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 녹색도시, 그르노블의 모순

2021-12-31     필리프 데캉 l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편집위원

권력의 시험대에 오른 녹색당

기후 위기가 고조되면서, 유권자들은 환경정책을 핵심으로 삼은 정당에 점점 관심이 커졌다. 독일에서 그랬듯, 권력을 잡은 녹색당 당선자들은 내부에서부터 뭔가 변화시키려는 야심을 보인다. 특히 대도시에서의 경험에 비춰보면, 책무를 맡은 이들은 개혁하려던 시스템이 아니라, 그들 자신이 먼저 변해 버릴 수 있다. 더불어, 정당들은 갈수록 커지는 이런 걱정거리에 잘 대응할 수 있다며 스펙트럼을 과시한다. 왜곡이 없을 수 없다.

 

2014년, 녹색당 소속으로는 최초로 대도시 시장이 된 에리크 피올은, ‘정치적 접근방식의 변화’라는 희망을 보여줬다. 그러나 메트로폴리스로 관할이 이전되고 정부 보조금이 축소되는 가운데, ‘환경, 민주주의, 연대’에 대한 녹색당의 여러 공약들은 빛을 잃어버렸다.

 

거대한 샤르트르즈(Chartreuse) 산맥의 남단에 있는 바스티유 요새에 서면, 알프스와 이제르(Isère) 계곡의 아름다운 풍경이 내려다보인다. 햇살이 눈부시던 10월 18일, ‘2022년 유럽 녹색당의 수도’라는 타이틀을 얻은 후, 엽서 속 그르노블 풍경이 바뀌었다. 카메라들의 시선을 받으며 케이블카를 타고 온 에리크 피올 시장은, 친환경전환부 장관이자 유럽 위원회 대표인 바바라 폼피리를 안내했다. 그녀는 피올 그르노블 시장을 ‘녹색 도시의 대사’로 임명하기 위해 왔다. 

피올 시장은 “불복하는 자들의 만남”이라며, “7년 전부터 시도해온 수많은 정책들을 비로소 인정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녹색당 소속의 그는 시속 30km/h 제한구역 확대, 저탄소 배출 구역(오염도가 높은 자동차 출입금지) 지정, 자전거 도로 개설, 도시난방 확대, 그르노블 전기가스 복합회사의 재생 에너지 투자 촉진 등 다양한 친환경 정책을 펼쳤다. 피올 시장은 2014년부터 좌파당과 연합한 이후, 불복하는 프랑스당과 친환경민주연대(ADES)단체의 현지 녹색운동가들과 연합했다. 2020년에는 좌파 정당들과 연합을 확대해 시의회의 여당을 구성했고, 사회당(연정에 참가한 사람은 사회당에서 제명됐다), 공산당, 운동세대당, 공공장소당 등이 함께했다. 덕분에 피올은 2020년 지방선거에서 1차 투표에서 46%, 2차 투표에서 53%의 표를 얻어 당선됐다.

그러나, 이후 실패의 연속이었다. 좌파와의 대대적인 연합을 원했던 그는, TV 토론에서 의사표현을 불분명하게 했다. 그리고 ‘인본주의의 활’이라는 본래 포지션에도 불구하고 녹색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초라한 4위에 그쳤다. 3월 1일, 그는 ‘기와 축제(Fête des tuiles)’에서 특정 단체에 특혜를 준 혐의로 발랑스 경범죄 재판소 출두 명령을 받았다. 이 축제는 이제르주에서 일어난 프랑스 대혁명의 전초를 기념하는 행사로, 예산이 약 30만 유로에 달한다. 이 예산이 광고도, 경쟁도 없이 시와 친한 단체의 손에 넘어간 것이다. 시는 이 축제 프로젝트가 ‘예술창조 분야’에 속하는 점을 고려해 회계법원을 통한 구매절차로 결정한 것이며, 이는 “순전히 내부적인 업무”라고 강조했다.(1)   

