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가스 플랜트를 탐내는 반환경 기업들
농가형 바이오가스 생산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가스 수입에 대한 프랑스와 이웃 유럽국가의 높은 의존도가 드러났다. 이런 상황에서 에너지 주권 확보를 위한 친환경적 방안으로 ‘바이오가스’가 떠올랐으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아직 미흡해 보인다. 현재 진행 중인 대규모 개발은 농업뿐만 아니라 환경에도 해를 끼치게 될 것이다.
작은 숲을 돌아서면 들판 중앙에 초록색 돔이 보인다. 이것은 프랑스 로트 서쪽 지역에서 돼지 농장을 운영하는 조엘, 세르릭 라베르데 부부가 2012년 설치한 바이오가스 플랜트다. 축산 분뇨나 오물들이 발생시키는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을 활용해, 전기와 열을 생산하거나 정화 후 천연가스 공급배관, 가정용 가스통, 차량에 연료로 공급하는 시설이다. 바이오가스는 유기성 폐기물을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액체 발효 또는 고체 발효를 통해 생산된다. 이때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하면서 메탄, 이산화탄소 등 각종 가스를 발생시킨다. 그리고 발효 후 남은 찌꺼기인 소화액은 논밭에 뿌려 비료로 사용한다. 조엘 라베르데처럼 대부분 농민들은 분뇨같이 건조한 물질 함유량이 20% 미만인 유기성 폐자원을 이용하는 액체 발효 방식을 사용한다.
환경을 오염시키는 ‘친환경’ 가스
여기까지만 보면, 바이오가스에는 장점만 가득한 듯하다. 그러나, 실상 바이오가스 플랜트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불만은 폭발 직전이다. 악취가 진동하며 소화액이 환경, 특히 강을 오염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의 해결책을 찾으려면, 우선 두 유형의 바이오가스 생산자가 대립하는 현실을 파악해야 한다. 첫 번째는 자급자족 형태, 소규모 바이오가스 시설을 갖추고 농가에서 필요한 만큼만 생산하고 소비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대형 바이오가스 플랜트를 설치하고 수십여 개 축산 농가에서 분뇨를 수거해 대량 에너지를 생산하는 집약적 시스템이다. 후자의 경우, 폐기물을 단순 재활용하는데 그치지 않고 생산한 에너지를 국내 및 해외에 판매함으로써 농지 일부의 수확물을 바이오가스 생산에 쓴다.
2010년 프랑스의 바이오가스 플랜트는 농가에서 설치한 소형 시설 38개, 대규모 시설 6개로 총 44개에 불과했다. 당시만 해도 잘 알려지지 않았고 농민들은 주먹구구식으로 바이오가스 생산을 시도했다. 이 시설에서 열병합발전 방식을 이용해 메탄을 전기와 열로 바꿨는데, 연간 발전량은 200GWh로 8만 명의 소비량에 달했다. 또한 정화조 슬러지, 산업, 가정 폐기물을 처리하는 다른 바이오가스 플랜트는 그 전부터 있었다.
