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곡숙의 문화톡톡] <생츄어리> ― 야생동물의 갈림길: 센터의 구조, 동물원의 복지, 생츄어리의 대안
1. 야생동물 보호시설과 <생츄어리>
<생츄어리>(왕민철, 2024)는 야생동물을 중심으로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청주동물원, 동물복지사라는 세 가지 활동을 그려내는 다큐멘터리영화이다. 이 영화는 20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의 한국경쟁부문 우수상, 관객심사단상을 수상하였다. 생츄어리는 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는 야생동물을 위한 보호 시설이지만 국내에는 없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는 생츄어리가 생기길 바라고, 청주동물원은 생츄어리로 바꾸고자 하고, 동물복지사는 생츄어리를 만들고자 한다. 이 영화는 야생동물의 구조와 보호에 힘쓰는 이들이 야생동물과의 공생을 꿈꾸는 현장을 보여준다.
2.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방사/동물원/안락사의 갈림길과 생츄어리 소망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는 야생동물 구조의 세 갈림길, 즉 방사, 동물원, 안락사를 보여준다. 한국에는 17개의 야생동물구조센터가 있고, 연평균 15,000여 마리의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그 중 35%만 방사되어 자연으로 돌아간다. 센터에 구조된 동물은 건강 상태가 좋은 동물은 자연으로 다시 방사되고, 치료와 보호가 필요한 동물은 동물원으로 이송되고, 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고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동물은 안락사된다. 센터는 전반부의 방사와 죽음, 중반부의 친교와 연쇄 죽음, 후반부 치료와 방사를 차례대로 보여준다.
전반부에서 센터는 고라니의 방사와 죽음을 다룬다. 센터는 터널에 갇혀 자연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고라니를 잡아서 건강한 3마리는 자연으로 방사하고 죽은 7마리는 사체를 처리한다. 센터 직원은 고라니의 사체를 플라스틱통에 집어넣으면서 “미안해”라고 말하고, 죽은 고라니의 얼굴은 순박한 모습을 하고 있어 그 죽음으로 마음을 심란하게 만든다.
중반부에서 센터는 수리부엉이와 너구리 클라라의 안락사 고민, 농약으로 인한 야생동물의 연쇄 죽음을 다룬다. 센터는 고리니, 독수리, 수리부엉이를 검사한 후 수리부엉이의 방향이 틀어진 날개로 인해 안락사를 고민한다. 수의사 김봉균은 마치 애완견처럼 너구리 클라라를 데리고 산책시키고, 사람이 좋아서 자연으로 가지 않는 경우 안락사를 시키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야생동물이 겨울에 먹이가 없는 경우 혹은 상대적으로 약한 개체라서 밀려서 내려오는 경우 겨울 농약으로 인해 연쇄 죽음을 당한다. 농약은 겨울철이기 때문에 야생동물을 죽이려고 일부러 뿌려 놓은 경우가 대부분이며, 이 경우 최초로 죽는 동물뿐만 아니라 연쇄적으로 죽음을 일으킨다는 게 문제이다.
후반부에서 센터는 앞다리가 없는 포유류의 중성화와 치료한 동물의 방사를 다룬다. 암컷 동물이 상처를 입어 앞다리가 없는 경우 자연에서 살기 어려운데 임신까지 하면 살아남을 가능성이 적어서 중성화를 시킨다. 앞다리가 없는 동물은 자연에서 살기 힘들기 때문에 대부분 안락사를 시키는데, 특이하게도 앞다리가 없는 암컷 너구리의 경우 안락사시키지 않고 중성화하여 방사한다. 센터 직원들이 치료하거나 수술한 동물을 자연으로 방사하는 장면은 감동적이다. 방사하는 고라니, 방사하는 독수리, 방사하여 날아가는 새, 고니의 군무 등 야생동물이 야생자연으로 돌아가고 자신의 개체와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은 감동을 자아낸다.
