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로 드러난 ‘센강 수영’이라는 사기극

2024년 파리 올림픽 앞두고 먹구름

2023-12-29     마크 래메 l 기자

2024년 파리 올림픽을 1년 앞둔 2023년 7~8월, 파리 지역에는 몇 주 동안 비가 내렸다. 이 비로 인해 파리 시청부터 대통령실까지 모든 권력기관이 약 10년에 걸쳐 동참해 온 사기 행각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1923년부터 시 행정명령에서도 센강에서는 수영을 금지하고 있다. 비가 오든, 오지 않든 마찬가지다. 센강의 오염으로 인한 위생문제 때문이다. 하지만 과도한 스포츠 사업과 인위적 인기를 좇는 정치인들의 눈감아주기, 어떻게 해서든 이득을 얻으려는 사람들 때문에 ‘센강에서의 수영’이라는 거대한 거짓말이 탄생했고, 덕분에 올림픽은 악몽이 될 위기에 처했다.

 

2023년 7월 말, 일드프랑스주는 두 달 전 실시한 박테리아 분석결과를 토대로, 파리 시내 알렉상드르 3세 다리와 알마 다리 사이에서 8월 5일~6일 이틀 간 진행될 오픈 워터 스위밍(바다, 강, 호수 등 자연의 물속에서 진행되는 수영경기-역주)대회를 “원칙적으로” 허가했다. 이번 대회는 세계수영연맹 ‘월드 아쿠아틱스’의 주관으로 센강에서 열리는 오픈 워터 스위밍 월드컵으로,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로서는 2024년 올림픽을 ‘사전 테스트’할 기회였다.

토요일에는 여자 수영선수들이 그리고 일요일에는 남자 수영선수들이 시합에 나서, 에펠탑을 배경으로 유명한 두 다리 사이 1.6km 코스를 자유형 크롤 영법으로 여러 차례 왕복하며 총 10km를 완주할 예정이었다. 파리 올림픽 홍보담당자들이 그토록 고대하던 상징적인 장면이 될 터였다. 

 

수질 대장균 오염 심각, 수영대회 전격 취소 

일드프랑스주는 2023년 8월 17일에서 20일까지 열리는 트라이애슬론 테스트 경기도 허가한 바 있다. 센강은 2024년 올림픽에서 수영 마라톤, 트라이애슬론, 장애인 트라이애슬론 경기가 열리는 장소다.

그러나 2023년 8월 3일 저녁, 프랑스 수영연맹은 “최근 파리에 내린 폭우로 센강의 수질이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기준 밑으로 떨어졌다”라고 알렸다. 조사 결과, 대장균 수치가 기준치 이상이었다. 세계수영연맹의 경기 개최 기준은 100㎖당 대장균 수치 1,000CFU(콜로니 형성 단위) 이하인데, 24시간 전 센강에서 채취한 표본에서는 100㎖당 1,300CFU가 검출됐다. 결국, 금요일로 예정됐던 훈련을 비롯해 그 다음 주말 예정이었던 오픈 워터 스위밍 월드컵도 취소됐다.

파리시는 “2023년 6월 6일부터 7월 19일까지 42건의 조치를 취했고, 그 결과 수질이 개선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해 7월 말 ‘이례적 사건’이 발생해, 수질 개선 효과가 수포로 돌아갔다. 파리시에 따르면 “7월 20일에서 8월 2일 사이, 파리에 104㎜의 폭우가 쏟아졌는데, 이는 20년 만에 최대 기록이며, 지난 20년 동안 평균 강우량의 4배에 달한다.”

하지만 오픈 워터 스위밍의 위험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과 2021년 도쿄 올림픽에 참가했던 선수들도 이 위험에 대해 털어놓았다. 7월 마지막 주말 영국 선덜랜드에서 열린 트라이애슬론 경기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 수영을 마친 57명의 선수가 설사와 구토 증상을 보인 것이다. 대회 3일 전 환경청에서 실시한 검사에서 대장균 수치가 평소의 약 39배에 달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결국, 파리시 홍보관계자(약 300명)들과 모든 관련 기관에서는 서둘러 사방으로 메시지를 보냈고, 언론은 이를 그대로 전했다. “모두 예상한 일이다. 2024년에 같은 일이 반복된다면, 경기를 며칠 미룰 것이다.”

