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와 공존하는 법
‘합법적 사냥’이라는 위기에 몰린 늑대
1992년 메르깡뚜르 국립공원에 늑대무리가 정착하자, 이들을 어찌할 것인지를 두고 갈등이 다시 일어났다. 1940년대 직전 개체수 조절을 당했던 늑대들은 오늘날 우거진 산림과 풍부한 먹잇감 속에서 농촌으로의 일탈을 즐기고 있다. 어떤 이들은 늑대는 주요 포식자이므로, 차기 국가 행동계획에서는 보호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사람들의 근거 없는 두려움은 늑대 같은 동물들을 공격한다.
늑대는 1979년 베른 협정과 1992년 EU 동식물 서식지 지침에 의해 보호종으로 지정됐다. 늑대는 현재 법에 따라 철저히 보호 받으며, 인간에게 전혀 위험하지 않다. 가축에 대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고 해도, 늑대사냥은 지침을 위반하는 행위이므로 최후수단으로서만 허용된다. 30년 전부터 정부는 늑대와 가축의 공존을 위해 막대한 재원을 투입했다. 단 한 해 동안 3,000만 유로가 지원됐다.(1) 국가 행동계획 차원에서 가축을 보호하기 위해 사육자와 함께한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늑대의 공격을 받은 적이 있는 경작지의 75%는 1년에 1~2번 피해를 입는다. 이는 보안을 강화하고, 울타리를 설치하고, 경비견을 둔 덕분이다.
이렇게 예방정책이 성공적이었음에도, 2012년부터 종 보존에 대한 새로운 주장이 공론화 과정도 없이 퍼지고 있다. 사냥으로 개체수를 조절하겠다는 생각이 그것이다. 늑대 수 증가로 인한 피해가 크다면, 행정 차원에서 개체수를 조절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늑대로 인한 피해는 일정선을 유지하고 있다. 2012년 12마리, 2014년에는 19마리, 2017년에는 43마리의 늑대가 도살됐다. 2022년 전체 921마리의 늑대 중 174마리, 약 18.9%의 늑대가 당국의 허가 하에 도살됐다. 매년 사냥 한도 개체수는 종 보존을 위한 제한선으로 기능하기보다는, 이제 늑대를 통제하기 위한 목표처럼 돼버렸다. 따라서 개체수 증가를 막기 위한 사냥이 쉬워졌지만, 이런 방식은 피해지역의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늑대에게 총을 겨누기에 앞서, 쫓아내기 위해 겁을 주는 단계는 더 이상 의무적인 선제조건이 아니다. 보호설비가 갖춰져 있고, 수렵허가증만 있으면 가축 사육자는 방어를 위해 총기를 사용할 수 있다. 늑대사냥 공공작전은 더 이상 정부로부터 위임받은 요원들에 한정되지 않고, 민간으로 확대됐다. 특히 대형 사냥감의 경우 접근이나 매복에 민간인들이 참여한다. 늑대사냥 대리인은 유해 동물 개체수 조절을 위해 도청으로부터 인가받은 자원봉사 사냥꾼으로, 본래의 임무는 덮어둔 채 늑대를 사냥하기로 결정한 지역에 자리 잡았다. 장거리 저격 소총, 적외선 안경, 사냥에 금지된 무기 사용도 허가됐다. 프랑스 생물다양성 보존국(OFB)은 세골렌 루아얄 환경부 장관의 주도로 늑대사냥 특별 전담반을 조직했다.
늑대가 새로이 점령한 지역의 도지사들은, 늑대사냥 외에는 소를 보호할 대안이 없다고 규정하고, 보호설비도 없이 사냥을 허가한다. 이로 인해 심각한 피해를 입은 지역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늑대 수용에 타격을 받게 됐다. 도지사들은 개체수 제한선이나 도살하지 않아도 되는 용인 가능한 피해 규모에 대해 명확히 규정하지도 않았다. 이런 모호함이 갈등을 일으키고, 보호설비를 저조하게 만들고, 공권력의 신뢰도에 손상을 입혔다. 2015년부터 늑대사냥에 관한 행정 소송이 폭발중이고, 합의 기관에 대한 보이콧이 늘고 있으며, 유럽집행위원회에 위법 행위에 대한 여러 소송이 제기됐다.
