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왜 아랍 국가들과 이스라엘의 관계정상화에 나서나?

2020-12-31     아크람 벨카이드 l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특파원

아랍에미리트(UAE)와 바레인이 50년 넘게 중동지역에서 우위를 떨쳐온 이스라엘에 대한 고립, 보이콧 정책에서 벗어나 9월 15일 이스라엘과 외교관계 정상화를 위한 ‘아브라함 협정’에 서명했다. 미국은 이스라엘과의 공식적인 수교에 주저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이외의 여타 아랍 국가들에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독려하고 있다.

 

미국의 중재 하에 수개월간 논의 끝에 이스라엘과 수단이 수교에 합의했다.(1) 9월 15일 두 걸프 아랍국, UAE와 바레인이 이스라엘과 아브라함 협정을 체결한 이후에 나온 합의다. 몇 주 사이에 아랍연맹의 3개 회원국이 이집트(1978년)와 요르단(1994)의 뒤를 이어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에 성공했다. 이스라엘과 수단의 수교는, 1967년 9월 1일 9개 국가(2)가 수단의 수도 하르툼에 모여 6일 전쟁(1967년 6월 5일-10일)의 패배로 이스라엘에 뺏긴 영토의 회복을 목표로 반(反)이스라엘 투쟁을 계속하기 위해 ‘거부 전선’(Rejection Front, 이스라엘과의 교섭·화평을 거부하는 아랍 제국의 전선)을 형성했었기 때문에 더욱더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3대 ‘NO’’, 즉 이스라엘과의 화평에 대한 ‘거부’, 이스라엘을 나라로서 인정 ‘거부’, 이스라엘과의 협상에 대한 ‘거부’가 1970년대 말까지 아랍세계와 이스라엘간의 관계를 규정해왔다. 

이스라엘과 UAE, 바레인, 수단의 수교는 2002년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에서 열린 아랍연맹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아랍평화제안서의 종말을 고한다. 아랍연맹은 이스라엘이 1967년 점령한 영토에서 전면 철수하고 팔레스타인 난민 문제를 엄정하게 해결해야만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를 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아랍연맹의 공식적인 입장은 여전히 (당시 이를 제안했던 사우디아라비아 왕위계승자의 이름을 딴) ‘압달라 평화제안서’를 따르고 있다.

 

‘미국의 보호’는 너무나 비싼 서비스

그러나 아랍연맹 내의 역학관계는 이제 이스라엘과 수교한 3개국에 유리해졌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공식적으로 이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이란과 대립구도를 이루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있어, 이스라엘은 UAE, 바레인과 마찬가지로 필연적이며 확실한 동맹국이다. UAE,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는 1990년 6월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했을 때 반격을 가했던 미국이 예전처럼 자신들을 보호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재임 당시인 2015년 7월 14일 이란과 핵합의를 맺고 이란에 대한 제재를 해제함으로써 걸프지역을 경악케 했다. 후임인 도널드 트럼프 현 미국 대통령은 2018년 5월 8일 핵합의 탈퇴를 선언하면서 대이란 제재를 복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아랍 왕국들이 미국의 보호를 원한다면 그 대가로 ‘현금’을 지급해야 한다”, “미국은 더 이상 ‘끝이 없는 전쟁’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반복적으로 언급하면서, 아랍 지도자들은 걸프 지역이 더 이상 미국의 전략적 요충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이제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는 이란의 위협, 더 나아가 재무장하는 이라크의 위협에 맞서는 생존 문제로 받아들여진다. 여타 아랍 국가들도 이스라엘과의 수교에 나설 것을 요청받고 있다. 2020년 9월 9일, 사우디아라비아, UAE, 이집트의 주도하에 아랍연맹의 외무장관 정례회의에서 이스라엘과의 수교를 금지하는 결의안이 부결됐다. 이 상황은 이 결의안을 제안했던 팔레스타인에 매우 불리한 것이고, 이에 따라 팔레스타인은 아랍연맹 이사회 주재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박스기사 참조)  