혹시 차선책이 있을까? 2023년 8월 6일, 브리지트 레가레 올림픽 조직위원회 파리 시내 경기담당관은 AFP에 이렇게 답했다. “차선책은 센강에서 수영을 하는 것이다. 자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4년 전부터 당국과 노력했고, 진전이 있음을 확인했다. 가능할 것이다.” 순진한 바람이자 무기력함의 고백이다. 폭우가 내릴 경우 모든 장비가 물에 잠길 텐데, 날씨의 자비에 운명을 맡겨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당연한 사실은 10년 동안 온갖 변명으로 부정됐었다. 

8월 19일과 20일, 또다시 문제가 불거졌다. 오래전부터 계획됐던 트라이애슬론 ‘테스트 이벤트’ 중 수영 경기가 결국 취소된 것이다. 당국의 공동 성명에 따르면 “이번 8월 20일 일요일로 예정된 테스트 경기를 위해 실시한 검사에서 연구실에서 제공한 분석결과와 고주파 표본 분석장치의 결과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 재확인됐다. 이런 상황에서는 안전한 수영대회가 보장되지 않는다.” 

스포츠 및 센강 업무를 담당하는 피에르 라바당 파리 시장 보좌관도 전날 당혹함을 감추지 못했다. “놀라운 결과다.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우리도 잘 알지 못한다. 연구실 분석 결과가 센강에서 측정된 순간 판독 값과 일치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같은 날, 올림픽 개최의 중요 인물인 톤 에스탕게는 “2024년의 상황과 관련해 충분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딴소리를 냈다.(1) 

 

2024년 파리 센강에서의 수영, 미션 임파서블?

1988년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은 1994년에 파리 센강에서 수영을 하겠다는 선거 공약을 발표했고, 시장이었던 1990년 5월에도 같은 말을 했다. 그러나 센강의 수질이 개선되지 않아 이 약속을 지키지는 못했다. 

수많은 강처럼 센강 역시 도시 폐기물(공장 및 작업장, 폭우 배수관…)의 배출구 역할을 해왔다. 또한, 상류에서 내려오는 모든 배출물(발랑통 하수처리장, 루아시샤를드골 공항 처리장 배수관)과 농업용수를 운반한다. 센강의 수질 오염으로 인해 수중 생물의 수가 상당히 많이 감소했는데, 1970년에는 파리에서 확인된 어류가 4종에 불과했다. 이후, 수질 개선 목소리가 높아졌고 2018년 조사에서는 약 30종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날 정도로 수질은 개선됐다. 하지만 이 어류들은 중금속에 오염돼 식용이 불가하다. 

어느 시대에서나 센강에는 수영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유행이 시작된 것은 17세기 중반부터다. 당시에는 수위가 지금보다 낮았고, 모든 강가가 돌벽으로 둘러져 있지 않았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단순한 도구를 가지고 물장구쳤고, 18세기 초부터는 적절한 복장을 갖추고 수영을 했다. 공중목욕탕의 조상 격인 샤워보트 덕분에 사람들은 찬물과 더운물로 몸을 씻을 수 있었다.

센강에서의 수영은 1923년에 금지됐지만 1950년까지 불법적으로 성행했다. 공장들이 가동을 중단해 강물이 훨씬 깨끗했던 1939~1945년에는 수영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특히 1945년 8월에 센강은 헤엄치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샤워보트 외에도 들리니 강변 수영장이 있었는데, 여과된 강물을 가둬서 물놀이를 할 수 있게 만든 곳으로 1933년 문을 닫았다. 

트라이애슬론과 자유형 10km 등 2024년 올림픽의 두 수중 종목과 관련한 파리 시장의 약속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은 어느 날 아침 라디오 방송에서, 센강의 수질이 올림픽 때까지 개선된다면 에펠탑 아래 센강에서 두 종목의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온 힘을 쏟겠다고 갑작스러운 발표를 했다. 중대한 사안이었지만, 발표에 따른 실질적인 조처는 없었다. 그저 가벼운 언행에 그쳤을 뿐이다.

운동선수들은 젊고 신체적으로 건강하기 때문에 세균에 오염된 강에 들어가도 큰 영향을 받지 않으리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물론 국제 규정에서는 높은 수질을 요구한다), 파리시가 설치하려고 하는 일반 시민용 수영구역에 대해서도 같은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다.

