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스캔들을 일으킨 프랑스

2024-11-29     매트 타이비 | 언론인

<르몽드>는 에드워드 스노든(전 미국 국가안보국 요원)의 폭로를 인용해 한달 동안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프랑스인들의 전화 데이터 7,030만 건을 감청한 사실을 보도했다.(1) 이 사건은 ‘대규모 감시’로 밝혀졌다.

2013년 10월 21일 월요일, 프랑스 외무부는 프랑스 주재 미국 대사를 소환했다. 이어 당시 총리였던 장마르크 에로(Jean-Marc Ayrault)는 감청의 전모가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미국의 솔직하고 ‘분명한 답변’을 요구하며 감시를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하게 요청했다. 파비우스 프랑스 외무부 장관 또한 당시 파리에 있던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의 만남에 앞서 “결단코 용납할 수 없는 감시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케리 장관은 미국의 감시가 “너무 지나쳤다”라고 인정했다.(2)

미국은 딕 체니 부통령 시절(2001~2009)에 글로벌 감시 체제를 대폭 확대하고 강화했는데, 이는 2001년 9·11 테러를 계기로 미국의 국가안보 필요에 따른 것이었다.

부작용은 유럽 곳곳에서 터졌다. 2013년 당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오바마 미 정부가 자신의 휴대전화를 도청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3) “친구끼리 서로 감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항의했다.

 

텔레그램 창업자의 전격 체포, 국제 사회 큰 파문

또한 2015년에는 위키리크스(WikiLeaks)가 “엘리제궁 도청”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를 통해 자크 시라크,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수아 올랑드 등 프랑스 대통령들이 미국의 도청 대상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화면 캡처에는 “FR PRES CELL”이라는 항목이 뚜렷이 적혀 있었다. 이는 “FR(ench) PRES(ident) CELL(phone)”, 즉 프랑스 대통령의 휴대전화를 뜻하는 약자로 국제 사회에 적잖은 파문을 일으켰다.

프랑스는 분노했다. 이와 관련하여 사생활 보호를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미국 진보주의자들은 유럽이 워싱턴을 부끄럽게 만들고 있다고 환호하며, 그들 중 많은 이들은 오바마 미 대통령이 다시 한번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에게 전화로 사과를 해야 했다는 사실에 흥분했다(첫 번째 사과는 2013년 <르몽드>의 폭로 이후 있었다). 진보주의자들은 감시에 대한 당사국의 항의와 압박으로 미국이 이성을 찾게 될 것이라 기대했다.

그리고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 이후, 약 10년이 흐른 지난 8월 24일, 프랑스는 텔레그램의 창업자인 파벨 두로프를 전격 체포했다. 그러나 유럽 지도자들은 10년 전 감청 폭로 당시나 지금이나 여전히 그들의 동맹국 미국의 감시 체제에 대해 겉으로만 분노하는 척할 뿐이다. 
한편 2015년 ‘엘리제궁 도청’ 사실 발표 당시 위키리크스 창립자 줄리안 어산지는 자유의 몸이었다. 그의 발표에 따르면 미국은 프랑스를 상대로 10년 넘게 경제적 스파이 활동을 벌여 왔다.(4) 자국의 은행, 자동차 제조업체, 에너지 기업들이 계약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감시 도구를 사용했다. 이러한 스파이 활동 대상에는 BNP 파리바, AXA, 크레디 아그리콜, 푸조, 르노, 토탈, 오랑주, 심지어 농업 단체들까지 포함되었다. 이렇게 얻은 정보는 프랑스의 경쟁국인 영국에까지 전달되었다는 것이다.

 

프랑스, 세계 감시 체제의 최전선에서 미국의 “푸들” 역할

10년이 지난 지금, 프랑스의 분노는 사라졌다. 그와는 반대로 프랑스는 이제 오히려 감시 대상국이 아니라 감시국이 되어 세계 감시 체제의 최전선에서 미국의 “푸들”처럼 행동하고 있다. 몇 주 전, 파리 사법재판소의 공공 검사가 두로프에 대한 기소 혐의 목록을 공개했다.(5) 그 목록에서 드러난 것은 프랑스 정부가 NSA/스노든 사건 당시 분노를 일으켰던 감시와 동일한 유형의 감시를 자행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프랑스 정부가 텔레그램에 대해 갖는 불만은 다음과 같다. “적합한 신고 없이 이용자에게 기밀성 기능을 보장하기 위한 암호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인증이나 검증 기능 외에 다른 암호화 수단을 사전 신고 없이 제공하며, 권한 있는 당국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법이 허가한 감청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정보나 문서를 제공하기를 거부한다.”는 것이다. 불만치고는 다소 황당한 내용이 아닐 수 없다.