그는 자신의 측근인 얀 몽가브루를 시의회 의장으로 당선시키려 했으나 실패했으며, 결국 그르노블-알프스 메트로폴리스를 장악하지 못했다. 그르노블-알프스 메트로폴리스의 인구 약 44만 5,000명 중 중심도시 거주자는 15만 7,000명에 불과했다. 행정개혁에 따라 메트로폴리스에서의 권한도 달라진다. 2020년 7월, 3번의 투표 끝에 우파의 표를 얻어 시의회 의장으로 당선된 크리스토프 페라리는 전임자인 녹색연합과 화해했다. 2018년 사회당을 탈당한 페라리는 환경지구물리학, 빙하학 연구자로서 기후문제 전문가다. 그는 바스티유 요새에서 녹색 수도를 소개하며 물, 에너지, 난방, 이동성, 쓰레기, 열에너지 개선 등 메트로폴리스의 우선과제를 상기시켰다. 

지역 환경단체들은 유럽위원회의 결산보다 신중하게 피올, 페라리 듀오에 대해 결산했다. “두 사람은 다른 지자체장들과는 다르다.” 프랑스자연환경그룹(France nature environnement)의 이제르 대표, 프란시스 오디에가 말했다. 오디에의 단체는 공화당 시장이 이끄는 로이본(Roybon)시에서 센터파크(Center Parc)관광 재개발 반대 시위를 한 후, 20만 유로의 보조금이 끊긴 전력이 있다. 오디에는 “피올 시장처럼, 미미하게나마 환경보호정책을 추진하는 지차체장은 드물다”라고 하면서도, 피올이 도시들 간의 새 도시계획을 허가한 점을 주시했다.

 

갈 길이 까마득한 자전거 도로

드라크(Drac) 강 연안에는, 도시의 남북을 가로지르는 A480 고속도로 확대공사의 거대한 흔적들이 남아있다. 이 모습은 시민들의 분노를 자극한다. 이 3차선 고속도로는 2015년 경제부 장관이던 에마뉘엘 마크롱이 시작한 고속도로 활성화의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Area기업은 사업권을 연장받는 대가로 공사 자금을 제시했고, 2019년 공사가 시작됐다. 오디에는 “메트로폴리스는 여전히 엉성한 타협과 자동차에 의존한다”라고 비난했다. 그의 단체는 이 프로젝트의 인허가에 반대할 수단을 상실했다. 2019년 1월, 100여 명의 현지 과학자들은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이 프로젝트는 온실가스 배출을 감소시키려는 프랑스 기준 및 세계 기준과 지역의 환경 문제(공기 질, 소음)와 완전히 대립된다.”

녹색당은 15년 전, 정치적·법률적 신념으로 바스티유 요새 아래를 관통하는 터널을 포함한 우회도로 개발 프로젝트를 저지시켰다. 그러나 그런 이들도 기득권층이 되면 달라진다는 것을 피올이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도시상류의 카풀 도로, 도시 진입로의 개선, 나무들의 이주, 소음방지 벽, 시속 70km 제한 속도, Sisteron 방향 A51고속도로를 연장하려는 道(도)에 대한 지원 중단을 얻어냈다.” 롱도(Rondeau) 인터체인지를 비롯한 이 프로젝트에 대한 정부의 지원금은 최근 10년 중 최대액인 3억 8,000만 유로다. 피올 시장은 자동차 수용량을 50% 증가시킨 반면, 자전거 도로 관리 예산은 2,400만 유로로 책정하는 데 그쳤다.