파리시는 2025년 센강에 5개의 수영구역을 설치할 예정이다. 16구 불로뉴 숲과 트로카데로 광장 인근에 각각 한 곳씩, 1구 퐁뇌프와 퐁데자르 사이 우안에 한 곳, 4구 노트르담성당과 퐁오샹주 사이 우안에 한 곳 그리고 마지막으로 12구 퐁드베르시와 시몬드보부아 인도교 사이 우안에 한 곳이다. 수 년 동안 교묘하게 다듬어온 허상이지만 서서히 그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2)

 

오스만과 엔지니어 벨그랑의 해로운 유산

올림픽 개최지 경쟁 후보였던 로스앤젤레스와 5억 달러 규모의 ‘보상’ 합의 후, 파리는 2024년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됐다. 이 과정에서 파리 시청이 마법의 부적처럼 홍보했던 센강에서의 수영 경기도 일정 부분 도움이 됐다. 파리시가 왜 이렇게 센강에서 올림픽 수영 경기를 치르겠다고 고집하는지, 이들이 갇힌 지옥 같은 함정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먼저 19세기의 상황을 살펴봐야 한다. 네 번의 콜레라 유행으로 8만 명이 사망하자, 도시 정화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파리 거리 아래에 셀 수 없이 많은 집수망을 설치한 뒤 거대 집수정과 연결해 도시의 하수를 이블린의 아셰르 평야로 배출하는 하수도를 건설했고, 수십 년 동안 사용했다. 그러나 도시 외곽까지 확장된 이 집수망은 처음 만들어졌을 때부터 하수구에서 나온 하수와 지붕과 도로에서 흐르는 빗물을 구분 없이 담아갔다.

오늘날, 파리시 하수처리 협회(SIAAP)가 처리하는 일드프랑스 주민 900만 명의 하수량은 건조한 날씨 기준으로 일일 250만㎥이고, 이 하수는 다섯 곳의 거대 하수처리장에서 처리한다. 1940년 건설된 역사적인 아셰르 처리장의 처리 용량을 보완하고자 1980년대에 건설된 곳들이다.

하지만 비가 오면, 특히 폭우가 쏟아질 경우 몇 시간 내로 탄화수소와 중금속에 오염된 빗물 전부가 모든 파리 거리의 배수구로 흘러든다. 일명 ‘일체형’ 하수망은 이런 추가 유입을 수용할 수 없어, 배수구는 넘치고 파리 도심 전체가 침수된다. 

해결책이 있을까? ‘폭우 배수관(DO)’은 센강 우안 지하 하수망에 연결된 47개의 파이프로, 파리 나시옹 역에서 쉬렌까지 센강 우안에 설치됐다. 폭우가 계속되면, 정화되지 않은 하수와 우수(하수도로 유입된 빗물)가 센강에 바로 배출되는데, 이를 대비한 시설이다. 19세기부터 땅 밑에 묻혀 있던 수천km의 하수도망을 수백억 유로를 들여 다시 만들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지난해 7월 폭우를 통해 알아차렸듯, 센강에서 수영을 하겠다는 소리가 터무니없는 이유다.

 

센강에서 장내 바이러스와 편모충 검출돼

20세기 초부터 특정 요인들을 제어하기 위한 지속적인 수질 분석이 시행돼왔다. 수영 중 즉각적인 질병의 위험을 측정할 수 있는 것은 주로 대장균과 장구균 등 대변 오염 지표로 나타나는 미생물 수치다. 이런 지표는 100년 이상 동안 수중 배설물의 존재를 나타내왔다. 여러 역한 연구 덕분에 이런 지표의 농도와 수영 중 질병 발생 확률 사이의 관계를 정립하는 게 가능해졌다. 이들 연구는 유럽연합 규정에도 적용돼, 통계 분석을 통해 수질에 따른 수영 구역 등급을 구분할 수 있다. 오염이 심한 구역은 수영에 부적합한 곳으로 발표된다. 수질 분석 시 신경계에 질병을 일으키는 시아노박테리아(아나베나, 마이크로시스티스 등)와 독성 식물성 플랑크톤(디노피시스, 알렉산드륨) 존재 여부도 측정한다.

