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치를 뒤흔드는 새로운 ‘보수 좌파’

자라 바겐크네히트는 무엇을 상징하는가?

2024-09-30     피에르 랭베르 외

구동독 지역 3개 주 튀링겐, 작센, 브란덴부르크에서 9월에 실시된 지방 선거는 극우파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기회뿐만이 아니라 자라바겐크네히트연합(BSW)의 독특한 노선을 시험하는 장이 되었다. 지난 1월 탄생한 이 신생 좌파 정당은 사회보장, 경제 분야에서는 진보를, 사회·문화적 분야에서는 보수를 표방한다.

 

좌파? 어떤 노선의 좌파? 올해 1월, 이 오래된 질문에 답을 제시하는 정당이 독일에 등장했다. 바로 자라겐크네히트연합-이성과 정의를 위하여(BSW)이다. 좌파당(Die Linke) 대표를 역임한 자라 바겐크네히트는 BSW 창당을 통해 수년간 좌파당을 괴롭힌 방향성 갈등에 종지부를 찍었다.(1)

9명의 다른 좌파당 의원도 BSW에 합류하며 좌파당이 의석을 10석이나 상실하자 많은 화제가 되었다. 공산당 출신 지식인으로 고향인 구동독 지역에서 특히 인기가 높은 바겐크네히트는 마침내 자신이 대변하는 “보수 좌파” 노선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 녹색당을 지지하는 도시의 고학력 진보 유권자와 정반대 지지층을 동시에 가진 이 노선은 노사 문제에서는 좌파, 사회 및 이민 문제에서는 보수를 표방한다.

또한 유럽연합(EU) 회원국의 주권을 중시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독일의 호전성을 비판하며, 표현의 자유의 수호자를 자처한다. 바겐크네히트는 BSW가 “다수에게 어필하고”(2) 세계화의 피해자들이 극우에 등을 돌리게 하는 “진정한 민중의 정당”이 되길 바란다는 포부를 밝혔다.

 

노사 문제에서는 좌파 입장, 사회·이민 문제에서는 보수 표방

BSW라는 정당 약칭이 아직 낯설던 지난 6월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 이 신생 정당은 득표율 6.2%(250만 표)로 의석 6석을 차지하며 자유민주당(FDP, 5.2%)을 추월하고 좌파당(2.7%)을 압도하는 선전을 펼쳤다. 구동독 지역에서는 득표율 12~16%를 기록하며 극우 정당인 독일대안당(AfD)과 기독교민주연합(CDU)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선거 후 조사에 따르면 BSW에 투표한 이들은 대부분 사회민주당(SPD, 58만 표), 좌파당(47만 표), 녹색당(15만 표) 등 기존의 좌파 유권자였으나 5명 중 1명은 CDU(26만 표), FDP(23만 표), AfD(16만 표) 등 우파 유권자였다.(3)

이러한 결과는 세 가지 결론으로 요약된다.

첫째, 대다수 유권자는 BSW를 좌파 정당으로 인식하고 있다. 둘째, 극우파의 표심을 사로잡으려는 BSW의 도전은 실패도, 승리도 아니었다. 셋째, 도시의 진보 계층이 아니라 중소기업 노동자로 구성된 중산층과 서민층을 연합한 사회 진영을 구축하려는 바겐트네히트의 접근법은 어느 정도 인정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중도와 우파로부터 유입된 표가 그 증거다.

서구 좌파는 신자유주의에 굴복한 사회민주주의와 세력을 확장하는 우파에 대항하기 위해 거의 20년간 두 전략 사이에서 고민해왔다. 첫 번째 전략은 대도시 도심에서 멀어진 노동자와 고학력 소부르주아 간의 전통적인 연합을 재건하는 것이다. 독일의 좌파당은 2007년 사회민주당의 우경화에 대항하기 위해 동구의 공산주의 잔재와 서구의 사회운동을 결합해 탄생한 정당이다.

