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중심에 선 레바논

중대한 타격을 받은 헤즈볼라

2024-10-31     아크람 벨카이드 | 언론인

비밀 정보기관이 휴대용 통신 장비를 동시 다발로 폭발하도록 한다면 그야말로 첩보 영화의 시나리오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다. 그러나 레바논에서 현실이 허구를 뛰어넘었다. 이스라엘에 의해 기획된 것으로 보이는 이 공격으로 헤즈볼라의 많은 대원들이 다치거나 목숨을 잃었다. 이 사건은 레바논과 강력한 인접국 이스라엘 간에 새로운 전쟁으로 번질 위험을 안고 있다.

 

1년 전, 2023년 10월 7일, 가자지구에서 하마스와 그 동맹들이 이스라엘에 대해 벌인 유혈 공격으로 인해 중동은 대규모 폭력의 악순환에 빠졌다. 이후 텔아비브의 보복과 복수가 이어지면서 갈등은 심화되었고, 12월 며칠간의 휴전에도 불구하고 전혀 완화되지 않았다.

이 갈등은 시리아, 이란, 특히 레바논이 연관된 지역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전투가 계속되며 사망자 수가 4만 명을 넘어서는 가운데,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이스라엘 정부, 그리고 군 고위층은 북쪽에서 헤즈볼라를 무너뜨리기 위한 중요한 전선을 열기로 결심한 듯하다.

갈릴리(1)에서의 로켓 공격에 대한 대응으로 몇 달간 공격받아 온 헤즈볼라는 며칠 사이에 두 차례에 걸쳐 타격을 입었다. 먼저 9월 17일과 18일에, 베이루트와 그 남쪽 외곽 여러 곳에서 휴대용 통신 장비(호출기, 무전기)가 거의 동시 다발로 폭발하였다. 이 새로운 형태의 공격은 이스라엘 비밀 정보기관의 소행으로 여겨지며 약 40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3,000명의 부상자를 낳았다. 희생자 중 다수는 헤즈볼라 대원들이지만, 어린이와 병원 직원 등 민간인들도 포함되어 있다.(2)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공군의 폭격으로 레바논 조직의 여러 지도자들이 목숨을 잃었으며, 그중에는 헤즈볼라의 대(對)이스라엘 무장 투쟁의 상징적 인물인 작전 사령관 이브라힘 아킬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와 관련, 헤즈볼라의 사무총장이자 종교 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는 “텔아비브가 모든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비난하며, 이스라엘에 “끔찍한 응징”을 약속했으나 그마저도 9월 27일 이스라엘 공군의 베이루트 공습 때  사망했다.(3)

 

‘제2의 33일 전쟁’이 될 것인가?

그렇다면 2006년의 ‘33일 전쟁’에 비견될 새로운 전쟁이 일어날 것인가?(4) 이 질문에 대해 이 글이 작성된 시점에서는 두 가지 상반된 답변이 가능했다. 첫 번째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에 대한 괴롭힘 전략을 넘어서지 않으려는 강한 의지에 기반한 현상 유지이다. 매일 이루어지는 군사 목표에 대한 공격 또한 가자에서의 휴전이 마침내 이루어지도록 이스라엘에 압박을 가하는 목적일 뿐이다.

레바논은 지속적인 위협을 통해 이스라엘이 북쪽에 병력을 배치하게 만들어 하마스가 겪고 있는 압박을 다소 완화시키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수천 명의 이스라엘 민간인들이 집을 떠나도록 함으로써 네타냐후 총리가 집으로 돌아가기를 요구하는 이스라엘 이주민들의 분노에 대처해야 하는 정치적 문제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헤즈볼라의 나스랄라는 이에 앞서 “그들이 북부 (이스라엘) 주민들을 집으로 (쉽게) 데려가게 할 순 없다. 레바논과 이스라엘의 전선은 가자 공격이 끝날 때까지 열려 있을 것이다”라고 경고했었다.

두 번째 가능성은 많은 아랍권 해설자들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것으로, 즉 갈등이 고조되어 이스라엘군이 레바논을 새롭게 침공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1978년 이후 네 번째 침공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간이 지날수록 헤즈볼라의 자제가 그만큼 힘들어질 것이고, 특히 이스라엘이 크든 작든 새로운 타격을 가한다면 그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통신 장비 사건으로 인해 헤즈볼라 조직의 엄격성과 부패 제로의 명성이 크게 훼손되었다.

 

암묵적 동의 아래 통제된 전쟁 

왜 호출기들이 배포되기 전에 점검되지 않았는가? 2024년 2월, 짧은 TV 연설에서 나스랄라는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스파이웨어를 통해 휴대전화를 해킹할 수 있으므로 휴대전화 사용에 주의할 것을 거듭 권고한 바 있다.