그러나 미생물 검출에 대한 이런 법적 기준들은 현재 우리의 인식 수준에서는 매우 부족하다. 이런 세균 지표들을 이용해서는 특수한 장내 세균, 대장균군, 엔테로코커스 패칼리스 등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캄필로박터, 헬리코박터, 레지오넬라 및 더욱 골치 아픈 장내 바이러스(노로바이러스, 로타바이러스, 아스트로바이러스, 아데노바이러스, 레오바이러스), 엔테로바이러스(소아마비, 뇌수막염), A형 및 E형 간염(간 간염), 인수공통감염 원충류, 이질 및 설사 유발균(편모충, 크립토스포리듐, 시클로스포라)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생충(회충) 등은 조사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시행된 분석 작업에 따르면, 장내 바이러스 및 편모충 등일부 세균들도 강물에서 검출됐다.

 

폭우 내리고 고농도 분변지표 높아져

대장균은 식중독의 원인으로 널리 알려진 박테리아로, 치료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고, 심한 경우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대장균은 대규모 박테리아군으로 이뤄졌는데 그중 다수는 인간의 소화계에 존재하며 소화를 돕기도 한다. 그러나 일부 종은 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 익히지 않은 음식이나 상한 음식을 섭취할 경우 발생하는 식중독이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보건 당국은 바닷물이나 강물 등 사람들이 수영을 할 수 있는 물을 관리하면서 대장균 존재 여부를 감시한다. 실제로 수영을 하다가 이 박테리아를 섭취해 식중독에 걸릴 위험도 있다. 

사실 식중독과 관련해 대장균은 살모넬라균, 리스테리아균만큼 사망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 그렇지만 대장균으로 인한 사망자도 꾸준히 발생한다. 2011년 유럽 최악의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수십 명이 대장균 때문에 사망했다. 이보다 최근인 2022년, 두 명의 아동이 사망한 사건에 대해 프랑스 당국은 대장균에 오염된 뷔토니 브랜드의 피자 섭취가 관련이 있다고 의심했다.

한편, 신체가 오염된 물과 접촉되면 요로감염을 일으킬 수도 있는데, 이는 여성이 훨씬 더 위험하다. 급성 신부전을 일으키는 ‘용혈성 요독증후군(HUS)’으로 악화할 수 있는 대장균 감염은 아동과 노인들에게 특히 치명적이다. 치료도 어렵다. 살모넬라균 감염이나 리스테리아균 감염과 다르게, 대장균이 원인이 된 식중독은, 요로감염 시 외에는 항생제로 치료되지 않는다. 1980년대 말 이후 센강의 수질은 개선됐지만, 최근 미생물학적 분석에 따르면, 고농도의 분변 지표가 여전히 정기적으로 검출되며 특히 폭우 후에는 더욱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자들과 물 관리 전문가들은 진실을 알아
 
파리시는 2024년 올림픽 개최 시, 트라이애슬론 경기나 자유형 10km 같은 경기들을 센강에서 열겠다고 제안했다. 시는 매년 여름 비예트 유역에 강물을 가둔 수영장을 만들면서 2025년에는 센강에서 수영이 가능하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과학자들과 물 관리 전문가들은, 유럽 지침에 정의된 ‘수영 가능한 물’의 조건이 2024년은 물론 2025년에도 달성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1970년 이후 센강의 위생 상태는 개선됐지만, 커다란 위협은 계속된다. 돌발적인 위협으로는, 강렬한 폭풍우 때문에 상류의 하수처리장이 범람하거나 파리 지역 폭우 배수관의 작동 용량이 초과하는 경우가 있고, 지속적인 위협으로는, (화장실에서 나오는) 오수관 수천 개가 빗물 파이프에 잘못 연결된 문제와 파리 땅의 70%가 물을 통과시키지 못하는 너무 큰 불투수성으로 인한 문제가 있다.

SIAAP, 센노르망디 수자원청, 파리시 및 파리 인접 3개 구역이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긴급 작업에 15억 유로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SIAAP는 2000년대부터, 폭우로 인한 유출량을 줄이기 위해 폭우 시 빗물 일부를 가둘 수 있는 파리 지하터널(TIMA)을 만드는 대규모 공사를 진행했다. 거대 저류조 세 곳이 총 20만㎥의 빗물을 가둘 수 있다. 

