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관리인, 달라진 직업

코로나 사태, 택배 관리까지 떠넘겨

2023-12-29     티모테 드로글로드르 l 기자

오랜 세월 ‘하인’ 취급을 받았던 건물 관리인들은, 이제 그들의 일을 하기 원한다. 정확히는 그들의 일‘만’ 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노동조합도 없이 여성 비중이 늘고 있는 이 직업은 현재 갈림길에 서 있다. 건물 관리인들은, 그들의 본 업무 이상의 일들을 감당해왔다. 그들은 부자 동네 건물주가 할 일을 대신 해내며, 인근 서민 동네 치안 유지 등 사회적 역할까지 요구받고 있다.

 

파리 11구에 있는 오베르컹프 길. 창살 너머 안뜰에 나탈리아 테이셰이라 시예드(45세)가 일하는 관리실이 보인다. 레드와인색 건물 정면에 유리문이 있고, 청록색 금속 간판에 ‘관리인’이라고 쓰여 있다. 좁은 입구에 진공청소기 등 생활용품이 놓여 있다. 거실의 낮은 탁자 위, 시예드의 휴대전화 진동벨이 울린다. 전화기 화면에 ‘포르투갈 집’이라는 발신자가 뜬다. 그녀가 고향의 집으로 가서 가족들과 함께 지내는 것은 1년 열두 달 중 단 한 달, 8월 여름휴가 때가 유일하다.

그러나, 그 휴가도 ‘대타’를 찾아야 누릴 수 있다. 휴가 동안 쌓이는 우편물 때문에 도둑의 타깃이 되지 않게 하고, 주민들의 반려동물이 밥을 굶거나 반려식물이 말라 죽는 일이 없게 할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공동구역 청소, 쓰레기 배출은 물론 인테리어 공사업체 관리까지 하는 시예드의 월 급여는 얼마일까? 실수령액 기준 1,230유로(2023년 10월 기준, 한화로 약 175만 원)다. 일을 시작한 이후 월급은 거의 오르지 않았다. 시예드의 공식 근무시간은 아침 7시 30분부터 12시까지, 그리고 15시부터 19시까지다. 그러나, 그것은 ‘계약서상 근무시간’에 불과하다. “저는 항상 관리실에서 대기하고 있어요. 특히 요즘에는 배송물이 많아서 쉴 틈이 없습니다.” 

 

자다가도 일어나 문을 열어야 

몇 년 전부터 아마존, UPS, DHL에서 발송된 배송물이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다. 관리실 근무시간을 게시해도 소용없다. 심지어 주말에도 배송물을 놓고 간다. “이해해요. 택배기사들은 그럴 수밖에요. 시간 전쟁 중이니까요.” 시예드가 상황을 설명하는 순간에도 누군가 밖에서 관리실 문을 두드렸다. 건물 내 회사에서 일하는 한 여성이었다. 그 여성은 영국식 억양으로 일주일 전에 주문한 커피 머신을 받지 못해서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프랑스 노동총연맹(CGT) 소속 엘로이 페르난데스는 건물 관리인 단체 협약에 따르면, 사기업에 배달되는 물품을 관리인이 수령할 의무는 없다고 강조한다. “관리인들은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택배를 받아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관리인들이 협약내용을 모르거나, 건물 입주자들과의 관계 때문에 의무사항이 아닌 일까지 떠맡고 있다는 것이다. 파리-시테 대학 사회학과 소속인 도미니크 비달 교수는 이런 상황을 염려한다. “노동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일을 누군가에게 요구하는 순간, 그 사람을 하인처럼 대하는 셈입니다.” 

로마 시대에 존재했던 ‘문지기(Janitor)’는 노예였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여전히 이 단어가 경비, 건물 관리인을 뜻하는 명사로 남아있다. 로렌 대학의 도시 연구 교수인 장마크 스테베는 “거대한 대문을 갖춘 부르주아의 집에는 관리실, 즉 관리인의 숙소 겸 업무실이 있다”(1)라고 말한다. 그 관리실이 중산층의 정원 딸린 집에도, 그 뒤로는 서민들의 공동주택에도 생겼다는 것이다. 가부장적 산업 제도 하에서 관리인은 건물 내 주민들을 통제했다. 임차료를 걷고, 위생 교육 등을 했다. 

