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곡숙의 시네마 크리티크] <공조> ― 남북 냉전시대의 공조와 믿음/불신의 딜레마

2023-06-26     서곡숙(영화평론가)

1. <공조>와 남북의 예측불가 공조

<공조>(2017, 김성훈)는 남북한 형사가 공조하여 북한의 위조지폐 동판 탈취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이다. 김성훈은 속물 음악감독 유일한의 인생역전을 그린 <마이 리틀 히어로>를 연출한 감독이다. 이 영화는 관객수 781만 명을 동원하여 손익분기점 300만 명의 두 배 이상의 흥행 기록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위조지폐 동판 탈취 사건으로 아내와 동료들을 잃은 특수 정예부대 출신의 북한형사 림철령(현빈)과 3개월 정직 처분 중인 생계형 남한형사 강진태(유해진)의 예측불가 공조수사를 다루고 있다.

 

2. 위조지폐 동판 사건과 수사의 동상이몽

 

<공조>의 전반부는 위조지폐 동판 사건과 남북한 공조수사의 동상이몽을 보여준다. 림철령은 위조지폐 동판 탈취 사건으로 아내와 동료들을 잃고 사건의 주범인 차기성을 추격한다. 강진태는 범인 추격 중에 딸의 전화를 받다가 범인을 놓치고 ‘선(先)보고 후(後)체포’라는 원칙을 어긴 신입경찰의 잘못을 대신 뒤집어쓰고 3개월 정직 처분을 받는다. 북한형사 림철령과 남한형사 강진태는 총, 인공기배지, 핸드폰 번호, 추격 등의 사건에서 서로 갈등하고 불신하여 남북한 공조수사가 벽에 부딪히지만, 민간인 보호라는 원칙에는 합의한다.

 

전반부는 차기성/림철령의 대립과 강진태/림철령의 갈등이라는 두 축이 중심이 된다. 우선, 대장 차기성과 소장 림철령의 대립은 북한 체제에 대한 비판과 순응을 대비시킨다. 차기성은 특수부대 임무 중 부하들의 죽음, 보상받지 못하는 현실, 마약 소지로 인한 강등으로 북한사회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갖게 되면서, 특수부대 부하들과 용병들을 꾸려 위조지폐공장에 침투하여 동판을 탈취한다. 차기성은 예전 부하였던 림철령의 아내와 동료들을 살해하고 림철령을 ‘공화국의 미친 개’라며 조롱하고, 림철령은 동판을 회수해 오라는 당국의 명령을 받아 아내와 동료들의 복수를 위해서 차기성을 추격한다.

 

다음으로, 북한형사 림철령과 남한형사 강진태의 갈등은 남북한 공조 수사의 표면과 이면을 대비시킨다. 북한은 위조지폐 동판을 은폐하기 위해 살인범 차기성을 잡기 위해 남북한 공조를 요청하고, 남한은 살인범 체포를 위한 공조에 의문을 품고 고위층의 망명 사건이라고 추측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림철령과 강진태는 각각 상관으로부터 상대방을 의심하고 경계하고 정보를 주지 말고 빼내라는 명령을 받게 된다. 림철령과 강진태는 수사 방침에 의한 총 뺏기, 인공기 배지 빼주기와 손가락 꺾기, 핸드폰 번호 공유의 거절, 수갑 채우기와 단독 행동에서 계속 갈등을 일으키지만,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해 몸을 아끼지 않는다는 점에서 유사성을 보여준다. 이 영화의 전반부는 공조 수사를 하는 남북한 형사가 서로에 대한 불신과 무지로 인해서 계속해서 갈등하고 대립하면서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공조>의 전반부 스타일은 클로즈업, 슬로우모션과 바스트숏, 핸드헬드를 통해 암시, 충격과 슬픔, 박진감을 표현한다. 위조지폐공장에서 동판의 클로즈업은 앞으로의 사건에서 중요한 핵심 요인이 될 것이라는 암시를 표현한다. 차기성이 림철령의 아내를 사살하는 장면은 총을 맞아 쓰러지는 아내의 미디엄숏과 슬로우 모션, 죽은 아내를 쳐다보는 림철령의 바스트숏을 통해 죽음의 충격과 상실의 슬픔을 표현한다. 자동차가 아이를 향해 돌진하는 장면은 돌진하는 자동차 운전석에 들어가려는 림철령, 돌진하는 자동차를 보고 아이에게 달려가는 강진태, 아이가 다치지 않게 급하게 핸들을 꺾는 림철령, 돌진하는 자동차 앞에서 아이를 감싸 안는 강진태를 교차편집으로 보여줌으로써 위기감, 긴장감을 고조시켜 민간인 보호라는 형사의 의무에 충실한 모습을 강조한다.