대외적으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난 5년 동안 미국 정치에서는 디지털 검열을 둘러싼 격렬한 전쟁이 벌어졌다. 알카에다나 이슬람국가(IS) 같은 테러 단체들의 온라인 소통을 차단하기 위해 군대와 첩보 기관이 만든 관련 조직들이 이번에는 내부의 또 다른 ‘위협’, 즉 반(反)포퓰리즘을 겨냥해 활용되었다. 이처럼 감시는 반테러에서 ‘반포퓰리즘’으로 전환되었다.
미국에서 표현의 자유가 기업, 부유층, 권력자들만의 권리로 제한되어야 한다고 명시된 곳은 없다. 그러나 두로프나 일론 머스크와 같은 억만장자들이 소유한 소셜 미디어와 같은 ‘사적 플랫폼’에서, 미국 시민은 언제든 검열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미국 당국은 이러한 플랫폼을 공공의 소통 공간으로 만들거나, 독점적인 위치에 있는 플랫폼들을 해체하기보다는 국가의 통제 아래 유지하고자 한다. 이런 통제를 통해 개인의 자유에 관한 법률을 피하면서도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만약 두 사람이 공원에서 만나 문서를 주고받는다면, FBI와 같은 연방 기관들은 그 문서를 파악하거나 파기할 권리가 없다. 그러나 그들이 같은 문서를 온라인으로 주고받는다면, 정부는 해당 플랫폼에 압력을 가해 이를 확보할 수 있다. 연방 기관들은 자신들이 메시지를 해독하거나 삭제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플랫폼 이용 약관에 위반되는 조치에 해당된다. 만약 X, 텔레그램, 유튜브, 페이스북 등이 공공 서비스 플랫폼이었다면 정부의 이러한 행위는 불법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적 플랫폼’ 공간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다.

 

거대 플랫폼 회사를 감시하는 프랑스의 경우

두로프가 체포된 직후, 확연히 불안해하고 있던 마크 저커버그는 미국 의회에 편지 한 통을 보냈다. 내용은 2021년에 조 바이든 미 정부가 몇 달 동안에 걸쳐 마크 저커버그의 회사를 상대로 특정 콘텐츠, 특히 코로나19 관련 유머나 풍자적인 콘텐츠에 대한 검열 압박을 반복적으로 가했다는 것이었다.(6) 또한 메타의 CEO인 저커버그는 FBI로부터 헌터 바이든, 즉 미국 대통령의 아들과 관련된 기사가 러시아에서 기원한 허위 정보에 근거한 것이라는 경고가 있었다는 것도 밝혔다. 미국 역사상 전례 없는 검열 사건에서 페이스북과 X는 해당 기사의 확산을 제한했으나, 그 기사 내용은 후에 사실로 드러났다.

‘트위터 파일’ 사건, 즉 X사가 트위터라는 이름을 사용하던 시절 내부 이메일 유출 사건은 이와 같은 맥락에서 다뤄져야 한다. 이 사건은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기 전, 미국 당국이 얼마나 많은 콘텐츠 삭제 요청을 했는지를 폭로했다. 공개된 이메일과 문자 메시지는 FBI와 국무부가 노란 조끼 시위, 도널드 트럼프, 그리고 브렉시트와 관련된 정보 흐름을 어떻게 통제하려 했는지를 드러냈다. 한 세대 전, 미국인들은 FBI가 경찰 폭력을 비판하는 NWA의 랩 음악을 제작한 음반사에 단순히 한 통의 편지를 보냈다는 사실에 분노했었다. 그러나 ‘트위터 파일’은 한 통의 편지가 아닌 수천 건에 달하는 검열 요청이 있었음을 밝혀냈다.(7)