환경법 시행에 농민들이 당황한 이유
이 시설은 주로 기업과 지역에 공급하는 난방열을 생산한다. 모든 에너지 생산자는 정부와 15년간 MWh당 86~122유로의 고정가로 에너지를 거래하는 발전차액지원계약(Feed-in tariffs)을 체결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속에서도 이 가격은 오르지 않았으나, 에너지부 장관 아녜스 파니에 뤼나세르는 지난 7월 이 문제에 관한 법령을 공포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런데, 2015년 프랑스 정부가 그르넬(Grenelle) 환경법 2와 바이오메탄 구매 조건에 관한 법령을 시행하자, 농민들은 당황했다. 정부가 천연가스 배관망에 주입하는 바이오메탄 생산을 장려했기 때문이다. 브르타뉴 지방 최초로 이런 형태의 시설을 구비했던 장 크리스토프 질베르는 “정부 정책에 따르려면 대형 시설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초창기 열병합발전 모터로 150kWh를 생산했는데, 바이오메탄을 생산하면서 수익을 위해 시설 규모를 재정비했다. 지금은 930kWh에 상당하는 양을 가스 배관망에 주입할 수 있다고 한다. 그는 프랑스 가스배관망공사(GRDF)가 가스 배관망 사용료로 연간 10만 유로나 요구했기 때문에 가스 생산량을 높일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2021년 말 농가에서 운영하는 바이오가스 생산시설 개수는 1,000개를 넘어섰고 그해 전기 1.4TWh, 바이오메탄 3.9TWh, 그리고 열 3.51TWh를 생산했다.(1) 2015~2021년 바이오메탄 생산시설 용량은 22배로 증가했다. 게다가 현재 진행 중인 940개 시설 계획까지 감안하면 이 용량은 현재의 4배에 달할 것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천연가스 배관망 주입용 바이오메탄을 14~22TWh 생산할 것을 목표로 세웠다.(2)
이런 야심찬 계획에 대기업들은 입맛을 다신다. 이미 에너지기업 토탈에너지스 (TotalEnergies)는 2021년 업계 선두주자인 퐁로쉬 비오가즈와 이 기업의 바이오가스 플랜트 7개를 인수해 연간 500GWh 생산용량을 갖췄는데, 이는 국내 총 생산용량의 약 8%에 달한다.(3) 토탈에너지스의 바이오가스 영업부 차장 올리비에 게리니는 2030년에 6TWh까지 증산할 계획이며, 이는 전 세계 바이오가스 플랜트 100~150개 생산량과 맞먹는다고 말했다. 토탈이 바이오가스 분야 모델로 꼽은 덴마크의 시설 규모는 프랑스와 독일의 4~5배다. 게다가 덴마크 네이처 에너지는 프랑스 코르쿠에 쉬르 로르뉴에서 매년 유기성 폐기물 49만 8,000t을 소화하는 대규모 시설을 세워, 프랑스에서도 유명해졌다.
환경단체와 주민들, 농민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대형 프로젝트를 거침없이 착수하고 있다. 게리니는 “대규모 시설은 농가의 소규모 시설에 비해 생산비용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농가 지원을 위한 정부 예산은 바닥난 상태다. 2020년 말 정부와 관련 기관은 과도한 비용을 지출해 곤경에 처하자, 황급히 재정 지원을 중단했다. 결국 농가에 전적으로 재정 지원을 했지만 가스 배관망에 ‘녹색 가스’는 단 1%도 주입하지 못했다.
농가의 열병합발전에 지급했던 발전차액지원금은 2022년 6억 2470만 유로에 불과했는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이다. 대신 2022년 가스망에 주입하는 바이오메탄 생산을 지원하기 위해 공적자금 7억 1290만 유로를 책정했다.(4) 이 금액은 2020년 대비 3배로, 판매세 수익보다 훨씬 크다. 하지만 이런 정부 지원의 혜택은 막대한 투자 여력이 있는 토탈 등 대기업에만 돌아가고 있다.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바이오가스
53개 농가와 44개 기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소규모 생산자들이 바이오가스 사업에서 소외되고 있는 현실이 드러났다.(5) 파리 시테 대학 경제 컨퍼런스 좌장 파스칼 그루이에는 바이오메탄 생산 기술과 전략을 적용하려면 유기성 폐기물을 대량 소비하는 대규모 시설이 유리하다. 이런 이유로 비농업분야 주주들의 투자를 받은 곡물 생산업자와 대형 바이오가스 플랜트만 바이오메탄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물론 소수지만, 이 주주들은 산업, 가정의 유기성 폐기물까지 사용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소화액의 질은 악화된다. 언제나 많은 자본을 가진 자가 수익도 많이 올릴 수 있다. 그나마 2015년 이전 바이오가스 생산을 시작한 농가는 소득을 올릴 수 있었지만, 후발주자들은 처지가 다르다.
