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 접근을 거부하는 캘리포니아 해변의 땅부자들

공유지 해안과 사유지 해변의 법적 분쟁

2024-08-30     이자벨 브루노 외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주인 캘리포니아에서 일반인들이 해변에서 누릴 수 있는 수영, 서핑, 산책, 일광욕 등 여러 공공 권리를 둘러싸고 많은 법적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법정에서 해변 소유주들은 해안에 대한 자신들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경우가 많지만, 행정 당국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해안을 공공재로 간주하고 있다. 해안선 후퇴가 가속화되고 있지만 이 문제는 법적 분쟁의 관점에서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고 있다.

 

억만장자의 삶은 편안할까? 지난 5월, 벤처 캐피탈 투자자인 비노드 코슬라는 조셉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나 선거 캠페인을 지원했다.

같은 날 캘리포니아주 샌마테오 카운티 고등법원은 2020년 주토지위원회(SLC)와 캘리포니아해안위원회(CCC)가 코슬라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기각해 달라는 그의 요구를 거부했다. 소송의 쟁점은 샌프란시스코와 산타크루즈 사이 유명한 1번 고속도로 아래에 있는 마틴스 비치로, 코슬라는 사유지라며 해변으로 가는 접근로를 폐쇄했다.

주토지위원회와 캘리포니아 해안위원회는 개인 소유자가 인접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해변 접근을 막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두 기관은 법적 근거와 역사적 근거를 함께 내세우며 거의 한 세기 동안 시민들이 사용해 왔으니, 법적으로 그 접근권을 인정받았다고 주장하면서 소송은 계속되었다.

이 소송은 실리콘 밸리 유명 인사와 캘리포니아 해변에 대한 공공 접근 옹호자들이 맞붙은 여섯 번째 소송이다. 이 사건은 처음에는 여러 유령 회사 뒤에 익명으로 있던 마틴스 비치의 새 소유주(2008년 36헥타르 규모 토지를 3,300만 달러가 넘는 가격에 인수한 것으로 추정됨)가 해안으로 통하는 유일한 접근로를 폐쇄하면서 불거졌다.

실제로 차단기를 설치해서 차량 접근을 막았지만 우회할 수 있는 조치여서, 지역 및 연방 차원에서 격렬하게 반발이 일어났다. 15년 동안 불만이 계속 제기되었다. 캘리포니아 해안위원회와 카운티 당국은 코슬라에게 차단기 설치에 대한 허가를 받으라고 명령했고, 코슬라는 두 기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 적대감을 드러냈다.

 

캘리포니아, 부유층의 해변 독점으로 분쟁 끊이지 않아

코슬라는 막대한 경제적·사회적 자본을 보유하고 있어서 정치적·법적 싸움은 계속되었다. 그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으며 민주당에 정기적으로 기부하고 있다. 2015년 <포브스>는 그의 재산을 16억 달러로 추정했지만, 2023년에는 ‘친환경’ 기술과 인공 지능 분야 투자로 큰 이익을 본 후 그의 재산은 60억 달러를 넘어섰다. 좋든 싫든 악역을 맡은 코슬라는 사유 재산에 내재된 배제권이라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 타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마틴스 비치 사건은 접근권과 배제권 간의 대립을 넘어 캘리포니아주 내 심각한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보여주는 일례라고 할 수 있다. 해안 개발과 관련된 이들 중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인 이 사건으로 반세기 동안 시행되어 온 캘리포니아 해안 정책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해당 정책은 1976년 캘리포니아 해안법 제정을 이끌어 낸 사회 운동에서 비롯됐으며, 이는 프랑스 ‘해안’법보다 10년이나 빠른 것이었다. 하지만 이 사건의 특이점은 사건의 전개 방식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캘리포니아는 부유층의 해변 독점으로 인한 분쟁이 가장 첨예하게 발생하거나 적어도 가장 두드러지는 곳이다. 지난 20년 동안 많은 저명인사가 ‘평균 만조위 아래’, 즉 공공 영역의 한계에 속하는 해변에 대한 공공 접근을 막으면서 분쟁의 중심에 섰다.