11월 초, 피올 그르노블 시장은 2021년 유엔 기후 변화 회의(COP26)가 열린 영국 글래스고에서 야닉 자도를 만나, 정치활동 중단으로 기후온난화 통제가 점점 어려워진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그가 그르노블에서 좌파 연합과 함께 투표에 붙인 도시교통계획을 보면, 2015~2030년 차량 통행량을 6% 감소시키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참고로, 2004~2019년 파리의 도로 통행량은 37% 감소했다.(2) “이 임기동안 새로운 트램 라인을 설치하지 못한 게 후회스럽다. Pont-de-Claix 방향 트램 E라인은 꼭 연장했어야 했다.” 엠마뉘엘 콜린 드 베르디에르, 대중교통·인도·자전거도로 개발을 위한 단체(ADTC) 회장이 말했다. “도시 케이블카 계획이 있지만, 탑승 가능 인원이 적은 만큼 순위에서 밀린다.” 산들로 둘러싸인 데다가, 평지가 대부분인 도심은 자전거를 타기에 적합하다. “자전거 수가 늘었으니 성공”이라고 대중교통·인도·자전거도로 개발을 위한 단체(ADTC)의 직원이 말했다. 그런 한편, “그러나, 코펜하겐 같은 도시와 비교해보면 약소하다. 우리는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비율이 17%에 불과하지만, 코펜하겐은 49%다.(3) 아직 갈 길이 멀다. 환경운동가들을 포함해, 사람들은 자기만족에 그친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느냐면서, 발전 가능성에 대해 귀를 닫는다.”

 “대다수의 부모가 자녀를 자전거로 통학시킬 수 있다면 성공한 것이다. 그러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라고 베르디에르는 덧붙였다. 인도 위에 있거나, 통행로와 반대 방향이거나, 주차 중인 자동차 옆에 설치되는 등 잘못된 자전거도로 코스는 수정되지 않았다. 게다가 예전 시 당국(1995~2008년 녹색당과 좌파의 연합, 2008~2014년에는 단독)이 재건했던 트램 라인을 따라 설치되기도 했다. 이런 문제들은 이용량이 늘어나면서 분쟁과 사고를 늘릴 것으로 우려된다.

 

광고는 NO? 공약 이행은 NO!

지켜지지 않은 공약은 그뿐만이 아니다. “공공장소에서 광고를 없애, 도시를 변화시켰다”라고, 피올은 그의 저서를 통해 밝힌 바 있다.(4) 그가 당선된 후, 새로 구성된 시의회 여당은 JCDecaux 그룹과 재계약하지 않기로 결정했었다. 100여 명의 후원자들은 당황했었다. 반면, 그르노블에 본사를 둔 프랑스경치협회(Association Paysages de France)에서는 반색했다. “우리는 정말 기뻐했다. 우리의 슬로건(광고는 NO, 나무는 YES)을 새 시장이 실천한 줄만 알았다.” 피에르장 들라우스 프랑스경치협회 대변인은 말했다.

그러나, 그 결정은 지켜지지 않았다. 2019년 초, 몽가브루가 이끄는 대중교통연합 노조는 JCDecaux 그룹과의 새로운 계약서에 서명했다. 12년 동안 1,100개의 버스 정류장 광고판을 설치하는 내용이다. 이어, 지방 조례를 투표에 붙인 후 조명이 설치된 받침대, 30여 개의 디지털 스크린도 허가받았다. 이는 그르노블의 문화유산 구역 내 금지사항으로, 명백한 위반행위다. 당시 피올 시장은, “광고수익이 중요하지 않은 대중교통 노조에 아무것도 허용하지 않았다. 광고수익은 노조 운영비의 5%에 불과하다”라고 했었다.

 “JCDecaux 그룹과의 광고계약은, 피올이 광고를 통해 단체활동 재원을 마련하는 것을 묵인했다는 것이다. 정말 심각한 일이다!” 들라우스 대변인은 분노를 표했다. “메트로폴리스 인도 위에 수천 개의 광고판이 번쩍거리게 두면서, 시민들에게 친환경적인 삶을 요구할 수 있는가? JCDecaux 그룹으로서는 기대 이상의 선물을 받은 셈이다. 광고주들과 관계자들은 친환경도시인 그르노블에서도 광고를 받는다고 말하고 다닌다.”