게다가 이런 접근방식은 여론에서 대부분 반대하고 있으며, 철저한 늑대 보호론에 대한 찬성률이 84%에 달한다.(2) 늑대사냥에 관한 도지사령에 대한 사전 협의는 매년 정부에 의해 철저하게 무시당하며 거부되고 있다.(3) 그러나 2019년 2월 23일 프랑스 농업 박람회에 참석한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에서 드러나듯 이런 패러다임의 변화는 전적으로 수용됐다. “우리는 늑대 수를 조절할 겁니다. 도지사와 함께 현지에서 실용적인 방법으로 개체수를 조절할 겁니다. (...) 완곡하게 어떻게 말하라고요? ‘축출’ 맞나요?”(4)라고 대통령은 말했다. 2022년 여름, 대통령은 피레네와 중앙 산악지대에 두 번째 늑대 전담반을 조직하겠다고 발표했다.
차기 5개년 늑대계획(2024년~2029년) 채택 직전에 전략의 빈틈을 발견했다. 지난 30년간 누적된 자료를 고려하지 않고 늑대사냥 허가 조건을 단순화한 것이다. 이는 약·중·강 포식의 강도에 따라 겁주기·방어·사냥 등 대응 장치를 맞추기 위해서였다. 지역별 국토 상황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환경권과 질서유지에 반드시 필요한 필수불가결 원칙들과 적절한 대응도 무시하며 조건을 단순화했다. 늑대사냥에 대한 규제 완화는 시기적으로 2012년 크리스토프 카스타너(노란조끼 시위 당시 차기 내무장관 내정자였다.)가 이끄는 국가늑대그룹의 등장과 일치한다. 국가늑대그룹은 농업부와 환경부 산하 포식동물과의 공존 관계자 대표들의 모임이다.
이런 패러다임의 변화는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충분히 예측 가능했다.(5) 제약이 너무 많다는 사냥 허용 절차를 면제하니, 해결책이 문제점이 돼버렸다. 보호종 보존의 골자를 이루는 원칙들을 후퇴시키자 그 여파로 늑대 정책들이 논쟁에 휩싸이며, 사냥 쿼터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종 보호의 관점에서 봤을 때, 매년 늑대 5마리 중 약 1마리가 도살된다는 사실은 늑대사냥을 지속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을 계속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늑대 수 증가와 가축 피해 사이의 확고한 상관관계 수립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계속 논쟁이 되고 있다.(6)
게다가 프랑스 국토 내 적절한 늑대 개체수에 대해 공론화가 이뤄진 적도 없다. 일반적으로 공익과 관련된 문제들 즉 치안, 문화유산, 지역의 역사 속에서 늑대의 위치는 등한시됐다. 정부가 반독점하고 있음에도, 관련 기관에 시 대표가 별로 없다는 점 또한 직업적, 사적인 이득에만 유리하도록 늑대의 귀환과 관련된 공적인 문제는 뒤로 밀려났음을 증명한다.
현재의 접근방식은 한계에 도달했다. 현지 문화기관과 단체들의 참여가 강화된 실행 방식을 도입한 차기 늑대계획(2024~2029)은 현지의 현실에 부합한, 여러 이니셔티브를 동시에 실행하는 전략을 시험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따라서 각 지방의 사회 환경적 현실에 부합하고, 늑대와의 관계에 적합한, 차별화된 관리가 부상하게 될 것이다.
이제, 늑대와 관계를 맺어야 할 때
보호를 위한 재정지원, 피해에 대한 보상과 같은 늑대와 가축의 공존 조건을 보장하는 행정 정책의 수립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공존 속에서 사회적 문화적인 면을 고려하기에는 충분치 않다. 공존하기 위한 최선은 서로 절대 마주치지 않는 것인데, 함께 살기 위해서는 반대로 <어린왕자>에서 여우가 말했듯이 ‘관계를 맺는’ 과정에 들어갈 용기가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늑대와 같이 사는 문제는 가축 사육을 넘어서, 사회 전반과 관련된 문제인 것이다.
보통 늑대를 쫓기 위해 경비견을 두면 농촌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이웃사람들, 산책하는 사람들, 사냥꾼들, 자연주의자 등)이 긴장하게 된다는 점이나, 국회에서 제기되는 공공질서 문제를 보면, 포괄적이면서도 더욱 열린 접근방식을 도입할 필요성이 느껴진다. 지방 도시 차원에서 존재하는 협조 부서들은(도 위원회, 철야 대책반) 포식동물의 위험성을 관리하는 기술적이고 보안적인 면만 다룬다. 그들은 늑대국가계획 전략의 합법성이나 효용성을 검토하기 위해 결정권자들과 시민들 사이의 대화 공간을 여는 것도, 늑대와 함께 사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하기 위한 대화 공간을 여는 것도 허락하지 않는다.
