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해군기지 건설과 동아시아의 평화

2012-04-14     나루사와 무네오

지난 1월 24일~2월 6일, 일본 효고현 이타미시에 있는 육상자위대 이타미 주둔지에서 미국 육군과 육상자위대가 공동훈련(演習) '야마 사쿠라 6'을 했다. 훈련이라고는 하나, 컴퓨터 시뮬레이션이다. 자위대원 4500명과 미군 1500명이 참가했다. 이 훈련은 1982년부터 해왔는데, 오스트레일리아군이 처음 참가한 이번 훈련에는 주목해야 할 점이 두 가지 있다.

먼저, 중국과 북한의 일본 본토상륙작전이 상정됐다. 이 사실이 공개적으로 발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훈련에 사용된 지도는 당연히 실물이고 중국이 '한난', 북한이 '발해'라는 코드네임으로 각각 쓰여 있다. 이 두 나라가 '한반도 유사'시 주한 미군을 밀어내고 이어서 일본해(동해)에 면한 이시카와와 돗토리현을 '침공'하는 걸로 돼 있다.

일본의 본토상륙작전 대비 훈련

또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 (미-일 양국 군의) 대응태세 강화'를 목적으로 한 훈련에서 작전 전체를 지휘하는 통합임무부대 사령부를 처음으로 주한 미군 제8 육군사령부(주한 미 8군)가 담당했다.

지금 일본과 미국에는 중국이 최대의 가상적국이고, 거기에 대처하기 위해 한-일 두 나라가 어떤 형태로든 공동의 군사 행동·작전을 세우도록 압박받는 듯한 현상을 감지할 수 있다. 실제로 훈련이 끝난 2월 6~8일 이타미 주둔지에서 미 육군과 해병대, 육상자위대의 고위간부 모임인 '제21회 시니어 레벨 세미나'가 열렸는데, 참가 간부들은 "한-미-일 3개국과 다국간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일의 중요성에 인식을 공유했다"고 한다.

한-일 군사관계를 살펴보면, 2010년 3월 한국 해군 초계함 '천안'의 침몰사건과 같은 해 10월 연평도 포격사건을 계기로 밀접한 제휴를 맺으려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2010년 7월 한-미 양국 군이 일본해(동해)에서 실시한 합동 군사훈련 '인빈서블 스피릿'(Invincible Spirit)에 일본 해상자위관 4명이 옵서버로 참가했다. 그해 12월 일본 주변에서 실시된 미-일 공동통합훈련 '킨스워드'(Keen Sword)에는 한국군이 옵저버로 파견됐다. 2011년 1월 서울에서 열린 일본 기타자와 도시미 방위대신과 한국 김관진 국방장관의 한-일 국방장관회담에서 다국간 군사협력에 불가결한 물품역무상호제공협정(ACSA)체결을 위해 협의했으며, 군사정보 포괄보호협정(GSOMIA)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해가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일본은 당면한 위협 대상으로 북한보다는 중국에 무게중심을 두게 되면서도 다케시마(독도) 문제와 역사 인식 등의 장애물을 안고 있어서, 한국과 군사협정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 또 중국이라는 '공동의 적'에 대항하는 제휴가 한국과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예컨대 자위대는 일본의 오키나와와 난세이제도에 군사력 배치를 강화하고 있으나,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계획과는 관련이 없다. 그 때문인지 일본에서 제주도에 대한 보도를 접할 기회가 적고, 대체로 관심도 희박하다.

지난해 <방위백서>(최신판)에는 한국에 대해서 '방위력 정비' 항목에 "2010년 2월에는 한국의 첫 기동부대가 될 제7기동전단의 창설식이 부산항에서 열렸다"는 등의 기술이 들어 있으나, 제주도를 둘러싼 움직임에 대해서는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일본의 보수·우익 세력이 읽고 있는 <산케이신문>이 지난해 9월 1일 인터넷판에 올린 '대중국 경계의 요충 제주도 해군기지 계획, 반대 격화로 정치문제화'라는 제목의 기사에서는 "동중국해에 면한 제주도 기지는 해양 권익 확대를 노려 해군력 증강을 계속해온 중국을 견제하는 의미가 있다"고 호의적으로 평가했다.

앞으로 '중국의 위협'을 소리 높여 외치는 세력이 제주도 기지 문제에 관심을 보일 가능성은 있지만, 일본에서 구체적인 중국의 군사적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중국 해군이 제1열도선을 넘어 원양으로 진출하는 것이다.

