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LH 사태’ 그 이후... 내부고발자는 해임, 부패 관행도 여전?
ㅡ 'LH 직원 불법투기 의혹’ 내부고발자 해임, ‘보복성’ 논란 ㅡ 국정감사, ‘전관예우’ 지적 ... 일감 몰아주기·교수채용 관행 ㅡ LH, "윤리경영에 전사적 노력... 향후 엄정 조치 취할 것“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 임직원들의 땅 투기로 촉발된 이른바 LH 사태와 관련, 내부고발자가 해임된 것으로 최근 밝혀졌다.
지난해 3월, LH 직원들이 3기 신도시 등에 불법 투기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공분을 샀다. 논란은 ‘대구 연호지구’ 불법투기가 의심되는 정황이 내부고발 되면서 더욱 크게 번졌다.
당시 내부고발자가 밝힌 사내 메신저 글에는 또다른 직원 A씨가 "대구 연호지구는 무조건 오를 거라 오빠 친구들과 돈을 모아 공동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 발언이 담겼다.
이에 LH 직원 및 공직자를 대상으로 이루어지던 불법투기 수사가 대구 연호지구로 확대됐다.
그런데 이 내부고발자가 한 달 만에 직위해제 되고, 5개월 뒤엔 해임된 것으로 밝혀졌다. LH는 징계 이유로 “지난해 LH 부동산 투기의혹과 관련하여 공사 직원 대부분이 투기행위를 하고 있는 것처럼 오인할 수 있는 내용의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공사와 직원들의 명예를 크게 실추시키는 등의 비위에 대해 공사 인사규정에서 정한 기준에 의거 징계 처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직원들의 추가 고발을 막기 위한 입막음’ 이었다는 비판이 인다. 당시 LH 직원들의 불법투기 의혹은 이미 크게 불거져 있었다. 해당 직원은 이와 관련한 공익제보를 한 만큼, 특별히 회사의 위신을 실추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한 4월은 LH 관련 조사가 한창이었던 만큼, 사실관계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내부고발자가 직위 해제된 것은 성급한 조치로 보일 수 있다.
LH 관계자는 지난 11일 <본지>의 취재에서 ‘사측은 내부적으로 사실관계를 명확히 파악한 뒤 해당 징계를 진행했느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또한 보복성 징계라는 의혹에 대해 “처분과 관련하여, 대상자는 내부 재심 청구 및 소송제기 등 징계처분에 대한 별도의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다” 고 입장을 밝혔다.
논란의 발언 당사자인 A씨에 대한 징계도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개별 직원에 대한 징계여부 여부 등 관련 세부사항은 공개가 어렵다”고 말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5일 언론을 통해 “그 부분에 대해 한번 확인을 하자고 하는 게 마땅하다”면서 “사실에 대해 확인 절차 없이 공공기관의 위신을 실추시켰다는 식으로 몰아가면..(안 된다)”고 발언했다.
쇄신 다짐에도 ... ‘내부부패 여전’
LH “향후 엄중조치 할 것”
LH 사태의 핵심은 내부부패에 있다. 당시 LH 직원들의 땅투기 논란 뿐 아니라 중소기업 임대료 갑질 논란, 퇴직 임원 전관예우 논란 등이 연달아 불거지며 근본적인 쇄신 요구가 컸다.
이에 LH는 지난해 6월 혁신안을 발표, “뼈를 깎는 노력으로 LH 조직을 혁신하겠다”면서 “투기와 갑질 등 내부부패를 예방하고 적발하는 엄정한 감독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내부고발자 해임 및 전관예우 문제가 불거지는 등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우려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퇴직자 재취업 업체에 일감 몰아주기, 면직자들의 사내 대학교수 취임 등이 지적된 바 있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4일 국정감사에서 “LH로부터 제출받은 ‘공공주택지구 조성사업 감정평가사 선정현황’을 분석한 결과 LH 내부위원의 입김이 작용하는 ‘내부직원 평가’에서 이들에게 후한 점수를 줘 사업자로 선정되게 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3기 신도시 공공주택지구 보상 감정평가사 선정에서는 17개 사업 중 15개 사업이 내부직원평가로 순위가 뒤바뀌었고, 해당 법인에는 모두 LH 출신 감정평가사가 재직 중이었다.
유 의원은 지난해 6월 LH가 내놓은 혁신안 또한 유명무실해졌다고 지적했다. LH는 당시 자사 출신 퇴직자가 소속돼 있는 감정평가법인과의 수의계약을 5년간 제한한다고 발표했지만, 이후에도 이런 계약은 121건이나 체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3일 "LH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LH가 최근 7년간 자사 고위직 퇴직자가 재취업한 업체들에 8,051억 원 규모의 일감을 줬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전관 채용 업체들이 따낸 수의계약 금액 규모는 924억 원에 이른다.
한편 ‘LH토지주택대학’은 퇴직자들의 밥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지난 4일 정동만 국민의힘 의원이 LH로부터 제출받은 ‘LH 토지주택대학 교원 현황’에 따르면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전임교수 11명과 전직 임원출신 비전임교수 6명은 일주일에 2~6시간의 강의를 하면서 최대 9,000만원에 달하는 고액 연봉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외강사들도 대부분 LH를 은퇴한 전직 전임교수들로, 2022년도 2학기 전체 교원 63명 중 대부분이 LH 전현직 임원이었다.
LH 관계자는 여러 논란에 대해 “투기예방・경영혁신 등을 통한 국민신뢰 회복을 위해, 강력한 통제장치 구축, 경영관리 강화, 기능 및 조직 개편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정부의 LH 혁신방안 35개 과제를 이행 중이다”면서 “제 식구 챙기기라는 특혜소지를 해소하기 위해 퇴직임원 채용을 중지하고 전임교수에 LH 경력여부와 무관한 일반인에 개방, 공개모집 및 블라인드 심사로 채용하도록 교원제도 개편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또한 “작년 LH사태 이후, 공사는 내부통제 체계를 구축․운영하는 등 윤리경영을 위해 전사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향후 임직원의 비위행위가 발생할 경우 원칙에 따라 엄중 조치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글 · 김유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