하지만 사회 및 환경 문제에서 급진적인 노선을 채택하면서 좌파당은 대중의 지지를 잃었다. 2009년 장뤼크 멜랑숑이 프랑스 좌파당(PG)을 창당했을 때 그는 명시적으로 독일 좌파당을 표방했으며 후자의 공동 창당자인 오스카 라퐁텐을 PG 창당 대회에 초청하기도 했다.

금융 위기가 확산되면서 다른 나라에서도 좌파가 힘을 얻는 듯 보였다. 2015년 영국에서는 제러미 코빈이 노조와 급진성향 학생들에 힘입어 노동당 대표로 선출됐다. 거의 같은 시기 그리스에서는 급진좌파연합(Syriza)이 사회당을 누르고 긴축 정책으로 피폐해진 임금 노동자와 정치화된 고학력자들을 잠시나마 통합했다. 이듬해 미국에서는 버니 샌더스가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힐러리 클린턴의 아성을 위협했다.

그러나 이 전략은 큰 난관에 부딪혔다. 임금, 교육, 경제, 지리적으로 분리된 서민층(블루·화이트칼라)과 도시의 소부르주아는 이념 및 정치 스펙트럼의 양극단으로 갈렸다.(4) 서로를 혐오하는 “설교를 늘어놓는 보보족(bobos,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고소득·고학력 전문가 계층—역주)”과 “한심한 인종주의자”가 공동 전선을 형성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졌다.

2000년대 말 버락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후 두 번째 전략이 등장했다. 바로 “좌파의 핵심 유권자는 더 이상 노동 계급이 아니다”(5)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사회·경제적, 지정학적 차이를 넘어 소수 세력, 진보주의자, 환경보호론자, 청년을 규합하는 것이다. 불복하는 프랑스(LFI)는 프랑스와 독일의 녹색당, 독일의 좌파당이 선택한 이 전략을 비판하면서도 상당히 평행한 노선을 채택하는 역설적인 모습을 보였다.

 

민중의 정당 강조하면서도 중산층 ‘미텔슈탄트’와 동맹 추구 

LFI의 수장 장뤼크 멜랑숑은 “네트워크를 이루고 사는 도시화된 인구 집단”을 “역사의 새로운 주역”으로 규정했다. 바로 과두 정치에 맞서는 학생, 교사, 대도시 도심의 진보주의 관리자, 식민지 독립 후 본토 이주자 출신이 많은 교외의 노동자를 의미하는 것이었다.(6)

극우의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는 도시 외곽 노동 계급에서 표심을 되찾으려는 시도는 환상에 불과하다. 멜랑숑은 “그들의 우선 의제는 인종주의”라고 주장한다.(7) 본질주의를 연상시키기도 하는 그의 주장에 따르면 정치적 정체성은 일반적으로 생활 조건과 정치적 활동에 의해 형성되며 외국인 혐오 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정치적 정체성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대도시에서 멀어진 서민과 도시의 소부르주아를 규합하는 것이 ‘역사적’ 좌파 연합, 이민자 출신이 많은 교외의 서민과 급진화된 청년 지식인을 규합하는 것이 ‘신’ 좌파 연합이다. 두 전략 모두 고학력 유권자의 표심을 사로잡는 것이 목표다. 그런데 바겐크네히트는 이와 정반대로 고학력 유권자와 거리를 둔다.

2021년 출간된 바겐크네히트의 베스트셀러 『독선(Die Selbst-Gerechten)』은 “대학을 졸업한 대도시의 부유한 중산층을 사회적 기반으로 한 좌파 자유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거드름을 피우며 핑계를 늘어놓고, 유행하는 문화적, 언어적 코드에 동화되지 못한 세계화의 피해자들을 경멸하는 이 좌파 자유주의자들은 친 유럽적, 개방적 성향을 띠면서도 배타주의를 찬양하고 “공동의 가치”를 경멸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신자유주의적 경제 질서를 지지하고, 동시에 미국 철학자 낸시 프레이저가 “진보적 신자유주의”로 묘사한 사회적·문화적 요구를 받아들인다. 바겐크네히트는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쓴 『자본과 이데올로기(Capital et idéologie)』를 인용하며 “대부분의 좌파 정당은 교육 수준이 높고 사회적으로 보호받는 대도시 인구가 선출한 대학 졸업자로 구성된 정당”이라고 평가했다.

