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 아메리카인들의 도피처가 된 마드리드

2024-09-30     엑토르 에스트룩 외

2010년대 중반부터 부유한 중남미 이주자들, 특히 베네수엘라 사람들이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 정착하려고 바다를 건너오고 있다. 더불어 상대적으로 빈곤한 이들 수십만 명도 불안정한 일자리를 구하거나 자영업을 시작하려고 스페인으로 이주했다. 이들 중에는 스페인 우파가 포섭하려는 잠재적 유권자들이 많다.

 

마드리드의 살라망카는 중위 소득이 스페인에서 가장 부유한 1%에 속하는 곳으로 깨끗한 인도, 넓고 쭉 뻗은 가로수길, 세련된 행인, 유명한 맛집 레스토랑 등 유럽 수도 내 고급스러운 구역의 보편적인 특징을 지닌다. 1936년에서 1939년 사이에 마드리드를 점령한 프란시스코 프랑코 장군의 폭격에서 살아남은 상류층 거주지에는 이제 그들과 마찬가지로 부유한 외국인 이민자가 새롭게 유입되는 중이다.

자칭 ‘베네수엘라 커뮤니티 전문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플레이서는 “살라망카에는 베네수엘라인 부자들이 약 5,000명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후안 카를로스 구티에레스도 이들 중 하나다. 그는 자신의 새 레스토랑인 ‘임페로’에서 우리를 반갑게 맞았다.

현재 국제인권법을 전문으로 하는 형사전문변호사로 일하는 그는 개인사무실을 운영하며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도 활동한다. 그는 변호사답게 레스토랑을 꼼꼼하게 운영한다. 오픈 키친에서는 이탈리아 요리사가 조리를 하고, 적도 기니 출신의 예술가가 부르는 오페라의 아리아가 흘러나온다. 차베스주의(베네수엘라 전직 대통령 차베스가 추구했던 사회주의적, 진보적 민족주의—역주)에 반대하는 인물을 변호하는 그는 스페인에서의 첫 번째 투자가 만족스러운 듯했다.

펠리페 칼데론, 엔리케 페나 니에토, 최근 스페인 국적을 취득한 카를로스 살리나스 데 고르타리, 이들 세 명의 전직 우파 멕시코 대통령도 마드리드 지역에 정착했다. 2013년부터 많은 사람이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를 새로운 안식처로 선택했다. 베네수엘라, 멕시코, 콜롬비아에서 투자 목적으로, 때로는 거주 및 근무 목적으로 스페인에 온 사람들은 이탈리아 레스토랑보다 이목을 적게 끌면서 더 비싼 부동산에 눈길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

특히 전문 부동산 개발업자가 최고 수준으로 완전히 호화롭게 개조한 아파트가 인기다. 살라망카 지역은 이런 아파트로 가득하다. 미국 부동산 컨설팅 회사 콜드웰 뱅커 리차드 엘리스(CBRE)의 스페인 지사에서 각각 주거 투자 이사와 주거 신축 이사를 맡고 있는 오펠리아 누녜스와 카를로스 데 알메이다는 “이런 유형의 아파트는 보통 300~400㎡로 ㎡당 평균 가격이 12,000~14,000유로”라고 설명했다. 수도의 ㎡당 평균 가격은 4월 기준 4,200유로로 평가되는데, 1년 전에는 3,977유로였다.

 

 

스페인에서 세금 부담이 가장 낮은 마드리드, 외국인 투자의 거점으로 부각

마드리드의 고급 부동산에 대한 라틴아메리카인들의 갑작스러운 관심은 2013년 국민당(PP, 우파)이 도입한 정책 변화로 상당 부분 설명이 가능하다. 마드리드 세입자 조합의 대변인 발레리아 라쿠는 “해당 정책 중 수익에 대해 세금을 거의 내지 않는 부동산 투기 전용 회사인 ‘소시미(Socimi, 부동산 투자 주식회사)’ 설립 허가 조항이 있다”라고 설명하며 “이로 인해 투기 사이클이 매우 빨라졌다”라고 덧붙였다.