돈벌이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시장 참여자들은 모두 가격을 올린다. 이에 따라 설비 설치비용도 매년 올라간다. 반면, 농민들은 시공업체나 건축업자, 컨설팅 기업 관련 정보도 인맥도 없어서 종종 피해를 입는다. 파스칼 그루이에는 “일부 농민들은, 수익성 때문에 결국 농작 폐기물이 아닌 업체를 통해 많은 메탄을 발생시키는 유기성 폐기물(곡류 먼지, 비계, 유청 등)을 구매하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발전차액지원금 등 직접 지원금이 감소하자, 소형 바이오가스 시설을 운영하는 농가는 더욱 어려워졌다. 심지어 브르타뉴 지역은 2017년 바이오가스 플랜트 지원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결국 농가형 바이오가스 플랜트는 재정적 어려움에 봉착했다. 심지어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 파스칼 그루이에는 “바이오가스 생산은 결국 폐기물 시장에 의존하게 됐다”라고 분석한다. 바이오가스 생산을 급격하게 산업화하면서 농민들은 초창기처럼 농작 폐기물로 바이오가스를 생산, 소비하는 자립적 운영을 포기하게 됐다. 바이오가스를 생산하려면, 더 많은 자본과 노동이 필요하게 됐다. 게다가, 바이오메탄 개발이 바이오가스 분야 산업화를 가속화시켰다.
그러나 열병합발전시스템을 갖춘 소규모 시설이 유기성 폐기물 공급과 에너지 사용 면에서 자립도가 더욱 높다. 도르도뉴 지역에서 소형 바이오가스 플랜트를 운영하는 쥘 샤모이는 이 시설에서 생산한 열의 약 60%를 소의 여물용 풀과 장작, 견과, 씨 등을 말리는 데 쓴다. 약 20~30%는 바이오가스 플랜트 통의 온도를 유지하는 데, 나머지 10~20%는 농장 옆 가정집 2채의 난방을 위해 쓴다.프랑스 로트 농업인 연맹 회원 피에르 뒤푸르는 “바이오가스 플랜트가 낮은 농업소득의 벌충 수단으로만 여겨지고 있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사실 이 시설에서 생산한 에너지로 농민들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받을 수 있다. 조엘 라베르데도 “15년 동안 정부가 에너지를 고정가격으로 사주니, 우리는 안정적인 생활과 앞날에 대한 대비가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그가 돼지 축사만 운영했다면, 아들 세드릭은 자립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10년 후에는 결국 농장 운영을 포기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고정가격으로 에너지를 팔 수 있으니 안정적으로 농장 운영을 할 수 있고 필요한 시설도 갖출 수 있다. 덕분에 요즘은 생활을 꾸려나가는 데 어려움이 없다. 아들 세드릭도 생활고를 겪고 있던 많은 축산업, 낙농업자들이 바이오가스 플랜트로 벌어들인 수입 덕분에 축사를 계속 운영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런 증언에도 불구하고 모순점이 보인다. 과연 환경오염을 일으켜 미래를 위협할 수밖에 없는 강력한 산업화를 통해 이미 난관에 봉착한 산업형 농업을 구할 수 있을까? 이렇듯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는 미온적 태도는 온실가스 감축에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GRDF의 요청으로 프랑스 농업, 식량, 환경 연구소(INRAE)가 실시한 수명주기(생산 시스템의 모든 과정을 고려했다) 분석 결과 바이오가스 플랜트를 갖춘 농가가 그렇지 않은 농가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었다. 그러나 이 연구의 대상은 산업형 농업에 그친다. 온실가스 주범으로 꼽히는 화학 사료를 쓰지 않는 소규모, 방목형 축산 농가는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이 연구는 바이오가스 생산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 과도한 물 소비, 오염 문제를 지적했다. 게다가 바이오가스 생산량의 0.1~5%를 차지하는 메탄의 비산 배출에 대한 추적 연구도 없는 상황이다.
