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와 실업사이에서 고민하는 스코틀랜드

산업 및 문화 격변의 도전

2022-09-30     루에브 포페르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특파원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은 오랫동안 스코틀랜드의 독립을 성사시킬 해법으로 석유를 지지했다. 그런데 SNP 소속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 정부 수반은 최근 들어 입장을 전향한 듯 보인다.(기사 <스코틀랜드 분리주의자들의 오랜 전략> 참조) 하지만 ‘검은 황금’, 석유를 중심으로 건설된 산업 체제 대체는 쉽지 않다. 밝은 미래를 약속했던 재생 가능 에너지가 여전히 고전 중이기 때문이다.

 

스코틀랜드 본토 해안에서 북쪽으로 180km 떨어진 곳에 셰틀랜드 제도가 있다. 이 제도에서 가장 큰 섬인 메인랜드에서 작은 인도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남성은 섬을 떠나기를 원한다. “이곳에는 할 일이 남아있지 않다. 몇 년 전만 해도 활기가 넘쳤지만 이제 적막하기 그지없다.” 석유 붐이 일었던 1984년, 그는 가족과 함께 셰틀랜드 제도 두 곳에 음식점을 열었다. 한 곳은 거대한 석유·가스 터미널을 지척에 둔 작은 항구도시 브래, 다른 한 곳은 셰틀랜드 제도의 주도 러윅이다. 

당시 경제활동이 매우 활발했던 두 도시에서는 돈이 흘러넘쳤다. 북해에서는 1970년대 초 엄청난 석유 매장량이 발견됐다. 이후 쉘(Shell)과 비피(BP, 영국 국영석유회사)는 이 유전들을 개발하며 많은 수익을 올렸다. 지역사회도 자신의 몫을 챙겼다. 시추가 시작된 이후 셰틀랜드 제도 당국은 공익재단을 설립해 제도를 통과하는 석유에 배럴당 세금을 부과했다. 이 세금은 영국에서도 보기 드문 독특한 재정 협약의 산물로 석유 터미널이 유발하는 불편을 석유 대기업이 보상하도록 했다.

지역사회는 지난 40년, 거대 탄화수소 기업의 세금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무려 3억 2,000만 파운드(한화로 약 5,070억 원, 2022년 9월 22일 기준)의 예산이 불과 2만 3,000명 인구의 셰틀랜드 제도에 유입됐다.(1) 공익재단은 이를 바탕으로 문화단체의 운영자금을 지원하고,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의료인력을 채용했다. 그리고 여러 곳에 수영장을 짓고, 런던의 최첨단 지구에나 있을 법한 세련된 문화센터도 건립했다. 러윅에서 민박집을 운영하는 한 전직 시위원은 “우리는 호사를 누렸다. 선망하던 모든 것들을 누릴 수 있었다”라고 회상했다.

 

아우디를 몰고 무료급식소를 찾는 사람들

하지만 이 화려한 잔치는 2014년 유가 하락으로 돌연 막을 내렸다. 이후 2년간 유가는 70% 이상 폭락했다.(2) 석유 회사들은 직원 수백 명을 해고했다. 셰틀랜드 제도의 석유 산업이 이 1차 위기에서 겨우 회복했을 무렵인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강타했다. 또 다시 해고 사태가 수차례 발생했다. 불과 8년 전만 해도 석유와 가스는 셰틀랜드 제도 주민 약 3,000명의 생계를 책임졌다. 현재 탄화수소 자원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주민은 1,000명에 불과하다. 매장량도 점점 고갈되고 있다. 1980년대 말 하루 100만 배럴에 달했던 해저 채굴량은 현재 10만 배럴에 불과하다. 러윅의 거리는 텅 비었다. 인도 음식점 주인이 러윅에 있는 식당의 문을 닫기로 결정한 이유다. 

바다 건너편 이웃 도시 애버딘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탄화수소 분야에서 일했던 한 남성은 “10년 전에는 집을 구하는 게 전쟁이었다. 석유·가스회사 직원들이 아파트를 채웠기 때문이다. 도시에는 활기가 넘쳤다”라고 설명했다. 소규모 대학촌이었던 애버딘은 1970년대 들어 영국의 석유 수도로 급부상했다. 임금은 치솟았고 도로에는 성공의 상징인 맞춤형 번호판을 단 자동차가 즐비했다. 하지만 애버딘의 축제 역시 2014년 막을 내렸다.

