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의 충동적 외교 행보가 키우는 리스크
올해 6월 9일, 마크롱 대통령의 프랑스 국회 해산 선언 소식을 접하면서 그가 매우 불안정하고 충동적이며, 극단적인 의사결정에 기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그의 종잡을 수 없는 외교 정책은 프랑스 적대국뿐만 아니라 동맹국으로부터도 믿을 수 없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1)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현재 전 세계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균형을 잃은 불안정한 제안과 계획을 설파하고 다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성과는 거의 없다.
“아프리카? 별로 중요한 문제 아냐”
“요즘엔 고기잡이배가 고기는 안 잡고 코모로 사람들을 실어 나르고 있네요.”
2017년 6월 1일, 이민자들이 작은 배를 타고 마요트로 향하는 문제를 언급하면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농담을 던졌다. 당시 비난이 쇄도했지만 그는 6개월 후에도 같은 실수를 되풀이했다. 와가구도 대학에서 로크 마르크 크리스티앙 카보레 부르키나파소 대통령과 함께 자리한 강연회 자리에서였다.
부르키나파소 대통령이 잠시 자리를 비우는 사이, 마크롱은 그때를 놓치지 않고 청중을 향해 농담을 던졌다. “에어컨을 고치러 갔나 봅니다!” 그러나 같은 자리에서 한 여학생이 프랑스 군대에 대해 질문하자 마크롱은 이번에는 전혀 웃지 않았다. “저에게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세요.” 그리고 턱을 치켜들며 대답했다. “프랑스 군대에 여러분이 해야 할 것은 딱 하나밖에 없어요. 감사하는 일입니다.”
그 이후, 프랑스 군대는 부르키나파소뿐만 아니라 말리, 니제르에서도 철수하며 마크롱 대통령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보였다. 2020년 8월, 이브라임 부바카르 케이타 말리 대통령을 사임시킨 쿠데타를 비난한 지 1년 만에 마크롱 대통령은 차드 은자메나로 부리나케 향했다. 2021년 4월 아버지 죽음 이후 차드 공화국에서 쿠데타를 일으킨 마하마트 이드리스 데비 이트노 대통령을 지지하기 위해서였다. 대통령의 이런 행보는 외교 정책에 ‘이중잣대’를 적용한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말리 대통령도 쿠데타로 쫓겨났고 2022년 1월 카보레 부르키나파소 대통령도 쿠데타로 축출되었음에도 마크롱 대통령은 사헬 지역에서 보이지 않는 적과 성과 없는 싸움을 이어왔다. 이는 결국 니제르에 불안정을 초래하여 2023년 7월 모하메드 바줌 대통령 정부가 쿠데타로 무너지는 데 일조했다.
지난 6월 20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엘리제궁에서 세네갈 대통령을 만났다. 바시루 디오마예 파예 세네갈 대통령은 자국에 주둔한 프랑스군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입장이다. 바시루 대통령은 또한 CFA 프랑(프랑스 해외 영토나 식민지였던 국가에서 사용하는 통화—역주)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2017년에 마크롱 대통령은 CFA 프랑에 대해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판단했고 이후 2019년 (제한된) 화폐 개혁을 받아들인 바 있다. 세네갈의 수많은 지도자뿐 아니라 아프리카의 많은 경제학자들은 이 통화가 경제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말한다. 나아가 마크롱 대통령은 2022년 프랑스의 지원금을 국민 소득 0.55%로 늘리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그리고 아프리카에 우선적으로 혜택을 주기로 했던 지원금예산 항목은 지난 4월 결정된 예산 삭감으로 인해 무려 8억 유로가 줄어들 상황에 직면했다.
동맹국들을 불안하게 하는 도발적 언행
“네, 식민 지배는 인류에 대한 범죄입니다.”