2012년 베네수엘라 대통령 선거에서 우고 차베스, 2013년 니콜라스 마두로에 맞선 후보였던 엔리케 카프릴레스 라돈스키 계파는 새로운 조세제도에 재빠르게 적응해 각각 공유오피스와 고급 숙박시설 단기 임대를 전담하는 ‘아가르타’(2014년)와 ‘오리노키아 리얼 이스테이트’(2017년)를 설립했다.

마드리드 자치정부 경제부에 소속된 기관인 ‘인베스트 인 마드리드’의 홍보부장 쿠카 히메네스는 “마드리드는 스페인 전역에서 세금 부담이 가장 낮다”라고 자랑했다. 그는 “현재 자체적으로 지방세를 부과하지 않는 유일한 지역”이라고 내세웠다. 이 선택 덕분에 마드리드는 외국인 직접 투자의 주요 거점(1)이 되었고, 스페인 전체 투자의 50% 이상이 이뤄지고 있다. 공동체 재단(2)의 파블로 카르모나는 이를 “막대한 세금 덤핑”이라고 비판했다.

“매주 라틴아메리카에서 주택을 취득하려는 투자자가 두세 명씩 찾아오는데, 그중 80%가 마드리드를 염두에 두고 있다”라고 ‘크레마데스 & 칼보소텔로’ 컨설팅 업체 공동설립자인 하비에르 크레마데스가 설명했다. 스페인에서 가장 명망 높은 변호사인 그는 두 창립자의 초상화가 걸린 사무실에서 우리를 맞았다.

살라망카 지역 중심부의 매우 세련된 호르헤 후안 거리에 있는 사무실에서 그는 스페인에서 사업을 시작하려는 외국 자본가들에게 컨설팅을 제공하고 인권 문제를 지원한다. 대표적인 고객으로 망명 중인 베네수엘라 야당 인사들도 있다. “우리는 베네수엘라의 후안 과이도(임시 대통령을 자처했다가 미국으로 망명—역주) 행정부를 위해서도 일했다”라고 과거의 경력을 설명했다.

 

껄끄러운 마두로 정부를 벗어나 안전한 스페인 택해

그렇지만 돈이 이민의 유일한 동기는 아니다. 최근 마드리드로 이주한 베네수엘라인들 상당수는 니콜라스 마두로 정부와 껄끄러운 관계다. 현재 ‘크레마데스 & 칼보소텔로’의 이사인 구티에레스는 “2017년에 나는 육체적으로 지쳐 있었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베네수엘라를 떠나며 호텔과 자동차 판매 사업을 접었다. 2008년부터 2015년까지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 시장을 지냈고 정부에 가장 적대적이었던 안토니오 레데스마도 2017년에 모국을 떠났다. 그는 마드리드에 도착하자마자 국민당 정부의 수장 마리아노 라호이 전 총리로부터 스페인 국적을 제안받았지만 이를 거절했다.

급진 반대파인 레오폴도 로페스의 아버지이자 현재 국민당 소속 유럽의회 의원인 레오폴도 로페스 힐, 카프릴레스 라돈스키의 부모, 미겔 엔리케 오테로 등 다른 사람들은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오테로는 우고 차베스가 첫 선거(1998년)에 출마할 당시에는 그에게 우호적이었으나 현재 소유주이자 이사로 있는 신문사 <엘 나시오날>이 현재 베네수엘라 정부에 의해 공격당하자 전향했다. 그는 현재 자택에서 “좌파 포퓰리즘에 반대”하는 노선을 선언한 해당 신문의 온라인판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라틴아메리카에서 스페인의 마드리드로 새롭게 이주한 사람들이 모두 백만장자나 전직 우파 지도자 또는 현 정부의 정적은 아니다. “엔트레비아스와 산 디에고 구역에서 베네수엘라인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라고 플레이서는 지적하면서 “이곳은 마드리드의 빈민 지역”이라고 덧붙였다. 망명을 온 야당 외에도 많은 베네수엘라인이 더 나은 삶을 꿈꾸며 스페인으로 왔다.