녹색당 애버딘 지부장 가이 앤더슨은 “고액 대출을 받아 고급 주택과 승용차를 산 사람들 중 상당수가 갑자기 실직자가 됐다. 대형 아우디 승용차를 몰고 무료급식소를 찾는 이들이 생겨났다”라고 회상했다. 셰틀랜드 제도와 마찬가지로, 애버딘도 팬데믹으로 상황이 악화됐다. 영국에서 석유·가스 산업이 창출한 일자리는 2014년 46만 3,000개에 달했으나 2019년 26만 개, 2021년 19만 5,000개로 감소했다.(3) 그 무엇도 이런 흐름을 막지 못했다. 

경제 회복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석유와 가스의 가격이 급등하자 화석연료 산업은 희망을 되찾았다. 애버딘에서 만난 한 석유 제품 엔지니어는 “갑자기 석유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라며 인상을 찌푸렸다. 실제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영국 정부는 북해의 탄화수소 생산량을 늘리기로 결정했다. 당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항하면서도 영국의 국내 에너지 공급을 보장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셰틀랜드 제도와 애버딘에서는 이제 석유의 시대가 막바지에 달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앤더슨 녹색당 애버딘 지부장은 “탐사 및 개발 허가 발급은 여전하지만, 북해는 저무는 유전지대”라고 단언했다. 주민들이 계속 체감하는 환경 위기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겨울, 초강력 태풍이 6번 이상 스코틀랜드를 강타했고, 수천만 유로로 추산되는 피해를 냈다. 2021년,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악의 기후재해를 막으려면, 새로운 유전 개발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EA가 이런 입장을 표명한 것은 창설 이래 처음이다. 

하지만 석유와 가스 생산을 중단하는 것은 엄청난 도전이다. 석유·가스 산업은 사양길을 걷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스코틀랜드 국내총생산(GDP)의 5%를 책임지고 있다.(4) 또한 인구가 500만 명에 불과한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분야로 여전히 7만 1,500명의 생계를 직간접적으로 책임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스코틀랜드 경제는 여전히 매우 탄소 집약적이다. 물론 지난 10년간 풍력발전 시설이 급격히 증가해 대규모 친환경 전력 생산이 가능해진 것은 사실이다. 2021년, 스코틀랜드가 소비한 전력의 절반 이상(프랑스의 경우 25%)(5)이 풍력발전소와 수력발전 댐에서 생산됐다. 니콜라 스터전이 이끄는 스코틀랜드 자치정부는 즉시 이 수치를 공개했다. 하지만 총 소비 에너지의 80%, 특히 운송과 난방용 에너지는 여전히 석유와 가스가 주요 출처라는 사실은 그만큼 적극적으로 상기시키지 않았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인가?

 

재생 에너지, 일자리 창출 가능성은?

이론적인 해결책은 간단하다. 재생가능 에너지를 활용한 전력 생산 확대다. 해안선이 수백 킬로미터에 달하는 스코틀랜드에서는 바람이 무척 많이 분다. 해상 및 육상 풍력발전에 바람직한 조건이다. 셰틀랜드 제도 러윅의 거리 쓰레기통들의 뚜껑은 전부 줄로 단단히 고정돼 있다. 뚜껑이 바람에 날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2011년, 당시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이었던 앨릭스 샐먼드는 “스코틀랜드를 재생가능 에너지 분야의 사우디아라비아로 만들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녹색 에너지 분야가 약 4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6) 

문제는 풍력발전을 확대했지만 정부가 약 10년 전 약속한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2019년, 직간접적으로 재생가능 에너지 분야에서 채용된 노동자 수는 2만 2,000명에 불과했다.(7) 풍력 부문은 그 중 약 절반에 불과하다. 일자리 창출 부진의 원인은 여러 가지다. 우선, 풍력발전 장비 운영은 제한된 인력만 필요로 한다. 대부분의 유지관리 업무는 컴퓨터에 연결된 드론이 수행하기 때문이다. 셰틀랜드 제도를 보면 알 수 있다. 이 지역에서는 현재 세계 최대 전력을 생산할 육상 풍력발전 단지를 건설하는 기념비적인 역사(役事)가 진행 중이다. 이 단지의 전력 생산 예상량은 443MW로 이는 50만 영국 가구의 전력 소비량에 해당한다. 

