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녀들의 눈물을 보지 못할지어다

연극 <밀크> - 바샤르 무르쿠스

2022-11-30     마리나 다 실바 l 연극평론가

“대재앙은 어떻게 오는가? 순식간에. 그럼 언제 끝나는가? 영원히 끝나지 않는다.”

이 연극의 줄거리다. 1992년, 팔레스타인 점령지역 북쪽의 쿠퍼 야시프에서 태어난 바샤르 무르쿠스(Bashar Murkus)의 작품이 올해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상연됐다. 그는 작년에 <미술관(The Museum)>이라는 제목의 작품으로 동 페스티벌에 이미 초청받은 바 있으며, ‘사형수와 간수의 대화’라는 장치를 통해 테러리스트적 폭력과 개인과 국가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영어로 ‘우유’, 아랍어로 ‘내 것’이라는 제목은 이중적 의미를 담고 있으며, 변증법적 충돌은 침묵의 여지를 남겼다. 사적이고 집단적인 황폐한 풍경 속에 침묵이 고요히 내려앉는다. 하지만 음악과 춤이 있는 작품은 침묵과는 거리가 멀고, 격앙되고 분열된 방식으로 수용된다. 하이파의 카샤비 앙상블은 불화와 혼란에 익숙하다. 2015년 설립된 이 이스라엘 최초의 독립극단은 알-마이단 극단이라고 불리던 2014년, 미약하게나마 정부의 예산 지원을 받던 드문 곳이었다. 정치범의 이야기인 <평행의 시간>을 무대에 올리고 싶었지만 시도하지 못했다.

 

1948년, 팔레스타인에 갑자기 찾아온 대재앙은, 결국 끝나지 않았다.(1) 팔레스타인 국민은 빼앗긴 영토에서 추방된 민족으로 남았다. 바샤르 무르쿠스는 팔레스타인의 비극 그 자체보다는, 아이를 잃은 한 어머니의 슬픔에 집중하면서 전쟁 및 수탈로 인한 보편적 비극을 표현하고자 했다.

피리엘 알 주베, 사메라 카드리, 샤덴 칸부라, 살와 나카라, 림 탈하미, 사마 와킴이 각각 세대가 다른 어머니를 연기하면서 작품에 힘을 실어준다. 먼저, 검은 옷을 입은 다섯 여인이 타버린 땅을 상징하는 검은 스펀지 매트리스로 뒤덮인 무대 위를 돌아다닌다. 모두 의대 수업에서나 사용할 법한, 키만 한 마네킹을 꼭 껴안고 있다. 이 마네킹으로 자신을 감싸거나, 어깨로 감싸거나 머리카락으로 감고, 어루만지거나 뒤죽박죽으로 만들기도 하고, 마네킹에게 실망과 분노를 표출하기도 한다. 

우리는 그녀들의 눈물을 보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영양이 풍부한 액체와 여섯 명 각각의 모유라는 이중적인 은유로서의 우유는 연극을 위한 놀이터이자 시적 탐구의 대상이 될 것이다. 밝은색의 옷을 입은 여섯 번째 여인인 임산부는 꽃가지와 갈대를 등에 짊어진 채, 비탄에 빠진 어머니 무리에 합류할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홀로 남아 한 남자(배우는 에디 다우)를 낳는다. 남자는 두꺼운 밧줄로 표현된 끊기 힘든 탯줄을 스스로 자르고 아름다운 춤으로 공간과 자유를 지배한 다음, 시시포스(신을 속인 죄로 영원히 돌을 굴리는 벌을 받았던 그리스 신화 속 인물-역주)처럼 매트리스를 바닥에서 들어올리기, 옮기기를 반복하는 고통을 받는다. 하지만 생명력 덕분에 그는 잃어버린 아이를 대신하고, 모든 여인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혼란스러운 의식을 행하며 그를 차지하려고 할 것이다.

 

현실을 표현하려고 애쓰기보다, 화가가 그림을 구상하듯이 비극 ‘이후’를 깊게 다룬 이 작품에 대해 더 설명하지 않겠다. 이 작품에서는 조명, 소재, 검은색과 회색 또는 흰색과 베이지색의 변화로 추상적 개념과 의미 전달이 동시에 나타난다. 여러 명의 손을 거쳐 완성된 하나의 그림이다. 크훌루드 바셀이 각본을, 마즈달라 크후리가 무대 장식과 의상을, 레이몬드 하다드가 음악을 그리고 무아즈 알 주베가 조명을 담당했다. 설명이 없어도 서로 어울리는 예술적 의도들이 동시대의 비극을 표현하고 있다. 바샤르 무르쿠스는 “우리가 알고 있는 현대의 위기 상황들이 여성을 비운의 소재로 만들고 있다”라고 말한다.

캬샤비 극장에 관해 더 알고 싶다면, <테아트르 퓌블릭(Théâtre public)> 244호(2022년 7~9월)에 실린 바샤르 무르쿠스와 나즐라 나크흘레-체루티와의 멋진 인터뷰 기사를 참고하면 된다. 바샤르 무르쿠스는 팔레스타인에서 독립극장 설립의 길을 열어준 극단의 여정과 작업방식에 대해 상세히 서술하고 있다.

 

나즐라 나크흘레체루티의 『무대 위의 팔레스타인: 2006~2016 팔레스타인 연극 연구(La Palestine sur scène – Une expérience théâtrale palestinienne)』(렌 대학 출판부 펴냄)에서 심화시킬 수 있는 하나의 관점이다. 저자는 10여 년의 현장 경험을 토대로 팔레스타인 연극 유산 목록을 만들고, 점령기라는 상황에서 연극 유산의 다양한 형태와 관행, 창작과 작품부터 법적 권리의 다양성에 이르기까지의 문제들에 대해 설명한다.

<밀크>는 2022년 7월 10일부터 16일까지 열린 아비뇽 페스티벌 기간에 베덴에 있는 로트르 센 공연장에서 상연됐고, 2022~2023년 프랑스 투어 중에는 몽펠리에에 있는 트레즈 방 극장과 비트리 쉬르 센에 있는 장 빌라르 극장에서 상연될 예정이다. 

 

 

글·마리나 다 실바 Marina Da Silva
연극평론가

번역·송아리
번역위원


(1) 1948년의 이스라엘 건국으로 인한 팔레스타인인들의 실향, ‘나크바(Nakba)’를 말한다. 이 역사적 사건에 대해서는 다음 기사 참조. Thomas Vescovi, ‘Israël hanté par la Nakba 나크바에 사로잡힌 이스라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8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