2017년 초, ‘전진’을 의미하는 ‘앙 마르슈(En marche!)’ 정당의 대통령 후보자였던 마크롱이 한 말이다. 알제리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기대를 품었다. 그러나 그들의 이 기대는 2021년, 마크롱 대통령이 식민 지배 이전에 알제리 민족이 존재했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분노로 바뀌었다.
마크롱 대통령의 이런 도발적 언행은 상황을 더 꼬이게 했다. 2019년 마크롱 대통령은 압델라지즈 부테플리카 알제리 대통령이 네 번째 연임에 성공했을 때 이를 용납하며 알제리 국민들의 분노를 더욱 부추겼다. 이는 프랑스가 알제리를 사로잡고 있는 권위주의 정권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추가적인 증거나 다름없었다.
동시에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알제리, 모로코 사이에서 제대로 균형 잡힌 외교 정책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전임 대통령들은 한쪽보다 다른 쪽을 편애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특별히 신경 썼다. 그에 비해 마크롱 대통령은 경망스러울 정도로 갈지자 행보를 보이며 뭔가를 하고 있지만 결국 양측 모두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다만, 알제리와 모로코는 적어도 한 가지 사실에 대해서는 동의하고 있다. 알제리와 모로코를 비롯한 아프리카 북서부 일대인 마그레브가 프랑스에 있어서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마크롱의 가볍고 불안한 외교 행보는 중동지역 문제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났다. 그의 예기치 못한 제안은 프랑스의 전통적인 동맹국들에까지 심각한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10월 말, 예루살렘을 찾아 프랑스 국회와 협의도 하지 않는 상태에서 철학자인 베르나르-앙리 레비의 조언에 기반하여 느닷없는 제안을 했다.
“우리 모두를 위협하는 테러리스트 그룹에 대항하기 위해서 지역적이고 국제적인 연합을 구축”하자는 것이었다. 몇 시간 후, 엘리제궁 대변인은 몇 번씩이나 이 내용을 강조했다.
“다에시(Daesh)에 대응하는 국제적인 동맹에서 영감을 얻은 대책입니다. 이런 국제적 동맹을 참고하여 이와 비슷하게 하마스에 어떤 식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이에 여러 아랍권 국가는 이번에야말로 프랑스가 전통적 외교 방식을 확실하게 포기했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여전히 팔레스타인 국가에 대한 인정을 거부하고 있다. 다른 유럽 국가들은 오랫동안 양자택일이 아닌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왔던 것에 비해, 마크롱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반대 이유를 끊임없이 새롭게 만들어내고 있다.
지난 5월 말, 그는 “충동적인 감정에 휩쓸려서” 팔레스타인을 인정하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다음 날,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에게 전화를 걸어 팔레스타인 당국의 개혁을 전제 조건으로 제시했다.
폴리네시아에서 거만을 떤 태평양 전략
2020년 8월 4일 항구 폭발 사건이 발생하고 몇 주 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현지 정치 세력에게 속히 정부를 구성하라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그리고 “만약 10월 안에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그에 따른 결과를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한 달 후, 상황이 전혀 변하지 않자, 마크롱 대통령은 분노했다. 레바논 지도자들을 “배신자”라고 부르며, 자신들의 국가를 “외국 강대국들의 게임”에 넘겨준 자들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정작 수백만 명의 레바논 국민이 비난한 사람은 마크롱 대통령이었다. 이들은 오늘날까지 프랑스 대통령의 간섭과 거만한 태도에 대해 국민적 거부감을 갖고 있다. 레바논에서 이런 사건이 있기 몇 달 전, 마크롱 대통령은 당시 미국 트럼프 정부의 압박을 받아 이미 이란 핵 문제를 중재할 의지를 접은 상태였다.(2)
2019년, 프랑스 국방부는 인도양과 태평양을 아우르는 지역방어 전략을 발표했다. 프랑스 해외 영토 12개 중 7개가 인도양과 남태평양 사이에 자리 잡고 있음에도, 프랑스 국방부가 내놓은 전략은 미국, 호주, 영국 등과 함께 중국에 맞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그러나 2021년 9월, 이 ‘동맹국들’은 프랑스를 배신하고 오커스(AUKUS, 호주-영국-미국) 안보 협력체를 발족했다. 이에 따라 프랑스 군함제조업체인 네이벌 그룹(Naval Group)이 호주에게 12척의 디젤 잠수함을 공급하기로 한 계약이 파기됐다.