메인랜드의 도로를 지나다 보면, 높은 언덕을 향해 뻗어있는 좁은 콘크리트 길이 보인다. 멀리서 400명의 직원이 높이 155m에 달하는 풍력발전기 103개를 세우느라 분주히 움직인다. 그러나, 완공 후 가동이 시작되면 이 초대형 기계 운영에 필요한 최대인력은 35명이다. 반면, 석유 플랫폼은 한 곳에 최소 50명, 최대 200명의 인력이 필요하다. 스코틀랜드에서는 특히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이 현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기 쉽지 않다. 노후 석유 플랫폼 해체나 신규 풍력발전기 제작에 필요한 인프라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두 작업은 더 좋은 장비를 보유한 유럽국가, 대개 스칸디나비아 국가에서 진행된다.  스코틀랜드 노동조합의회(STUC)는 현지 산업의 부상을 위해 당국의 대대적인 투자를 요구했다. 데이브 모헴 STUC 사무총장은 “우리는 최소 4개의 우수한 항구를 보유하고 있다. 이제 생산 현장도 현대화해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풍력발전기는 대부분의 경우 해외 다국적 기업이 개발해 인건비가 훨씬 저렴한 근동지역 혹은 아시아에서 제작한다. 지난 3월, 애버딘 해안의 대규모 해상 풍력발전 단지 건설사업을 따낸 곳도 스코틀랜드 기업이 아닌 외국 기업이다. 제이크 말로이 철도・해상・운송 노동조합(RMT) 대표는 애버딘 해상 발전소의 “풍력발전기는 결국 노동조합을 금지하고 노동권을 인정하지 않는 아랍에미리트의 샤르바 항에서 제작될 것”이라고 개탄했다. 모헴 STUC 사무총장은 “공정한 전환을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스코틀랜드에서도 ‘노란 조끼’ 시위가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STUC는 현지 일자리를 창출하는 재생가능 에너지 사업에 공공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하나의 해법으로 제시했다. 영국 정부는 이 전략을 이미 시행중이다. 하지만 유럽연합(EU)은 이를 자국 산업을 우대하는 불법적인 조치라고 비난하며 영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8) 프랜시스 스튜어트 STUC 공공정책 담당관은 “이런 분쟁의 판결은 몇 년 걸린다. 따라서 피소국은 자국 기업에 유리한 정책을 수립할 시간을 번다”라고 설명하며 “재생가능 에너지 기업을 성공적으로 구축한 중국, 대만 또는 덴마크 모두 자국 산업을 지원했다. 스코틀랜드도 이런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 즉, 시장에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에너지 공기업, 독립해야 설립 가능

STUC는 자국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한편, 해상 풍력발전소 사업을 수주한 다국적 기업에는 반대급부를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1월, 세계 최대 해상 풍력발전 단지 건설을 추진 중인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은 북해 내 다수의 사업 대상지를 입찰에 부쳤다. 다국적 기업들은 총 7,000㎢ 규모의 해저를 8억 유로에 낙찰 받았다. 모헴 STUC 사무총장은 “그 대가로 우리는 이들 기업에 발전기 25%를 스코틀랜드에서 생산한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하지만 강제력이 없다”라고 토로했다. 

환경단체 ‘지구의 벗(Friends of the Earth)’ 스코틀랜드 지부는 이번 입찰의 최대 승자가 BP, 쉘, 토탈(Total) 등 석유·가스 대기업이라는 사실에 유감을 표했다. 라이언 모리슨 지구의 벗 스코틀랜드 지부 에너지 전환 담당관은 “이들 기업은 탄화수소 투자도, 녹색 에너지 사업도 확대할 수 있게 됐다”라고 지적했다. STUC는 이런 함정들을 피하려면, 스코틀랜드도 프랑스 전력공사(EDF)를 본 딴 에너지 공기업을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계획 역시 많은 장애물이 존재한다. 전력 공기업을 설립하려면 스코틀랜드는 금융 시장에서 돈을 빌려야 한다. 채권을 발행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스코틀랜드의 분리 독립을 지지하는 녹색당의 애버딘 지부장 가이 앤더슨은 “전력 공기업 설립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스코틀랜드는 투자자들을 안심시킬 재정적 전권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력 공기업이 설립만 된다면 재생가능 에너지 분야에서 향후 15년 동안 9만 5,000개의 새로운 일자리(9)가 창출될 것으로 STUC는 전망했다. 