프랑스 전역의 시민단체들은 바이오가스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소화액이 유발하는 피해를 비난하고 있다. 논밭에 뿌리는 소화액이 토양의 질에 영향을 미칠까? 결론을 내리기에는 아직 과학적 데이터가 부족하다. 이 문제에 관한 연구를 했던 소피 사데 부르제토는 소화액이 토양의 미생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규명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토로했다.(6)
규정들은 많지만 살포하는 소화액과 토양의 질은 다양하며 사용기간, 적용 기술 또한 매번 다르다. 논란은 많지만 근거 자료는 거의 없다. INRAE 연구원 이반 카포바이츠는 소화액은 셀 수도 없을 만큼 많고 품질도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어떤 소화액이 토양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프랑스 투르에 있는 실험용 토지에서 소화액 살포 후 지표면에 지렁이가 약 0.5~2% 폐사한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이후 콜마르에서 한 재실험 결과는 “죽은 지렁이는 없었다”라고 했다. 즉, 중장기적으로 지렁이 폐사와 연관성을 찾을 수 없었다는 뜻이다. 소화액 살포 후 6개월~2년 후에는 유기물이 생기고 지렁이 개체 수가 다시 증가하기 때문이다.
소화액의 품질은 어떤 유기성 폐자원을 사용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그런데 농업폐기물에서 나오는 소화액의 품질이 더 좋은 것은 아니다. 더 놀라운 사실이 있다. 조엘 라베르데의 농장 구덩이 옆에는 플라스틱 조각들이 보인다. 그런데 이 농부는 “이 플라스틱들도 정화조 슬러지나 마찬가지입니다. 정화조 슬러지도 들판에 뿌리지 않나요”라고 말했다. 씁쓸한 비교다.
질소를 줄이면 수확량도 줄어든다
농학계에서 논쟁은 뜨겁다. 농가의 바이오플랜트 설치를 찬성하는 측은 소화액 덕분에 무기질 화학 비료 사용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바이오가스 플랜트 확산을 통해 생태농업으로 전환을 실현하려는) 환경연구단체 솔라그로(Solagro)는 2015~2018년, 66개 농가를 대상으로 조사하고 메탈래(Methalae)보고서를 작성했는데 이 보고서도 화학비료 사용 감소 주장을 뒷받침했다.(7) 그러나 무기질, 유기질 비료 사용은 증가했다고 했다. 바이오가스 생산 2년 후 조사 대상이었던 축산 농가(양, 염소, 가금류)의 대부분 토지에서 비료의 3요소인 질소, 인산, 칼륨의 총 함유량이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이 함유량은 젖소 농가의 경우 변화가 없었고 소, 돼지 축산 농가, 곡물 생산 농가의 경우 약간 감소했다. 그런데 이 농가의 토지 질소 비율은 매우 높았다. 즉 소화액을 너무 많이 뿌렸다는 뜻이다.
바이오가스 생산 과정에서 가축분뇨와 퇴비에 들어 있는 유기성 질소가 식물에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무기성 질소로 변한다. 그래서 가축 분뇨보다 더 많은 질소를 함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유기성 폐기물까지 발효시킨 소화액을 비료로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프랑스 INRAE 연구소장 사빈 위오는 가축분뇨 외 다른 유기성 폐기물은 조심해서 사용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무기성 질소량을 조절하지 못하면, 외부 폐기물이 섞이면서 총 질소 함유량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소화액에 함유된 질소의 양을 측정한 후 농작물에 적정량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농가에서는 너무 많은 질소를 사용하고 있다. 프랑스 대기오염 연구 센터(CITEPA)의 농업부 기술자 에티엔느 마티아스는 1980년대보다 적정 질소량을 정확히 계산하는 법은 발전했지만, 적정량만 사용할 경우 손실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질소를 줄이면 수확량도 줄어든다. 대부분 농민들은 수확량 감소를 감당하면서까지 작물의 품질 향상을 원하지는 않는다.