헤즈볼라가 행동 지침으로 채택한 ‘저기술’ 전술, 즉 구식 또는 덜 발전된 기술 사용은 공급망을 보호하지 못하면서 무용지물이 되었다. 이러한 공격 이후 며칠 동안 베이루트와 소셜 미디어에는 이 타격의 직접적인 책임자들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떠돌았다.

한 유럽 유령 회사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레바논 조직원들이 구입한 물품의 품질을 철저히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 치명적인 실수로 인해 처형되어 목숨을 잃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어쨌든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을 상대로 ‘확실한’ 보복을 취하는 것만이 이 사건으로 잃어버린 명성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텔아비브에게 대대적인 공격 명분을 제공할 수도 있다. 지난 몇 달 동안 이스라엘 지도자들은 가자에 병력과 장비를 집중시키며 시간을 끌었다. 따라서 일종의 전술적 균형이 형성되었다.

헤즈볼라의 일상적인 공격에 대해서만 남부 레바논에 대한 폭격이 이루어졌으며, 베이루트에서도 무차별이 아닌 보다 정밀한 폭격이 있었을 뿐이다. 이는 양측이 더 이상 확전하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동의하에 통제된 채로 이어지는 잠재적 전쟁으로 볼 수 있다.

 

네타냐후, 국제사법재판소의 제노사이드 결정을 무시

하지만 상황이 변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어떤 일을 하든 서방 국가들의 암묵적인 묵인에 의존할 수 있게 되었다. 워싱턴, 파리, 런던에서도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이 벌이고 있는 전쟁 방식에 대해 큰 반발은 없었으며,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이미 1월에 제노사이드 위험을 언급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문제 삼지 않는 분위기다.(5)

이는 네타냐후 총리에게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와 마찬가지로 남부 레바논에도 유사한 계획을 적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이는 비무장 지대를 만들어 이스라엘 군대가 국경 인근 주민들의 안전 보장을 명분으로 자유롭게 개입할 수 있는 형태로 이어질 것이다.

이 외에도, 네타냐후는 자신에 대한 사법적 절차를 무기한 지연시키는 것은 물론, 그가 민족주의적 종교 동맹들에게 모든 적들로부터 이스라엘을 지키는 위대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확신을 준다고 믿는 만큼, 이런 방식을 채택하는 데 더욱 적극적이다.

마지막으로, 네타냐후 총리는 더 큰 목표를 노리고 있다. 헤즈볼라를 공격함으로써 이란, 그리고 부수적으로 그 동맹인 시리아를 갈등에 끌어들이는 것이다. 이스라엘 총리의 첫 번째 집착은 테헤란의 핵 프로그램을 무력으로 종식시키는 것이다.(6)

이러한 상황 속에서, 그리고 현대사에서 여러 차례 그랬듯이, 레바논 사람들은 자국의 운명이 자신들의 손을 벗어나 있으며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주요 강대국들의 처분에 달려 있음을 알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레바논에 대한 프랑스의 연대를 표현하기 위해 행한 연설에서 호출기 폭탄 테러 공격을 비난하지 않았으며, 2022년 10월 미셸 아운 대통령의 임기 종료 이후 새로운 대통령 지명을 막고 있는 정치적 위기를 해결함으로써 최악을 피하라는 당부에 그쳤다.

어느 누가 이 연설이 이스라엘의 전쟁적 의도를 저지할 수 있을 것이라 믿겠는가. 사실 파리와 워싱턴 모두 헤즈볼라가 약화되는 것을, 설령 그 대가가 전반적인 혼란이라 하더라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도 이를 모를 리 없다.

 

 

글·아크람 벨카이드 Akram Belkaïd
알제리 출신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로, 주로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의 정치적, 사회적 문제를 다룬다. 

번역·박명수
번역위원


(1) 에마뉘엘 아다드, 「레바논에서, 헤즈볼라의 힘과 신중함」,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24년 8월호.
(2) 「레바논 공격: 호출기와 무전기 폭발 피해자는 누구인가?」, 프랑스 24, 2024년 9월 20일.
(3) 피에르 바르반세이, 바딤 카멘카, 「레바논: 하산 나스랄라 “응징이 올 것”」, 뤼마니테, 2024년 9월 19일.
(4) 타니아-파라 사아브, 「33일 전쟁」, 「레바논. 1920-2020, 격동의 한 세기」, 마니에르 드 부아르, n° 174, 2020년 12월 - 2021년 1월.
(5) 안-세실 로베르, 「국제사법재판소, 가자에서의 제노사이드 가능성 언급」,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24년 2월.
(6) 「이스라엘-이란, 다가오는 전쟁」,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24년 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