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언론의 극단적인 이스라엘 편들기

2024-09-30     클라라 메네 | 기자

“우리의 9월 11일, 우리의 11월 13일과 약간 비슷합니다. (…) 200명의 살라 압데슬람(2015년 11월 13일 파리 테러의 주동자 중 한 명—역주), 200명의 모하메드 메라(2012년 3월 툴루즈 총기 난사 사건의 주범—역주)가 프랑스에 쳐들어와 프랑스 민간을 공격했다고 생각해보십시오.”

2023년 10월 17일, 텔아비브 현지 생방송으로 특별 편성된 <BFM TV> 채널에서 ‘이스라엘 사회 전문가’ 쥘리앵 바울이 벙커, 실종자, 거리의 공포에 대해 거론했다. X(트위터)에서 맹활약 중인 이 이스라엘계 프랑스인은 사실 텔아비브 소재 <i24News> 채널 전직 기자이며, 이스라엘군 내 통신원이다. 그가 한 발언들은 24시간 뉴스 채널을 통해 하루에 무려 다섯 번이나 나왔다.

그해 10월 7일 토요일 새벽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고 나서 처음 몇 시간 동안, 전 프랑스 언론은 프랑스 전역이 포화상태가 될 때까지 이 사건을 분석하고 최우선 순위로 보도했다. <BFM TV>는 위기 발생 이후 첫 72시간 동안 이 사건과 관련한 방송을 45시간 이상 편성했다.

<BFM TV>는 <i24News>와 함께 알티스 그룹 소속이란 점을 십분 활용해, 이 채널의 해설위원들을 초청하여 이스라엘 당국의 두 개입 사이에서 현재 상황을 논평해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40명의 아기가 참수됐다”는 가짜뉴스도 <i24News>에서 나왔다. 같은 해 10월 10일 화요일, <i24News>의 여성 통신원은 이스라엘군의 안내에 따라 크파르 아자의 키부츠에서 이원방송으로 “40명의 아기가 들것으로 이송됐다”고 보도했다.

몇 시간 뒤, 그 통신원은 참수된 시신에 대해 상세한 묘사를 덧붙였다. 이 소식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 지도자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다음 날 이스라엘 외교부 대변인은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40명의 아기가 살해된 것을 확인하지는 못했다”라고 시인했다.

 

친이스라엘 프랑스 언론, 국민 선동하고 심판 역할까지 자처

이스라엘과의 연대 분위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이번 공격을 강력히 비판하지 않는 인물들에 대한 논란이 커지는 모양새다. 2023년 10월 11일 수요일, <뤼키예의 20시(Le 20h de Ruquier)> 방송에서 진행자는 이스라엘에 대해 “발언을 아끼는 스타들” 목록을 언급했다.

진행자 아르튀르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런 비난조의 문구를 올렸다. “당신의 침묵은 그들을 두 번 죽인다.” 긴장 상태는 주로 ‘테러리즘’이라는 용어를 중심으로 구체화됐다. 한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은 진보 정당 라 프랑스 앵수미즈(LFI,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 대표 마틸드 파노 의원을 비난했다. 기자들은 앵수미즈의 성명이 국제형사재판소가 인정하는 ‘전쟁 범죄’라는 표현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지 못했다. 기자들은 “한 입으로 두말한다”라고 외쳤다.

그러나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곳도 있다. BBC 방송 국제팀장은 “‘테러리즘’은 사람들이 도덕적으로 찬성하지 않는 집단을 지칭할 때 쓰는 복잡한 용어다. 사람들에게 누구를 지지하고 누구를 비난해야 하는지, 즉 누가 좋은 사람이고 누가 나쁜 사람인지 말해주는 것은 BBC의 역할이 아니다”(1)라고 주장했다.

프랑스에서는 편집진이 국민감정을 선동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 것은 물론 심판 역할을 하는 것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텔레마탱>(프랑스 2)에서 토마 소토가 LFI의 코디네이터인 마뉘엘 봉파르를 비아냥거렸다(10월 9일).

“오늘 아침 당신은 ‘나는 찰리입니다’라고 말하듯 ‘나는 이스라엘인입니다’라고 말합니까?”

화면 하단에는 “테러리스트 공격: 이스라엘판 ‘9-11’인가”라는 배너가 지겹도록 계속해서 지나갔다. 이번에는 <퓌블리크 세나(Public Sénat)>에서 2023년 10월 12일에 방영된 다른 장면이다.

진행자 토마 위그는 논객으로 참여한 사회고등과학연구원(EHESS) 교수 스테파니 라트-압달라에게 테러리즘이라는 용어를 강요하려고 했다. 라트-압달라가 완강하게 하마스와 IS를 구분하려는 태도를 보이자, 충격을 받은 기색이 역력해진 그는 “당신이 하는 말은 나를 불안하게 합니다”라고 내뱉었다.