아랍연맹 정상회담에 익숙한 한 북아프리카 외교관은 “걸프 아랍국들이 아랍연맹을 지배한다. 게다가 경제위기나 내전이 발발하면 이들 국가가 돈을 쓴다. 사우디아라비아나 UAE의 비위를 맞추고 금융 지원을 받으려면 팔레스타인을 언급하지 않기만 하면 된다”고 고백한다. 20년 전만 해도 팔레스타인 문제와 관련해 알제리, 이라크, 수단, 시리아, 예멘과 같은 강경파가 아랍연맹의 행동노선을 결정했다. 더 이상 아랍연맹 산하 이스라엘 보이콧 사무국에 관한 언급이 없다는 사실이 현 시대상을 반영한다. 이스라엘 보이콧 사무국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아랍권과 이스라엘의 관계 진전을 자신의 공으로 돌리는데 혈안이 된 트럼프 대통령은 10월24일 트위터에 “UAE, 수단, 바레인의 뒤를 이어 또 다른 (아랍) 5개국이 이스라엘과 수교하려 한다”고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만, 모리타니, 카타르, 모로코(카타르와 모로코는 이미 이스라엘과 비공식적인 외교관계를 맺고 있다)외에도 사우디아라비아가 공식적으로 변화의 대열에 합류하기를 바랐지만, 살만 빈 알 사우드 사우디 국왕은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알 사우드 국왕은 이스라엘에 호의적인, 자신들의 땅을 가질 이스라엘인들의 권리를 옹호하는 발언을 거듭한 후 2018년에 이미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MBS’)에게 자신의 뜻을 따르도록 한 바 있다.(3) 지난 1월 사우디 외무장관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을 위해 트럼프 행정부가 내놓은 ‘세기의 프로젝트’를 환영했을 때, 사우디 국왕은 압달라 평화제안서를 상기시키며 팔레스타인을 안심시키려 했다.(4)

 

이스라엘에 대한 사우디인들의 속내

사우디 국왕에게는 왕위 계승 문제와 관련된 불확실성, 그리고 기존 질서를 깨뜨리고자하는 왕위계승자의 의지로 인해 이미 긴장 상태에 놓여 있는 국내 상황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로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하는 것과 체면치레가 중요하다.(5) 표현의 자유가 없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임시방편적 소통의 창구 역할을 하는 트위터에서 사우디인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팔레스타인 지도자들에 대한 반발 때문에, 이스라엘과의 관계 개선을 솔직하게 반기는 이들도 있다. 반면, 이를 격렬히 거부하며 동예루살렘을 팔레스타인에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이스라엘계 미국인 백만장자, 하임 사반은 ‘MBS’도 이란이나 카타르, 그리고 자신의 국민인 사우디인들로부터 죽임을 당할지도 모를,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에 따르는 위험성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6) 사우디 왕가의 누군가가 이를 트집 잡아 MBS의 왕위 계승을 방해할 수도 있다.   

이란 및 무슬림형제단에 적대적인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MBZ’) 아부다비 왕세제는 이스라엘과의 외교관계 정상화의 또 다른 원동력이다. 왕위계승자이면서 사실상 UAE의 최고 실세인 MBZ는 내부적인 이유로 사우디 왕세자보다는 제약을 덜 받는다. UAE 인구의 90%에 달하는 외국인에 비해 소수인 국민들은 지난 20년간 점진적인 관계 정상화에 익숙해져 왔다. 

아부다비와 두바이의 왕궁에는 이스라엘인들의 보석세공가게가 은밀히 운영되고 있었고, 이 두 도시에서 열리는 학회에 ‘초대 옵저버’ 자격으로 온 이스라엘 대학교수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 2011년 4월, 아부다비는 수개월에 걸친 집중적인 로비 끝에 새로이 발족하는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의 본부를 유치했는데, 이를 위해 이스라엘 공식 대표단을 본부에 주재시키기로 약속했었다.

