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곡숙의 문화톡톡] <수라> ― 새만금의 마지막 갯벌, 인간의 오만과 자연의 생명력
1. 새만금 간척사업과 갯벌의 죽음
새만금 간척사업은 세 개의 갯벌을 이어서 매립하는 대규모 국책사업이다. 처음에는 총 33.9km에 이르는 세계 최장의 새만금 방조제를 건설하고 간척 토지 28,300ha와 호소 11,800ha를 조성하고 여기에 경제와 산업·관광을 아우르면서 동북아 경제중심지로 비상할 녹색성장과 청정생태환경의 ‘글로벌 명품 새만금’을 건설하려는 총 사업비 22.2조 원의 국책사업이었다. ‘새만금’ 명칭은 전국 최대의 곡창지대인 만경평야와 김제평야를 합친 만큼의 새로운 땅이 생긴다는 뜻으로, 만경평야의 ‘만’(萬)자와 김제평야의 ‘금’(金)자를 따서 새만금이라 하였다. 이 사업은 시작부터 정치적 목적으로 저개발 상태인 전북 지역에 대한 개발 공약으로 제시되었으며, 농지 공급 부족 대책이라는 애초의 국가적 명분과는 달리 시간이 갈수록 산업 용지의 비중이 대폭 늘어나고 있다. 새만금호는 녹조현상, 수질 오염, 토양 오염으로 문제가 발생하였으며, 수질 오염이 심한 이유는 바로 해수 유통 부족 때문이다. 초기 새만금의 사업 계획은 농업용지로의 개발이었는데, 이를 통해 새만금 방조제 안의 해수를 담수호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면서 수질이 악화되었다. 맨눈으로 봐도 수질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으며, 새만금호 주변에는 악취가 났다. 2020년 12월 야간 해수 유통 확대로 현재는 수질이 조금 개선된 상황이다.
<수라>(황윤, 2023)는 새만금 간척사업에서 동필-승준 부자와 황윤-도영 모자가 마지막 남은 수라 갯벌을 살리기 위해서 애쓰는 내용이다. 수라에서 기적처럼 살아난 도요새, 검은머리갈매기, 흰발농게 등이 아름다운 동행을 보여준다. 황윤 감독은 오래 전 갯벌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다가 새만금 간척사업과 여성 어부의 죽음으로 다큐멘터리를 포기했다가 다시 카메라를 든다. 카메라는 청춘을 바쳐 갯벌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과 수십 년 동안 새를 기록하는 동필-승준 부자의 힘겨운 여정을 함께 한다.
2. 새만금 간척사업: 세계 최대 방조제는 세계 최대의 생태 재앙
<수라>의 전반부에서 새만금 간척사업의 세계 최대 방조제는 세계 최대의 생태 재앙이다. 이 영화는 과거와 현재가 교차된다. 과거 2003년 해창갯벌은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등이 주도하는 새만금 간척사업 반대 시위에서 갯벌을 지키는 성지였으며, 4명의 성직자가 삼보일배를 하여 비폭력 평화 시위를 하였으며, 어민들의 강렬한 저항 시위 속에서 여성 어민 류기화가 방조제 사고로 목숨을 잃게 되었고, 10년 동안 어민들의 삶을 기록한 이강길 다큐멘터리 감독도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 과거 여성 어민 류기화는 “이런 좋은 직장 다 빼앗기니 억울하지. 살면서 힘든 일도 바다에 가면 다 잃는다.”며 한탄하고, 갯벌을 죽이는 간척사업 앞에서 여성 전사가 되었지만, 농어촌 공사가 방조제 문을 열어 사고사로 죽게 된다. 새만금 반대 시위는 죽음과 절망의 기록이 되었으며,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나 자연 생태의 재앙을 막기 위한 투쟁이라는 두 가지 가치를 들고 저항하였다.
