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분리주의자들의 오랜 전략

2022-09-30     루에브 포페르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특파원

2021년 5월, 스코틀랜드국민당이 녹색당과 연정을 구성하자 화석연료 지지자였던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장은 녹색 에너지를 장려하는 담화를 내놓기 시작했다. 일부 분리독립주의자들의 지지를 잃을 위험을 감수하고 말이다. 

 

작년 11월 스코틀랜드 의회에서, 니콜라 스터전 자치정부 수반은 회의장을 드문드문 채운 의원들 앞에서 폭탄선언을 했다. “나는 캄보(Cambo) 프로젝트 승인에 반대한다.”(1) 캄보 프로젝트란, 2001년 셰틀랜드 제도 연안에서 발견된 거대한 유전의 이름을 딴 석유개발 사업이다. 당시 영국의 탄화수소 개발 규제 기관인 석유가스청(OGA)이 쉘(Shell)에 개발 허가를 내주기 직전이었다. 쉘은 2022년 시추를 시작해 1억 7,000만 배럴 이상의 석유를 생산할 예정이었다. 

환경운동가들은 이 정도 양의 석유를 생산하면 석탄 발전소 18개를 1년 동안 최대치로 가동했을 때와 맞먹는 탄소가 배출된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몇 달 전부터 스코틀랜드 자치정부가 캄보 프로젝트에 반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은 운신의 폭이 제한적이다. 영국 에너지 정책의 주요 방향은 런던 소재 영국 중앙정부가 결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터전의 발언은 영향력이 있고, 그 점을 환경운동가들도 잘 알고 있다. 실제로 그의 발언은 탄화수소 분야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2021년 12월, 쉘은 “심도 있는 검토 결과 이 프로젝트의 경제적 근거가 현재로서는 불충분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히며 캄보 프로젝트를 포기했다.(2) 이에, 환경단체들은 환호했다. 

정계 사방에서 스터전을 향한 공격이 쏟아졌다. 보수당은 그가 “레드라인을 넘어 스코틀랜드의 석유·가스 산업을 포기했다”라고 비난했다.(3) 스터전이 속한 스코틀랜드국민당(SNP)조차 그를 공격했다. SNP의 일인자 중 한 명인 퍼거스 머치는 “석유에 반대하는 지겨운 후렴구”라며 유감을 표했다.(4) SNP의 역사를 고려하면 신랄하지만 놀랍지는 않은 발언이다.

SNP는 북해에서 최초의 유전들이 발견된 1970년대부터 표심을 얻기 시작했다. 민족주의자들은 화석연료를 스코틀랜드의 경제적 독립을 보장하는 신의 선물로 여겼다. “이것은 우리의 석유다”라는 SNP의 선거운동 슬로건이 그 증거다. 2007년, SNP가 집권당이 되자, 민족주의자들은 탄화수소가 스코틀랜드를 런던의 후견을 끝내게 할 것으로 믿었다. 2014년, 분리독립 국민투표 논쟁이 벌어졌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소속 노조원 수 50만 명을 자랑하는 STUC의 사무총장 데이브 모헴은 “SNP의 선언문에는 탄화수소가 스코틀랜드 국가 수입의 8%를 책임질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있다”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스터전은 캄보 프로젝트에 대한 반대를 선언했을 때 자신이 속한 SNP의 정치적 유산에 등을 돌린 셈이다. 

스터전은 오랫동안 시종일관 화석연료 산업을 지지해 온 만큼 캄보 프로젝트 반대는 더욱 급진적인 행보로 비쳤다. 스터전은 2014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 취임 이후, “마지막 한 방울까지 퍼낸다”라는 스코틀랜드의 공식적인 탄화수소 정책을 그대로 유지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기후위기가 점점 대두됐고 석유 매장량은 줄었다. 이제 북해의 자원을 계속 곁눈질하면서도 재생 가능 에너지를 새로운 탈출구로 여기는 분리독립주의자들이 늘고 있다.

2021년 5월, SNP는 새로운 정치적 국면을 맞았다. SNP는 스코틀랜드 총선에서 승리를 거뒀지만 간발의 차이로 원내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했다. 스터전은 결국 녹색당에 연정을 제안했다. 녹색당은 SNP와 마찬가지로 스코틀랜드의 분리독립을 지지하되, 북해의 신규 유전개발에는 완강히 반대한다. 스코틀랜드 녹색당 고위 인사 2명이 자치정부에 입성했고 몇 달 뒤 스터전은 조심스럽게 “캄보 프로젝트 재평가”를 촉구했다.(5) 한편 탄화수소를 반대하는 영국 시민사회의 움직임은 더 활발해 졌다.