소화액에 들어있는 질소가 화학 비료의 질소를 부분적으로 대체할 수 있으나 오염 문제까지 해결해 주지는 못한다. 2019년 바이오가스 플랜트가 약 만 개를 넘어섰던 독일의 경우 지하수 36%의 질산염 농도가 기준치를 넘었고 지하수 77%의 인산 농도도 지나치게 높았다. 독일 괴팅겐 농업환경 기술자 협회의 크리스틴 폰 버틀러는 해결방안으로 “질소 기준치를 초과한 지역 밖으로 소화액을 방출하는 것”을 말했다.(8) 프랑스에서도 ‘질산염 감소 계획’을 6차례나 실패한 후 환경과 지속가능한 개발 위원회(CGEDD)는 “지하수와 지표수의 질산염 농도는 여전히 목표치보다 훨씬 높고, 전혀 개선되는 것 같지 않다”라고 고백했다.
바이오가스 생산의 또 다른 문제점은 바로 토양 내 탄소량을 증가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살아있는 토양은 탄소, 박테리아, 균, 식물들이 필요하다. 그런데 수확량을 높이기 위해 무분별하게 농약과 비료를 사용하는 집약적 농업을 강화하고 목초지를 경작지로 변경함으로써 토양 내 탄소 농도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9) 프랑스 농업 그랑제콜 아그로파리테크(AgroParisTech)의 명예교수 마크 뒤퓨미에는 부식토에서 탄소와 질소를 유지시켜 비옥한 토지를 만들기 위해 탄소와 질소의 비가 9:1(C/N율 9)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대부분 소화액의 C/N율이 5보다 낮다. 바이오가스 플랜트에 사용하는 유기 폐기물이 탄소를 더 적게 함유하고 있을수록 이 C/N율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오리 분뇨와 도살장 폐기물로 바이오가스를 만드는 토탈에너지스의 비오커시 바이오가스 플랜트의 2020년 평균 C/N율은 1.6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서 농민들은 토질을 개선하기 위해 주요 작물 사이에 피복 작물을 심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사이짓기가 그리 활성화되지도 않았을뿐 더러 토양이 비옥해질 때까지 충분히 기다리지 않고 뽑기도 한다.
2018년 프랑스 환경에너지관리청(Ademe)은 가스 소비를 대폭 줄이고(1/4로 줄인다) 용도를 변경함으로써 2050년까지 100% ‘재생 가능’ 가스를 생산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10) 이를 위해 Ademe은 총 가축 수를 줄이고 사이짓기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경우 2017년 사이짓기의 건량이 2Mt(메가톤, 1Mt=100만t)이었는데, 2050년 이 건량은 그 21배인 42Mt으로 증가할 것이다. 농민들은 이 중 절반은 바이오가스 생산에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현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농가소득은 넉넉하지 않아서 추가소득을 올리기 위해 바이오가스 플랜트를 운영하고 유기 폐기물을 더 많이 확보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프랑스 일에빌렌의 청년농민연합회장 지미 게랭의 설명에 따르면 대형 바이오가스 플랜트를 선호하고 일단 시공이 끝나면 쉬지 않고 계속 가동시킨다. 그러니 농민들은 추가적으로 유기성 폐기물을 구매해야 한다. 심지어 바이오가스 생산용으로 건기에 가축 사육에 필요한 사료보다 더 비싼 옥수수 사료를 사기도 한다.