석유·가스 부문 노동자들의 직업 전향 과정 간소화도 중요한 과제다. 지구의 벗 스코틀랜드 지부가 2020년 10월 발표한 연구(10)에 따르면 이들 중 80%가 탄화수소 분야를 떠나는 것을 고려 중이다. 하지만 풍력 부문으로의 이직은 매우 어렵다. 비싼 직업교육을 이수해야 하는데 고용주는 이 비용을 지원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직업교육이 때로는 쓸모가 없다는 점이다. 모헴 STUC 사무총장은 “석유 플랫폼의 경우 일부 직원들은 바닷속 장비를 검사하기 위해 잠수를 해야 한다. 이들 중 한명이 작업 중 몸에 이상이 생기면 동료들은 때로는 몇 시간 동안 그를 돌봐야 한다. 따라서 이 직원들은 고급 의료 훈련을 받은 인력이다. 해상 풍력발전 현장에서는 기본적인 안전조치 수행 능력만 입증하면 된다. 그런데도 1,200파운드(한화로 약 190만 원, 2022년 9월 22일 기준)나 드는 직업교육을 이수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스코틀랜드의 녹색전환에는 고용 문제 외에도 다른 장애물들이 있다. 우선 스코틀랜드는 전력 생산 잠재력에 비해 전력망이 매우 열악한 상태다. 셰틀랜드 제도 남쪽에 위치한 오크니 제도가 좋은 예다. 주민 수가 2만 2,000명에 불과한 이 제도에 설치된 풍력발전기 수는 약 800개에 달한다. 다시 말해 오크니 제도는 영국에서 풍력발전기 설치 밀집도가 가장 높은 지역이다. 그렇다 보니 당연히 전력 생산량이 소비량을 초과한다. 하지만 잉여 전력을 수출할 길은 없다. 유럽 대륙에 연결된 해저 케이블이 전력 수출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영국의 가스 및 전력 시장 규제 기관인 오프젬(Ofgem)은 운영비용이 너무 높다는 이유로 신규 케이블 설치에 소극적인 입장이다. 

 

“에너지 전환, 15년은 걸리는 문제”

전력망을 개선하더라도 바람은 불규칙한 에너지원이라는 문제가 남아있다. 녹색당을 지지하는 셰틀랜드 제도 주민 앨릭스 아미티지는 “하지만 우리는 지척에 조력 에너지도 보유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여러 기업이 스코틀랜드 북부에 위치한 제도들에서 조력 에너지를 전기로 변환하고 있다. 조력발전은 원칙적으로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2021년 봄, 스코틀랜드 기업 오비탈 마린 파워(Orbital Marine Power)는 오크니 제도 해안에 길이 74m의 부유식 조력발전기를 설치했다. 이 설비는 지역 해안가 2,00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가이 앤더슨 녹색당 애버딘 지부장은 “우리는 조력발전이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영국 정부는 이 기술에 대한 지원을 거부한다. 조력발전의 잠재력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랑스와 캐나다에 따라잡히지 않으려면 지금 투자를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제이크 말로이 RMT 대표는 조력 에너지뿐만 아니라 수소 에너지 개발도 지지한다. 수소는 저장하거나, 연료로 직접 사용하거나, 전기로 변환도 가능하다. 문제는 대부분의 수소는 천연가스에서 추출되는데, 매우 탄소 집약적 과정을 거친다는 점이다. 수소 추출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기술 비용은 매우 높고, 아직 실험 단계에 있기에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 

말로이 RMT 대표는 “환경운동가들은 석유·가스 산업이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수소를 옹호한다고 주장하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상황의 시급성을 고려하면 모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평가했다. 스코틀랜드는 해상 풍력 및 조력 발전 시설을 대거 갖추고 있기 때문에 물을 전기분해해 ‘녹색’ 수소를 대량 생산하는 기술도 발전시킬 수 있다. STUC는 앞으로 수소 분야가 2,000~1만 3,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한다. 