서민층 거주지 테투안에 있는 마라비야스 아케이드형 시장에 들르면 현 상황을 이해하기 쉽다. 아케이드 내부에는 수많은 상점이 있는데 대부분 라틴아메리카인들이 운영한다.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에서 즐겨 먹는 대표적인 빵인 아레파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옥수수가루뿐만 아니라 격주로 발행되는 무료신문인 <엘 베네솔라노>가 수북이 쌓여 있다.

 

마드리드에 온 남미 이민자들, 2015년부터 급격히 늘어나 

이곳에서 4년째 아레파를 팔고 있는 T는 “정치에는 그다지 관심 없다. 우리는 경제적 이유로 여기에 왔다”라고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시장 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면 청과물 노점을 연 헤마 세라노가 있다. 그의 아내는 베네수엘라인인데 “정치적 이유보다는 안전상의 이유”로 “미국으로 가는 것보다 쉬웠기” 때문에 마드리드로 왔다.

2015년부터 마드리드 지역에는 라틴아메리카 이민자가 급증하고 있다. 그들은 2015년 1월 자치구 이민자의 49%(561,000명)를 차지했고, 2022년 초에는 58%(816,000명)가 라틴아메리카 출신이었다. 중국, 모로코, 루마니아 출신 이민자 수는 정체되거나 감소한 반면, 특히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페루, 도미니카공화국, 온두라스 출신 이민자 수는 많이 증가했다. 2021년에는 에콰도르인들이 루마니아인들을 제치고 이 지역에서 가장 큰 외국인 공동체가 되었고, 2022년에는 베네수엘라인들이 이 자리를 차지했다.(3)

“대다수는 학사 학위를 받은 중산층 또는 상류층 출신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걸어서 도망쳤다”라고 크레마데스는 지적했다.

<엘 나시오날>의 이사 오테로도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비행기표를 사야 하기 때문에 부유층 사람들이다”라며 이런 사회적 배경에 공감했다.

가장 취약한 계층은 대부분 자전거를 타고 도시를 가로지르는 ‘우버이츠’, ‘딜리버루’, ‘글로보’ 등 음식 배달 서비스 배달원들이다. 이런 플랫폼에서 일하는 페드로 H.에 따르면, 마드리드 테투안 구역의 글로리에타 데 쿠아트로 카미노스 광장에서 함께 배달 주문을 기다리는 배달원 8명 중 6명이 베네수엘라인이고 2명이 콜롬비아인이다. 이들 대부분은 취업 허가가 없기 때문에 자영업자로 신고한 다른 사람으로부터 애플리케이션 사용권을 임대한다. 하루에 10시간을 일을 할 수 있는데 최종 수입은 한 달에 600~800유로(한화 약 89만~119만 원)다.

언어와 문화는 이민자들의 현지 동화를 수월하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하지만, 극빈층은 두 팔 벌려 환영받지 못한다. 그러나 다른 나라들과 달리 베네수엘라 출신 이민자들에게는 보통 거주 허가가 주어진다. 이는 라호이 정부 산하 망명 및 난민을 위한 부처 간 위원회가 베네수엘라인들에게 망명권이 아닌 인도주의적 근거로 거주권을 취득할 수 있게 한 결정을 발표한 2018년부터다.

 

중산층 이상의 고학력자들에게 거주 허가 발급 많아

스페인 내무부의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베네수엘라 이민자에 대해 거주 허가 결정이 총 11만 3,487건 있었다. 망명 신청자를 대신해 활동하는 비정부기구(NGO)인 스페인 난민지원위원회의 법률 책임자 엘레나 무뇨스는 “인도주의적 근거로 거주 허가를 받은 이들 중 98%가 베네수엘라인”이라고 밝혔다. 라틴아메리카 출신 이주민들은 스페인에서 2년 동안 합법적으로 거주하면 스페인 국적을 신청할 수 있으며, 관광 비자도 수월하게 받는다.