프랑스, 브라질, 영국 등은 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갈등 국면에서 억만장자들을 통제하고 증오와 허위 정보 확산을 막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듯 보였다. 그러나 그 어떤 나라에서도 인터넷 민주화는 더 깊게 나아가지 못했다. 그들이 진정 의도하는 목적은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되 사적 통제 아래 두는 것이고, 플랫폼을 소유한 억만장자들을 국가 감시와 검열의 파트너로 삼는 일이었다. 두로프의 체포는 이 프로젝트에 프랑스가 크게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미국과 프랑스, 일반인의 사적 플랫폼까지 무제한 감시

텔레그램 창립자인 파벨 두로프는 “비밀 보장을 고수”하고 “감청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체포되었는데, 이는 얼마 전까지 프랑스가 워싱턴의 감시 프로그램에 맞서 싸운 것을 환영하던 미국 진보주의자들에게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2014년, 미국이 동맹국을 상대로 한 스파이 행위로 비난을 받을 때, 두로프는 자신이 세운 소셜 네트워크 <VKontakte> 사용자의 정보를 제공하라는 러시아 당국의 요구를 거부한 후 모스크바를 떠나야 했다.

2013년 NSA에 맞섰던 프랑스가 이제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첫 번째 유럽 국가가 된 것이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개념은 미국과 유럽에 차이가 있다. 미국의 첫 번째 수정헌법은 시민이 종교, 언론, 표현의 자유, 그리고 평화적인 집회의 권리를 누릴 수 있다고 규정하고, 이러한 ‘불가침’ 권리에 대해 의회의 개입을 제한하고 있다. 반면 프랑스는 전통적으로 국가가 개인의 자유와 집단적 안전 권리 간의 균형을 찾는 데에 개입해야 한다고 본다.

극히 우려스러운 점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미국과 프랑스에서의 개념 중에서 가장 나쁜 점만을 취사선택한 제3의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는 점이다. 즉, 대부분의 국가에서 표현의 자유는 곧 사적 부문이 통제하는 환경 속에서 이루어질 것이며, 시민의 자유는 그 안에서 제한될 것이라는 점이다. 10년 전 프랑스 은행이나 독일 총리의 사적 통신을 엿보던 스파이들이 이제는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엿볼 것이며, 사적 플랫폼 파트너들이 제공하는 거의 무제한에 가까운 감시 및 조작의 기회를 이용할 것이다. 최근의 사건들은 억만장자들의 사적 플랫폼을 제재하려는 시도로 해석될 것이 아니라, 이들이 오히려 국가 기구의 중심에 흡수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럼에도 이에 대해 대중이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과연 이것이 프랑스가 추구하는 프로젝트일까?

 

 

글·매트 타이비  Matt taibbi 
미국의 언론인이자 작가. 정치, 금융, 그리고 미디어에 대한 날카롭고 비판적인 글로 잘 알려졌다. 그의 글 스타일은 날카로운 논평, 탐사 저널리즘, 그리고 풍자적인 어조를 결합한 것으로, 주로 기업의 부패, 언론의 편향성, 그리고 정부의 부정행위를 비판하는 내용을 다룬다.

번역·이윤지
번역위원


(1) 자크 폴로루와 글렌 그린월드, 「미국 NSA가 프랑스를 감시하는 방법」, <르몽드>, 2013년 10월 21일.
(2) 「스파이 활동: 존 케리, “미국이 너무 지나쳤다”라고 인정」, <프랑스 24>, 2013년 11월 1일.
(3) 「메르켈 감시에 대한 미국의 혐의로 오바마가 갈림길에 서다」, <뉴욕타임스>, 2013년 10월 24일.
(4) 「엘리제 궁의 감시」, 위키리크스, 2015년 6월 29일.
(5) 프랑스 검찰청, 파리 공보실 발표문, 2024년 8월 26일.
(6) 「마크 저커버그가 인정한 세 가지 사실」, 미국 하원 사법위원회의 X(이전 트위터) 게시물, 2024년 8월 27일.
(7) 잭 왓틀리, 「FBI가 NWA에 보낸 위협적인 편지」, 힙합 히어로, 2021년 10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