 

미국 서민층, 캘리포니아 해안에서 공공 접근권이 점차 배제돼

가장 잘 알려진 사건은 역시, 사업가 데이비드 게펜과 관련된 사건이다. 게펜은 유명 프로듀서로 2002년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인물 87위에 오른 인물이다. 게펜은 당시 카본 비치에 대한 통행권을 허용하지 않았는데, 이는 20년 전 건축 허가를 받는 대가로 합의했던 원칙에 어긋나는 행동이었다.

말리부 시는 네 가구 중 한 가구가 연소득이 20만 달러가 넘는 호화로운 지역을 보존하고 싶어 했는데, 게펜은 이런 말리부 시의 지원을 받아 공공 기관과 ‘모두에게 접근권을(Access for All)’이라는 단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모두에게 접근권을’ 단체는 5km 내에 공공 접근로가 전혀 없는 지역에는 300미터마다 해안으로 통하는 공공 접근로를 설치해야 한다는 법 조항을 준수하도록 캠페인을 벌이고 있었다. 게펜은 세 번이나 소송이 기각된 후 2005년에 소송을 취하했고, 2017년에는 로스앤젤레스 지역 내 최고가인 8,500만 달러에 자신의 부동산을 매각했다.

에스콘디도 해변도 40년간의 소송 끝에야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됐다. 2023년 캘리포니아주 토지위원회와 캘리포니아 해안위원회는 두 명의 부동산 소유주에게 1980년대 이후 폐쇄됐던 접근로를 다시 개방하도록 했다. 에스콘디도 해변에서 멀지 않은 레추자 해변에서도 말리부 시와 산악휴양·보존 당국(MRCA)이 계속해서 분쟁을 벌이고 있다.

 

해변 부유층의 공공 접근 거부 … 사회적 분열 지속돼

2023년 봄, 산악휴양·보존 당국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 레추자 해변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표지판을 설치했다. 하지만 같은 해 6월에 말리부 시 공무원들은 허가가 필요하고 안전 관련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해당 표지판을 철거했다.

산악휴양·보존 당국은 표지판이 없다는 것은 추가적인 배제 요소라고 지적했고, 지리적으로 고립된 해변은 사회적으로도 배제의 원인이 된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대해 말리부 시장은 “전혀 그렇지 않다”라고 반박하며 가능한 한 많은 이들이 레추자 해변을 찾기를 바란다고 되받았다.

이 같은 설전 뒤에는 큰 격차가 숨겨져 있다. 캘리포니아의 국내총생산(GDP)은 2016년에 이미 프랑스의 국내총생산을 넘어섰고 이제 독일을 추격하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주지만 가장 불평등이 심한 주기도 하다. 실리콘 밸리에서 할리우드에 이르기까지 캘리포니아의 부유층은 물질적, 상징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노숙자 수 또한 전국에서 가장 많다.(1)

캘리포니아에서는 해안이 실제로나 상징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해변이 많은데, 이 해변들은 문화 작품 속에 널리 묘사되어 전반적인 삶의 방식을 대표하는 상징이 됐다. 하지만 이 고정된 이미지 뒤에는 지속적인 불평등이 숨겨져 있고, 그 불평등은 모래사장에서조차 존재한다.

2017년 실시된 대규모 양적 연구는 캘리포니아 해안에 대한 공공 접근을 막는 장애물로 인해 사회적 분열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에 따르면 거주지(논리적으로 봤을 때 해안 주변 카운티 거주자가 가장 자주 방문함), 가구 규모(자녀가 있으면 비용이 증가함) 및 연령(가장 자주 방문하는 사람은 40세 미만으로 일반적으로 미성년 자녀를 둔 부모임)에 따른 차이를 보여주었다.(2)

또한 해변 접근이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이루어지고 있을 것이라는 일반적인 믿음과 달리, ‘백인’ 중상류층에 의해 ‘비(非)백인’ 저소득층이 부분적으로 배제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연소득 2만 달러 미만인 사람들은 해변에 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가장 많이 답했지만(62%, 평균 57%) 실제로 해변을 찾는 횟수는 가장 적었다.