도시의 광고전문가들은 “기존의 4㎡의 광고판은 사라졌으니, 광고계는 후퇴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일종의 말장난이다. 일례로, 2014년 공약 n˚42 에서는 ‘도시 내 레스토랑에서 100% 현지 생산 바이오 제품만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라고 쓰여 있다. 그러나 이후 ‘유럽 녹색 수도’의 자료에서는 ‘60% 현지 생산 그리고/또는 바이오 제품’이라고 쓰여 있다.

녹색당은 “시장이 모든 권력을 장악했다”라고 비판하면서, 민주주의에 대한 질문을 항상 정책의 중심에 던졌다. 새로운 시장의 새로운 스타일은, 그르노블 시민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줬다. 피올 시장은 관용차가 아닌 자전거를 타고, 넥타이도 매지 않는다. 그리고 식비와 이동 경비도 대폭 삭감하고, 임기 동안 겸직을 금지시켰다. 생브뤼노(Saint-bruno) 광장에서는 동네 아이들이 거대한 용 모양의 목재 놀이터에서 뛰어논다. 이곳은 기대 이상으로 인기를 끌었다. 이 프로젝트는 ‘시민참여 예산’이 대중에게 스며들었음을 상징한다. 야당인 사회당 시의원 세실 세나티엠포는 “아이디어는 흥미롭다. 그러나 그들은 시청의 안테나를 닫아버린 후, 즉흥적으로 문제를 얼버무리는 데 이를 악용했다”라고 분노를 표했다. 그녀는 “시민참여 예산은 구가 아닌 시 전체에서 결정하며, 부유한 사람들이 더 많이 활용한다”라고 덧붙였다. 중대한 결정은 어디에서 내릴까? 이 질문에, 세실 세나티엠포는 “시의회가 아님은 확실하다. 시의회 여당의 기록실에서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라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시장 주위의 몇몇 사람만 모여서 정책 결정을 했을 것이다. 그들은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업무에 반향을 일으키지 말고, 질문은 항상 비서실을 거치라고 한다.”

2014년 n˚1 공약인 ‘거주민과 함께 프로젝트 만들기’를 위해 새로운 시 당국은 독립적인 시민 위원회를 조직했다. 위원들 일부는 제비뽑기로 뽑혔다. 그러나 2년 후 시의 보고서에는, “시민 위원회의 의의는 명확히 정의되지 않았다”라고 기록돼있다.(5) 질문만 던져진 채, 답변이 없는 상태인 것이다. 2014년 지역구 연맹과 맺은 ‘새로운 협약’은 파기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역구 연맹은 지난 5월에 시장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편지를 썼다. “우리는 경악했다. 회원들에게도, 지역 연맹과 시민들에게 알리지 않은 채 시의 민주주의 헌장을 개정하는 업무를 어둠 속에서 진행한 셈이다.”

 

‘BNP Paribas 길’에 숨은 사연

2014년 1월, 에리크 피올은 그의 첫 선거운동 기간 “이 도시는 부동산 투기에 휩싸여 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BNP Paribas 은행의 부동산 자회사들이 건설 중인 빌딩들 앞을 지나는 도로의 명칭을, ‘BNP Paribas 길’이라고 바꿨다. 시장이었을 때 그는 Central Plaza 빌딩 개통식을 했다. 앞서 언급된 자회사가 건설한 빌딩이었다. 더욱 놀라운 점은, 2001년 피올이 2001년 공동창립하고, 여전히 부인이 근무 중인 Raise Partner사의 주요 중개인이 바로 BNP Paribas 은행이라는 것이다. 주주인 자비에르 엘리, 일간지 <피가로>와 지방 일간지 <Dauphiné libéré>의 전 회장을 위해, 싱가포르에도 같은 명칭으로 등록된 Raise Partner사가 지원해준 그르노블 기업들의 자금을 이 은행이 거둬들였다. 

