 수입하는 희토류의 상당 부분이 미국에서 온다는 점이다. 미국 정부는 ‘전략적 경쟁자’인 중국의 취약점을 의식해 역사 깊은 마운틴패스의 부활을 독려했고, 조업이 중단됐던 마운틴패스는 2018년 초부터 광구 채굴을 재개했다.(7) 하지만 아직 희토류 가공처리 시설은 들어서지 않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희토류를 중국에 보내 가공하고 있다. 중국에 보내진 희토류는 정제, 변형, 가공(예: 희토류 자석) 과정을 거쳐 미국뿐 아니라 유럽, 일본, 인도 시장으로 재수출된다. 

이런 맥락을 볼 때 중국은 위협한 것처럼 또 다시 금수조치를 감행할 것인가? 물론 중국이 수출제한 조치를 다시 한 번 단행한다면, 대체재를 확보하기 어려운 몇몇 분야에서는 가공된 희토류를 쉽게 확보할 수 있는 중국기업에 유리한 상황이 될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교역국들이 무역채널을 다각화하게끔 만들어 더 이상 가치사슬에서 중국이 구심점이 될 수 없게 될 것이다. 즉, 중국의 수출제한은 경쟁국에게 더 유리한 상황을 열어준다는 역설이다. 제재는 ‘공급 쇼크’를 유발하고, 세계 희토류 가격을 올려 신생광산에 더 많은 운영수익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여하튼 미국은 더 이상 중국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드러냈다. 미국은 마운틴패스에서 희토류 광물가공이 재개될 것으로 전망하며, 미 국방부는 미국 영토 내에 희토류 가공시설을 건설하도록 관련 자금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에 중국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여러 교역국(특히 캐나다와 호주)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019년 여름,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그린란드를 매입하려는 ‘백악관 임차인 트럼프’의 의지를 조소하며, 이는 곧 희토류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불안감’이 발현된 것이라고 평했다.(8)

시진핑 주석이 장시성 희토류자석 공장을 방문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중국은 아직 금수조치 위협을 전격 실행에 옮기지는 않고 있다. 한편 두 강대국이 시끄러운 무역 다툼을 벌이는 사이 대다수 관측통이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한 가지 변화가 있었다. 중국이 2020년 들어 희토류 생산량을 줄이지 않고 오히려 10% 늘렸다는 사실이다. 희토류 공급을 늘리는 방법으로 국제가를 끌어내려서 미국이 구상 중인 신규광산 개발계획을 미리 막으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으로 중국 희토류 광산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 제동이 걸리자 중국은 이 계산법을 재고하게 됐다. 하지만 희토류에 대한 중국 의존도에 전 세계가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만큼, 희토류 전쟁의 재발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글·카미유 보르톨리니 Camille Bortolini
경제분석가, 전 프랑스 재무부 경제분석관(2017년~2019년 12월 베이징 파견 근무).

번역·이푸로라
번역위원


(1) Jin Canrong, ‘China has three trump cards to win trade war with US’, <환구시보(Global Times)>, 베이징, 2019년 5월 15일.
(2) ‘China rare earth groups support counter-measures against US ‘bullying’’, <로이터>, 2019년 8월 7일.
(3) ‘Minerals Commodity Summaries’, 미국지질조사국, 레스턴, 2020년 1월.
(4) Olivier Zajec, ‘Comment la Chine a gagné la bataille des métaux stratégiques(한국어판 제목: ‘희토류’ 손에 쥐고 중국, 세상 중심에 서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한국어판, 2010년 11월호.
(5) Guillaume Pitron, 『La Guerre des métaux rares 희금속 전쟁』, Les liens qui libèrent, 파리, 2018년.
(6) WTO 분쟁 DS432, ‘중국_희토류, 텅스텐, 몰리브덴 수출에 관한 조치’, 제네바, 2015년 5월.
(7) 2017년 12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미국의 새 국가안보전략(NSS).
(8) Wang Jiamei, ‘Greenland interest exposes US rare earth deficit’, <환구시보(Global Times)>, 베이징, 2019년 8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