그리고 올해 8월부터 양국 간의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매주 양국 각료회의나 행사가 치러진다. 한쪽에서는 에미리트 전략연구소(ECSSR)가 걸프지역과 중동지역에서 ‘아브라함 평화’가 진전되는 양상에 관한 회의를 개최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커뮤니케이션 회사가 양국의 여성 지도자들의 회합을 주선했는데, 이스라엘군의 전직 간부급 인사도 참석했다. 두바이의 대형 호텔들은 곧 비자면제 혜택을 받을 이스라엘 관광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시장경제의 중심지, 두바이에서 이스라엘 벤처캐피탈계의 거물, 에렐 마르갈리트가 이끄는 이스라엘 비즈니스 대표단은 극진한 환대를 받았다. 두바이TV의 인기 사회자, 유세프 압둘바리는 마르갈리트 회장을 영접한 후 이스라엘과의 교류 증대에 도취돼 “사랑에 빠지는 것과 같다”고 표현하기도 했다.(7) UAE의 부유한 젊은이들이 베이루트나 카이로의 축제 같은 밤 문화를 대체할 텔아비브에 매료되고 있어 이스라엘에 대한 애정은 더욱더 깊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은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을까? (때로는 1950년대부터) UAE에 거주하고 있는 팔레스타인인들은 신중히 대처해야한다. 한 팔레스타인인은 익명을 요구하며 쿠웨이트로 주거지를 옮기려한다고 밝혔다. 쿠웨이트 왕실은 이웃나라들과 달리 팔레스타인의 영토가 반환되지 않는 한 이스라엘과의 모든 관계를 거부하고 있다.(8) UAE가 팔레스타인에 특히 코비드19와 관련해 금융 및 인도적 지원을 계속해서 제공하고 있다고 아무리 강조해도 정치적 문제에 있어서는 그다지 할 말이 없다.

 

체면치레를 위한 가짜 대화

‘MBZ’에 있어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에 따르는 보상 중 하나는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지구 병합 계획을 포기하는 것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에 대해, “병합은 단지 연기일 뿐”이라고 응수했다. 체면치레를 위한 가짜 대화는, 현재 마무드 아바스가 이끄는 팔레스타인 당국이 (이스라엘 측에는 의무사항이 아닌) ‘평화’에 반대하는 한 지속될 것이다.

아바스보다 원만한 인물이 뒤이어 양보한다 하더라도 UAE가 팔레스타인에 더 우호적인 태도를 취하지는 않을 것이 자명하다. UAE에 있어 아바스의 뒤를 이을 최적의 인물은 전 파타 고위급 인사이며 전 가자지구 치안책임자인 모하메드 달란이다. 아바스 수반과 껄끄러운 사이로 두바이에 거주하는  달란은 UAE와 이스라엘의 협정에 대해 어떤 논평도 내놓지 않았다.  달란은 이 협정을 설계한 인물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바레인의 경우, 이스라엘과의 수교는 UAE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를 동시에 연상시키는 측면이 있다. UAE처럼, 걸프만의 작은 섬나라로 수니파 왕정국가인 바레인에는 2009년 이스라엘의 비공식 대사가 파견됐을 정도로 오랫동안 사실상의 수교관계가 지속돼왔다.(9) 그러나 대다수가 시아파인 바레인 국민들은 UAE 국민들만큼 이스라엘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다. 2011년 시민 항쟁이 철저히 억압되면서 그 세력이 약화됐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살아남은 야권은, 사우디의 일부처럼 이스라엘과의 수교를 비난했다. 수단의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불확실한 과도 민주 정부가 집권하고 있는 상황에서(10) 권력을 장악한 군사위원회의 장성들은 세 가지 당면과제를 내세웠다. 첫째, 수단이 테러 지원국 리스트에서 제외되는 것, 둘째, 다르푸르 대학살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 철폐, 셋째, 국제기구의 금융지원.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는 수단이 이 같은 목표를 완수하는 데 있어 미국의 지원을 받도록 해주겠지만, 2019년 오마르 알 바시르 전 대통령에 반대하는 시위를 주도했던 정당·기구 연합과 군부 간에 긴장을 불러일으킨다. 

정당·기구 연합은 과도 정부가 이스라엘과의 수교라는 중대 결정을 내리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본다. 그러나 이들이 어디까지 반대할지는 아직 모른다. 