3. 청주동물원: 동물복지의 명문화, 동물복지윤리위와 생츄어리 지향
청주동물원은 동물복지의 명문화와 동물복지윤리위원회, 곰/하이에나/머플러를 통해 동물의 복지, 고통, 안락사 문제를 제기한다. 청주동물원은 전국에서 최초로 동물복지의 명문화, 동물복지윤리위원회를 창설하여 다른 동물원과 차별성을 보여줘 한국에서 자랑할 만한 동물원으로 인정받고 있다. 동물원은 곰들을 방치하여 자연과 비슷한 환경에서 자유를 누리게 만들고, 웅담농장에서 구한 반달새끼곰이 살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고자 노력하며, 정신이상증세를 보이는 표범 직지의 행동반경을 넓혀 안정감을 느끼게 만들고, 물곰은 바닷물이 있는 제주도 동물원으로 이송시키고, 여우 김서방을 비도 맞고 바람도 맞게 산책시킨다. 청주동물원은 동물복지의 명문화, 동물복지를 위한 윤리위원회 개최, 자연과 비슷한 환경 조성, 적절한 관리와 개선을 통해 현재 생츄어리는 아니지만 미래 생츄어리를 지향한다.
청주동물원은 동물복지윤리위원회에서 안락사를 가장 심각한 문제로 고민하며, 동물의 고통과 관리의 차원에서 갈등한다. 동물원은 동물원을 세 부류, 즉 데리고 있기, 보내기, 안락사로 분류한다. 우선, 동물을 데리고 있는 경우는 동물에 비해 인력이 부족해서 힘든 상황이며, 센터에서 야생으로 보내기 힘든 동물을 계속 보내 동물의 수가 늘어나고 있으며, 인력 문제와 재정 문제로 힘든 상황이다. 다음으로, 동물을 보내는 경우는 동물을 보내고자 하지만 받아주는 동물원이 거의 없으며, 다른 동물원에서도 인력 문제와 재정 문제로 힘든 상황이어서 보낼 곳이 없으며, 하이에나 같은 비호감 동물은 전시 동물로 부적합해서 거부당하기 때문에 힘든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동물을 안락사시키는 경우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지만 동물이 고통을 받지 않기 위해서 안락사를 시키는 것인지 아니면 동물 관리가 힘들어서 안락사를 시키는 것인지에 대해 입장이 나눠지며 동물 복지 차원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동물원은 전반부의 곰 반순이 안락사, 중반부의 하이에나와 머플러 안락사, 후반부의 죽은 동물에 대한 추모사와 위패를 차례대로 보여준다.
전반부에서 동물원은 곰 반순이의 안락사 시기 문제를 둘러싸고 고통스러운 삶과 편안한 죽음 사이에서 갈등한다. 반순이는 검사 결과 디스크 질병으로 판정되고, 수의사들은 통증을 겪어야 하는 동물이 이해할 수 없는 힘든 과정을 겪어야 한다는 점에서 즉시 안락사를 해야 한다는 주장과 일단 밥을 먹으니까 좀 더 지켜보고 안락사를 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나뉜다. 안락사 선택의 문제는 통증으로 힘든 삶과 편안한 죽음 사이의 갈등이라는 점에서 모두 동물의 복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된다. 문제는 이러한 안락사에 대한 고민이 동물이 아니라 동물을 관리하는 인간의 몫이라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중반부에서 동물원은 하이에나의 안락사를 둘러싸고 무리생활, 왕따, 이미지, 전시, 교감 등의 문제를 제기한다. 동물원은 한 마리의 하이에나가 혼자 살기에 부적합하고 인간과 교감하지 않고 다른 동물원에서 거부하고 나쁜 이미지로 전시하기에 부적당한 동물이라는 점에서 안락사를 제안한다. 이에 동물복지윤리위원회는 대다수 건강한 동물의 안락사를 반대하는 입장을 나타낸다. 하이에나는 동물사회와 인간사회에서 아웃사이더적 존재여서 안락사가 제기된다는 점에서 좀 놀랍다. 동물원이 전시 동물을 관리하는 곳이기 때문에 전시하기에 부적합한 나쁜 이미지의 동물은 동물원에서 살기 힘든 것이다. 하이에나 안락사는 동물의 보호와 복지 차원과는 다소 동떨어진 문제이고 전시 동물의 관리라는 동물원의 목적과 관련 있는 문제이다.