이 회사는 무슨 일을 하는 것일까? Raise Partner사의 CEO인 소피 에슈님은 “우리 고객 중 세금 최적화를 위해 우리 회사를 이용하는 사람은 없다”라고 말했다. “장기투자의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디지털 최적화를 하는 것이, 우리 기술의 의의는 아니다. 단 1유로의 세금도 절약한 주주는 없다. 배당금도 받지 않았다. 대주주인 질베르 가내르가 싱가포르에 거주하므로 지주회사를 싱가포르에 세웠다. 그러나 프랑스에 있는 회사가 현재 모든 계약과 지적 재산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직원 30명은 그르노블이나 파리에서 일하고 있다.” 자유무역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국제금융기술 지주회사의 주주가 된 인물. 그가 바로 그르노블 시장, 에리크 피올이다. 피올은 2019년 7월에야 부인에게 주식을 양도했다.

늘어나는 감시 카메라와 시민발의 투표권을 보면, 우리는 ‘이중사고’에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는 듯하다. 조지 오웰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이중사고’는 두 가지 상반된 생각을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사고방식이다. 경선운동 기간, 피올은 국민투표에 대한 관심을 재언급했다. 그러나 고려됐던 세 가지 국민투표는 모두 이루지 못했다. 행정법원이 법적 조처를 철회하자 ‘민주주의에 대한 복고적이며, 매우 편협한 시각’이라고 피올 시장은 법원을 비판했다. 그러나 법적으로 임시투표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 책임자는 피올이다. 2017년 7월 10일 시의회에서 결정한 도서관 폐쇄에 반대하는 단체가 요구 중인 투표도, 피올이 막고 있다. 

 그의 첫 임기 중 가장 심각했던 순간은 긴축 전환점이다. 이는 1983년 3월의 좌파의 상황을 상기시킨다. 마뉘엘 발스 총리 정부가 보조금을 삭감해 재정 상황이 위태로워진 시는 2016년 6월 ‘지방 공공 업무 보호 계획’을 발기했다. 피올은 “우리는 2014년부터 사회-자유주의의 법칙을 정면으로 겪고 있으며, 2017년부터는 극단적 자유주의 속에서 변화가 시작됐다”라며, 다음과 같이 변명하고 있다. “현행의 국가 도식 속에 제약을 받고 있는지, 지자체 활동의 한계를 알기 위해 긴축과 중앙재집권화가 병행되고 있다. 이런 일을 7년 전부터 겪고 있다.”

이 환경보호론자들은 재정적으로 중요한 부분을, 특히 학교 보건과 지역 도서관 관할에 대한 부분을 인사과에 일임했다. 이 두 분야는 오래전부터 그르노블이 석권했던 분야로, 이는 조합 내 분란의 불씨로 작용했다.(6) 

 

백신패스를 둘러싼 모순

“이런 진정한 문화적 중재의 힘은 프랑스의 다른 공공 독서 네트워크에 영향을 미쳤다. 또한 예술작품 대여 등 선진적인 선택도 했고, 사회적 역할도 수행했다. 문화적 중재의 힘은 대중 속으로 향해야 하며, 그 반대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우리는 사적 비전을 가진 독단적인 사람들을 상대하고 있다. 시장과 그의 비서실장은 공무원으로서의 소양이 없다. 그들은 휴렛 팩커드(Hewlett-Packard) 출신이다.” 노조연합의 설명이다. 

극장, 박물관, 미술등 문화계와 언론은 문화정책들의 실패를 지적했다.(7) 녹색당에게 표를 줬던 문화계의 불신이 깊어졌음이 드러났다. 지난 학기 이후 백신 패스가 실행되고, 공무원의 연간 노동시간 조정 법안이 적용되면서 도서관에서 다시 동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노조원이 된 이후, 이런 노사대화의 단절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들은 자신에게 반대하는 모든 단체들을 단결시키는데 성공했다. 정부 정책이 문제라는 데 모두들 동의한다. 그러나 우리가 선출한 시장은 왜 우리를 방어해 주지 않는가”라고 노조연합 측은 토로했다.