민중의 정당을 표방하는 BSW는 중산층의 또 다른 축인 미텔슈탄트(Mitelstand, 독일 사회 중간 계층과 라인강 지역 산업 시설에 공작기계와 첨단 로봇을 공급하는 가족 기업 네트워크를 통틀어 지칭하는 용어)의 기술자, 엔지니어, 장인, 자영업자와의 동맹을 추구한다.

바겐크네히트는 세계화의 피해자인 서민과 투기 자본에 억압받는 중소기업 노동자로 구성된 중산층 간의 유사성을 지적하며 후자 역시 “경제적 불안정으로 고통받고 대기업, 은행, 거대 IT 기업의 압박에 시달리며 이들의 강력한 로비에 휘둘리는 정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동맹에 모순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인정했다. 동맹의 일부가 다른 나머지의 노동을 착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동맹은 미텔슈탄트의 명성의 혜택을 누리면서 공동의 적인 거대 금융 그룹, 디지털 산업을 지배하는 과점, 규제 완화를 장려하는 초국가적 기관, 즉 “블랙록 자본주의(Blackrock capitalism)”에 대한 투쟁에 힘을 모을 수 있을 것이다. 블랙록은 독일 보수 진영의 유력한 총리 후보인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교민주당 대표가 독일 자회사 감독위원장을 역임한 유명 자산운용사다.

 

1968년 이후에 나온 ‘반독점 동맹’ 전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

BSW의 경제 계획은 노조 강화, 세금을 통한 적극적인 소득 재분배, 공공 서비스 및 인프라에 대한 투자, 빈곤 퇴치 등 좌파의 고전적인 레퍼토리가 담긴 사회 정책이다. 시장 금융에 맞서 가족 자본, 독점 퇴치, 기술 혁신 등을 지원하는 것은 중소기업 지원 정책이다. 당 지도부 선출에도 중소기업의 목소리가 반영됐다.

BSW의 공동 대표인 아미라 모하메드 알리 의원은 자동차 하청업체에서 법률 전문가로 경력을 시작한 인물이다. 생산 수단의 사회화는 더 이상 유효한 의제가 아니다. 바겐크네히트는 세 가지 차별화된 소유 형태를 제시한다. 경쟁이 작동하는 분야의 중소기업에서는 민간 영리기업이 바람직하고, 중견기업의 경우 외부 주주에 자본을 개방하지 않는 공동경영 민간 재단, 필수 서비스 및 인프라의 경우 시장을 벗어난 공익 기업의 형태가 각각 유효하다는 것이다.(8)

이처럼 BSW는 1968년 이후 서유럽 일부 국가의 공산당이 ‘반독점 동맹’의 이름으로 추구했던 전략, 즉 대자본에 맞서는 임금 노동자와 중소기업의 전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바겐크네히트는 “문화적 투쟁은 사실 부분적으로는 사회적 투쟁이며 문화적 정체성은 사회적 정체성을 감추기도 한다”라고 주장했다. 환경보호에 대한 BSW의 입장은 이러한 접근 방식을 잘 보여준다.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녹색당은 교통, 식량, 난방에 있어서 개인의 모범적인 행동을 권장한다. 하지만 교외의 저소득층은 자신들이 범접할 수 없는 이러한 “특권적 생활방식”에 모멸감과 원망을 표출한다.