그러나 파리의 불투수율이 70%에 달해서 10mm의 비교적 가벼운 폭우가 내려도 몇 시간 만에 60만㎥의 빗물이 차오른다. 이 세 곳의 저류조를 만드는 데 1990년대 중반부터 약 10년이 걸렸고, 2억 유로 이상이 들었다. 하지만, 이 저류조들은 순식간에 채워져서 거의 쓸모가 없다. 참고로, 마른강과 센강 상류 알포르빌 두 지점의 유량을 합하면, 파리가 시작되는 위치에서의 정확한 평균 유량을 얻을 수 있는데, 4만 3,500㎢의 유역에 대한 유량은 328㎥/s이다. 

파란만장한 이야기의 최신 에피소드는 오스테를리츠 역 인근에 건설 중인 네 번째 터널 저류조에 관한 것이다. 폭우 시 초과되는 빗물을 저장하는 역할을 하는 이 저류조 건설은 1년 전부터 ‘센강 수영 계획’의 주요한 단계로 추진돼왔다. 하지만, 이 저류조의 용량은 5만㎥으로, 센강이 매일 운반하는 물의 양에 비하면 아주 적다. 1억 유로가 헛되이 쓰였고, 공사 도중 노동자 한 명이 사망하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파리 강우 계획, 방해요인들 곳곳에 도사려

2010년대에 구상된 파리 강우 계획은 비가 스며들 수 있는 지역들을 정하고, 새로운 도시계획에 개방된 토지를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계획 실행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존재한다. 먼저, 수도의 북동쪽 전체를 포함한 일부 지역에는 오래된 석고 채석장들이 존재한다. 또한, 파리교통공사(RATP), 프랑스 국유철도(SNCF), 프랑스 송전망 운영기업(ENEDIS), 광섬유, 가스, 하수도 등 지중 네트워크 운영기업들은 자사 설비 피해를 우려해 계획에 반대한다. 도시계획에 따라 개발할 땅을 단 한 평도 잃고 싶지 않은 부동산 개발업자들은 말할 것도 없다. 시작되자마자 폐기될 위기에 처한 계획이다. 

여기서 중요한 일화 하나를 소개한다. 파리시 20개 구청에서 해당 강우 계획을 사전에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공고를 게시했지만, 단 한 명의 파리 시민도 의견을 내지 않았다. ‘관련 전문직’ 납세자들의 참여를 강제하면서 다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었다. 강우계획과 더불어 정부, 지방 당국, 센노르망디 수자원청, SIAAP, 파리 항구 운영사 HAROPA는, 2018년 센강 수질 개선 노력을 위한 ‘태스크 포스’를 구성했다. 

 

센강 하수 살균하려고 유해 화학물질까지 사용 

2019년 7월 12일, 센노르망디 수자원청은 다섯 개의 태스크포스(TF)를 새롭게 구성하는 심의안을 채택했다. 2019년 11월에 임기를 시작한 이들의 역할은 2024년에 센강을 “수영이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3)

첫 번째 TF는 SIAAP가 이끄는 ‘폐기물 선행처리’ 팀으로, 하수처리장 방류구로 배출되는 오수의 세균 처리 시설을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수처리장에서는 배설물을 통해 오염시키는 지표 세균을 99% 제거하지만, 미생물 부하가 높은 관계로 충분한 조처는 아니다. 나머지 1%도 오염 위험이 매우 크다. 2016년 SIAAP의 자크 올리비에 대표는 “세균학적으로, 물 1ℓ를 버리면 하천의 물 10㎥(약 1만ℓ)가 오염된다”고 말했다.

SIAAP는 파리 상류에서 두 곳의 정수장을 운영한다. 하나는 누아지르그랑에 있는 마른강 정수장이고, 나머지 하나는 발랑통에 있는 센강 정수장이다. 첫 번째 정수장(일명 ‘마른-하류’)은 2009년 UV 살균 설비를 갖췄으나, 인근에서 수영하는 경우가 없어서, 전기 요금(연간 15만 유로)을 절약하기 위해 2013년 작동을 중지했다. 발랑통 정수장에도 UV 살균 설비 도입이 고려됐으나, 2016년 SIAAP가 추산한 비용이 대략 5,000~8,000만 유로에 달했다.  2019년 가을, ‘과산화포름산’을 이용한 화학적 처리에 큰 관심을 보였던 SIAAP는 (파리시의 바람과 다르게) UV 살균 기술을 포기했다.