피올이 백신패스를 ‘반사회적’이라고 비판하며(8) 집단 토론회에서 서명하는 동안, 인사과는 첫 주부터 도서관 사서들을 불러모아 이용자에게 백신패스를 받으라고 했다. 이런 모순적인 행태에 대해, 작가와 편집자 30여 명은 “지자체장에 대한 불신이 지배적일 때, 그들의 자리와 역할을 방어하는 낡아빠진 수법”이라고 비판했다. 그들은 3개월간의 시위 후 시장에게 편지를 썼다.(9) 11월 말에 결국 시가 수용했던 절차의 철회를 촉구하는 편지였다. “그들은 항상 자신의 책임을 정부나 도지사에게 돌린다”라고 노조연합 측에서는 지적했다.

1970년대 시의원이자 그르노블 주민들의 일상 관찰자인, 피에르 프라파는 피올 시장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피올 시장은 위베르 뒤베두(Hubert Dubedout, 1965~1983년 역임한 사회당 시장)와 비슷한 점이 많다. 시장 1명 대 100여 명(그르노블의 사회학자, 엔지니어, 지성인들)과의 만남은 신선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피올은 전혀 다른 사람이 됐다. 위베르 뒤베두는 그르노블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해, 시장으로서 책임을 졌다. 반면, 피올은 언제나 책임을 회피한다.” 

인사 갈등만으로 시를 평가할 수는 없다. 수도요금은 수자원의 상태에 따라 메트로폴리스 차원에서 결정한다. 일관된 가격 인하는 저소득층을 위한 대중교통 정기권의 가격도 완화시켰다. 25세 이하에 대한 무료공약은 취소됐지만, 저소득층 가족은 급식비의 93%까지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학교들은 대규모 투자를 받았다. 특히, 재개발과 개축 프로젝트는 많은 변화를 가져온다.

 

“녹색당은 재개발 난민들에게 관심이 없다”

빌뇌브(Villeneuve) 시의 아를르깽(Arlequin) 구 내 300여 채 공용주택 철거문제에 대한 국민투표가 있었다. 이 국민투표는 주민들의 주도로 이뤄졌다. 2019년 10월, 투표를 표명한 3개 구에서 철거 반대가 73%의 득표를 얻었다. 그러나 참가의향이 23%에 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시는 투표 조직위에 참여하지 않았고, 결과를 고려하지도 않았다. 구에서도 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녹색당원들은 권력을 쥐고 나니, 국가도시개발기구(ANRU)와 맞서지 않으려 했다. 사회적 출자자들이 기금의 대부분을 출자해도, 프로젝트 재정의 핵심은 이 기구다. 피올은 “비록 첫 프로젝트는 실패했지만, 잘 겨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녹색당은 2017년 팡탱(Pantin)시로 본사를 이전한, 국가도시개발기구(ANRU)의 대안 프로젝트 지원을 막아내지 못했다.

“사실, 녹색당은 재개발 난민들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다.” 브뤼노 드 레스쿠르는 이렇게 비판했다. 그는 의견 차이 때문에 친환경민주연대(ADES)에서 나온 후, 2020년 ‘시는 우리의 것’이라는 좌파 명단을 만들었다. 이미 미스트랄(Mistral)구와 아바예(Abbaye)구에서는 철거를 통해 주민을 바꾸려는 국가정책이 암묵적으로 실행 중이다. 국가도시개발기구(ANRU)의 계약 내용은 주거밀집지역에서 677개의 주거지를 해체한 후, 10년 동안 522개 주거지를 재건축하는 것이다. 2010년 건축가 안 라카톤, 장필립 바살이 ‘철거 없는 거리의 재개발’을 제안했었다. 당시 사회당 시당국은 계약을 파기했다. 2021년 그들의 설계안은 ‘건축계의 노벨상’격인 프리츠커상을 수상했다.

독일 온라인매체 <Postillon> 기자 빈센트 페이레는 ‘권력의 문화’를 통렬히 비판했다. 권력의 문화는 오만하고 결점을 인정할 줄 모른다. 그들은 개혁을 거부하고 권력에 집착하게 만든다.(10) 2001~2008년 부시장이었고, 2010~2014년 ADES의 회장이었던 장마크 캉텔은 “피올은 사기꾼”이라며, “피올의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에게는 농간하는 혀만 있을 뿐”이라고 비난했다. 

