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를 저주한 목사가 하필 한 작가의 삼촌이라니
[ESG전문가 안치용의 한국 교회 톺아보기]
왜 사고를 치면 대체로 목사인지 민망하고 부끄럽다. 영적으로 신실하고 사회적으로 멀쩡한 목사들은 조용히 자기 자리에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드러나지 않게 행하는데, 가끔 목사 직함을 내세우며 해괴망측한 짓을 저질러 목사 전체, 기독교를 부끄럽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
이번엔 한강 작가의 삼촌이라는 한 아무개 목사다. 한 목사가 누구인지 아는 사람은 얼마 전까지 극소수였다. 노벨문학상을 탄 한 작가에게 어그로를 끌며 반짝 유명인사가 됐다.
교단이 많다 보니 또 과거 ‘야매’로 대량 배출되기도 해 ‘목사’ 직함을 쓰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그중에 관종(관심 종자)이 없으란 법은 없다. 목사가 됐다고 모두 신실하고 바람직한 삶을 사는 건 아니다. ‘야매’ 목사가 아니어도 그저 호구지책으로 또는 사회생활 방편으로 목사직을 영위하는 사람이 꽤 많을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알곡보다 가라지가 훨씬 더 많다.
한 아무개 목사라는 사람은 관종이자 가라지일 가능성이 크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 작가의 명성에 기대 숟가락 하나 얹으며 자기 존재감을 드러낸 행태를 건전한 목사의 양식이라고 하기 힘들다. “형님 집안과 아예 단절된 상태에서 조카의 전화번호나 주소를 전혀 몰라 불가피하게 공개편지를 보내게 되었다”는 얘기를 아예 하지 않았으면 그나마 덜 관종처럼 보였을 텐데 포장 논리의 빈약이 안타깝다.
그가 한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듣고 복잡한 감정을 겪으며, 기쁨에 앞서 적잖은 충격과 놀라움과 걱정에 빠졌다며 두 가지를 말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오히려 형님 집안이 하나님의 구원에서 더 멀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조카의 작품에 대한 평가로 한국 사회가 두 쪽으로 갈라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운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일단 한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그의 작품에 대한 극단적인 비난이 쏟아지고 나라가 두 쪽으로 갈라지는 지경이라는 진단은 어디서 나왔는지 의문이다. “SNS 단체방에 조카의 작품에 대한 비난 글들이 게시”된다는 걸로 보아 한 아무개 목사의 주변이 한 작가를 비난하는 사람 일색인 모양이다. 내가 알기로 그런 사람은 한 줌이고 한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전 국민의 경사이다. 나라가 두 쪽으로 갈라지기는커녕 일부 몰지각한 사람의 무도한 행태가 국민을 불쾌하게 만들었을 뿐이다. 주한 스웨덴 대사관 앞에서 노벨문학상 취소와 한림원 규탄 시위까지 벌어지는 모습을 보며 나라가 두 쪽 난다고 걱정한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오히려 저런 몰상식한 사람들이 나라를 망신시킨다고 혀를 차지 않았을까.
조카가 노벨문학상을 받았는데, 아무리 의절한 사이라고 하여도 수상 발표 후 20여 일을 충격과 놀라움 속에 지낸 사람이 과연 정상적인지, 그런 사람을 삼촌이라고 할 수 있을지, 또 삼촌의 이름으로 공개편지를 쓸 수 있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정말 걱정이면 개인적으로 전달하면 된다. 한 작가에게 편지를 전할 방법은 많다. 삼촌 이름이라면 의절했어도 편지는 전할 수 있다. 그러고 나선 만일 목사라면 홀로 조카를 위해 기도하면 된다.
여기서 한 아무개 목사의 왜곡된 역사관을 거론하고 싶지는 않다. 그와 그 주변은 확인된 역사조차 외면하며 빨갱이를 증오하는 이상한 관점만으로 무장하고 있을 테니 말이다.
한때 문학을 했다는 사람이 문학과 전단지를 구분하지 못하며 문학의 도덕적, 윤리적 책임을 거론한 풍경은 말을 잃게 한다. 한 작가의 문학이 인류공동체를 파괴하는 행위이고, 그것은 타락의 극치라서 그런 작가는 인류공동체 속에서 살아가길 포기한 사람이라고 지탄받을 만하다고 조카에게 저주를 퍼붓는 사람이 목사이자 삼촌이라는 사실이 어처구니가 없다.
“그런 작가는 윤리적 타락의 선봉장이 되는 것이고 그 사회가 소돔과 고모라와 같이 불 심판을 받게 되는데 불쏘시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란 문장에서 작가를 목사로 바꿔 넣으면 맞는 말이 된다는 걸 그는 모를까. “(한 작가가) 하나님 구원에서 더 멀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라는데, 사실 구원에서 멀어진 건 한 아무개 목사가 아닐까. 하나님이 어물전 망신시킨 꼴뚜기 한 마리도 긍휼히 여기시는지 정말 궁금하다.
안치용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ㆍ전 경향신문 기자, 한신대 M.div 및 신학박사 과정 수료. 협동조합언론 가스펠투데이 기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