19세기 관리인은 현장에 종일 머물러 있었다. 심야에도 찾아오는 이가 있으면 문을 열어줘야 했다. 관리인은 문고리에 달린 ‘끈 당기기(Tirage du cordon)’를 하는 사람이었다. 1903년 노동조합이 생겼음에도, 관리인은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1906년에 생긴 주간 휴식도 누리지 못했다. 1919년에 생긴 1일 8시간 노동도 적용받지 못했다. 야간에 문 열어주는 일은 1947년 폐지됐고, 주간 휴식의 권리는 1956년부터 생겼으며, 1966년 노사 간 단체 협약이 이뤄졌다. 

건물 관리인은 왜 노동자로서 보호를 받기 어려웠을까? 그 이유는 성별과 출신 지역에서 찾을 수 있다. 20세기부터 여성 관리인이 급격히 늘어났으며, 외국이나 다른 지역에서 이주해온 이들의 비중도 늘어났다. 역사학자 빅토르 페레이라 교수는 지난 30년간 포르투갈 가톨릭 교구가 시골 청년들을 부유한 고급 건물의 관리인으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지적한다. 포르투갈 가톨릭 교구는 1958년에 파리 16구에 세워졌고, 포르투갈의 살라자르 독재와 연관이 깊다. 건물 관리인의 대다수는 포르투갈 여성들이며, 이 추세는 포르투갈 이민자들이 가톨릭 교구에서 독립한 후에도 이어졌다. 현재에도 파리 소재 개인 소유 건물의 관리인 중 3/4이 포르투갈 출신자이며, 그중 일부는 프랑스 국적자다.

 

관리인 숙소는 혜택인가, 족쇄인가?

관리인에게는 숙소가 제공되고, 93%가 정규직이다. 이런 장점 때문에 이 직업은 대물림됐다. 그러나 건물에 거주하는 관리인은 업무별 ‘가치 단위(unité de valeur)’ 환산표를 바탕으로 급여를 받는다. 가정용 쓰레기 처리비 2,000단위, 주차장 청소비 300단위, 엘리베이터 관리비 200단위. 이런 식으로 계약서에서 급여를 규정하는 것이다. 

에손주 내 팔레조 소재 공동주택의 관리인인 49세의 미카엘 프린스의 경우를 보자. 프린스가 관리하는 공동주택 거주자의 약 절반은 소유자, 나머지 절반은 임차인이다. 그의 업무는 6,500단위로 평가됐으며, 월 급여 실수령액은 1,282유로(2023년 11월 기준, 한화로 약 181만 원)다. 프린스는 이전에 방브 지역에서도 관리인으로 일했다. 당시에는 우편물 배포, 엘리베이터 관리 업무가 포함돼 월 1,800유로를 받았다. “대다수의 관리인들은 자기 업무가 가치 단위 환산표에 제대로 반영됐는지 확인해보지 않습니다.” 프린스는 파란 눈동자를 빛내며 안타깝다는 듯 말했다. 그는 계약서에서 명시된 업무 외의 일, 즉 택배기사로부터 배송물을 받는 등의 일을 거절하고, 근무시간 외에는 관리실 문을 열지 않았다.

“관리인 숙소가 있으면 좋지요. 그런데, 일을 그만두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는 것도 숙소입니다.” 시예드가 설명했다. 그녀가 거주하는 숙소의 전용면적은 28㎡로, 파리에서는 평균 면적의 약 3배에 달하는 넓은 숙소다. 관리인 숙소는 과거 하인들의 거처였다.(2) 그녀는 숙소에서 남편, 그리고 3명의 자녀들과 함께 산다. 커튼 한 장으로 자신의 침대를 나머지 공간과 분리하고, 옷을 갖춰 입고 자야 한다. 한밤중에도 자다 말고 일어나야 할 일들에 대비해서다. 술에 취한 주민에게 열쇠를 찾아주거나, 이웃 간 싸움이 벌어질 때 중재하는 것들이 전부 그녀의 일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노동계약서에는 “노동계약서를 해야 하며, 휴무일 외에는 관리실에서 취침해야 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퇴직하면 관리인 숙소에서 떠나야 한다. 급여에서 숙소 사용비가 제외되므로 실수령액도, 납입한 연금액도 적을 수밖에 없다. 페르난데스는 “노동총연맹 사무실에 가면, 70대 관리인들을 종종 만난다”라며, “그들은 숙소가 필요해서 일을 그만두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건물 관리인 39%가 55세 이상이다.(3) 나이가 많다 보니 어떤 작업은 수행이 어렵다.