그르노블 시 당국은 메트로폴리스에서 곧 기후시민협약을 개최한 후, 같은 녹색당원임에도 자신들을 비판하는 이들과 마주칠 지도 모른다. 

 

빈번한 상표 교체 

 

“돌아가고 있는 것은 풍력발전기가 아니라, 바람이다”

에드가 포르(Edgar Faure)의 명언을 꺼내본다. 예전부터 계열관계는 정치 생활에 박자를 맞춰 변화했다. 여하튼 여러 명의 녹색당원들은 이런 신념의 곡예를 멀리까지 보내버렸다. 전진하는 공화국당(République en marche)은 녹색당 출신의 전직 장관인 파스칼 캉팡, 바바라 퐁필리를 영입했다. 바바라 폼피리는 마뉘엘 발스, 베르나르 카즈뇌브 전 총리의 정부에서 일했으며, 잠시 친환경생태당(Parti écologiste)에 머물렀다.

작은 규모에 비해 의회에 많이 진출한 이 당의 대표였던 프랑수아 드 루기는 과거에 녹색세대당(Génération écologie)과 녹색당(Verts)을 거친 후 프랑스 국회의장이 됐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임기 중에는 전진하는 공화국당(République en marche)소속 장관이 됐다. 그 후, 그는 핵에너지와 GMO식품을 옹호했다.

장뤽  벤나히미아는 차례대로 지구의 친구들(Amis de la terre)단체, 통합사회당(Parti socialiste unifié), 노동자자주관리를 위한 공산주의 위원회(Comités communistes pour l'autogestion), 녹색당(Verts), 민주운동당(Modem), 민주전선당(Front démocrate)을 거쳤다.

앙투안 웨치터는 녹색정치운동(Mouvement d'écologie politique)연맹, 녹색당(Verts), 독립생태운동(Mouvement écologiste indépendant)에 몸담았다. 그는 선거에서는 녹색세대당(Génération écologie), 녹색당(Verts), 사회당(parti socialiste), 공화당(Républicains)과 연합했다. 

 

번역·김영란
번역위원

 

 

 

글·필리프 데캉 Philippe Descamps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편집위원

번역·김영란
번역위원


(1) 『Rapport d'observations définitives, commune de Grenoble, exercices 2011 à 2016. 2011년~2016년 그르노블 관찰 보고서』, Auvergne-Rhône-Alpes 회계법원, Lyon, 2018년 6월 1일.
(2) <Le bilan déplacement en 2019 à Paris 2019년 파리의 이동량 결산>, Observatoire des déplacements à Paris.
(3) Philippe Descamps, 『Comment le vélo redessine la ville 자전거는 어떻게 도시를 다시 그렸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20년 2월호.
(4) Éric Piolle, 『De l'espoir! Pour République écologique 녹색 공화국을 희망하며.』, Les liens qui libèrent, Paris, 2021년
(5) 『Les Conseils citoyens indépendants à Grenoble, 2 ans après 그르노블의 독립적인 시민 위원회, 2년 후』, Mission d'évaluation des politiques publiques, Paris, 2017년 12월
(6) CGT, CFDT, CN T, F O, Sud, CFTC와의 만남. 요청에 따라 발언 내용은 비공개.
(7) Frédéric Martel, 『La révolution culturelle de l'écologie politique à Grenoble그르노블의 녹색 정치의 문화적 혁명』, France culture, Paris, 2021년 2월 26일, www.franceculture.fr
(8) <Libération>, Paris, 2021년 7월 22일.
(9) <Mediapart>, Paris, 2021년 10월 13일.
(10) Le Postillon, 『Le vide à moitié vert, la gauche rouge-vert au pouvoir : le cas de Grenoble 반쯤 녹색인 빈자리, 적녹 좌파 연정 : 그르노블의 사례』 Éditions Le monde à l'envers, Grenoble, 202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