2021년 10월, 그린피스(Greenpeace)는 영국 총리관저 앞에 보리스 존슨 총리의 가짜 동상을 세워놓고 끈적이는 검은 액체를 끼얹는 시위를 벌였다. 에든버러에서는 젊은 환경운동가들이 기후변화 회의에 초대된 쉘 경영자를 직접 공격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노동당 대표는 영국 총리에게 캄보 프로젝트 철회를 촉구했다.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UN) 기후변화 협약 당사국 총회(COP26)가 임박한 시점이었다. 자칭 ‘기후문제 해결사’, 스터전의 당혹감은 커졌다. 스터전은 COP26 정상회의 개최 며칠 전 상징적인 결단을 내렸다. ‘화석연료 무제한 개발’이라는 스코틀랜드의 정책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스터전이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다며 비난을 멈추지 않았다. 결국 COP26 종료 며칠 만에 스터전은 캄보 프로젝트 반대 입장을 밝혔다. 환경보호단체 지구의 벗 스코틀랜드 지부장 라이언 모리슨은 “그는 더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압박감이 너무 컸다”라고 분석했다. 모리슨은 스터전의 성명을 환영하면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스터전은 과연 원칙적으로 북해의 모든 신규 유전 건설에 반대하는가? 여전히 불분명하다.”

가이 앤더슨 녹색당 애버딘 지부장도 모리슨과 같은 생각이다. “나는 스터전이 커뮤니케이션에 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환경문제에 대해 정치적 메시지를 상황에 맞춰 각색한다. 환경에 대한 확고한 이념이 없기 때문이다.” COP26 당시 스코틀랜드는 신규 탄화수소 개발 허가 발급 중단을 결의한 12개국의 외교 동맹인 탈석유·가스동맹(Beyond Oil & Gas Alliance, BOGA)에 동참하지 않았다. 하지만 스코틀랜드 자치정부는 BOGA와 회담을 진행해 향후 가입 가능성을 논의하겠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스터전에게 다시 한번 결정적인 입지를 부여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고립시키고 국내 에너지 공급을 보장하고자 북해의 석유와 가스 생산량을 늘리기로 결정했다. 스터전은 이 결정에 즉각 반기를 들며 “기후위기는 그동안 사라지지 않았다”라고 응수했다.(6) 스코틀랜드 보수당이 이에 반발하자 스터전은 북해산 원유는 대부분 해외로 수출되며 스코틀랜드는 원유 정제에 필요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환경단체 업리프트(Uplift)는 북해의 화석연료 소유자는 영국 정부가 아니라, 이를 개발하는 다국적 기업들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생산이 늘어도, 이 기업들은 최고 입찰자에게 석유를 판매할 것이다. 

프랑스 기후 최고위원회에 해당하는 영국 기후변화위원회는 신규 유전 및 가스전 개발이 탄화수소 가격 하락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실제로 탄화수소 가격은 세계 시장에서 결정된다. 탄화수소 가격 폭등으로 거대 기업들은 막대한 수익을 올리게 됐다. 지난 2월, 영국 노동당은 스코틀랜드 녹색당의 지지를 받으며 석유 기업의 이익에 단일세를 부과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스터전은 이 제안을 전적으로 지지하지 않았다. 그는 “공정 과세에는 찬성하나, 스코틀랜드 북동부의 지역사회, 일자리, 투자가 그 대가를 오롯이 치르는 것에는 반대한다”라는 모호한 입장을 밝혔을 뿐이다.(7) 

이로써 다시 한번 화석연료 산업에 유리한 맥락이 만들어졌다. 지난 3월, 다국적 기업 쉘은 캄보 프로젝트 포기 결정을 재고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글·루에브 포페르 Lou-Eve Popper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특파원, 기자 

번역·김은희
번역위원


(1) Andrew Learmonth, ‘First minister : I do not think that Cambo should get the green light’, <Holyrood magazine>, Edinburgh, 2021년 11월 16일.
(2) Fiona Harvey, ‘Shell pulls out of Cambo oilfield project’, <The Guardian>, 런던, 2021년 12월 2일.
(3) Glenn Campbell, ‘Nicola Sturgeon : Cambo oil field should not get green light’, BBC News, 2021년 11월 16일.
(4) Alistair Grant, ‘Former SNP figures raises fear for north-east after Shell pulls out of Cambo oilfield’, <The Scotsman>, Edinburgh, 2021년 12월 3일.
(5) Adam Forrest, ‘Nicola Sturgeon calls on Boris Johnson to “reassess” Cambo oil field plan’, <The Independent>, London, 2021년 8월 12일.
(6) Alistair Grant, ‘FM rejects call to “deal blow to Putin” by increasing North Sea oil production’, <The Scotsman>, 2022년 3월 11일.
(7) Paul Hutcheon, ‘Scottish Greens back windfall taw after SNP failed to support Labour proposal on oil and gas firms’, <Daily Record,> London, 2022년 2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