화학처리 기술 중 하나인 DesinFix는 핀란드의 화학자 케미라가 2013년에 상업화한 기술로, ‘Dex’라 불리는 과산화포름산을 현장생산하는 방식이다. 과산화포름산은 매우 강력하고 불안정한 산화제로, 라디칼 반응(홀전자를 가진 원자 또는 분자인 라디칼이 관여하는 화학반응-역주)을 통해 세균을 제거한다. 반응을 일으키려면, 과산화수소와 포름산을 기제로 하는 두 전구체가 정수장에서 직접 접촉해야 한다. 이 화합물들은 유럽연합 지침에 살생물제(생물에 유해한 화학물질-역주)로 등록됐으나, 환경부 장관은 하수 살균을 위한 사용을 허가했다.

프랑스에서는 해양개발연구소(IFREMER)의 모니터링과 함께 비아리츠에서 시험적으로 사용했고 본격 도입하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SIAAP는 결국 이 방식을 채택했다. 이후로도 SIAAP는 놀라운 활동을 이어갔고, 국제물협회(IWA)의 간행물에 자신들의 기적적인 해결방법에 관한 발표도 늘려갔다. 하지만 매일 60만㎥의 오수 소독 비용이 1억 유로가 넘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센강에서의 수영’을 홍보하는 이들이 약속한 15억 유로와는 거리가 멀다.

 

잘못된 우수관 연결

발드마른 도의회가 이끄는 두 번째 TF ‘불량 연결부 제거’팀의 목표는, 부족한 하수관망을 추가 설치하고, 오수가 우수관망으로 흘러 들어가거나 반대의 경우로 오수와 우수가 섞여서 센강과 마른강까지 유입되게 만드는 건물들의 관로 연결 불량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수년에 걸쳐 진행된 연구들에 따르면, 파리 시내 센강의 세균 오염 80%가 발드마른의 관로 연결 불량 때문으로 나타났다. 

공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발드마른 지역에서만 5만~10만 건의 연결 불량이 파악됐고, 일드프랑스지역에서는 30만 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2년 전, 필자도 자료를 제공했던, 일드프랑스 <France 3>TV의 훌륭한 다큐멘터리에서 소개했듯이, 지난 10여 년간 해마다 수백 개의 불량 연결부가 수리됐을 뿐이다. 게다가 현재 이 문제에 관한 규제도 관리 기관도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불량 연결된 관로를 보수하는 데 필요한 예산은 약 3억 유로로 추산되지만, 아무도 예산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그래서 정부는 올림픽에 관한 두 번째 법에 따라 건물주가 해당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결정해버렸다. 파이프 헤드 하나당 1만 유로를 지불해야 한다.(4) ‘수영 부대’가 주장한 15억 유로는 대체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아직도 궁금하다.

센생드니 도의회가 주도하는 ‘빗물 관리’ TF는, 비가 올 때 하수처리시설의 배출물 관리를 목표로 했다. 빗물이 하수처리망에 유입되는 것을 줄이고, 빗물 관리기능을 개선해 오수와 우수의 혼합 배출을 제한하는 것이 주된 임무다. 

우리가 확인했듯, 파리시는 2018년에야 공식적으로 ‘강우 구역 설정’을 시작했다. 빗물이 하수처리망으로 유입되는 것을 줄이기 위한 조처다. 하지만 파리는 유럽에서 가장 많이 광물화된(콘크리트가 많은) 수도다. 지면의 불투수성을 없애야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도로 관리 기관들, RATP, 부동산 개발자 등 모두가 반대한다. 이런 상황에서 파리 시내에 투수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바람은 헛된 희망처럼 보인다.(5)

 

실현가능성 없는 ‘수영 가능 수질 인증’ 

