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사우디 관계회복을 주선한 중국의 셈법

중국, 걸프지역의 평화 중재자 될까?

2023-05-31     아크람 벨카이드 외

7년의 불화 끝에,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외교관계를 회복했다. 평화의 중재자 역할을 성공적으로 해낸 중국은 국제무대에서 입지가 커졌다. 이것으로, 중국은 더 이상 미국이 중동에서 독점적 영향력을 가진 강대국이 아님을 보여준 셈이다. 물론 앞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여러 난관을 극복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지난 3월 10일, 두 가지 놀라운 소식이 들려왔다. 첫 번째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외교관계 정상화 발표다. 이 두 국가는 1960년대부터 적대 관계였으며, 2016년 사우디아라비아가 주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 테러 사건 혐의를 받은 시아파 지도자를 처형한 이후 외교관계가 완전히 단절돼 있었다. 두 번째는 국제무대에서 변방국이던 중국이 중동의 ‘빅게임’에 돌연 등장한 것이다.

중국은 무려 2년간 이어진 비밀 협상과 5차례 협의 과정에서 두 국가 간 중재자 역할을 도맡았고 성공적으로 합의를 이끌어냈다. 물론 중국이 만든 이 화해모드를 과장할 필요는 없다. 평화적인 관계를 회복하려면 갈 길이 멀다. 특히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가 분쟁 중인 예멘 내전은 난제로 남아있다. 그러나 관계의 진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별로 새로운 것은 없었다”라며 중국의 공로를 비하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처럼 이를 과소평가해도 곤란하다.(1)

한편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주간 기자 회견에서 “대화와 평화를 위한 승리”였다며 다소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중국이 국제 협의를 공식조율한 것도, 미국의 전략적 장악지역인 중동의 현안에 개입한 것도 처음이었다. 미국이 2000년대 초부터 아시아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으나 중동은 여전히 미국의 중요 지역이다. 지금까지 중국은 몸을 사리며 국제문제에 개입하지 않았기에,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은 중국을 향해 “지역 안보를 책임지는 미국의 정책에 무임승차한다”라고 비난했다.(2)

 

덩샤오핑의 교훈에 따라 기회를 잡다

사실 중국의 태세 전환이 성공을 거둔 것은, 그동안 쌓아온 외교능력에 더해, 여러 정황이 중국에 유리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우선 사우디아라비아는 2019년 석유생산시설 테러 직후 미국의 소극적인 보호에 실망했고 이후 미국의 그늘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다. 그리고 이란은 경제위기, 사회분쟁, 이스라엘의 핵 시설 공격 위협에 대한 우려가 깊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장기간 공을 들여 중동지역에서 영향력을 넓혔다.

개발도상국들이 점차 서방 국가에 순종하지 않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일례로 2022년 5월 일부 개발도상국들은 서방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제재 지지를 거부했다.(3) 6개월 후 열린 OPEC플러스(석유수출국기구와 러시아 등 비 OPEC산유국) 정상회담에서,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이 유가 하락을 유도하고자 원유 증산을 강력히 요청했음에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준비를 꾸준히 해온 중국은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었다. 중국은 개혁·개방시대를 열었던 덩샤오핑의 ‘재능을 숨기고 때를 기다리라’는 교훈을 따르며 조용히 칼을 갈다가, 지난 3월 10일 마침내 30년 동안 기다리던 기회를 잡아 등장한 것이다.(4)

1900년대 말 경제를 개방하고 개혁을 단행하자마자 중국 지도자들은 중동 국가와 적극적으로 외교관계를 맺기 시작했다. 1990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반공산주의 국가임에도 불구하고)와 이란, 1992년에는 이스라엘과(팔레스타인과의 분쟁에도 불구하고) 수교를 맺었다. 이후 중국 주석들은 이 유대관계를 공고히 하려 애썼다. 심지어 국제연대라는 대(大)원칙보다 이 중동 국가들과의 관계를 더 중시했다. 

물론 중국이 그토록 노력한 이유는, 이 지역의 원유일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 카타르는 천연가스, 아랍에미리트는 원유를 중국에 공급하게 됐다. 게다가 중국 기업들은 신기술 분야 생산 및 협력을 위한 활로를 중동에서 찾고 있다. 중국-아랍에미리트 협력 포럼(FCCEA)이 창립된 것은 2004년이나, 경제교류가 실제로 활발해진 것은 2013~2014년 중국의 신(新)실크로드 추진(건설, 인프라, 통신, 5G 확충) 이후다. 결국 2002~2022년 중국의 대(對)사우디아라비아 직접투자 규모는 1065억 달러, 쿠웨이트는 1000억 달러, 아랍에미리트는 640억 달러에 달했다. 

