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단신
<메이드 바이 차이나> 장프랑수아 뒤푸르
‘세계의 거대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 그런 중국이 앞으로는 기술의 집결지가 될까? 저자는 중국이 점점 질 높은 제품을 내놓기 위해 노력하고 연구 부문에 더 많은 지출을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중국은 더 이상 제조품을 수주해 만드는 공장이 아니라고 한다. 이는 분명한 사실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메이드 인 차이나’에서 좀더 긍정적인 ‘메이드 바이 차이나’가 될 준비를 하고 있는 듯하다. 이 책은 중국에서 시작되는 변화를 보여주고 혁신, 품질 향상, 브랜드 개선 작업을 함께하려는 중국의 의지를 분석한다. 이를 위해 중국 대기업들(섬유, 항공우주, 철도…)의 구체적인 전략, 대기업 총수들의 모습을 상세히 소개한다.
<드골과 베트남(1945~69)> 피에르 주르누
드골 장군은 전설적인 명성과 달리 ‘베트남 문제’에는 현명한 식민지 해방자가 아니었다. 특히 1946년 체결된 베트남과 프랑스 협정에 반대한 드골 장군의 행보를 보면 그렇다. 이때 프랑스가 협정을 이행하지 않아 결국 두 나라 사이에 전쟁이 벌어졌다. 그러나 이 책에서 이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드골과 미국의 관계다. 1958년 다시 정권을 잡은 드골 장군은 존 F. 케네디 대통령, 후임인 린든 존슨 대통령이 프랑스가 식민지배를 하면서 저질렀던 오류에 대해 계속 강조하자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자신은 세계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드골 장군이 프놈펜에서 했던 유명한 연설이 상세히 소개되고 분석 대상이 된다.
<사르트르와 프랑스 극좌파> 이안 H. 비르셸
트로츠키 이론을 지지하는 미국 대학교수인 저자는 반(反)스탈린 좌파를 가리켜 ‘극좌파’라고 정의한다. 자료 조사를 세심하게 한 이 책에서, 1947년 장폴 사르트르와 함께 혁명 민주연합 민주주의 집회를 이끈 다비드 루세뿐 아니라 콜레트 오드리, 모리스 나도, 앙드레 고르, 클로드 르포르, 모리스 메를로 퐁티, 다니엘 게랭 같은 투쟁적 지식인들을 만나볼 수 있다. 물론 이들이 모두 극좌파로 분류되는지는 확실하지 않다(루세는 드골 장군과 손잡고, 다른 투쟁적인 지식인들은 사르트르의 혁명 의지주의를 비판한다). 저자는 <더러운 손>의 저자 사르트르가 소비에트연방에 적대적인 좌파 지식인과 투쟁가들에게서 영향받았을 뿐 아니라, 1952∼56년 같은 길을 걸은 공산당과의 남다른 관계에 영향을 받았음을 보여주려 한다. 특히 사르트르가 소비에트연방에 적대적인 좌파 지식인과 투쟁가들에게 영향을 받았다는 내용은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라 신선하다. 68운동, 사르트르와 마오주의 사상가들의 관계를 다룬 장보다 더 상세하게 다뤄진 전후(戰後) 관련 장은 대단히 흥미롭다.
<가치의 제국> 앙드레 오를레앙
최근 금융위기에 대해 생각해보고 표준적 경제 관점이 왜 실패했는지 이해하려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이다.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의 경제학 교수인 저자는 신고전주의 경제이론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는 신고전주의 경제이론의 중심 개념인 상품이나 주식의 가치를 올바른 방향으로 생각하지 못한 탓이라고 본다. 또한 저자는 사회학적 분석을 확대해, 가격은 복잡한 집단 과정에서 비롯된 것이고 복잡한 집단 과정에는 주관적 믿음이나 개인적 이익이 개입된다고 본다. 또한 화폐는 거래를 쉽게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단체의 믿음을 기반으로 하고 상품사회를 만드는 사회체제라고 분석한다. 저자의 이런 관점은 과학과 수학을 중심으로 한 경제학자들의 논리를 뒤흔든다. 저자의 관점을 통해 금융시장의 만성적 불안정이 잘 분석된다. 저자는 주식가격을 불안정하게 하는 요인은 객관적 가치 지표가 아니라 투기라고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