파리 16구 쉬셰 대로 부근 건물 관리인인 리아 고메스의 경우를 보자. “최근 저는 15일간 일을 하지 못했어요. 몸을 자주 숙이다 보니 목이 너무 아파요.” 관리인의 필수 업무 중 쓰레기 분리수거가 있다. 쓰레기통이 2배로 늘자, 분리수거를 위해 몸을 숙이는 일도 2배로 늘어난 것이다. 2016년 『직업 의학저널』에 발표된 연구는 “노동자들의 고립은 위험을 부른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업무 중 사고, 일례로 가정용 청소용품의 독성 등은 과소평가되고 있다.(4)

 

사람은 줄고 일은 늘었지만, 급여는 안 늘어

나탈리아 테이셰이라 시예드가 이 건물에서 일을 시작한 25년 전, 주변 건물에는 대부분 관리인이 상주하고 있었다. 오늘날, 주변 건물 관리인은 3명뿐이다. 매주 청소업체가 와서 공동구역을 청소하고 쓰레기를 수거해간다. 시예드는 이런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택배기사들은 주변 건물의 배송물도 그녀에게 맡긴다. 다른 건물 입주민들은 청소업체 담당구역 외의 공동구역 청소까지 그녀에게 제안한다. 그녀가 일하는 건물에는 이전보다 젊은 소유자들이 입주했다. 새로운 입주자들은 시예드의 근무시간을 줄일 방안을 모색했다. 시예드를 위해서가 아니라, 관리실을 회수하기 위해서다.

“우버 택시와 아마존 택배에 익숙한 젊은 세대는, 관리인의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합니다.” 건물 관리인력 전문기업 시느발(Syneval)의 창립자, 라셰드 라라즈 대표가 설명했다. 장마크 스테베는 지난 몇십 년간 관리인 수가 점점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고 지적했다. 20년 사이, 파리 지역에서 건물 관리인의 25%가 사라졌다.(5)

공영주택도 예외가 아니다. 건물 관리업무의 외주화가 늘고 있다. “어떤 임대인들은 건물 관리인을 부동산 관리자로 바꾸기도 합니다.” 파리 아비타(Paris Habitat)의 에마뉘엘 코팽 대표는 파리 아비타 소속 건물 관리인 1,120명이 “공공 서비스를 강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라며 옹호했다. 코로나19 사태 때 관리인들이 “취약한 여건에 있는 주민들의 안전을 관리”했다는 것이다. 

“관리인의 역할이 10년 사이에 엄청나게 변했어요.”

파리 4구 소재 파리 도시 부동산공사(RIVP) 직원인 한넨 케브다니(37세)가 말했다. 그녀가 근무하는 관리실의 뒷문은 아파트를 향해 있었다. 관리인은 세입자가 보내는 이메일을 확인하고, 회사 매입 주문서도 컴퓨터로 처리해야 한다. 건물 주민 중 약 60%가 60세 이상이라 신경 쓸 일이 많다. 정보화, 고령화 속에 관리인의 부담은 계속 늘고 있다. 반면, 급여는 전혀 늘지 않고 있다.

RIVP는 이런 ‘공공 서비스’를 관리인의 공식 업무에 포함시키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노조가 이에 반대했다. 이런 몰상식한 제안은 관리인들을 괴롭힌다. 2018년 파리 아비타는 희망하는 직원에 한해 조서를 작성할 권한을 부여했다. 오늘날 파리 아비타 직원 약 400명이 이 권한을 가지고 있는데, 대부분이 관리인이다. 파리 도시 부동산 공사도 이런 흐름을 따라가려는 것이다. 사회주택 관리인에게 조서 작성 권한을 준 것은 과거 관리인이 서민의 감시자 역할을 했던 시절로 회귀하는 셈이다.

 

관리인들, 그들만의 노동조합을 만들다

이런 관리인 역할의 변화는 여성 관리인의 감소로 나타났다. 건물관리 분야 노동자 약 7만 1,000명 중 약 64%가 여성이다.(6) 파리의 사유 건물 내 관리인 중 여성은 약 84%다. 반면, 파리 아비타 주택 관리인 중 여성은 43%에 불과하다. RIVP의 직원 케브다니도, 노동조합도, 공동소유자 조직도 이런 억압적인 변화에 반대한다.