이런 ‘지갑 외교’는 정치적으로도 영향을 미쳤다. 중동 국가 중 아무도 2020년 7월 위구르족(무슬림)을 탄압하는 중국을 규탄하기 위한 유엔 인권위원회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중국도 중동을 감싸주기는 마찬가지였다. 2년 전, 사우디 정권을 강력히 비판했던 기자 자말 카슈크지가 이스탄불의 사우디 영사관에서 피살당했으나 중국은 배후로 지목된 모하메드 빈 살만(MBS) 왕세자를 두둔했다. 미국은 오랜 기간 이 사우디의 최고 권력자와 사이가 소원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7월 사우디를 전격 방문했다. 그러나 사우디 측은 심드렁했다. 지난해 12월 열렬히 환영을 받았던 시진핑 주석의 방문과 분위기와는 확연히 달랐다. 

중국 지도자들은 모두 ‘내정 간섭 금지’라는 일관된 원칙을 고수하면서 그들만의 지정학적 비전에 대한 목소리를 점차 높이고 있다. 이들은 지금껏 서구가 지켜주지 않았던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한 평등한 대화’를 원한다. 그리고 개발도상국들이 자본을 끌어들이고 인정받는 기회를 열어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이 비전이 실현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사실 중국은 소련연방의 붕괴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어 선봉에 나서는 것을 꺼린다. 그래서 ‘무장 정신’이 필요하거나 ‘냉전 분위기’를 야기하는 모든 정치, 군사 연합을 거부하고 있다.(5) 이런 연합을 구성하면 결국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중국 지도자들은 양자관계를 우선시하지만, 다자기구도 활성화하고 있다. 이 다자기구 안에서 갈등을 겪고 있거나 심지어 분쟁 중인 국가들이 대화의 기회를 만들고 문제를 야기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협력하기도 한다. 이런 성격의 기구가 바로 상하이 협력기구,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이며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아랍에미리트, 튀르키예, 알제리도 가입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이와 같은 다자기구에서 오케스트라 단장 역할을 하는 국가는 바로 중국이다.

나아가, 중국은 ‘협조적이고 지속가능한 글로벌 공동 안보’도 주도하려 한다. 2014년 시진핑 주석이 제안했던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ISC)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 평화 협상을 위한 12가지 제안을 담은 문서의 초안이 됐다. 서방 국가들은 이 ISC를 무시했지만 다른 국가들은 그렇지 않았다.(6) 

2022년 12월 시진핑 주석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방문 당시 걸프협력회의에서 “다른 국가의 안보를 파괴하면서 지킬 수 있는 안보는 없다”라는 기본 원칙을 강조하면서 ISC를 소개했다.(7)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간 협약 체결 후 일주일도 되지 않은 시기에 시진핑 주석은 러시아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회동을 가졌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도 전화 통화를 했다. 이런 회담들은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해결에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증명한다. 

 

중국의 첫 번째 관문, 사우디의 안보

시진핑은 두 번째 임기(2017~2022) 중에 공격적인 외교정책을 추진했다. 그리고 세 번째 임기가 시작된 이후 협상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해 서방 국가들이 제외시켰던 국가들까지 협상석에 앉히려 노력하고 있다. 그는 한 회담에서 “함께 한다면 우리는 세계 문명의 정원을 더욱 화려하고 역동적으로 만들 수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8) 물론 지정학 전문가 엘렌 누아유는 ‘중국은 타자의 자유를 지키는 수호자’가 될 수 없으며, 그런 역할을 원하지도 않는다고 강조했지만 중국은 평화의 전령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9)  

그러나 이란-사우디아라비아 협약이 중동지역을 분열시키는 지정학적 긴장을 극복하고 효력을 발휘할 것인가? 예측하기 어려운 문제다. 이를 확인할 첫 번째 관문은, 예멘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안보가 될 것이다. 중국이 중재에 성공한 이유는 바로 이전 협상과는 달리 이란 전 국방부 장관이자 최고국가안보위원회(CSSN) 사무총장인 알리 샴카니가 직접 관여해서 지역 안정에 기여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두 가지 요구를 수용하기로 했다. 석유 시설 공격을 중단하고, 예멘 후티 반군에게 더 이상 무기를 공급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후티 반군은 이란-사우디아라비아 협약을 반겼지만 이들이 과연 사우디아라비아가 지원하고 있는 예멘 정부군에 맞서면서 무기를 내려놓을지는 의심스럽다. 

게다가 남예멘의 분리주의 운동이 다시 확산되면서, 예멘에는 내부 분쟁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는 화해모드를 유지하지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두 국가 간 관계는 점차 독자노선을 걷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동맹국인 아랍에미리트의 영향을 크게 받을 것이다. 아랍에미리트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앞서서 지난 9월 이란 수도 테헤란에 대사관 문을 다시 열었다. 그러나 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아라비아는 예멘 문제에 대해 충돌하고 있고 특히 아랍에미리트가 지지하는 예멘 남부의 분리 독립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예멘 분쟁을 논의하기 위한 3자 대화(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이란)를 계획 중이지만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가 이란에 대해 공동 대응을 해야 하는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팽팽히 대립하게 될 것이다. 