인간과 환경 시스템의 공진화(상호작용하는 두 종이 있을때, 상대 종에게 미치는 영향에 반응하면서 두 종이 같이 진화하는 현상)로 인해, 우리의 생활환경의 유지 여부는 모든 실행 방식 속에 욕망과 의무를 함께 동화시키는 우리의 역량에 달려있다. 이런 상호의존을 진지하게 수용한다면, 함께 사는 방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물론 맨 앞에 서서 보건 문제, 기후 변화의 여파, 자연풍경의 변화 그리고 같은 지역민들의 정서, 경제적인 배경과 같은 문제에 맞서고 있는 이들은 가축 사육자들이다. 그들이 선발대다.
늑대와의 공존정책에 참고할 자료가 있을까? 펠르땅에 위치한 적색구역연합은 2017년부터 디자이너 베누아 베르자, 아티스트 보리스 노르드만과 콜라보로 공동프로젝트를 실행 중이다. 지역주민들과 함께 리무쟁 산에 늑대를 돌아오게 할 방법을 찾는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로 ‘포식동물과 상호작용하는 경험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함께 공유하고 탐구하며,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발전시킬 수 있게 됐다. 지방국립공원과 자치단체의 지원을 받고 있는 이 프로젝트는 교육, 과학, 문화 기관과 함께 교대로 연구하고 있으며, 축제에서 재연하기도 한다. 이 프로젝트의 실행 방식이 확산, 다양화, 차별화되면서 푸아투, 보주, 퐁텐블로, 브르타뉴 지방에서는 늑대의 도착을 예측할 수 있게 됐다.
적색구역연합의 프로젝트 같은 개혁적인 실행 방식들은 가축 보호의 기술, 도구와 같은 맥락의 계획이 아니다. 포식에 대한 해결책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가축 사육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행정적 직업적 범주를 떠나 그들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을 허용하는 사회적 문화적 차원에서 이뤄진다. 철학자 앙투안 노시는 “늑대는 다루기 힘든 존재다”라고 말했다.(7) 이 실행 방식들은 가축 사육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이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경험을 공유하게 해준다. 그리고 포식에 관련된 문제(보통은 갈라놓는다)라는 간접적인 수단을 통해 다시 함께 살 수 있도록, 새로운 대중이 떠오르도록 만드는데 공헌한다. 이들과 함께 미래국토계획 속에서 가축사육의 미래를 생각하며, 지키는 협력이 가능해질 것이다.
적색구역연합의 프로젝트 제목처럼, ‘함께 자연에서 어우러지자.’
글·파트리크 드조르주 Patrick Degeorges
철학자, Michel Serres 연구소 회원, 2005년~2010년 환경부 포식 동물 보호 책임자 역임
파리드 벤아무 Farid Benhammou
지리학자, 푸아티에 대학 RURALITES 랩 연구원, 푸아티에 지역 Camille Guérin 고등학교 교사
번역·김영란
번역위원
(1) 늑대관련 정보 보고서, n˚39 Bilan 2021, Préfet de la région Auvergne-Rhône-Alpes, Lyon, 2022년 6월 10일.
(2) ‘84% des Français sont en faveur d’une stricte protection du loup 84%의 프랑스인은 철저한 늑대 보호에 찬성한다’, communiqué de presse de la Fondation Droit animal, 2020년 6월 18일, www-fondation-droit-animal.org
(3) http://www.consultations-publques.developpement-durable.gouv.fr
(4) ‘Emmanuel Macron veut “réguler” les populations de loups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늑대 개채수를 조절하기를 원한다’, <AFP>, 2019년 2월 23일.
(5) Patrick Degeorges, Anne Lalo, ‘L’acceptabilité sociale des tirs de loups늑대사냥의 사회적 허용범위’, Histoire et sociétés rurales, n˚47, 카엥, 2017년 상반기.
(6) Oksana Grente, ‘Le phénomène de déprédation chez le loup gris(Canis lupus) et ses interactions avec le contrôle létal : le cas de l’arc alpin français 회색늑대 거처의 파괴 현상과 늑대 도살과의 상호작용 : 프랑스 알프스 지방의 예’, 몽펠리에 대학 환경학 및 생물다양성 분야 박사논문 , 2021년.
(7) Antoine Nochy, 『La bête qui maneait le monde세상을 잡아먹는 짐승』, Éditions Arthaud, 파리, 2018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