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피즘의 영적 사랑 노래

『새들의 말』과 『레일리와 메즈눈』

2024-05-31     장 루이 맹갈롱 | 작가

일반 대중들이 알고 있는 수피즘은 유럽인 여행가들의 글(특히 테오필 고티에의 <알제리 여행(Voyage en Algérie)>)을 통해 소개된 강신술이나, 너스라트 파테 알리 칸과 같은 인도·파키스탄계의 수피즘 음악(‘카왈리’), 알 킨디 앙상블의 음악에 맞추어 회전춤을 추는 다마스쿠스 수도승들의 춤사위, 이란 출신 무용가 라나 고르가니의 무용 작품 등 주로 ‘극적’으로 연출된 것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그저 첫걸음에 지나지 않는다. 수피즘, 더 나아가 이슬람, 특히 수니파 이슬람의 신비주의에는 이보다 더 많은 것들이 담겨 있다.

수피즘은 이슬람과 함께 태어난 것이지만, 평화와 영혼에 대한 메시지를 널리 전하기 위해서라면 현대적 도구의 사용도 결코 망설이지 않는다. 바로 이 점에서 수피즘은 지하디즘이나 살라피즘과는 오히려 대척점에 놓여 있다.(1) 18세기에 들어서며 종단 결성 등 전성기를 맞게 된 수피즘은 위대한 사상가들의 글을 편찬해내기 시작했다.

스페인 안달루시아 출신의 ‘대스승’ 이븐 아라비(1165~1240)를 예로 들 수 있는데, 특히 이븐 아라비의 저서는 무려 400권을 넘어서며, 교리를 담은 산문과 운문이 대부분이다.(2)

여러 사람들이 혼자, 혹은 여럿이 모여서 읽고 암송하고 노래한 이 수피즘 시들은 늘 중요한 역할을 차지해 왔다. 1967년 프랑스인 어머니와 이란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테헤란 출신의 레일리 안바르 역시 수피즘 문학의 주된 계승자로 손꼽힌다. 그녀는 현재 번역과 다양한 논객 활동을 벌이는 한편 프랑스의 국립동양언어문화대학(INALCO)에서 페르시아 문학과 신비주의 신학을 가르치고 있다.

 

안바르는 20세기의 이란계 쿠르드인 출신 시인인 말렉 잔 네마티, 그리고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많이 읽혔을 수피즘 시인인 잘랄 알 딘 루미(터키에서는 ‘모랴냐(우리들의 스승)’로 불린다)를 소개했다. 1207년 이란 쿠라산에서 태어난 루미는 말년에 아나톨리아의 코니아로 향해 대표작인 『마트나위(Mathnawi)』(1273)를 쓰고 그곳에서 세상을 떠났다. 본래 스승인 샴스를 통해 수피즘의 교리를 배운 그는 바로 그 회전춤을 추는 메블레비 교단을 창설한 인물이기도 하다.(3)

루미는 자신의 선조인 파리드 알 딘 아타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아타르는 일곱 개에 달하는 사랑의 도시를 아울렀으나, 나는 여전히 길거리 한구석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루미와 마찬가지로 쿠라산 출신인 아타르는 1190년 『새들의 말(Le Langage des oiseaux)』을 썼는데, 이는 후투티새 한 마리를 따라 신화적인 동물이며 신의 현신으로 불리는 ‘시무르그새’를 찾기 위해 떠난 새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수많은 함정을 넘고 일곱 개의 계곡을 지나며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삼십여 마리의 새들은 이 여정이 그저 자기 내면의 길이며 결국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4,724개에 달하는 이행시 중 프랑스어로 번역된 것은 단 하나였는데, 그나마도 프랑스의 동양학자·인도학자 조세프 엘리오도르 가르생 드 타시가 1857년 산문으로 옮긴 해설번역본뿐이었다. 이에 레일리 안바르는 『새들의 말』을 운문으로 번역하여 소개하였고, 이를 통해 “이야기가 주는 환희”를 중요하게 보았다.(4)

 

안바르는 앞서 『레일리와 메즈눈(Leyli et Majnûn)』을 번역하기도 했다. 1484년 페르시아의 수피즘 시인 자미 역시 8세기의 서정시에서 영감을 받아 이 작품을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5) 이는 게이스라는 이름의 남자가 한 여인 레일라에게 바치는 사랑시로, 아랍·무슬림 중심의 동양권에서, 나아가 더 많은 사람들이 손꼽는 가장 유명한 러브 스토리로 떠올랐다.

안바르의 설명에 따르면 페르시아의 시인 니자미가 쓴 1188년 버전의 『레일리와 메즈눈』에 이어, 자미의 『레일리와 메즈눈』은 사랑하는 여인을 빼앗긴 뒤 광인(‘메즈눈’)이 되어버린 베두인족 시인 게이스가 야생 동물들이 출현하는 사막 한복판으로 떠나게 되는 이 비극적 이야기를 “사랑을 통한 신비주의적 교리의 깨달음”으로 승화하고 있다. 결국 메즈눈의 전투는 “마찬가지로 스스로의 꿈을 믿고자 하는 독자들의 전투”가 된 것이다. 두꺼운 커버 아래 동양에서 찾아낸 180개의 작은 삽화들을 담아낸 이 작품은 그 자체로도 진정한 예술 작품이다.

 

 

글·장 루이 맹갈롱 Jean-Louis Mingalon
작가

번역·김보희
번역위원


(1) 전 세계 수피즘 추종자의 수를 정확히 추정하기는 어려우나 현재로서는 약 3~4억명 정도로 추산된다. 그중에서도 여성의 비율이 높은 편인데, 실제로 여성의 역할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2) Cf. Éric Geoffroy, 『Le Soufisme : Histoire, fondements et pratiques de l’islam spirituel 수피즘: 영적 이슬람의 역사, 기반과 실천』, Eyrolles, Paris, 2022, 208 pages, 12 euros.
(3) Leili Anvar, 『Rûmî. La religion de l’amour 루미, 사랑의 종교』, Entrelacs, Paris, 2011.
(4) Farîd Al-Dîn Attâr, 『Le Cantique des oiseaux 새들의 노래』, Éditions Diane de Selliers, Paris, 2023, 400 pages, 29 euros.
(5) Jâmi, 『Leyli et Majnûn 레일리와 메즈눈』, Éditions Diane de Selliers,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