이들 중에 연간 한 번 이상 해변을 찾는다고 답한 비율은 67%였지만, 연소득 10만 달러 이상인 사람들의 경우에는 86%, 평균은 77%였다. 흑인 인구도 해변을 방문하는 비율이 현저하게 낮았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33%는 1년에 한 번도 해변에 가지 않는다고 답한 반면, 모든 인종을 평균적으로 고려했을 때 이 비율은 23%에 불과했다.

 

주민 시위대, “우리의 해변을 개방하라!”

현재 개인 소유주가 접근을 막고 있는 공공토지는 20만 헥타르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3) 따라서 주거 또는 상업적 목적으로 자연 공간을 사적으로 전용하지 못하도록 공공 접근을 보호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인 것으로 보인다. 로스앤젤레스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한 인권 변호사가 설립한 단체인 ‘도시프로젝트(The City Project)’가 2000년대 중반, 환경 정의라는 이름으로 요구한 ‘평등한 접근권’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캘리포니아 주민들이 해변에 보이는 애착은 분명하다. 2020년 5월 1일, 코비드-19가 확산되는 가운데 시위대 수천 명이 기본권이 침해당했다며 ‘그들’의 해변을 개방할 것을 요구하며 행진(“우리의 해변을 개방하라!(Open our beaches!)”)을 했던 것만 봐도 이 점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갈등이 모든 환경적인 조건이 동일한 상황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생태 질서가 사회 문제를 뒤흔들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불평등의 관측소인 동시에 해안가 기후 이상 변화의 관측소이기도 하다. 캘리포니아는 전 세계에서 해안 압박(인간 활동과 자연적 변화로 인해 해안 지역이 점점 좁아지고 있는 현상—역주)에 대한 문서화가 가장 잘 이루어진 곳이다.

캘리포니아는 그동안 갈등과 긴장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1970년대부터 해변에 대한 대중의 접근과 해안선의 환경 보호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모범이 되고자 노력해 왔다. 접근성 정책에 따라 해안가에 저렴한 주택이나 주차 공간을 건설하는 것은 생태적 균형을 존중하는 일과 조화를 이루기 어려워 보인다. 생태적 균형을 유지하려면 이러한 건설 프로젝트를 포기해야 하고, 심지어 더 나아가서는 ‘전략적 후퇴’를 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전략적 후퇴’라는 말은 사실 ‘탄력적 재배치’와 같은 완곡어법으로 표현되어도 여전히 불쾌감을 줄 수 있는 표현이다.

 

상황 변화를 의식한 부동산 소유주들, 대응 전략 수정

이러한 긴장을 교묘하게 회피하는 경우도 있다. 억만장자인 코슬라는 ‘친환경 기술’을 상징하는 인물이지만 그의 변호사는 마틴스 비치 사건에서 생태학적 카드를 사용한 적이 없다. 하지만 마틴스 비치는 지난 세기말부터 미국 지질조사국이 지정한 위험 지역에 속한다.

2017년에 이루어진 연구를 살펴봐도 환경 문제는 간과됐다. 플로리다나 뉴저지와 달리 캘리포니아는 확실히 해안 관리에서 우수한 성적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4)

하지만 공개된 데이터를 살펴보면 여전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최근 모델링 결과를 살펴보면 적절한 조치가 없을 경우, 2100년까지 해수면이 0.5~3미터 상승하고 캘리포니아 해변의 24~75%가 물에 잠길 것으로 예측된다.(5) 지리정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해수면이 1피트(약 30센티미터) 상승할 때마다 특히 캘리포니아주 남부에서 약 100개의 해변 접근 지점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6) 과학 보고서와 언론 보도를 살펴보면 특정 절벽이나 철도, 도로, 주택 및 호텔의 붕괴를 고려하면 이 문제는 더 이상 이론이나 전망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값비싼 ‘바다 방어’ 작업(사석이나 제방, 모래를 유지하거나 보충하는 기타 기술)을 아무리 반복해도 실패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연 기반 솔루션’을 고려한 정책은 더 이상 ‘맞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사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해당 정책은 기후 변화(폭풍, 홍수)의 영향을 ‘흡수’할 수 있는 해안 생태계의 능력을 강조한다.