 

 

글·아크람 벨카이드 Akram Belkaïd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특파원 

번역·조승아
번역위원


(1) ‘Rapprochement calculé avec Israël 이스라엘과의 계산된 화해’,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20년 5월호.
(2) 알제리, 이집트, 이라크, 요르단, 쿠웨이트, 레바논, 모로코, 수단, 시리아.
(3) Jeffrey Goldberg, ‘Saudi Crown Prince : Iran’s supreme leader “makes Hitler look good”’, The Atlantic, Washington, DC, 2018년 4월 2일.
(4) Alain Gresh, ‘Israël-Palestine, un plan de guerre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계획’,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20년 3월호.
(5) Florence Beaugé, ‘Une libération très calculée pour les Saoudiennes 사우디 국민들에 대한 고도로 계산된 자유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8년 6월호.
(6) 온라인 컨퍼런스 ‘Israel’s security and prosperity in a Biden White House’, Florida Jewish Vote Team, 2020년 10월 21일.
(7) Isabel Kershner, ‘“It’s like falling in love” : Israeli entrepreneurs welcomed in Dubai’, The New York Times, 2020년 11월 7일.
(8) Mona Farrah, ‘Les irréductibles Koweïtiens rejettent la normalisation avec Israël 완강한 쿠웨이트, 이스라엘과의 수교 거부’, Orient XXI, 2020년 10월 13일, https://orientxxi.info
(9) Barak Ravid, ‘Israel’s secret embassy in Bahrain’, Axios, 2020년 10월 21일, www.axios.com
(10) Gilbert Achcar, ‘Où va la “révolution de décembre” au Soudan? 수단, ‘12월 혁명’의 출구는 어디에?’,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20년 5월호.

 

 

신음하는 팔레스타인

 

팔레스타인에서는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수단과 이스라엘의 수교를 둘러싸고 비난의 물결이 거세다. 팔레스타인은 수년 전부터 아랍권의 ‘결별’ 분위기를 감지해왔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은 걸프지역의 두 왕정국가, 아랍에미리트, 바레인의 ‘배신’을 성토하며, 팔레스타인의 의사에 반해 이루어진 이 결정을 ‘팔레스타인 민족의 이름으로’ 반박하고 있다. 

지브릴 라주브 파타(Fatah, PA를 주도하는 집권당) 중앙위원회 사무총장도 ‘수치스럽고 불명예스러운’ 행위를 규탄했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고위간부이자 아바스 수반의 특별자문위원인 나빌 차트 전 외무장관은 아브라함 협정은 ‘등에 칼을 꽂는 비겁한 공격’이라고 비난하며 ‘3차 인티파다(팔레스타인인들의 반(反)이스라엘 투쟁-역주)’가 있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하마스는 UAE와 바레인이 이스라엘에 지속적인 점령을 위한 ‘백지수표를 제공’했다고 성토했다. 살만 엘 헤르피 프랑스 주재 팔레스타인 대사는 인터뷰에서 씁쓸함을 내비쳤다. 엘 헤르피 대사는 UAE가 마침내 ‘본성을 드러냈다’며 심지어 ‘이스라엘보다 더 이스라엘화됐다’고까지 비난했다.(1) 팔레스타인인들은 한목소리로 오랫동안 팔레스타인 대의를 지지해온 수단의 ‘정치적 선택’을 ‘규탄’했다.

이로써 이스라엘군은 날개를 달았다. PLO의 보고서에 의하면, 아브라함 협정 체결일인 9월 15일부터 10월 15일까지 이스라엘군이 240회에 걸쳐 점령지역에 포격을 가해 팔레스타인인 2명이 죽고 수백 명이 다쳤으며 어린이를 포함, 500명 가까이 체포됐다고 한다. 수많은 가옥 파괴와 370회에 달하는 기습공격이 발생했다.(2) 

 

글·올리비에 피로네 Olivier Pironet
번역·조승아


(1) Armin Arefi, ‘L’ambassadeur de Palestine tire à boulets rouges sur les Émirats 팔레스타인 대사, UAE 맹렬히 비난해’, <Le Point>, Paris, 2020년 10월 12일.
(2) ‘PLO : Israel attacks escalate after normalisation with Arab states’, Middle East Monitor,  2020년 10월 24일, www.middleeastmonito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