일본의 방위청과 우파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제1열도선이란, 일본 규슈를 기점으로 오키나와와 대만, 필리핀, 보르네오섬에 이르는 선을 가리키며, 중국 해·공군의 작전구역이다. 한국의 제주도는 이 선 안에 들어 있고, 중국이 타국들과 영유권을 놓고 다투고 있는 남사·서사 군도도 마찬가지다. 최근 일본에서는 제1열도선에서 오키나와 근해를 경유한 중국 해군의 태평양 진출뿐만 아니라 제1열도선 안의 중국 해군 증강에 대한 비난과 경계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일본 해상자위대도(그리고 한국 해군도) 자국의 경제성장에 따라 해군력을 강화해온 만큼 중국이 그 때문에 비난받을 이유는 없다. 더욱이 공해를 항해해서 외양(원양)으로 나가는 것은 위법이 아니다.

게다가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에도 눈앞이요 코앞인 황해에서 종종 한-미 합동훈련을 하고 있다. 거대한 파괴력을 자랑하는 기동함대의 접근을 중국과 북한이 '무력 위협'으로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일본의 '중국위협론'자들도 인정하듯이, 제1열도선 안에 미군까지 출동해 중국군과 대규모 전투를 벌일 가능성은 대만에 중국이 침공을 감행할 경우로 거의 한정되지만, 그들은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중국위협론과 제주 해군기지

예전부터 중국이 가장 우선해야 할 군사행동은 대만 침공 작전일 것이라 여겨왔으나, 2010년 6월 중국과 대만은 자유무역협정에 해당하는 '경제협력기본협정'을 체결했다. 현재 대만 기업의 중국 진출은 2만6천 건이고, 그곳에서 일하는 대만인 사원은 약 100만 명에 이른다. 대만 수출의 40% 이상이 중국으로, 해외 투자의 80%가 중국으로 간다. 고미 사령관이나 군사전문가들이 반드시 언급하는, 중국이 대만 앞바다에 미사일을 쏜 1996년의 대만 위기는 시대가 격변한 지금 이미 지난 시절의 옛이야기가 돼버렸다.

지난 1월 14일 대만 총선에서 최근 급속한 중국-대만 경제관계 강화를 추진해온 마잉주 총통이 이끄는 국민당이 승리했다. 앞으로 대륙과의 경제 일체화(통합)를 더욱 심화시키려는 대만을, 중국이 경제상의 대타격과 국제적 비난과 고립을 각오하고라도 '병탄'하리라 보는 건 매우 무리한 설정이다.

따라서 주변국들과 많은 영토 문제를 안고 있지만 중국이 동아시아에서 대규모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희박한 이상, 일본과 한국도 군사 외 수단으로 대립을 해소하고 그것을 통해 평화적 질서를 새로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쉽게 이해받지 못하는 배경에는 한-일 양국이 각기 군사동맹을 맺은 미국 때문에 사고와 정책상의 제약을 받는 것이다.

주지하듯이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월 '미국의 세계적 리더십을 유지하는 21세기 국방의 우선과제'라는 제목의 새 군사전략을 발표했다. 군사전략에서 "앞으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중시할 필요가 있다"면서 중국을 지칭해 "가상적국을 억지하고, 그들의 목표 달성을 막기 위해 (미국의) 접근과 행동의 자유가 위협받는 지역에 대해서도 미국은 전력(戰力)을 투입할 능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한다.

보기에 따라서는, 제1열도선 안의 중국 영해에서도 미군은 군사행동을 전개하고 중국 해군을 공격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일본은 독자적 안전보장과 외교정책을 추진할 의사도 능력도 결여한 채 대미 종속을 감수하기 때문에 미국의 대중국 방침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자위대도 미군 보충부대로서의 성격이 강해, 제1열도선과 연관된 오키나와·난세이 제도에서의 동향은 미군의 대중국 포위 전략으로 규정되고 있다.