 

3. 도청 사건과 믿음/불신의 이중성

 

<공조>의 중반부는 믿음과 불신의 이중성을 보여준다. 강진태와 림철령은 공적으로 도청장치, 단독행동, 성범죄추적 장치, 거짓말 등으로 서로를 불신하지만, 사적으로 집 방문, 밥과 관심 등으로 서로에게 정을 느끼게 된다. 중반부는 차기성/윤주태의 갈등과 강진태/림철령의 대립이라는 두 축으로 진행된다. 우선, 북한 특수부대 출신 차기성과 중국 범죄조직 삼합회 출신 윤주태는 거래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신경전을 벌이며, 북한 공권력과 중국 범죄조직의 차이를 드러낸다. 차기성은 부하들과 남한으로 가서 삼합회 출신 윤주태를 만나 동판을 거래한다. 윤주태는 남한 사회가 좌우는 없지만 위아래는 있다고 말하면서, 동판의 확인은 차기성의 자유이지만 거래는 자신의 자유라고 주장하면서 거래에서 우위를 차지하고자 한다. 차기성은 동판 거래 가격은 자신과 부하들이 자유로운 사회에서 떵떵거리며 살기 위해 천만 달러 계약을 추진하지만, 계산적인 윤주태의 행동에 환멸감을 느낀다.

 

다음으로, 남한형사 강진태와 북한형사 림철령은 상관의 명령이라는 종적 임무와 남북한 공조라는 횡적 임무 사이에서 갈등하며, 임무의 표면/이면, 관계의 진실/거짓 등 이중적인 면모를 드러내며 대립한다. 강진태는 상관의 지시를 받아 림철령의 핸드폰에 도청장치를 장착하고, 림철령의 단독행동을 막기 위해 두 사람의 손목에 수갑을 채우고, 서로 믿고 남한의 공조 수사 원칙을 지키라고 요구하고, 호형호제를 통해 성범죄 위치 추적기를 달게 만들고, 림철령의 특수부대원 실력과 강력한 전투력에 당황한다. 림철령은 상관의 지시를 받아 차기성의 정체에 대해 침묵하고, 단독행동으로 정보를 차단하고, 강진태의 핸드폰에 도청장치를 장착하고, 성범죄자 위치 추적기를 달게 한 사실을 비판한다. 강진태와 림철령의 대립에서 가장 주요한 화두는 ‘믿음’이다. 강진태는 자신이 먼저 도청장치를 부착했음에도 불구하고 도청장치를 부착한 림철령에게 자신을 배신했다고 비판한다. 중반부에서 강진태와 림철령은 남북한 공조와 상관의 명령이 서로 반비례하게 되면서 진실/거짓의 가면을 쓰고 서로 믿음/불신의 이중성을 보여준다.

 

<공조>의 중반부 스타일은 바스트숏, 미디엄숏과 핸드헬드를 통해 코믹한 웃음, 박진감과 긴장감을 표현한다. 함께 수갑을 찬 강진태와 림철령이 자동차에 타는 장면은 림철령을 건너가려는 강진태과 다리를 움직여 도와주려는 림철령이 서로 가까이 다가온 얼굴로 민망해하는 표정을 통해 코믹한 웃음으로 화해의 국면을 암시한다. 골목길에서 림철령과 성강(공정환)이 격투와 총격을 벌이는 장면은 미디엄숏과 핸드헬드를 통해 박진감과 긴장감을 표현한다.

 

4. 납치 사건과 소통·고백을 통한 공조

 

<공조>의 후반부는 고백과 진실을 통한 공조를 보여준다. 강진태와 림철령은 공적으로 도청, 비판, 대립, 고백, 협력을 통해 불신에서 믿음으로 나아가고, 사적으로 옷 선물, 밥 대접, 부탁을 통해 무관심에서 관심으로 나아간다. 후반부는 차기성/윤주태의 대립, 강진태/림철령의 공조, 강진태·림철령/차기성의 대결이라는 세 축으로 진행된다. 윤주태가 천만 달러를 반값으로 깎으려고 하자, 차기성은 윤주태 일당을 모두 살해함으로써, 윤주태와 차기성의 대립은 변심과 살인으로 거래가 무산되면서 종결된다.