“저는 경찰이 아닙니다. 따라서, 조서 작성 권한을 원하지 않습니다. 저는 현장에 있어요. 당장 이곳에서 사소한 문제가 생긴다면, 사람들은 제 관리실 문을 두드리고 창문을 깨부술 겁니다. 제 상사는 편하게 자기 집에 누워있을 거고요.” 

2년 전, 케브다니는 노동자의 힘(FO)에 가입하기로 했다. 현재 파리 도시 부동산 공사의 사회 및 경제위원회 회원인 그녀는 관리인을 위한 지원이 부족한 현실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프랑스 노동총연맹(CGT)에 이어 건물 관리인을 대표할 수 있는 두 번째 조직인 국립 독립 관리인 및 경비원 조합(SNIGIC)의 회장인 폴 브리예는 “관리인들이 조합에 가입하는 것은 시위하기 위해서가 아니다”라며 “조언을 듣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동조합 가입을 망설이던 개인 건물의 관리인들은 그들만의 집단 공동체를 만들었다. 파리 14구에 있는 노트르담 뒤 트라바이 성당 지하 예배당에서 매주 일요일 아침에 교인들이 모인다. 브라질 신부가 포르투갈어로 진행하는 미사를 마친 후다. 바로 이 교회에서 알마(Alma)라는 단체가 탄생했다. 17구에서 관리인으로 일하는 알리스 마갈헤와 산체스 루이보의 만남으로 생긴 단체다. 베라(42세)는 노란 원피스 차림으로 성당 지하 예배당에서 다른 교인들과 우아하게 커피타임을 즐기고 있었다. 그녀는 15구에서 일하는 관리인이다.

“제가 시위를 한다면, 노동시간 때문일 거예요. 때때로 모두 함께 우리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거든요.”

2014년 말, 단체 협약 조항 변경으로 노동시간이 줄었다. 그녀가 일하는 건물 관리조합에서는 감소된 노동시간을 2018년 한해만 적용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베라는, 법정노동시간을 초과하는 자신의 노동시간을 합법적으로 변경할 것을 요구했고 성공했다. 건물 관리인이라는 직업은 비록 쇠퇴하고 있지만, 그들은 이곳에 모여 희망을 나누고 있다. 사람들이 건물 관리라는 노동의 존엄성을 인정하기를, 건물 관리인들을 하인이 아닌 노동자로 인식하기를 염원하면서 말이다. 

 

글·티모테 드로글로드르 Timothée de Rauglaudre
기자

번역·이정민
번역위원


(1) Jean-Marc Stébé, ‘La médiation dans les banlieues sensibles 취약한 교외 지역 내 중재’, <Presses universitaires de France 프랑스 대학 신문>, Paris, 2005.
(2) Dominique Vidal, ‘Les concierges d’origine portugaise à Paris et l’épidémie du coronavirus 파리의 포르투갈 출신의 건물 관리인과 코로나19 전염병’, <Hommes & Migrations 사람과 이민>, n° 1331, Paris, 2020년 10월~12월.
(3) ‘Panorama branche professionnelle des gardiens, concierges et employés d’immeuble 관리인, 수위, 건물 직원 계통의 직업 전망’, <Opérateur de compétences des entreprises de proximité (Opco EP) 근거리 기업 역량 조사>, 2022년판, www.opcoep.fr 
(4) Pascal Fau-Prudhomot 외, ‘Travail isolé chez les gardiens. Enquête sur une mise en danger au quotidien 건물 관리인의 고독함, 일상에서 도사리는 위험에 대한 조사’, <Archives des Maladies Professionnelles et de l’Environnement 직업병 및 환경 병에 대한 자료>, vol. 77, n°3, Rouen, 2016.
(5) Aubin Laratte와 Timothée Talbi, ‘Gardien d’immeuble, une profession en voie de disparition en Île-de-France 건물 관리인, 일드 프랑스에서 사라지고 있는 직업’, <Le Parisien>, 2020년 1월 6일.
(6) ‘Portrait statistique structurel des branches professionnelles 직업 분야의 통계적인 구조적 특성’, <Direction de l’animation de la recherche des études et des statistiques (DARES) 연구 및 통계 조사 활동 지원 부서>, Paris, 2020, www.dares.travail-emploi.gouv.f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