파리 항구운영사(HAROPA-Ports de Paris)의 4번째 TF ‘보트 및 수상 시설’팀에서는 하우스 보트에서 배출되는 오수를 제거해 국지적 오염원을 처리하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파리 시내의 하우스 보트의 세균 오염원(배설물+생활하수)은 센강에서 측정된 전체 세균 오염의 2~3%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파리 항구운영사는 20만 유로를 들여 하수망 연결 설비를 강둑에 설치하려고 하며, 하우스 보트 소유자들에게 4만 유로가 드는 보트 수리를 강요하고 있다. 더 경제적인 해결책(건식 화장실, 식물 정화 등)이 있음에도 말이다. 사실, 파리시와 파리 항구운영사는 하우스 보트들을 없애려 한다. 그 자리에 세금을 더 많이 걷을 수 있는 식당이나 나이트클럽 등을 채우려는 계산에서다.

수영을 위한 수로 개선과 관련한 5번째 TF ‘인식 개선’팀은 파리시가 주도했다. 몇 년 전 개정된 유럽연합의 ‘수영’ 지침에 따르면, ‘수영 가능 수질’ 인증을 받으려면 ‘프로필’을 작성해야 한다. 지난 4년간 수질관리를 위해 어떤 조치와 관리를 했는지 프로필에 기재한 후에야 해당 등급을 인증받을 수 있다.(6) 그러나 센강이 지침에 따른 인증을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으므로, 파리시는 마키아벨리즘(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것–역주)에 따라 올림픽 수영은 ‘실험적’이라고 주장하며 지침을 비껴가려고 했었다.(7)

하지만 이 놀라운 가면무도회는 7월과 8월에 내린 비정상적인 폭우로 인해 끝이 났다.(8) 센강에서의 수영을 고집하는 이들은 안타깝게 화재 피해를 본 노트르담성당에 촛불을 밝히러 가지도 않았다. 노트르담성당 화재는 사고였지만, 올림픽 기간 중 센강에서 수영을 하겠다는 계획은 조직적인 속임수다. 

 

 

글·마크 래메 Marc Laimé
기자. 저서로 『Dossier de l’eau. Pénurie, pollution, corruption 물 문제: 부족, 오염, 부정부패』(Seuil, Paris, 2003)가 있다. 


번역·김자연
번역위원


(1) Marion Canu, ‘JO de Paris 2024 : une épreuve test de natation à nouveau annulée dans la Seine ce dimanche 2024 파리 올림픽: 일요일, 또다시 취소된 센강 테스트 수영대회’, <Le Parisien>, 2023년 8월 20일, 파리 수자원 연구 개발 담당 로랑 물랭 인터뷰(<France Info>, 2023년 8월 17일).
(2) ‘Au bord du canal de l’Ourcq, baignade interdite mais fraîcheur assurée’, Perrine Kempf 수영은 금지됐지만 상쾌함을 맛볼 수 있는 우르크 운하, <Libération>, 2023년 8월 20일.
(3) 센강과 마른강 수영 실행계획 관계자 협약에 대한 2019년 7월 12일 심의 CA 19-33 (PDF), 센노르망디 수자원청.
(4) 올림픽 및 장애인 올림픽 개최에 관한 2018년 3월 26일의 2018-202 법 제11-1조. 
(5) Emma Thébault, ‘La ville à fleur d’eau. Doctrines techniques et aménagements de l’eau de pluie et des cours d’eau dans l’agglomération parisienne 1970-2015 물과 가까운 도시. 1970~2015 파리 지역 내 우수 및 수로에 관한 기술적 견해 및 정비’, 지리학 학위논문, 파리1 팡테옹소르본 대학교, 2019년.
(6) Michèle Gourmelon, ‘Contamination des eaux de baignade et des coquillages par des matières fécales : comment identifier les sources 배설물에 의한 물놀이용 물 및 조개류 오염. 오염원 파악 방법’, IFREMER, 2023년 8월 17일.
(7) ‘Paris gagné, Paris baigné, mais Paris inondé, puis Paris asséché ! 승리하는 파리, 수영하는 파리, 그러나 침수된 파리, 그리고 말라버린 파리!’, <Les eaux glacées du calcul égoïste>, 2018년 5월 10일.
(8) ‘Quand pourra t-on se baigner dans la Seine, la Loire, le Rhône...? 센강, 루아르강, 론강에서 언제쯤 수영을 할 수 있을까?’, Le téléphone sonne, <France inter>, 2023년 8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