 

강진태와 림철령은 공적 신뢰와 사적 친밀감으로 확고한 공조 관계를 구축한다. 강진태와 림철령은 공적으로 평등하게 가난한 북한 현실과 계급 차이가 심각한 남한 현실에 대해서 서로 비판하고, 슈퍼노트 동판이라는 진실과 가족같은 동지의 죽음이라는 거짓말에 분노하지만, 아내와 동료를 잃은 림철령의 고백과 적극적인 강진태의 도움으로 신뢰 관계를 구축한다. 림철령은 가죽잠바를 주는 아내, 조랭이떡국을 대접하는 처제, 무릎 위에 앉는 딸 등 강진태의 가족에게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

 

강진태·림철령과 차기성의 대결은 강진태·림철령의 공조와 차기성의 죽음으로 끝이 난다. 림철령은 강진태 가족 납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고, 강진태도 림철령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게 되면서 확고한 공조 관계를 구축하게 된다. 차기성은 동판을 찾기 위해 남한형사 강진태의 가족을 납치하고, 림철령을 죽이기 위한 무차별 난사로 자신의 부하를 죽이고, 부하들을 버리고 혼자 동판을 챙겨가는 등 악행을 보여주지만, 결국 강진태·림철령의 동조로 처벌을 받게 된다.

<공조>의 후반부 스타일은 오버더숄더숏과 바스트숏, 클로즈업을 통해 긴장감, 대립을 표현한다. 차기성과 윤주태가 거래 금액으로 갈등하는 장면은 윤주태를 바라보는 차기성의 오버더숄더숏과 바스트숏으로 불길한 예감과 긴장감을 표현한다. 림철령과 차기성이 도로에서 총을 쏘며 추격하는 장면은 추격하는 자동차의 익스트림롱숏, 자동차 유리창으로 몸을 빼내 총격하는 림철령, 쓰러진 차기성의 얼굴 클로즈업, 림철령의 권총 클로즈업을 통해 대립과 긴장감을 표현한다. 강진태와 림철령이 차기성과 대결하는 장면은 강진태를 쇠파이프로 때리는 차기성의 미디엄숏, 뒤로 돌아보는 차기성의 바스트숏, 총을 쏘는 림철령의 바스트숏을 통해 긴장감과 감정이입을 표현한다.

 

5. 남북 냉전시대 대립과 휴머니즘

 

<공조>는 남북 냉전시대의 대립을 휴머니즘으로 해결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반복되는 말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나타낸다. 이 영화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은 ‘믿음’이지만, 이 믿음은 마지막까지 거의 얻기 힘든 과제가 된다. 아이러니한 것은 강진태는 림철령보다 먼저 핸드폰에 도청장치를 하고 성범죄자 추적 장치를 형사의 표식이라며 거짓말을 하는 등 먼저 ‘믿음’을 깨지만, 정작 림철령이 ‘믿음’을 저버렸다며 가장 분노한다는 사실이다. 림철령의 배신은 단독행동, 수갑 채우기 등 눈에 보이는 확고한 행위인 데 반해, 강진태의 배신은 도청장치, 거짓말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은밀한 기만행위이다. 남북한 형사들은 즉 표면적인 배신과 은밀한 기만행위로 인해서 공조가 불가능한 현실에 직면하게 된다.

<공조>는 남한형사와 북한형사가 상부 지시로 인한 갈등, 표면/이면의 이중성으로 인한 대립, 공적 믿음과 사적 친밀성 등 세 단계로 관계가 변화하면서 확고한 공조로 공공의 적을 처벌한다. 이 영화의 인기 요인은 특수부대 출신 북한형사의 액션과 남한형사의 유머·인간미를 적절하게 배합한 것이다. 북한형사는 경직성을 버리고 인간미를 보여주고, 남한형사는 인간미에서 진지함으로 나아간다. <공조>는 현빈의 액션과 유해진의 유머의 공조로 흥미로운 버디 무비의 계보를 잇는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글·서곡숙
영화평론가, 영화학박사. 현재 청주대학교 연극영화학부 교수로 있으면서,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사무총장, 한국영화교육학회 부회장, 한국영화학회 대외협력상임이사, 계간지 『크리티크 M』 편집위원장, 전주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대종상 심사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