여기에는 해안선이 이동하고 모래언덕이 다시 채워지며 해변이 인위적인 제약 없이 자연적으로 이동하거나 변화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하지만 부동산 소유주와 지역 선출직 대표, 부유층에 대한 공적 자금 배분을 비난하는 협회들은 이 정책에 격렬하게 저항하고 있다.

2021년 주 정부 차원에서 리볼빙 대출 기금을 조성하여 관련 지방 당국이 취약한 해변 주택을 매입하고 철거 전까지 주민들에게 재임대하는 용도로 사용하자는 법안이 발의됐다. 이 법안은 주택 위기가 심각한 상황에서 해안 마을의 후퇴(해안 도시가 해수면 상승, 침수 위험 등으로 인해 해안에서 내륙으로 이동하거나 일정 부분을 포기하는 것—역주)에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으로 제안됐지만, 해안을 따라 들어선 고급 빌라 소유주들을 구제하기 위한 불공정한 보상 메커니즘으로 여겨졌다.

이 법안은 입법부에서 통과됐지만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제도 시행 시 소요되는 비용과 부동산 임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근거로 들며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두 차례 거부권을 행사했다.

일부 부유한 부동산 소유주들은 이러한 변화를 잘 알고 있으며, 심지어 과거에 반대하던 환경운동가들의 견해를 표면적으로 받아들이며 지역적으로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말리부 브로드 비치의 부동산 소유주들은 전략을 변경했다.

과거 그들은 사유 재산을 지키고 국가의 모든 개입을 거부하며 공공 공간을 침범했다면, 이제는 공공 당국에 도움을 요청하고 해변 자체의 존재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공익이나 공동선에 기꺼이 호소하고 있다.(7) 그들 재산의 가치가 전적으로 해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글·이자벨 브루노 Isabelle Bruno 
릴대학교 정치학 강사
그레고리 살르 Grégory Salle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소속 사회과학 연구원

번역·이연주
번역위원


(1) Tanya de Sousa et al., 「The 2022 Annual Homelessness Assessment Report (AHAR) to Congress」, US Department of Housing and Urban Development, 2023년 1월 31일
(2) Jon Christensen et Philip King, 「Access for All : A new generation’s Challenges on the California coast」, Institute of the Environment and Sustainability (UCLA), 2017년 1월 25일, www.ioes.ucla.edu
(3) Soumya Karlamangla, 「More than 500,000 acres of public land in California are inaccessible to the public」, <뉴욕타임스>, 2023년 2월 1일.
(4) 「State of the Beach Report」, 2023, www.surfrider.org. Laura Raim, 「En Floride, les riches n’auront pas les pieds dans l’eau 플로리다에서 부자들은 물속에 발을 담글 일이 없을 것이다」(<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20년 5월) 참조.
(5) Sean Vitousek et al., 「A model integrating satellite-derived shoreline observations for predicting fine-scale shoreline response to waves and sea-level rise across large coastal regions」, <JGR Earth Surface>, vol. 128, n° 7, Washington, DC, 2023.
(6) Kiki Patsch et Dan Reineman, 「Sea level rise impacts on coastal access」, <Shore & Beach>, vol. 92, n° 2, Beaufort, 2024.
(7) Kara Schlichting, 「The narrowing of Broad Beach: Coastal change and public beaches in Malibu, California」, <Pacific Historical Review>, vol. 92, n° 2, Oakland,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