그러나 이 상황이 개선될 것 같지 않다. 폐기물 비용 상승과 대기업과의 경쟁에 대비하기 위해 농민들이 사이짓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경우도 있으나, 프랑스 정부가 독일처럼 농민들이 식량용 농작물 경작을 하지 않고 바이오가스 플랜트용 작물만 재배하는 폐단을 예방하기 위해 정한 식량 농작 15% 한도를 이미 채워버린 경우도 있다. 솔라그로는 바이오가스 플랜트를 운영하는 농가에서 식량용 작물 재배를 완전히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오히려 15% 상한선을 훨씬 더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바이오가스 생산에 관한 프랑스 상원 정보부는 2021년 10월 바이오가스 플랜트에 사용할 수 있는 경작 유형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지었다.(11)
‘지속가능한 자립형 농장’을 꿈꾸는 농민들
반면 30개 이상의 단체가 생태농업을 통한 혁신을 촉구하고 있다.(12) 바르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적정 규모의 농장을 만들어 생산품을 다양화함으로써 농민의 자립도를 높이고 환경을 보호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여전히 집약적 농업이 심화되고 있다. 농민의 수는 계속 줄어드는 반면, 농장 면적은 계속 늘어나 2000년 평균 30ha에서 2020년 69ha가 됐다.(13) 농민 연맹은 식량 자립도를 보장하기 위해 농민 백만 명이 더 필요하다고 한다.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4로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농업 개혁이 불가피하다. 솔라그로 회장 크리스티앙 쿠튀리에는 “농지환경 개선 시나리오 아프테르(Afterres)에 따르면 소 사육두수를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라며, 농민들이 ‘양보다 질’을 선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렇게 된다면 규모는 작지만 다양한 생산 활동을 하는 농가가 많아질 것이다. 그러나 이런 계획을 바이오가스 생산을 통해 연명하고 있는 대형 축산, 곡물 재배 농장에서 적용하기는 매우 어렵다.
이 상황에서 공공 보조금을 투입해 농가의 자립을 돕고 소규모 토지를 활용할 수 있는 바이오가스 생산으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발전량이 적은 소형 또는 초소형 바이오가스 시설을 갖춘 한 농민단체는 이 방법의 효과를 강조했다. 아리에즈 지역의 축산업 종사자들은 옥시타니 농촌지역고용개발협회(ARDEAR)의 지원을 받아 몇 달씩 가동을 중단할 수 있는 간헐적 바이오가스 플랜트를 개발했다. 이 사업에 참여했던 조엘 뒤퓌이는 90㎥ 규모의 바이오가스 플랜트 3대가 각각 연중 총 4개월 작동하는데, 겨울철에는 퇴비 600t을 사용하고 가축을 방목하는 나머지 기간에는 플랜트를 가동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런 소형 설비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다름 아닌 ‘비용’이다. 대형 바이오가스 플랜트에는 최소 백만 유로가 필요하다. 투자 부담도 크고, 경제적으로 수익성이 있지만 환경 피해가 심각하다. 반면 소형 바이오가스 플랜트 투자비용은 최소 200유로부터, 최대 50만 유로까지다. 게다가 이 농민들이 축적한 기술과 도면은 원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개하고 있다.
오트피레네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피에르로, 산드린 슈레레 부부도 에너지 자립을 원했다. 그래서 3년 전부터 직접 수확해서 가공하는 과일과 채소에서 나오는 폐기물로 소형 바이오가스 플랜트를 가동하고 있다. 외부에서 재료나 유기성 폐기물, 쓰레기를 추가로 들여올 필요가 없다. 이들은 농장의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으며, 바이오플랜트에서 나오는 소화액은 농작물에 다시 뿌려준다. 이 플랜트는 과일과 채소를 가공할 때 사용하는 화로용 가스통 12개 중 75%에 가스를 공급한다. 이들 부부의 농장은 실험대상 구역에 속하며, 소비 가스 100%를 직접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이 농민들은 새로운 모델을 꿈꾼다. 바로 ‘적정 규모의 지속가능한 농장’이다. 즉 지역에서 필요한 식량을 공급하면서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고, 농가의 자원을 활용해 농가와 이웃 주민들이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자립형 농장이다. 대형 시설 중심의 현 바이오가스 생산은 이미 한계에 달한 산업형 농업을 심화시킬 뿐이다. 바이오가스 플랜트는 최악, 또는 최선으로 사용할 수 있는 도구에 불과하다.