앤더슨 녹색당 애버딘 지부장은 또한 에너지 전환이 재생가능 에너지에만 국한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철도를 발전시켜야 한다. 석유 엔지니어들은 공공건설 분야로 전향할 수 있다. 우리 지역에는 많은 공공건설사업이 필요하다.” 조너선 윌스 전 셰틀랜드 제도 시의원은 현지 농업을 더욱 장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곳 슈퍼마켓에서는 뉴질랜드산 양고기가 팔리고 있다.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커스틴 젱킨스 에든버러 대학 에너지 연구원은 전국적으로 가스보일러를 열펌프로 대체하고, 스마트 계량기를 설치하고, 전기자동차 충전소 설치 사업에도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모헴 STUC 사무총장은 주택 단열 분야에서도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청년 일꾼을 양성해 스코틀랜드 내 모든 주택의 단열을 개선해야 한다.” STUC는 폐기물을 재활용하고, 녹색공간을 조성하는 순환경제와 연관된 ‘녹색 일자리’ 창출 가능성을 연구했다. 연구 결과, 순환경제 분야가 총 36만 7,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젱킨스 연구원은 에너지 전환은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없다고 평가했다. “에너지 시스템은 매우 육중한 배와 같아서 방향을 전환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아마도 앞으로 15~20년간은 여전히 가스와 석유가 필요할 것이다.” 셰틀랜드 제도에 살며 30년간 석유 부문에서 일한 버트 모리슨도 젱킨스 연구원의 평가에 동의했다. 석유 플랫폼에서 안전 책임자로 일하는 모리슨은 셰틀랜드 제도 남부의 호화로운 저택에서 우리를 맞이했다.

석유의 시대는 끝났는가? “당분간은 아니다. 여전히 수요가 너무 높기 때문이다.” 50세가 넘은 모리슨은 더 이상 자신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래를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탄화수소 분야를 떠나라고 자녀들을 설득하는 것도 그만둘 것이다. 향후 5년간 석유 산업이 사라질 일은 없다. 내 자녀들에게는 재생가능 에너지, 특히 수소 분야로 전향할 시간이 있다. 수소와 천연가스는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같은 기술이 적용된다.” 

실제로 스코틀랜드 청년들은 여전히 화석 에너지 분야로 몰려들고 있다. 오크니 제도 플로타 섬의 석유 터미널에서 일하는 한 기술자는 “견습생들이 계속 들어온다. 급여가 괜찮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나도 매월 3,700파운드(한화로 약 586만 원, 2022년 9월 22일 기준)를 받는다. 16세에 기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해상 석유 플랫폼에서 몇 년 일하면, 월 급여 5,700파운드(한화로 약903만 원, 2022년 9월 22일 기준)를 받을 수 있다.” 반면, 재생가능 에너지 분야는 현재로서는 이 정도 수준의 급여를 보장하지 못한다. 스코틀랜드의 에너지 전환은 시간이 좀 더 걸릴 듯하다. 

 

 

글·루에브 포페르 Lou-Eve Popper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특파원

번역·김은희
번역위원


(1) 셰틀랜드공익신탁 홈페이지, www.shetlandcharitabletrust.co.uk
(2) ‘Cours des matières premières importées – Pétrole brut Brent (Londres) – Prix en dollars US par baril, 수입 원자재 가격-브렌트유(런던)-배럴당 달러가’ 프랑스 국립통계청(Insee) (2014~2016년 자료).
(3) 스코틀랜드 에너지 통계 허브(Scottish Energy Statistics Hub), 별도의 설명이 없는 한 이 기사에 언급된 통계자료는 이 허브를 참고했다.
(4) ‘Annual energy statement 2020’,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5) ‘Bilan électrique 2020 – Production, 2020년 전력 생산 결산서’, 프랑스 송전공사(RTE).
(6) ‘2020 routemap for renewable energy in Scotland’,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7) James Black, ‘The economic impact of Scotland’s renewable energy sector’, Fraser of Allander Institute, 2021.
(8) ‘Royaume-Uni : mesures relatives à l’attribution de contrats de différence pour la production d’énergie sobre en carbone – Demandes de consultations présentées par l’Union Européenne, 영국: 저탄소 에너지 생산 분야 차액 계약 체결 관련 조치-유럽연합(EU)의 자문 요청’, 세계무역기구(WTO), 2022년 3월 30일.
(9) ‘Green Jobs in Scotland’, STUC, 2021년 4월.
(10) ‘Offshore, Oil and gas workers’s view on industry conditions and the energy transition’, Friends of the Earth Scotland, Plateform, Greenpeace, 2020년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