부유하고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들의 상황은 다르다. 유럽 수도의 삶의 질, 수많은 사립대학, 마이애미나 파리에 비해 여전히 상대적으로 매력적인 고급 부동산 가격, 공통된 언어와 문화, 특히 우파 정부와의 연줄 덕분에 작동하는 계층적 연대 덕분에 마드리드는 인기 높은 목적지가 됐다.

라틴아메리카 전문가이자 급진좌파정당 포데모스의 공동창립자인 마드리드 콤플루텐세대학 정치학 교수 후안 카를로스 모네데로는 “스페인 우파와 베네수엘라 우파는 언제나 매우 긴밀한 관계였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관계가 개인적, 사업적 측면에서 꽤 돈독한 데다가 정치적으로도 밀접하다고 했다.

2023년 5월 절대다수표를 받아 마드리드 자치정부 수반으로 재선되어 현재 국민당의 주요 인사가 된 극우자유주의자 이사벨 디아스 아유소는 반(反)차베스주의를 정치적 모토로 삼았다. “공산주의가 아니면 자유를 달라”라는 그의 슬로건은 2021년 지방선거 이후 그의 캠프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새로운 마드리드인’을 위한 국민당 마드리드 지도부의 새로운 지국이 아유소의 관리 하에 만들어져 베네수엘라인인 구스타보 에우스타체에게 위임됐다. 헤노바가에 있는 국민당 당사에서 만난 에우스타체는 자신이 “수많은 공동체와 함께 일해 왔다”면서도 자신의 목표 지지층은 “투표권을 가진 사람들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히스패닉계 미국인이라고 인정했다. 
“공산주의가 아니면 자유를 달라”는 팔찌를 자랑스럽게 차고 다니는 에우스타체는 외국계 공동체의 숫자와 구성을 기억하며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위해 지칠 줄 모르고 현장에서 뛰고 있다. 심지어 가장 보수적인 유권자들의 소수가 꾸준히 참석하는 복음주의 교회를 방문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4)

에우스타체가 국민당의 주류가 된 것은 아니다. 전국적으로 볼 때, 이중 국적으로 선거권이 있는 라틴아메리카인의 수가 극히 미미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스페인 국립통계연구소의 수치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투표권을 가진 외국인은 220만 명(유권자의 6.5%)이며, 이중 라틴아메리카계는 150만 명(유권자의 4.3%)이다.

 

마드리드의 남미 출신 유권자, 마이애미보다 투표권 비율 높아 

반면, 마드리드의 상황은 다르다. 우선 해외에서 태어난 사람들의 비율이 훨씬 더 높고, 게다가 이중 국적자만 투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사실 스페인 국민의 투표권을 허용하는 협정을 맺은 외국 국가의 경우, 스페인은 지방 선거에 상호주의를 적용한다.

‘뉴 마드리드인’의 책임자인 에우스타체는 “마드리드의 주민은 전체 인구의 21%로 거의 150만 명(라틴아메리카 출신 61%, 유럽 출신 21%)이고 (자치정부 도시의 지방선거에서) 투표권을 가진 이들은 100만 명(양자 간 합의에 따른 유권자 50만 명, 국적 취득에 따른 유권자 50만 명)이다. 이게 새로운 현실이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간과할 수 있는 숫자는 아니지만, 이들 모두가 투표하거나 모두 우파에 표를 준다는 의미는 아니다. 마이애미 지역의 라틴아메리카계 유권자의 비중(등록 유권자의 58%인 91만 5천 명, 그중 3분의 1이 쿠바인)과 비교하면 마드리드에서 라틴아메리카계 유권자의 비중을 실감할 수 있다.(5)