“이는 사회적 갈등이 문화적으로 표출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미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소득층에 온실가스 배출 감축 비용을 전가하지 말아야 한다.”(9)

독일은 내연기관 자동차를 아시아에 수출하는 만큼 전기 자동차로의 전환과 세계 경제의 분열 위협으로 인한 성장 저하 우려가 더욱 팽배하다. BSW는 디젤 자동차 금지 대신 에너지를 비롯한 주요 부문을 다시 공공이 통제하고 독일 경제를 “탈세계화” 하는 등 환경보호에 대한 보다 정치적인 접근을 촉구한다.

“소비 방식이 아니라 생산 방식을 바꿔야 한다. 독일 경제는 더 지역적이고, 환경을 보호하고, 자원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해답은 미텔슈탄트 기업들의 기술 혁신에 있다.

 

BSW의 최우선 의제는 이민 규제, “인종주의 이데올로기 거부”

이민 규제는 환경 보존과 달리 BSW의 최우선 의제다. 2015년 바겐크네히트는 메르켈 총리의 난민 100만 명 수용 결정에 반대했다. 바겐크네히트의 이민 규제 주장은 국경 전면 개방을 지지하는 좌파당 내부에서 강한 반발을 샀다. 독일 대중이 열렬히 지지했던 이주민 통합은 이후 이슬람주의 테러에 대한 두려움, 인구 고령화, 극우의 급격한 세력 확장, 2022년 이후 우크라이나 난민 100만 명 유입으로 불안감이 지배하는 논쟁으로 바뀌었다.

BSW는 제한적인 이민정책을 옹호하며 이민을 사회문제로 재포장하려 애쓴다. 이처럼 신중한 BSW의 이민정책은 “인종주의 이데올로기 거부”, “자국에서 정치적으로 박해받는 모든 이들에게 망명권 보장”, “이민과 문화의 공존이 창출하는 풍요로움”을 강조한다.(10) 그러나 바겐크네히트는 최근 몇 년간 난민 유입으로 주택 부족, 사회 제도의 과부하, 교육 제도의 위기가 악화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후자의 경우 학생 수 증원을 거부한 정부의 책임도 있다는 것이다. 바켄크네히트는 “이 모든 분야의 공공 기관과 인프라는 한계를 넘어섰으며 그 대가를 치르는 것은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BSW의 유럽 정책은 “이슬람주의라는 특징을 가진 평행 사회”의 발전을 거론하며 “통제 불능 상태의 유럽행 이민 종식”(11)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BSW는 망명 신청 절차를 제3국 또는 EU국경 밖에서 처리할 것을 요구한다. 이는 지난 5월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의 주도로 채택된 ‘신이민·난민 협정’에 예고된 조치다. BSW는 보다 전통적이고 평화적인 방법도 제시한다. 공정한 세계 경제 관계를 확립하고 서구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리비아에서 벌이는 전쟁을 종식시켜 망명의 원인을 해소하는 것이다.

 

“파시스트적이다”, “극우에 가까운 반이민 좌파”라는 비난

바겐크네히트의 이민 규제 주장과 문화적 좌파주의에 대한 비판에 분노한 언론과 진보 인플루언서들은 그녀의 정책을 근본적으로 극우에 가까운 “반이민 좌파”의 출현으로 축약했다.(12) 하지만 점차 바켄크네히트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호기심이 일기 시작했다. 프랑스의 두 싱크탱크 퐁다폴(Fondapol)과 프랑스국제관계연구소(IFRI)는 각각 BSW에 대해 상세하고 비판적인 연구를 진행했다.(13)

지난 4월, 마르크스주의 유명 간행물인 <뉴레프트 리뷰(New Left Review)>는 바겐크네히트와의 긴 인터뷰를 실었다. 이 인터뷰에서 바겐크네히트는 이민의 영향에 대해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사회보장제도가 실제로 겪고 있는 한계, 즉 수요가 수용 능력을 초과하는 상황에 주목하는 것은 외국인 혐오가 아니다. (...) 외국인 혐오를 부추기는 것은 바로 부족한 자원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현 상황이다.”