현재 30년 전 시작된 새만금 간척사업은 아직도 끝나지 않고 있으며,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새만금생활조사단, 전북녹색연합 등 시민단은 매월 기록을 남기면서 새만금을 위해 애쓰고 있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의 오동필은 혼인을 할 때 흰색에서 검은색 머리로 바뀌는 검은머리갈매기를 보고 한 눈에 반했으며, 법정보호종을 축소한 거짓말 환경영향평가서를 비판하며, 수십만 마리의 조개와 게들이 365일 동안 하루 두 번씩 들어오던 바닷물이 안 들어와 죽어버린 끔찍한 사건을 회상한다. 이성실 어린이책 작가는 간척사업 전의 활발했던 게들 모습과 바닷물을 기다리는 안타까움을 회상한다. 정희정 전직 기자는 언젠가 다시 수문을 열어서 갯벌을 복원할 때 복원 기준이 될 수 있도록 기록한다고 밝힌다. 김경완 인류학자는 환경운동가가 포기할 때 시민들이 기록을 시작했다고 말하며, 새들, 조개들, 게들, 어민들의 생활이 어떻게 변했는지에 대해서 8쪽에 걸친 보고서에는 정부 보고서의 41종 새보다 훨씬 많은 150여 종의 새들, 즉 정부 환경영향 평가서에 누락되어 있었던 많은 별종위기 새들이 관찰되고 있어 큰 차이를 보인다고 지적한다. 이렇듯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은 인간들이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생각으로 새만금 지키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인간뿐만 아니라 조개, 게, 새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며, 그 생명체를 의인화해서 생각한다. 특히 오동필은 조개, 게의 입장에서 말하는 대화체로 같은 생명체로서 새만금 간척사업이 끔찍한 재앙이라는 것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이러한 생물들과 함께 살아가는 갯벌은 이미 삶의 터전이 무너지고 어민들이 떠난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은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 아니라,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투쟁만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수라>의 전반부 스타일은 움직이지 않는 카메라, 핸드헬드, 클로즈업-익스트림롱숏으로 다큐멘터리, 현장감, 생물에 대한 재앙을 표현한다. ‘내 카메라에는 수라의 시간들이 쌓여갔다’라는 감독의 내레이션, 흐르는 비와 움직이지 않는 카메라의 대비는 오랜 시간을 기록하는 다큐멘터리를 비유적으로 담아낸다. 방조제의 마지막 구간 공사에서 어민들이 목숨을 걸고 저항하는 장면에서 어민들의 저항하는 모습을 핸드헬드로 잡아내어 현장감을 강조한다. 수십만 마리의 조개들, 게들이 바닷물을 기다리는데 안 와서 기진맥진하다가 죽은 장면은 클로즈업과 익스트림롱숏을 통해 자연 생물에 대한 재앙을 표현한다.
3. 보물찾기: 아름다움을 본 것이 죄인가?
<수라>의 중반부는 새만금 간척사업 전 자연의 아름다움을 본 것이 죄인가라고 반문한다. 수라마을은 과거 이름처럼 풍부한 생물과 금빛 모래로 아름다운 마을이었으나, 현재 간척사업과 미군기지의 소음으로 살기 힘든 동네가 되었다. 오동필은 수라 마을 앞 이름 없는 갯벌에 ‘수라’라는 이름을 붙여주며, 갯벌이 없어도 갯벌이라고 불러줘야 살릴 수 있다며 간절한 염원을 말한다. 수라 갯벌은 최후의 보루이자 마지막 투쟁이며, 열악한 환경에도 검은머리갈매기, 흰물떼새 등이 찾아오는 곳이다. 황윤 감독은 이제 와서 매립을 막으려고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에게 현장에 와서 수라에 생명이 있는지 확인하라고 말하고자 하며, 수라에서 보물찾기를 시작한다. 유승호 사진작가는 최대한 많이 찍어서 보존하기 등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오동필과 황윤은 공사 현장에서 법정보호종인 검은머리갈매기를 발견하고 공사 중단을 요청하고, 오동필은 20년간 새를 찍어 기록하였고 현재는 아들 오승준이 그 일을 함께 하고 있다. 2003년 4명의 성직자가 갯벌을 살리기 위해 60일 동안 305km를 삼보일배하면서 저항운동을 펼쳤지만 실패로 끝났지만 비폭력 저항운동의 상징이 되었다. 현재 새만금호의 수질검사 결과 악취가 심각하고 주민 설문조사 결과 과반수 이상이 해수 유통을 찬성하여 하루 2번 바닷물이 통하게 되었다. 오동필은 새들이 먹이를 먹는 모습을 보면 구별이 가능하며, 십만 마리의 도요새 군무의 아름다움을 본 것이 죄인가라고 반문한다. 지구의 반 바퀴를 도는 도요새에게 서해 갯벌은 중간 휴식처이다. 갯벌은 달과 지구의 만유인력으로 별처럼 많은 생물이 갯벌에서 나고 자라며, 새들은 태어난 곳에 다시 돌아온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서식지이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은 과거의 실패와 현재의 저항을 대비시키면서 포기하지 않고 계속 정진한다.