또한 동물원은 머플러의 안락사를 둘러싸고 무리생활, 고통 경감, 관리 등의 문제를 제기한다. 동물원은 머플러가 보행이 불안정한 상태, 무리생활의 동물이라는 점에서 안락사를 제안한다. 수의사와 사육사는 병든 동물이 고통을 느끼지 않게 안락사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동물복지윤리위원회는 고통을 겪더라도 끝까지 자기 수명을 살게 해주자고 주장하여 의견의 대립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점은 안락사에 대한 찬성과 반대 모두 동물의 복지를 거론하며, 안락사 찬성은 고통의 경감이라는 차원에서, 안락사 반대는 삶의 연장이라는 차원에서 모두 동물의 복지를 거론한다. 동물원은 한정된 인력으로 관리할 수 있는 동물의 수가 한정되어 있고 센터 등에서 계속 추가로 동물이 유입되기 때문에 병든 동물의 안락사 문제가 계속 제기된다. 결국 머플러는 보행이 불안정하지만 고라니와 친구가 되어 서로 의지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여 안락사에서 제외된다.
후반부에서 동물원은 죽은 동물을 위한 추모사와 위폐로 동물에 대한 애정과 슬픔을 드러낸다. 김정호 수의사는 65살 곰 반순이가 20년간 봐온 곰이라는 점에서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며, 안락사 순간에 반순이를 위해 써온 추모사를 읽는다. ‘잠시 코로나로 갇혀 있던 우리는 너희를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좁은 시멘트 바닥에서 살게 해서 미안하다.’ 등의 추모사와 함께 반순이의 깜빡이다가 멈춘 눈동자, 반순이를 쳐다보는 김정호의 시선이 함께 결합하여 슬픔을 표현한다. 김정호는 동물원에 처음 올 때는 감정을 가졌지만 이후에는 감정을 가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오랜 시간 함께 보낸 표범 직지 등 감정이 있는 동물은 진료를 하기 힘들어서 다른 수의사에게 맡긴다고 한다. 수의사는 동물의 치료와 죽음을 함께 다루고 있어서 감정이 있는 경우 슬픔이 배가되어 안락사 문제로 인해 고통을 받는다.
4. 생츄어리: 동물복지사, 최악의 웅담농장 구조와 최고의 곰생츄어리 실천
생츄어리는 회귀 불능의 야생동물이 동물구조센터, 동물원, 동물복지사에서 꿈꾸는 대안이다. 생츄어리는 회귀 불능의 야생동물이 살아갈 수 있는 시설이지만, 현재 국내에는 한 곳도 없다. 센터, 동물원, 동물복지사 모두 생츄어리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동물원은 인간의 관람을 위해 전시 동물을 돌보는 곳이어서 인간 중심이라면, 생츄어리는 자연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야생동물이 살 수 있는 공간이어서 동물 중심이다. 생츄어리는 동물원처럼 전시 동물을 관리하지 않고 관람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 수익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국가 혹은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생츄어리는 전반부의 사육곰 미국 보내기, 중반부의 생츄어리 추진, 후반부의 생츄어리 실천의 어려움을 차례대로 보여준다.
전반부에서 동물복지사는 사육곰농장을 방문하여 해먹을 달고 야생곰을 미국으로 보내면서 생츄어리의 필요성을 느낀다. 사육곰 농장의 곰들은 동물보호연대가 전부 사서 미국으로 보내는 경우 혹은 불법적으로 웅담을 얻기 위해 죽이는 경우 등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다. 동물복지사 최태규 수의사는 농장주를 도와주는 목적이 아니라 야생곰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사육곰농장을 찾아다니며 해먹을 달아주고 밥을 챙겨주는 활동을 하면서 궁극적으로 생츄어리를 만들고자 한다. 청주동물원의 김정호 수의사는 청주동물원이 현재 생츄어리는 아지만 생츄어리를 지향하고 있다고 밝힌다.