엑스(X)에서 이 인터뷰 게재 소식이 알려지자 일부 분노한 학자들은 바겐크네히트의 “파시스트적” 면모를 비난하는 논평을 쏟아냈다. 이민정책에 대한 사회적·경제적 비판은 종종 인종주의 퇴치 명목으로 이 문제를 회피하려는 진보 좌파뿐만 아니라 우파와 자유주의자까지 곤란하게 만드는 문제다.

이들도 인정하듯이 독일의 인구 감소 때문에 노동 이민이 필요하다면 국가는 긴장 악화 위험을 감수하고 공공 수용 시설에 막대한 투자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예산 긴축을 종식해야 하는데 정당들은 이를 거부한다. BSW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초기 조사 결과 BSW의 노선을 지지하는 이들은 구동독 지역의 백인 중산층만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사회민주당을 지지하는 독일노동조합연맹(DGB)재단이 의뢰한 이 조사의 보고서는 “이민 출신 응답자가 다른 배경을 가진 응답자보다 BSW에 투표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았다”라고 지적했다.(14)


사회주의 혁명가 로자 룩셈부르크가 부활했다는 평가 

바겐크네히트는 이민 규제뿐만 아니라 BSW 사유화로 전통적인 좌파의 비난을 받고 있다. 그녀의 강력한 카리스마는 독일에서 항상 의심의 대상이지만 바겐크네히트는 집회장을 청중으로 가득 채우고 TV 정치 프로그램에서는 반대파를 압도하며 시청자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정치인이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백신 접종 의무화에 반대하고 보건 정책을 비판했으며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면서 항상 논란의 중심에 존재했다. 수년에 걸쳐 엄격하고 우아하며 지적인 미디어의 아이콘으로 성장한 바겐크네히트는 평가가 엇갈리는 독일 사회주의 혁명가 로자 룩셈부르크의 부활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BSW는 바겐크네히트를 위해 존재하는 정당인가 아니면 바겐크네히트가 BSW의 발판 역할을 하는가? 마치 이러한 모호함을 해소하기 위해서인 듯 금융 범죄 전문가 파비오 데 마시, BSW 공동 대표 모하메드 알리 등 다른 유명 인사들이 유럽 선거에 등장했다.

2025년 총선이 끝나면 BSW는 창립자 바겐크네히트의 이름을 당명에서 지울 수 있을 것이다. 그사이 BSW는 레닌주의 모델을 본뜬 수직적 권력 체계를 기반 삼아 “출세주의자와 악플러” 혹은 극우의 잠입을 막기 위해 당원 가입을 철저히 검열하고 있다. 스페인 급좌 정당 포데모스(Podemos) 유형의 ‘기체상태’(수직적, 수평적 구조를 벗어난 새로운 조직 구조—역주) 운동은 BSW의 관심사가 아니다.

 

좌파의 방향성에 대중적이고 사회 통합적인 담론을 결합

2015년 이후 ‘좌파 포퓰리즘’을 경험한 바겐크네히트는 사회주의 표방을 거부한다. BSW는 “사실상 좌파의 전통을 계승했지만 말만 늘어놓지 않는다는 점이 다르다. 이제 말만으로는 더 이상 사람들을 이해시킬 수 없다. 매우 유감스럽게도 이제 많은 이들이 좌파를 적대적인 개념으로 여기고 있다. 좌파를 로베르트 하베크, 아날레나 베어보크와 연관시키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한다.

녹색당 소속의 이 두 정치인은 바겐크네히트가 진보 부르주아의 상징으로 묘사하는 현 정부에서 각각 부총리 겸 경제기후장관, 외교장관을 맡은 인물이다. BSW는 좌파의 방향성에 대중적이고 사회 통합적인 담론을 가미했다. “BSW는 공동의 문화와 전통이 사회에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예를 들어, 복지 국가는 공동의 정체성과 소속감 없이 존재할 수 없다.”