반(反)차베스주의와 라틴아메리카계 이민자와 친화적 관계를 구축하려는 우파의 속셈은 사실 기회주의적 전략이다. 그들은 호시탐탐 정권을 노리며 공산주의자들에 대한 오래된 공포심을 자극하고 공산주의와의 대적을 명분으로 스페인 국민 중 보수 자본가들을 설득하려는 중이다. 스페인을 ‘베네수엘라에 상응하는 혼돈’에 빠트리려고 한다고 좌파를 악마화하는 태도도 전략적 투표 카드를 활용해 경쟁자인 극우 정당 복스(Vox)를 견제하려는 대표적인 사례다.(6)

 

스페인 우파 정당들, 남미 출신 유권자들에게 전략적 접근

모네데로는 “만인의 악당 만들기에서 베네수엘라가 쿠바와 소련을 대체했다”라며 “게다가 스페인, 특히 포데모스에는 라틴아메리카의 진보주의 정부와 함께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 나만 해도 차베스와 같이 일했다”라고 분석했다.

국민당과 복스에서 이 전략을 꾸준히 시도하는 것은 우파 내에서의 이념적 지표로도 볼 수 있다. 게다가 신자유주의 자본주의의 실패와 2008년 스페인을 뒤흔든 경제 위기 등 자신들의 실패를 감싸고 상대방의 실패를 반격할 수 있어서 이 전략은 우파에게 더욱 매력적이다. 
사실상 베네수엘라 우파와 스페인 우파는 민주주의를 무조건적으로 옹호하는 입장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정당성을 구축하려는 중이다. 아유소는 포데모스의 전 대표이자 현 정부 수반 페드로 산체스 총리를 서슴없이 독재자라 부르고, 레데스마는 포데모스가 “차베스주의의 프랜차이즈”라고 주장한다.

극우 정당인 복스는 프랑코주의의 과오를 상대적으로 덜 심각하게 여기는 것처럼 보인다. 복스는 “이는 민주주의를 수호하려는 의도였다”라고 설명했다. 2020년 10월에는 산티아고 아바스칼 당 대표가 주재한 재단 창립식에서 복스는 ‘마드리드 선언’에 서명하기에 이르렀다.

이 선언에서 라틴아메리카 좌파를 결집한 조직인 ‘상파울루 포럼’은 ‘범죄 집단’으로, 이 지역의 좌파 정부들은 ‘전체주의 성향’으로 그려졌다.(7) 마린 르펜의 조카 마리옹 마레샬, 에두아르도 보우소나루(브라질 전 극우 성향 대통령의 아들), 이탈리아의 총리가 된 ‘이탈리아형제당’ 대표 조르자 멜로니 등도 이 선언에 서명했다.

 

중남미를 떠나온 유권자들, 스페인 정치에 보수적 반응

정치에 관심이 별로 없고 돈이 거의 혹은 전혀 없는 베네수엘라인 대부분이 마두로 정권을 좋아하지 않아서 대서양 양안의 우파 정당이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더 커진다. 그래서 그들은 국가의 역할이나 ‘사회주의’의 폐해에 관한 비판적인 입장에 종종 예민하게 반응한다. 베네수엘라에서 태어나 스페인에 정착해 유럽의회 의원으로 선출된 레오폴도 로페즈 힐은 “당연히 자신들이 피해 떠나온 정당과 유사한 성향의 정당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논평했다.

“중남미를 떠나온 라틴계 이주민들은 가족, 법, 사회 질서, 자유시장경제 등의 측면에서 보수적이다”라고 오테로는 믿고 싶어 했다. 모네데로는 “그들은 무의식적으로 좌파는 나쁘다고 여겨서 좌파를 지지하도록 설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라고 단언했다. 연구원 라우라 모랄레스와 카를레스 파미에스가 2021년 스페인에 거주하는 베네수엘라인들에게 수행한 연구도 이런 경향을 재확인시켜주는데, 이 연구에 따르면 “이들이 다른 라틴아메리카 이민자들보다 우파 정당에 투표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8)

 