<수라>의 중반부 스타일은 공중촬영, 교차편집, 클로즈업, 시점숏, 공중촬영을 통해 메마른 땅의 강조, 동필-새의 유사성, 회한, 새의 시점숏, 현장감을 표현한다. 끝없이 펼쳐지는 메마른 땅을 계속 보여주다가 새들이 날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은 공중촬영을 통해 메마른 땅과 생명이 있는 땅을 대비시킨다. 오동필이 집을 고치고 가구를 만들며 생계를 이어가는 장면과 새들이 먹이를 잡아먹으며 생계를 이어가는 장면을 교차편집으로 보여주면서 동필과 새의 유사성, 인간과 다른 생물체의 유사성을 표현한다. 오동필이 수많은 새들을 갯벌에서 봤는데 이제 없어서 너무 공허하고 슬프며 아름다운 모습을 본 것이 죄인가라고 반문하는 장면에서 클로즈업을 통해 회한과 괴로움을 표현한다. 도요새 시점에서 갯벌을 바라보는 공중촬영은 나무 모양, 핏줄 모양 등 이상한 무늬와 색깔을 보여주는 갯벌의 신비를 표현한다. 시민들의 힘으로 해수 유통이 시행되는 장면은 바닷물이 들어오는 모습을 공중촬영으로 보여줌으로써 현장감을 표현한다.
4. 갯벌: 인간의 영토가 아니라 자연의 영토
<수라>의 후반부는 갯벌이 인간의 영토가 아니라 자연의 영토라고 선언한다. 지구(갯벌)는 인간의 소유물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생물종에 대한 배려, 지속, 유지가 필요하다. 바닷물이 들어오자 수라 갯벌이 살아난다. 새들이 포기하지 않으면 황윤 감독도 포기할 수 없다고 선언한다. 수라마을에 신공항 건설계획이 발표되자 오승준은 멸종위기 2급 쇠검은머리쑥새의 사랑노래 소리를 녹음하여 막고자 한다. 오승준은 만 마리가 넘는 도요새가 주위를 휘감듯이 지나가는 황홀한 아름다운 마지막 경험을 회상한다. 법정보호종인 흰발농게는 10년 넘게 살아남은 기적을 보여준다. 수라는 미군의 땅이 아니라 고라니, 칠면초, 개개비, 잿빛개구리매, 쇠제비갈매기, 가마우치의 영토라고 선언한다. 사실상 미군뿐만 아니라 인간만의 영토가 아니라 자연의 영토이다. 인간이 자연을 자신의 소유라고 생각하고 함부로 훼손시킴으로써 자연의 생태계를 위태롭게 만든다.
<수라>의 후반부 스타일은 클로즈업, 바스트숏/롱숏, 클로즈업, 익스트림롱숏, 슬로우모션, 묵음/소리를 통해 황홀, 안타까움, 강조, 희망, 아름다움, 대비를 표현한다. 오승준이 어릴 때 만 마리가 넘는 도요새가 2-30분 동안 자신의 주위를 휘감듯이 지나가는 황홀한 마지막 경험을 말하는 장면은 클로즈업을 통해 과거의 아름다운 경험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한다. 오승준이 쇠검은머리쑥새를 녹음하는 장면에서 녹음을 방해하는 미군 전투기를 바라보는 오승준의 뒷모습을 바스트숏/롱숏으로 그려내 안타까움을 표현한다. 유부도에서 황윤이 도요새의 군무를 보는 장면은 익스트림롱숏으로 도요새 군무의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마지막 수라 갯벌을 공중촬영으로 보여주는 장면은 처음에 고요한 장면에서 시작해서 점차 새소리가 들리는 장면으로 변화하면서 침묵/소리를 대비시켜 인간의 영토가 아니라 자연의 영토라는 것을 강조한다.
5. 새만금 수라 갯벌과 인간/자연의 조화
<수라>는 2013년부터 시작되는 오랜 시간 동안의 여정을 담아내어 다큐멘터리의 장인정신을 보여주는 감동적인 다큐멘터리이다. 조개들, 게들, 새들을 클로즈업으로 보여줌으로써 의인화하면서 수라 갯벌이라는 생태를 지켜야 하는 시각을 굳건히 지킨다. 클로즈업과 익스트림롱숏의 극과 극의 대비는 감정이입과 객관적 시각을 동시에 담아낸다. 아름다움을 본 것이 죄인가라는 반문은 과거/현재의 대비로 고통스러움을 표현한다. 과거의 아름다움과 현재의 공허함의 대비에서, 인간의 오만함이 자연을 파괴하지만, 그것에 대해서 깨닫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한다. <수라>는 새만금 마지막 수라 갯벌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그려낸다.
사진 출처: 네이버 <수라> 포토
글‧서곡숙
문화평론가 및 영화학박사. 현재 청주대학교 영화영상학과 교수로 있으면서, 한국영화교육학회 부회장, 한국영화학회 대외협력상임이사, 계간지 『크리티크 M』 편집위원장, 전주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대종상 심사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