중반부에서 야생곰의 경우 생츄어리는 국내에 없고, 동물원은 포화상태이고, 사육곰농장은 열악하다. 야생곰의 입장에서 보면 생츄어리, 동물원, 사육곰농장의 순서로 좋다는 점에서 생츄어리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사육곰농장은 수익성이 별로 없어서 점점 문을 닫는 실정이고,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사육곰의 상태가 좋지 못하고, 일부 농장은 불법 웅담농장을 하고 있어서 열악한 상황이다. 동물원은 웅담농장에서 사육곰을 구출해서 데려와 돌보지만, 인력과 재정 면에서 다소 어려움이 있다. 생츄어리는 현재 국내에 없고 최태규 동물복지사 등이 만들고자 하지만, 부지, 재정, 인력 면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후반부에서 센터의 수의사들은 병든 동물의 치료와 중성화 수술을 지켜보면서 생츄어리를 꿈꾼다. 생츄어리는 수의사 9명, 재활사 15명, 넓은 부지, 많은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 생츄어리는 동물이 많아서 돌보는 사람도 많아야 하고, 아픈 동물이 많아서 돈도 많이 드는 등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이 예상된다. 생츄어리는 동물이 병들어 자연으로 못 가는 경우 혹은 사람에게 정이 들어 자연으로 안 가는 경우가 모두 해당하며, 다른 동물원에서 받아주지 않는 동물과 안락사시키는 동물 등이 모두 포함되기 때문에 그 수가 엄청나며 점점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안타까워한다.
5. 중성화와 안락사: 야생동물 복지와 생태계 개입 논쟁
<생츄어리>에서 가장 논쟁이 되는 문제는 중성화와 안락사이며, 이 두 가지는 야생동물 복지와 생태계 개입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중성화는 병든 동물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임신으로 인한 위험을 없애는 방식이다. ‘사람·동물·자연 야생·전시동물 정책 간담회’는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앞다리가 없는 너구리를 안락사시키지 않고 방사시킨 경우를 특이한 성공 사례로 거론하지만, 그 너구리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중성화 수술을 시킨 것은 당연하게 논의된다. 앞다리가 없는 동물은 임신할 경우 최악의 상황이 되기 때문에 미리 중성화를 시켜 방사시킨다. 하지만, 이런 중성화가 동물의 생존과 복지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자연 생태계에 대해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야생동물은 자연에 있을 경우 앞다리 유무와 상관없이 임신 유무를 결정되지만, 인간에 의해 구조되었다는 이유로 그 야생동물의 임신이 불가능하도록 중성화를 시키는 것은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 청주동물원은 현재 동물의 2세가 동물원 우리에서 갇혀 지내는 삶을 살지 않게 대부분 동물을 중성화시킨다고 한다. 동물의 생존과 복지를 위한 중성화 수술은 혹시 인력이 적은 상황에서 관리가 힘들기 때문에 동물 개체를 늘이지 않으려는 의도는 없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안락사는 자연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동물이나 병든 동물에게 시행하는 방식이다. 영화 전체에서 가장 논쟁이 심한 문제가 바로 안락사이다. 야생동물을 구조할 경우 세 가지 방식, 즉 자연으로 보내는 방사, 다른 곳으로 보내기, 안락사이다. 이 중에서 안락사의 비중이 가장 높으며, 자연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동물은 대부분 안락사를 시킨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의 김봉균 수의사는 “사람을 좋아해서 자연으로 못 돌아가서 안락사를 하는 게 저희로서는 납득이 안 됩니다.”라고 문제를 제기한다. 안락사의 대상은 신체적으로 이상이 있어서 자연으로 못 돌아가는 동물뿐만 아니라 사람을 좋아해서 자연으로 안 돌아가는 동물도 해당한다는 점에서 그 범위가 넓다. 청주동물원의 경우 김정호 수의사와 동물복지윤리위원회 모두 병든 동물의 보호와 복지를 생각하지만, 안락사에 대한 찬성과 반대로 의견이 나뉜다. 동물원의 수의사와 사유사는 병든 동물이 고통받지 않기 위해서, 동물원의 관리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안락사에 찬성한다. 반면에, 동물복지윤리위원회는 대부분 동물의 생명을 존중해야 하며 고통을 받더라도 생명을 지속시켜야 하기 때문에 안락사에 반대한다.
