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기록한 전쟁의 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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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보티에(René Vautier, 1928~2015)는 15세 때 레지스탕스로 활동했고, 16세 때 온갖 전쟁에 투신했다. 이후 프랑스 고등 영화연구소(LDHEC, L’Institut Des Hautes Études Cinématographiques)에 합류하고, 프랑스 공산당에 가입했다. 1949년 프랑스령 서아프리카 주민들의 모습을 영상에 담던 그는 식민 지배의 잔혹성을 깨닫고 그에 따라 시나리오를 변경했다. 그리고 라발 법령(1)에 저항하며 식민지 경찰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지만, 훗날 가나의 대통령이 되는 느크와메 느크뤼마 등 아프리카 활동가들 덕택에 목숨을 부지한다.
그러나, 보티에는 프랑스로 돌아온 후 그를 후원하던 교육연맹의 비난을 받는다. 그가 처음으로 그의 반식민주의 사상을 담은 영화 <아프리카 50(Afrique 50)>(1950)에는, 보티에가 언급한 대로 충격적인 이미지로 가득하다. 이 작품 이후에도 이미지 투쟁을 멈추지 않던 보티에는, 프랑스에서 1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1958~1960년 알제리의 FLN(Front de Libération Nationale, 민족 해방 전선) 감옥에 25개월간 수감된다.
그는 항상 저예산 영화를 만들고 때때로 독일 민주 공화국(동독)에서 영화를 상영했다. 프랑스에서 가장 검열을 많이 받는 영화감독이었던 보티에. 그는 그렇게 버텼다. 사회 문제를 예리하게 다룬 보티에의 작품은 대부분 몰수돼 소각됐다. 현재 남아있는 것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영상 제작사 레 뮈탱 드 팡제가 출시한 DVD 세트에는 1950~1985년 보티에가 제작한 17편의 작품이 담겨있다.(2) 이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은 여러 사람의 인터뷰를 담은 <오레스에서의 스무 살(Avoir 20 ans dans les Aurès)>이다. 이 작품으로 보티에는 1972년 칸에서 국제비평가상을 수상했고, 처음으로 국제영화제에서 인정을 받았다.
<오레스에서의 스무 살>은 전쟁을 반대하던 브르타뉴 출신 청년들이 프랑스군에 입대한 후 인간 사냥꾼으로 변질되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다. 전쟁에서 개개인이 직면하는 모순을 그린 작품이다. 또한, 보티에와 다른 이들의 글들을 한 데 모은 책이 있다. 이 책에서는 범상치 않은 인물 보티에가 공산주의자로서, 반식민주의자로서 끈질기게 펼쳐온 활동을 조명한다. 프랑스에서 장기간 금지됐던 이 작품들은, 자유를 위한 저항 속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엘리에 시스테른은 조제프 앙드라스(Joseph Andras)가 쓴 동명의 소설『 상처 입은 우리 형제들에 관해』 (Actes Sud, 2016)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 소설은 그의 폴란드인 아내와 친구들 곁에서 활동하고 갈등했던 페르낭 이베통(Fernand Iveton)의 삶을 통해 알제리 전쟁(1954~1962)을 재해석한다.(3) 1926년 알제리에서 태어난 페르낭 이베통은 선반공이자 공산주의 운동가였다. 알제리 민족 해방 전선(FLN, Front de Libération Nationale)에 참여한 그는 거사에 가담하지만 실패했다. 이베통은 자신이 일하던 공장 설비들을 폭파하기 위해 폭탄을 설치했으나, 폭탄이 터지기도 전에 발각된다. 페르낭 이브통은 신속한 재판 끝에 1957년, 본보기로 단두대에서 처형된다. 동지들도 그를 적극적으로 돕지 않았으며, 프랑수아 미테랑도 그의 사면에 반대했다.
한편, 메르자크 알루아슈(Merzak Allouache)는 V8 비디오카메라로 촬영된, 혁명에 대한 알제리 여성들의 증언들로 모자이크 영상을 만든다.(4) 알루아슈는 과거와 현재를 뒤섞으며, 1988년 페미니즘 운동가들의 목소리를 펼쳐놓는다. 그리고 페미니스트 협회 안에서 커져가는 개혁 반대주의(보수주의)에 맞선 그들의 투쟁을 보여준다. 이후 ‘암흑의 10년’이 지났고, 2020년에도 혁명에 대한 이야기는 이어진다. 히라크(Hirak) 민중운동가 파티마 우세디크(Fatima Oussedik)부터 와실라 탐잘리(Wassila Tamzali)까지, 신세대들과 화가들, 무용수들, 그리고 그들이 열중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그들의 목소리를 담아냈다. 알제리에서는 2020년에 이미 개봉된 이 작품은, 2022년 프랑스 극장에서 개봉될 예정이다.
글·엘렌 이본 메노 Hélène Yvonne Meynaud
번역·이주영
(1) Décret de Pierre Laval de 1934; 나치 부역죄로 사형선고를 받은 프랑스 총리 ‘피에르 라발’의 이름을 딴 법령. 프랑스 식민지 영화 검열법의 시초가 됐다.
(2) Vautier René, 『Anticolonialiste 반식민주의자』, Les Mutins de Pangée, 2022년, 660분, 4개의 DVD.
(3) Hélier Cisterne, 『De nos frères blessés 상처 입은 우리 형제들에 관해』, 2022년 8월 출시 예정, Diaphana, 95분, DVD.
(4) Merzak Allouache, 『Des femmes 여성들』, 90분, 202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