이란-사우디아라비아의 협정의 성공 여부는 이를 자국의 미래에 위협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이스라엘과의 관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모든 외교관계 정상화를 반대했던 이란은 아랍에미리트와 이스라엘이 맺은 아브라함 협정을 비난했지만 아랍에미리트는 최측근 국가인 이스라엘과 경제적 협력 관계를 공고히 하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도 이스라엘에 팔레스타인 정부 수립 등 몇 가지 조건을 내세우기는 했지만 미국의 보호를 받으며 비공식 협상에 참여하면서 이스라엘과의 외교관계를 맺고 있다. 

그런데 이스라엘에서 극우 정당이 집권하자, 사우디아라비아 MBS의 측근들은 이스라엘과의 국교 정상화를 재고하고자 한다. 이런 변화를 반기는 것은 이스라엘의 공격에 시달리는 이란이다. 이란의 요구는 간단하다. 걸프 지역 왕국들이 이스라엘과 관계를 지속하되, 이란의 핵시설 공격에 협조하지 않는 것이다. 이란이 핵 협상에 비협조적일 경우, 이스라엘은 대(對)이란 군사공격을 위해 수립한 ‘플랜B’를 단행할 수도 있다. 따라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는 이란을 안심시켜야 한다. 플랜B에 어떤 관여도, 지원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

레바논 또한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협정을 위협하는 충돌지역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03년 3월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계기로, 이라크 내 이란의 영향력을 인정하게 됐다. 하지만, 과연 레바논이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정권을 장악하는 것을 좌시할까? 향후 레바논의 정치 위기가 해소되는 조짐이 보인다면,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가 레바논 시민의 평화를 위협하는 민감한 사안에 대해 합의를 했다는 뜻이다. 

여하튼 이란과 외교관계 복원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빈 살만 왕세자에게도 큰 성과다. 우선 미국에 대해 자국의 독립성을 확인하는 기회를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시아파와 관계 회복을 항상 반대하던 수니파 종교 지도자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설득시키는 능력 또한 증명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아랍 지역에서 지도자로서 영향력을 강화시켰다. 일정은 미정이나, 몇 달 이내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32번째 아랍 연맹 정상회담이 개최될 예정이다.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번 정상회담부터 2011년에 퇴출당했던 시리아를 다시 아랍연맹으로 복귀시키려 한다. 시리아의 동맹국인 이란도 반길 것이다.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협정을 주도한 중국은, 이란도 정상회담에 초대받을 수 있도록 힘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글·아크람 벨카이드 Akram Belkaïde
알제리 기자. 주요 저서로 『Un regard calme sur l’Algerie 알제리를 향한 조용한 시선』(2005), 『Etre Arabe aujourd'hui 오늘날 아랍인이라는 것』(2011) 등이 있다.
마르틴 뷜라르 Martine Bulard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부편집장. 한국과 중국 등 동아시아 지역의 정치사회 관련 글을 주로 쓰고 있다. 

번역·정수임
번역위원


(1) Nahal Toosi, Phelim Kine, ‘U.S. officials project calm as China stuns world with Oran-Saudi deal’, <Politico>, 2023년 3월 13일. 
(2) Thomas L. Friedman 인터뷰, ‘Obama on the world’, <뉴욕타임스> 사이트, 2014년 8월 8일, nytimes.com
(3) Alain  Gresh, ‘Quand le Sud refuse de s’aligner sur l’Occident en Ukraine 우크라이나에서 서방 국가의 편에 서기를 거부한 개발도상국’,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22년 5월호. 
(4) James Readon-Anderson, 『The Red star and the crescent. China and Middle East』, Hurst Publishers, 런던, 2018년. 
(5) 외교부 대변인 기자회견, 베이징, 2023년 3월 14일. 
(6) Claude Leblanc, ‘Effet Pschitt? L’initiative de paix chinoise illustre à quel point le monde est fracturé 프시트 효과? 중국의 평화 복구 시도는 세계가 얼마나 분열됐는지 보여준다.’ <L’Opinion> 파리, 2023년 2월 26일. 
(7) 1981년 창설된 걸프협력회의(GCC)의 회원국은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다.
(8) ‘Xi proposes Global Civilization Initiative, stressing inclusiveness’, <글로벌 타임스>, 베이징, 2023년 3월 15일.
(9) Hélène Nouaille, ‘Inattendue, la médiation chinoise entre Riyad et Téhéran 뜻밖의 사건’, 리야드와 테헤란 간 중국의 중재', <La lettre de Léosthène>, n° 1724/2023, 2023년 3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