마드리드는 젠트리피케이션 진행 중

그런데 베네수엘라 이민자들이 실제로 그렇게 우익 성향인지 의문이다. 플레이서는 “사실 우파라기보다 반차베스주의다”라고 평가했다. 그렇기에 사상적으로 일관성 있는 집단을 형성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인터뷰어들도 각자의 로드맵을 좇는 무리들 때문에 실질적인 공동체가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마라비야스 시장 상인인 미겔 T.만 해도 “결속된 공동체는 아니고 그저 각자도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플레이서는 베네수엘라인들 집단 간, 그리고 집단 내에서 조직화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꼬집으며 “그들은 마드리드에서 베네수엘라에 영향을 주려는 게 아니다. 정치적인 계략이 있는 게 아니다. 그것보다 이곳에서, 자기들끼리 당면한 문제에 더 깊게 관여하는 게 목표다”라고 딱 잘라 말했다.

그렇지만 그들의 지나친 우익화 성향이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면서 “미국에서 쿠바인들은 영리하게도 양국과 모두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스페인 거주 베네수엘라인들은 스페인사회주의노동자당(PSOE)을 개의치 않는다. 집권당인데도 말이다”라고 덧붙였다.

사회학자 안드레스 왈리세르는 “이로 인해 젠트리피케이션 과정이 발생했다”라며, “해당 지역의 소유권 체계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CBRE 스페인 지사의 누녜스와 드알메이다는 “현재 이 지역에서는 시장이 포화 상태이고, 남아 있는 건물들은 거의 한 가족 소유”라고 확인했다. 이제 구매자들은 점차 다른 지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투자 펀드와 전문 에이전시들이 임대료를 인상하여 세입자들을 쫓아내고, 이들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그곳 주민들을 다시 쫓아낸다”라고 라쿠는 설명했다.

좌파 정부에 반대하는 우파 반대파들이 수도 마드리드에 집중하면서, 라틴아메리카 대륙의 백만장자들은 적어도 부동산 시장에서 세금 회피를 바탕으로 한 ‘마이애미’의 탄생에 적극적으로 기여한 셈이 되었다.

 

 

글·엑토르 에스트룩 Hèctor Estruch & 블라디미르 슬론스카말바우트 Vladimir Slonska-Malvaud
기자

번역·서희정
번역위원


(1) 「Inversión exterior 외국인 투자」, 마드리드 자치정부, 경제 분석 총괄 부서, 2022년 2분기.
(2) Fernando Peinado, 「Madrid, cada día más hispanoamericana : casi el 60% de los inmigrantes procede de la América que habla español 스페인계 미국인이 증가세인 마드리드: 이민자의 약 60%가 스페인어권 남미 출신」, <El País>, Madrid, 2022년 10월 10일.
(3) Fernando Peinado, 「Así hace campaña el PP de Ayuso en las iglesias evangélicas : “Tenemos unas elecciones importantes en mayo” 복음주의 교회에서 진행되는 아유소의 PP 선거운동 “5월의 중요한 선거”」, <El País>, 2023년 4월 3일.
(4) Fernando Peinado, 「A quién votan los hispanoamerica- nos? 히스패닉계 미국인이 투표하는 후보는?」, <El País>, 2023년 3월 26일.
(5) Luis Noe-Bustamante, 「Latinos make up record 17% of Florida registered voters in 2020」, Pew Research Center, Washington, DC, 2020년 10월 19일, www.pewresearch.org
(6) Maëlle Mariette, 「Impossible recentrage du Parti populaire espagnol 스페인 PP당의 재정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23년 7월.
(7) Fundación Disenso, 「Carta de Madrid : en defensa de la libertad y la democracia en la iberosfera 마드리드 선언: 이베로스피어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2020년 10월 26일, fundaciondisenso.org
(8) Laura Morales & Carles Pàmies, 「El voto de los venezolanos (y otros latinoamericanos) en Madrid : mitos y realidades 마드리드에서의 베네수엘라(및 기타 라틴 아메리카) 투표 : 신화와 현실」, 2021년 4월 26일, www.eldiario.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