크리스티앙 쿠튀리에는 “바이오가스 생산만으로 농업 시스템을 완전히 개선할 수 있다는 기대는 버려야 한다. 우선, 변화에의 의지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문제의 핵심은 바로 이것이다.
글·클레르 르퀘브르 Claire Lecœuvre
기자
번역·정수임
번역위원
(1) ‘Tableau de bord: biogaz pour la production d’électricité, quatrième trimestre 2021 운영결과지표: 발전용 바이오가스, 2021년 4분기’, 배관망 운영사를 대상으로 한 데이터, 통계연구부(SEDS) 자료. ‘Tableau de bord: biométhane injecté dans les réseaux de gaz 운영결과지표: 가스배관망 주입용 바이오메탄, 2021년 4분기’, 배관상 운영사를 대상으로 한 데이터, 통계연구부(SEDS) 자료.
(2),(4) ‘Stratégie française pour l’énergie et le climat. Programme pluriannuelle de l’énergie 2019-2023, 2024-2028 프랑스 에너지 기후 전략, 에너지 다년 계획. 2019~2023, 2024~2028, 프랑스 연대, 생태전환부, 2020년.
(3) ‘Total énergies et la FNSAE s’accocient pour accompagner la transition énergétique du monde agricole 농업의 에너지 전환을 위한 토탈에너지스와 전국농업경영자연맹(FNSEA)의 공조’, 2022년 3월 4일 공동성명.
(5) ‘Une anaylse de filière des dynamiques de revenus de la méthanisation agricole 바이오가스 생산을 통한 농가 소득 분석’, Pascal Grouiez, <NESE> n°49, 2021년 7월.
(6) ‘Que sait-on vraiment de l’impact des digestats de méthanisation sur la qualité biologique des sols agricoles? 바이오가스 플랜트의 소화액이 농지의 토양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가?’, Sophie Sadet-Bourgeteau, Pierre-Alain Maron et Lionel Ranjard, AE&S(농업, 환경 그리고 사회) 10-1, 농업과 바이오가스 생산, 2020년 6월.
(7) Emeline Tignon, <Methalae. Expertise agronomique. Résultats. Novembre 2018 Methalae. 농업 연구. 결과. 2018년 11월>, <La méthanisation, levier de l’agroécologie, synthèse des résultats du programme MéthaLAE 바이오가스 생산, 생태농업의 지렛대, MéthaLAE 프로그램 결과 요약정리>, ADEME, Solagro, 2018년.
(8) Christine von Buttlar, <Comment utiliser des digestats sans risque de pollution des eaux par les nitrates et le phosphore : Enseignements issus de l’expérience allemande 질산염과 인산으로 인한 수질 오염을 일으키지 않고 소화액을 사용하는 방법: 독일의 사례를 통한 교훈> 컨퍼런스, 아피발(Apivale)학회, 2019년.
(9) ‘L’état des sols de France 프랑스 토질 현황’, 토질관련 과학 연구회, 2011년.
(10) ‘Un mix de gaz 100% renouvelable en 2050? 2050년 100% 재생가능 가스를 실현할 수 있을까?’, 기술과학 타당성 조사, <Ademe>, 2018년 1월.
(11) ‘Méthanisations; au-delà des controverses, quelles perspectives? 바이오가스 생산 ; 논쟁을 넘어, 전망은?’, 상원 보고서, Pierre Cuypers, Daniel Salon, 2021년 10월.
(12) ‘30 organisations environnementales, citoyennes et paysannes dénoncent l’instrumentalisation de la guerre en Ukraine par les tenants d’un agriculture productiviste 30개 환경, 시민, 영농인 단체는 집약적 농업 추종자들의 우크라이나 전쟁 도구화를 규탄한다.’, 2022년 3월 10일, www.greenpeace.fr
(13) ‘Recensement agricole 2020 2020년 농업 조사’, 통계, 전망청(SSP), <Agreste Primeur>, n°2021-5, 2021년 1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