유럽, 우크라이나 전쟁, NATO에 대한 바겐크네히트의 입장에는 분명 반론이 존재한다. 2014년 유럽 선거에서 프랑스의 멜랑숑이 주도한 좌파 연합인 좌파전선(Front de Gauche)과 마찬가지로 BSW는 이번 봄 선거에서 연방주의 거부, EU 집행위원회 권한 축소, 불합리한 지침 ‘적용거부’ 등 명확한 주권주의를 내세웠다.

BSW는 환경보호, 금융 및 세금 규제, 에너지, 인프라 등의 분야에서 일부 회원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옹호하며 EU의 신자유주의적 개입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의 호전적 대외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 주권 강화를 주장한다. EU가 대기업의 로비에 취약하다는 주장은 중소기업이 EU 집행위원회의 계획경제에 품고 있는 반감과 일맥상통하다.

 

현 상태의 NATO를 거부… 러시아가 포함된 새로운 안보동맹 추구

우크라이나 전쟁은 프랑스보다 독일에 더 큰 영향을 미치며 독일 여론을 분열시키고 있다. 독일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우크라이나 무기 공급국이다. 주류 언론은 독일을 악의 제국 러시아에 맞서는 내부 전선으로 묘사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독일 국민은 협상을 통한 분쟁 해결을 지지한다.

바겐크네히트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했으며 NATO의 동진이 분쟁에 공동 책임이 있다고 지적하며 서구 동맹의 대리전쟁에 반대했다. 2023년 가을 바겐크네히트가 페미니즘 운동가 알리스 슈바르처와 함께 발표한 평화 및 무기 공급 중단 촉구 선언문은 90만 이상의 서명을 모았다.

BSW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협상, 점진적인 제재 해제, 중기적으로는 러시아와의 평화적인 공존과 협력을 지지한다. 이와 동시에 BSW는 독일의 대규모 재무장에 반대하고 사회의 정신적 군사화를 비난한다. 오늘날 독일에서 전쟁을 가장 지지하는 정당 중 하나가 된 녹색당이 과거 옹호했던 이 평화주의는 ‘새로운 독일’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으며 BSW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주요 요인 중 하나다.

전쟁 중에 표현의 자유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가자지구와 관련, 바겐크네히트는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데 있어 보다 신중한 입장을 보인다.(15) 하지만 바겐크네히트는 즉각적인 휴전과 독일의 이스라엘 무기 공급 중단을 촉구한다. 이는 맹목적으로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대안당의 입장과 전적인 대비를 이룬다.

BSW는 NATO 탈퇴를 명시적으로 요구하지는 않지만 “미국으로부터의 독립성 강화”를 주장하며 러시아가 포함된 서로 동등한 새로운 안보 동맹”을 추구한다. 이는 “현 상태의 NATO를 거부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바겐크네히트는 개도국의 부상에 직면한 유럽은 더 이상 실현 불가능한 “가치”를 강요하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하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나는 세계를 순회하며 다른 국가에 국가 운영 방침을 강요하는 외교정책에 반대한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매우 위선적이며 거짓에 불과하다. 독일 정부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반대파를 참수해도 잠자코 있으면서 중국을 상대로는 인권의 수호자를 자처한다.”

지난 6월 첫 선거를 성공적으로 치른 BSW는 9월 구동독 지역인 튀링겐, 작센, 브란덴부르크에서 예정된 지방 선거를 차분히 치뤘다. 다른 정당들은 돌풍을 일으킨 BSW를 껄끄러워하면서도 지역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던 극우파의 지지율을 떨어뜨린 BSW의 능력은 인정했다.

독일 정당들은 이미 2025년 가을 연방 선거 준비에 돌입했다. 이 선거는 사회주의자, 환경주의자 그리고 경제위기의 주범으로 평가받는 현 집권 연정의 구성원에게도 쉽지 않은 선거가 될 전망이다. 특히 BSW가 극우의 부상을 막으며 선전한다면 독일 좌파의 지형과 우선순위가 바뀔 것이다.

