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을 이겨낸 힘의 열쇠는?

연극 <라 케스티옹>(고문)을 듣다

2024-11-29     마리나 다 실바 | 연극평론가

“이 거대한 과밀 수용소에서, 각 방이 고통을 품고 있는 이곳에서,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마치 무례한 일과 같다.”

앙리 알레그의 <라 케스티옹(La Question)>은 이렇게 시작된다. 앙리 알레그는 1950년부터 1955년까지 일간지 <알제 레퓌블리캥(Alger Républicain)>의 편집장으로 일했으나, 알제리 민족의 독립을 옹호했다는 이유로 발행이 금지되자 알레그는 지하로 들어가야 했다.

그는 1957년 6월 12일 체포되어 한 달 동안 알제 외곽 엘비아르에서 프랑스군 10사단의 낙하산병들에게 모진 고문과 함께 심문을 받았다. 고문에 대한 생생한 증언을 담은 책자가 1958년 출판되어, 알제리의 ‘더러운 전쟁’에서 자행된 고문을 폭로했다.

이는 “국방을 저해하려는 군 사기 저하 활동”으로 간주되었고, 이 책은 압수되었으며 그 중요성을 언급한 신문들 또한 압수되었다. 그 후 1961년에야 검열이 해제되었지만, 그동안 이 책은 다행히 널리 퍼졌다.

그 사이, 앙리 알레그는 알제리 공산당원으로서 국가 안보 침해와 해산된 단체 재건 혐의로 기소되었다. 그가 바르베루즈 감옥으로 이송된 후 원고를 외부로 유출했던 그의 변호사들 또한 군 사기 저하에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이 사건은 잘 알려져 있다.

알레그는 늘 이렇게 말했다.

“내 사건은 그 파급력 때문에 특별했다. 하지만 결코 유일한 사건은 아니었다.”

그는 2013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끊임없이 이 사건을 알리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무대에서 <라 케스티옹>을 듣는 특별한 의미

그러나 오늘날 스탠리슬라스 노르데이의 목소리로 무대에서 <라 케스티옹>을 듣는 것은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로랑 마이니에의 연출과 포겟 미 낫 극단의 무대에서 공연되는 이 작품은 여전히 생생한 현실감을 전달한다. 2018년 9월, 에마뉘엘 마크롱은 1957년 알제리에서 프랑스 군인들에 의해 공산주의 운동가 모리스 오댕이 살해되었음을 인정했지만, 독립 전쟁 중 실종된 수천 명의 알제리인에 대한 자료는 여전히 공개되지 않았다.

앙리 알레그는 오댕을 마지막으로 살아서 본 사람 중 하나였다.

“내 친구 모리스 오댕이 사라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나보다 하루 먼저 체포되었고, 나를 심문했던 같은 팀에게 고문당했다. 그는 울라마 협회 회장 테베시 셰이크, 셰리프 자하르 박사 등과 함께 사라졌다.”

1966년생인 스탠리슬라스 노르데이는 청소년 시절에 <라 케스티옹>을 접하고 정치적 참여에 눈을 떴다. 같은 세대의 배우와 연출가에게 이 작품의 전달 필요성은 자명했고, 자연스럽게 공유된 확신 속에서 서로의 호흡이 맞춰졌다. 노르데이는 마치 외줄 타기 하듯 무대와 텍스트를 가로지르며 각 줄과 문장을 깊이 파고든다.

 

앙리 알레그가 고문을 이겨낸 힘의 열쇠 

알레그의 이야기는 역사가 장 피에르 루가 언급한 것처럼, “간결함과 건조한 서술로 고문자들을 암호화된 이니셜로 드러내며” 상징적인 메시지를 담아냈다.(1) “끔찍한 이야기들은 고전적인 어조로 전해졌다”고 그는 말한다. 말과 이미지는 조심스럽게 다듬어져야 했다. 과장도 설명도 없이. 가끔씩 노르데이는 비틀거리고, 공간 속에서 흔들리는 듯 보인다. 무대의 배경은 금속성 반사 효과를 지닌 작업용 천이 전부이며, 이는 상상 속의 추상적 풍경을 창조한다. 천은 배우에게 집중된 관객의 시선을 덜어내며 호흡과 탈출구를 제공하듯 진동하고 흔들린다.

“한 달 동안 밤마다 고문당하는 남자들의 비명을 들었다. 그들의 비명은 영원히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다. 나는 고문과 구타로 망연자실해져 아랍어로 고대 기도의 첫 구절만을 중얼거리는 포로들이 다른 층으로 내던져지는 모습을 목격했다.”

여성들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벽 건너편, 여성들을 위한 구역에는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은 소녀들이 있었다. 자밀라 부히레드, 엘리에트 루프, 나시마 하블랄, 멜리카 케네, 루시 코스카스, 콜레트 그레구아르 등은 모두 사디스트 고문자들에게 옷을 벗기고 구타당하며 모욕을 당했고, 그들 또한 물과 전기 고문을 견뎌야 했다.”

<라 케스티옹>을 듣는 것은 앙리 알레그의 불굴의 용기를 체험하는 것이다. 그가 고문을 이겨낸 힘의 열쇠는 고문관과 나눈 다음 대화 속에 담겨 있다.

“— 좋아! 그럼 넌 죽을 거야.
— 사람들이 내가 어떻게 죽었는지 알게 될 거야, 내가 말했다.
— 아무도 모를 거야.
— 아니, 모든 것은 결국 알려지게 마련이야.”

 

 

글·마리나 다 실바 Marina Da Silva
작가

번역·김주현
번역위원


(1) Jean-Pierre Rioux, ‘La torture au cœur de la République 프랑스 공화국 중심에서 자행된 고문’, <르몽드>, 1988년 4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