제주도 해군기지도 미국 전략의 울타리 바깥일 수 없다. 정부와 국방부 쪽이 어떻게 주장하든 한-미 상호방위조약상의 주둔군지위협정(SOFA)이 있는 한, 군항 건설 뒤 미군이 그것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상정하긴 어렵다. 오히려 오키나와에는 대규모 미 해군기지가 존재하지 않는 이상 이미 한국 정부가 받아들인 '주한 미군 전략적 유연성'의 견지에서 제주도 해군기지가 그 규모부터 자국의 '자주국방' 틀을 넘어 동중국해와 황해를 시야에 넣고 있는 사세보(佐世保)에 버금가는 세계적 전략거점이 되는 걸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글로벌 나토'와 동아시아의 평화

이미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미국에 가서 오바마 대통령과 회견했을 때 한-미 동맹을 '미국 태평양 지역 안전보장의 초석'이라 규정하고 글로벌 규모의 과제에 공동대처하기 위해 군사협력의 틀을 넘은 '21세기 전략동맹'으로 심화·발전시킬 것을 확인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일본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2003년 5월 미국을 방문해 조지 부시 전 대통령과 회견했을 때, 미-일 동맹이 진정으로 글로벌한 '세계 속의 미-일 동맹'임을 확인했다. 그때를 전후해서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가담한 다국적군 함선에 대해 일본 해상자위대가 인도양에서 급유활동을 벌이고 △이라크전쟁 때 항공자위대가 쿠웨이트에서 바그다드로 가는 미군의 군사수송을 담당하며 △육상자위대가 이라크 국내에 주둔한다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미군의 글로벌 군사행동으로의 자위대 편입이 비약적으로 강화됐다. 한국도 일본과 같은 대미관계를 구축하는 걸까.

이 대통령은 2011년 2월 언론 좌담회에서 "한-미 관계가 강화되면 될수록 한-중 관계도 강화된다"고 발언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도 2001년 6월 부시 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미-일 관계가 좋아질수록 타국과 관계도 좋아진다"고 말했다. 양자의 유사성을 느낄 수 있는데, 미국과 관계를 우선하면 자연히 다른 나라들과 관계도 별 탈 없이 호전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근거 없는 낙관론일 것이다.

다만 중국은 미국 국채 1조 달러 이상을 보유한 채 미국의 재정을 떠받치고, 월가에서 몇조 달러를 운용하는 미국 금융업계의 큰 고객이 돼 있다. 그런 중국에 대해 '5년간 수출 배증, 200만 명 고용 창출'을 내건 오바마 정권이, 유망한 중국 시장을 희생해서라도 정면으로 군사대결을 벌이거나 과도한 군사적 긴장을 조성하는 쪽을 선택하는 사태는 상정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미국과 동맹하는 한-일의 대중국 관계가 향후 급속히 험악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란 나라는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자를 선출하는 예비선거전에 나선 론 폴 하원의원이 적절히 인정했듯이 "선제공격과 타국 내의 파괴공작, 군사점령, 고문, 암살을 공공연히 자행하는 침략 국가"이고, 그 정부는 "끊임없는 전쟁과 타국의 자원을 지배하기 위한 제멋대로의 침략을 통해 이익을 탐해온, 일부 세력에게만 봉사"하는 나라다.(선거용 비디오 <Mutually Assured Destruction vs Mutually Assured Respect>에서 인용) 미 군사분석가 릭 로조프가 지적하듯이 미-일, 한-미 군사동맹은 '글로벌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라고도 할 수 있는, 그물망처럼 둘러친 "미국이 전세계의 모든 장소에서 군사행동을 하기 위한 군사 블록"의 일환이나 다름없다. '동아시아의 평화 창출'이라는 목적을 위한 이런 미국 주도의 '글로벌 나토'에 한-일이 편입되는 게 유익할까.

오히려 한-일은 지금 아시아에서 고개를 들고 있는 미-중 헤게모니 싸움과는 일선을 그어야 하지 않을까. '억지'나 '균형'을 명분으로 내세운 상대국의 군사력 강화에 똑같은 수법으로 대응하고, 위협에는 위협으로 응수한 이제까지의 '동맹국'적 수법은 재고돼야 한다. 그것은 중국과의 군비 확장 경쟁과 적개심을 증폭시키는 결과만 초래하며, 진정한 의미의 자국 안전 확립과 그를 위한 외교력 형성에는 기여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오키나와·난세이 제도의 자위대 강화와 마찬가지로,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도 동아시아에서의 평화 구축이라는 과제에 대한 현명한 회답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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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나루사와 무네오 일본 언론인. <슈칸 깅요비>(週刊 金曜日) 편집부 기획위원.

번역•한승동 sdhan@hani.co.kr <한겨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