 

 

글·피에르 랭베르 & 페터 발 Pierre Rimbert, Peter Wahl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번역·김은희
번역위원


(1) 「En Allemagne, deux lignes pour un même camp 독일 좌파당, 한 진영 속 두 노선」,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22년 1월호.
(2) 별도의 언급이 없는 자라 바켄크네히트의 발언은 올해 4월 10일 베를린에서 진행한 인터뷰나 그녀의 저서 『Die Selbst-Gerechten. Mein Gegenprogramm für Gemeinsinn une Zusammenhalt, 독선: 공공성과 사회통합을 위한 나의 대항 기획』(Campus Verlag, Frankfurt, 2021)에서 발췌한 것이다.
(3) 「Wie die Wähler wanderten」, 2024년 7월 8일, www.tagesschau.de
(4) Cf. Thomas Frank, 『Pourquoi les pauvres votent à droite et Pourquoi les riches votent à gauche 가난한 사람은 우파에, 부자는 좌파에 투표하는 이유』, Agone, Marseille, 2013 & 2018. 「Quelle coalition face au bloc bourgeois? 부르주아 동맹에 맞서는 선거전략」,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22년 2월호.
(5) Bruno Jeanbart, Olivier Ferrand & Romain Prudent, 「Gauche : quelle majorité électorale pour 2012, 2012년 선거에서 좌파는 어떤 과반수를 달성할 것인가?」, <Terra nova>, Paris, 2011년 5월.
(6) Jean-Luc Mélenchon, 『Le Choix de l'insoumission 불복을 선택하다』, Seuil, Paris, 2016.
(7) 『La Repubblica』, Rome, 2024년 7월 21일.
(8) 바겐크네히트의 저서 『Reichtum ohne Gier. Wie wir uns vor dem Kapitalismus retten 풍요의 조건. 자본주의로부터 우리를 구하는 법』(Campus-Verlag, Francfort, 2016)에 등장하는 구상.
(9) Sahara Wagenknecht, 「Condition of Germany」, <News Left Review>, London, n°146, 2024년 3~4월.
(10) BSW, 「Unser Parteiprogramm」, Berlin, 2024, https://bsw-vg.de
(11) BSW, 「Programm für die Europawahl 2024」, Berlin, 2024, www.europawahl-bw.de
(12) 「“Gauche antimigrants”, une fable médiatique 미디어가 만들어낸 전설, “반이민 좌파”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8년 10월호.
(13) Patrick Moreau, 「L’émergence d’une gauche conservatrice en Allemagne : l’Alliance Sahra Wagenknecht pour la raison et la justice(BSW) 보수 좌파가 부상하는 독일: 자라 바겐크네히트 연합-이성과 정의를 위하여(BSW)」, 정치혁신재단, Paris, 2024년 1월 ; Thorsten Holzhauser, 「Ni à gauche ni à droite, mais les deux à la fois? L’Alliance Sahra Wagenknecht (BSW) au lendemain des élections européennes 좌파도 우파도 아닌 좌·우파? 유럽 선거를 마친 BSW」, 프랑스-독일 관계 연구 위원회 의견서 n°178, 프랑스국제관계연구소(IFRI), Paris, 2024년 7월.
(14) Helge Emmeler & Daniel Seikel, 「Wer wählt “Bündnis Sahra Wagenknecht”」, WSI Report, n°94, 2024년 6월, www.wsi.de. Cf. : Albrecht Meier, 「BSW im Umfrage-Hoch: Wagenknecht-Partei punktet vor allem bei Deutsch-Türken」, <Tagesspiegel>, Berlin, 2024년 7월 31일.
(15) Sonia Combe, 「Peut-on critiquer Israël en Allemagne 독일에서 이스라엘 정책을 비판할 수 있는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23년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