역사학자 라트-압달라가 “저는 도덕을 문제 삼을 생각은 없습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이스라엘 일간지 <하레츠(Haaretz)>의 기자 엘레오노레 바일이 “바로 그게 문제예요”라고 받아쳤다. 공격자들이 저지른 민간인 학살의 규모와 네트워크에서 범람하는 유난히 끔찍한 이미지의 홍수를 고려할 때, 이런 식으로 굳어진 의미는 언뜻 부도덕해 보일 수 있었다.

차분한 일상을 방해하는 ‘하마스 테러리스트의 공격’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75년 역사, 17년 동안의 가자지구 봉쇄, 심화된 식민지화와는 무관해 보인다.

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인을 대할 때 나타나는 불균형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칼럼니스트 라파엘 엉토뱅에게 그것은 의심할 여지없는 분명한 문제다.

“거리에서 이슬람 특공대에게 살해당한 민간인과, 이번 공격으로 인한 폭격의 부수적 피해자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우리는 이 차이에 주목해야 하며 그렇게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BFM TV, 10월 10일).

언론은 오래전부터 이런 일을 해왔다. 프랑스 언론은 팔레스타인을 위한 운동을 반유대주의라며 수시로 의심하고, 극우가 지배적인 이스라엘 정치를 비판하는 모든 태도에 반유대주의라는 같은 꼬리표를 붙여왔다.

인도주의 단체들이 거듭 비난의 목소리를 내는데도, 편집진이 보기에 이스라엘은 ‘그 지역의 유일한 민주주의 국가’라는 이미지를 고집하고 있다. 간단히 말해, 이스라엘은 우리의 이웃이며, 우리는 애도의 밤에 그들을 위해 에펠탑을 이스라엘 국기 색으로 장식한다.

공중 대응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학살이 벌어지던 주말에 유엔(UN)은 ‘인도주의적 재앙’(10월 13일)을 언급했으나, 이 사건은 특집 편성을 할 명분이 되지는 못했다.

 

 

글·클라라 메네 Clara Menais
독립 저널리스트. <라디오 파를뢰르>, <라디오 퀼튀르> 등에 주로 기고했다. 다큐멘터리 <Le Rond-Point de la colère 분노의 교차로>(2019)를 공동 연출했다.

번역·조민영
번역위원


(1) John Simpson, 「Why the BBC doesn’t call Hamas militants “terrorists” 왜 BBC는 하마스 대원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하지 않는가」, 2023년 1월 11일, www.bbc.com

 

 

난민

가자지구 주민 220만 명(1) 중 거의 3/4(160만 명)이 다음과 같이 유엔(UN)이 정의하는 난민에 속한다.(2) “원래 팔레스타인에 살다가 1946년 6월과 1948년 5월에 집을 잃은 사람들(과 그 후손들).” 1948년 12월 11일 유엔 총회에서 투표로 결정된 결의안 194호는 ‘귀환권’을 규정한다. “가능한 한 빨리 고향으로 돌아가 이웃과 평화롭게 살고 싶어 하는 난민들에게 허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기로 한 사람들의 재산에 대해서는 보상금을 지불해야 한다.” 이 결의안은 한 번도 시행되지 않았다. 

(1) 팔레스타인 중앙통계국, 2023.
(2) UNRWA(유엔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 in Action, 2023.


아파르트헤이트

“같은 지역에서 두 사람이 서로 다른 두 개의 사법 체계를 통해 재판을 받는다면 그것은 아파르트헤이트이다. (…) 이스라엘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결정해야 한다. 경계를 모르는 나라는 국경도 없다.” 

- 타미르 파르도, 모사드(이스라엘 대외정보기관) 국장(2011~2016), <AP>통신, 2023년 9월 6일.


비폭력

강제 이주 이후 70년이 지난 2018년 3월,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난민들은 이스라엘의 봉쇄 해제와 그들의 ‘귀환권’을 요구하는 ‘대행진’을 조직했다. 시위는 처음에 평화롭게 시작했으나, 몇 주 뒤 시위대가 봉쇄 구역 경계에 다다르자 강경 진압에 맞닥뜨렸다. 6개월간 15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하고 부상자 수천 명이 속출했다(이스라엘 측 사망자는 1명, 부상자도 1명). 2021년 3월 3일, 국제형사재판소 검사는 팔레스타인 상황에 대한 조사를 개시한다고 발표했으나, 이스라엘 정부는 이 기관을 인정하지 않았다.

 

선거

하마스는 2006년 1월 팔레스타인 영토에서 조직된 마지막 자유 선거에서 승리했다. 이 단체는 44.4%의 득표율로 총 132석의 의회 의석 중 74석을 획득했다.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총리로 임명되자, 이슬람 대원들과 그들의 경쟁자인 파타가 대립하면서 충돌이 발생했다. 하마스 무장단체의 기습과 그 사흘 전 이스라엘 병사 길라드 샬리트 납치에 대한 보복으로 6월 28일 개시된 ‘여름비’ 작전 중, 몇몇 의원과 장관들은 물론 국회의장 압델 아지즈 드위에크가 이스라엘에 체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