이런 ‘동맹국’ 간의 외교적 굴욕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런 일이 발생하기 몇 주 전, 마크롱 대통령은 오세아니아 순방 중 폴리네시아 수도인 파페에테에서 거드름을 피우며 말했다. “다가오는 시대에, 약하고 고립된 자들은 불행할 것입니다. 어류, 기술, 경제적 자원을 조달하기 위해 찾아오는 패권국가로부터 영향과 침입을 견디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 될 것입니다.”
남아메리카에서도 중재 능력을 상실
마크롱 대통령은 라틴 아메리카에 거의 관심이 없다. 2024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양국 관계를 위하여 브라질을 처음으로 공식 방문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그때그때 하는 견해 표명은 항상 미디어를 인식하고 있고, 주로 국내 문제에 한정돼 있다. 예를 들어, 2019년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린 G7 회의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환경 문제에 대해 거짓말을 한다고 비난하면서 소란을 일으켰다.
그리고 극우 세력에 맞서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그해, 그는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환심을 사기 위해 베네수엘라 국회의장 후안 과이도를 임시 국가 원수로 인정하며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배제하려고 했다. 이렇게 마크롱 대통령이 미국에 동조하는 태도를 보인 결과, 정권이 아닌 국가 자체를 인정하는 프랑스 외교 정책의 기본방침이 깨졌다.
그러다 보니 남아메리카에서 마크롱은 중재 능력을 상실했다. 그리고 2022년 말, 러시아 제재 때문에 러시아 원유 대신 베네수엘라 원유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 그러자 마크롱 대통령은 이집트에서 열린 유엔 기후 회의에서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만났을 때, 마두로 대통령을 ‘대통령으로서’ 인정했다.
전략적 모호성과 즉흥적 대응을 혼동하는 마크롱
“어쨌든 내년에 오데사로 녀석들을 좀 보내야겠어요.”(2024년 3월 15일)
<르몽드>는 지난 2월 21일 밤에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위스키 한 잔을 든 채로” 몇몇 손님들에게 털어놓은 비밀을 보도했다. 이때로부터 5일 후, 마크롱 대통령은 기자 회견에서 우크라이나에 지상군을 파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언론은 대통령을 지지하며 오히려 더 강한 태도를 보이도록 부추겼다. 이에 흥분한 마크롱 대통령은 5월 28일 독일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미사일 군사 기지를 완전히 무력화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를 언급하기 전에 프랑스는 현장에서 우크라이나 군대 훈련을 돕기 위해 프랑스군 교관을 파견하고 자발적인 국가 동맹을 조직할 준비가 되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6월 5일, 마크롱 대통령은 노르망디 상륙작전 기념식 직전에 갑자기 시인이 됐다. “저는 우리 젊은이들이 우리 선조들과 같은 희생정신을 발휘할 준비가 되어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초반에 마크롱 대통령은 동맹국에 “러시아를 모욕할 생각 말라”고 충고했다. 여기서 마크롱 대통령은 “전략적 모호성”과 전략 없이 즉흥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혼동한 것으로 보인다.
글·그레고리 르젭스키 Grégory Rzepski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부편집장
번역·이정민
번역위원
(1) Dominique de Villepin, 「La guerre n’est pas le plus court chemin vers la paix 전쟁은 평화로 가는 가장 짧은 길이 아니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24년 6월호.
(2) Anne Gearan, John Hudson, 「Trump’s strong-arm foreign policy tactics create tensions with U.S. friends and foes」, <The Washington Post>, 2020년 1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