안락사 문제에 대해서 센터, 동물원, 동물복지사의 수의사들이 각각 어떤 입장을 나타내는가?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의 수의사 김봉균은 고라니의 안락사에서 ‘수의사로서는 뛰는 심장 소리를 듣다가 심장 소리가 멈추는 소리를 듣는 순간이 기분이 좋지 않다’라고 말한다. 청주동물원의 수의사 김정호는 곰 반순이 안락사에서 ‘동물에게 감정을 안 가지려고 하지만 20년간 보아온 반순이에게는 며칠간이라도 유예기간을 주고 싶었다.’라고 밝힌다. 동물복지사로 활동하는 수의사 최태규는 곰 반순이 안락사에서 ‘밥은 먹지만 발에 뼈가 보이고 병들어 고통스럽기 때문에 빨리 고통을 끝내기 위해 즉시 안락사를 시켜야 한다.’라는 입장을 보인다. 센터, 동물원, 동물복지사의 수의사들은 대부분 동물 복지 때문에 안락사를 결정하고 안락사 문제로 인해 정신적으로 힘들어한다는 점에서 안락사 외에는 방법이 없는 것인가라는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 병든 동물을 자연으로 방사하는 경우 살아남기 힘들기 때문에 안락사를 시킨다고 하지만, 원래 자연에서는 그러한 동물이 계속 그러한 방식으로 살아온 것이 아닌가? 그래서 안락사가 정신적으로 힘든 문제라도 육체적, 경제적으로 편한 방법이라서 채택하는 것은 아닌지 혹은 정말 동물 복지를 위한 것인지 등의 의문이 생기면서 생태계에 대한 지나친 개입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영화의 마지막에 동물 이름 자막이 인상적이다. ‘반달곰 반순, 수리부엉이 21-0487. 고라니 22-0314. 너구리 클라라, 삵 랑이, 여우 김서방, 고라니 고추, 스리소니 순하, 너구리 21-0636, 독수리 22-0184, 고라니 22-0123, 무플론 9d5d, 너구리 21-1714, 흑두루미 22-0315, 물범 범순/범돌.’ 이러한 동물 자막은 김춘수의 시 ‘꽃’의 구절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가 생각난다. 이 자막은 영화에 등장하는 동물이 일반적인 동물 개체가 아니라 특정한 이름을 가진 의미 있는 존재임을 부각시킨다. 센터의 동물은 연도-일련번호로 불리고, 동물원의 동물은 대부분 이름으로 불린다. 센터는 잠시 머무는 쉼터 느낌이지만, 번호를 보면 많은 야생동물을 처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물원은 이름을 지어줌으로써 의미를 부여한다. 야생동물 이름 자막은 센터와 동물원의 노고와 희생을 나타낸다. <생츄어리>는 바로 동물과의 공생을 꿈꾸는 사람들에 관한 다큐멘터리이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생츄어리> 포토
글·서곡숙
문화평론가. 현재 청주대학교 영화영상학과 교수로 있으면서, 한국영화교육학회 부회장, 한국영화학회 대외협력상임이사, 계간지 『크리티크 M』 편집위원장을 역임하고 있으며, 부산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부천국제영화제, 대종상 등의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