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기적, 착시
몇 달 간격으로 출간된 두 저서는, 언론인이 쓰고 인도의 경제적 기적을 다룬 공통점이 있다. <워싱턴포스트>와 <뉴요커>에 기고하면서 유명해진 캐서린 부(1)는 저서를 통해 인도 아나와디 주민들의 생활을 생생하게 묘사해 충격을 준다. 아나와디는 뭄바이 국제공항과 고급 호텔 가까이에 있는 달동네다. 캐서린 부는 인도의 공공기관 곳곳이 부패했다는 배경 상황을 설명한 뒤, 아나와디 주민들의 생활·꿈·노동·싸움을 그대로 묘사하고 있다. 또한 경제 상황이 조금 나아지면서 인도의 가난한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신분 상승할 수 있다는 환상을 어떻게 갖고, 부유한 사람들을 질투하게 되는지 설명한다. 생생한 내레이션 덕분에 책 속의 인물들이 마치 곁에 있는 듯 생동감이 넘친다. 타인의 찌꺼기로 살아가는 아이들, 쓰레기를 전문적으로 재활용하는 고물상, 정치인과 경찰들에게 몸과 영혼을 파는 여성, 달동네에서 유일하게 대학에 다니는 딸….
인도의 공공정책은 어떤 사회적 신분 상승의 기회를 제시하는가. 글로벌 시대에 가난한 사람들은 왜 서로 힘을 합해 현실에 대항하지 않고 그저 고철 모으는 일에만 열을 올리고, 세상 도시의 불평등한 상황을 그대로 묵묵하게 견디는 것일까? 이에 대한 의문점을 풀기 위해 저자는 조사를 했다. 소수 엘리트층이 돈이 된다 싶은 것은 전부 장악하고 있다는 저자의 결론은 타당해 보이지만, 인도의 부정부패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이 신분 상승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인도에 반부패 운동이 확대되고 있다는 반박이 있다.
캐서린 부는 인도의 경제 시스템, 현재의 세계화가 문제가 아니라 인도 정부의 무능한 리더십과 부패가 모든 문제의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인도에서는 식량·교육·보건 프로그램에 지원되는 돈이 엉뚱한 곳에 사용되고 있다. 인도의 소수 엘리트층은 자신의 부패를 눈감아주는 정부를 가장 좋은 정부라고 생각한다.
인도의 언론인이자 소설가, <런던 리뷰 오브 북스>와 <더 타임스 리터러리 서플먼트>의 기고가인 시다르타 뎁(2)은 부유한 사람들의 인도를 소개한다. 인도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백만장자가 가장 빨리 생겨나는 나라이지만, 동시에 2005년에는 인구의 77%가 20루피 미만, 즉 50상팀 미만으로 살아가고 있다. 일용직 노동자들은 착취당하고, 농민들은 농업보조금이 끊기고 유전자조작 재배가 도입되고 농사짓던 땅이 국내 기업과 다국적기업의 차지가 되면서 가난하게 되어 절망감을 느낀다. 중국 마오쩌둥의 혁명이 왜 인도 사람들의 3분의 1에게 깊은 영향을 줬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3)
현대의 경제발전으로 쾌재를 부르는 인도인들은 정보기술(IT) 전문가다. 도시화된 이들은 영향력 있는 계급이 되어 정부가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기술과 경영 부문에서 많은 혜택을 얻는다. 시다르타 뎁은 책에서 프티부르주아층도 묘사한다. 프티부르주아층은 신분 상승을 열망하고 부를 축적하기 위해 혈안이 된 모습이다. 이들에게 교육은 성공을 가능하게 해주는 무기이기 때문에 교육에 투자를 많이 한다.
겉으로만 보면 인도는 근대화됐다. 유리와 철강 대기업, 넓은 고속도로, 장밋빛 미래에 대한 희망, 럭셔리한 쇼핑몰. 그러나 이면에는 무수한 광고판 뒤에 가려진 아나와디 달동네 같은 그늘이 있다. 인도의 경제 기적이 왜 착시인지 점점 알게 되는 이유다.
글•조츠나 삭세나 Jyotsna Saksena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1) Katherine Boo, <영원한 아름다움 이면에 숨겨진 뭄바이 다운타운의 삶, 죽음, 희망>(Behind the Beautiful Forevers, life, death and hope in a Mumbai, undercity), Random House, 뉴욕, 2012.
(2) Siddhartha Deb, <아름답고 추한 새로운 인도의 초상>(The Beautiful and the Damned, a portrait of the new India), Faber and Faber, 뉴욕, 2011.
(3) Nicolas Jaoul, ‘지식인들, 마오쩌둥의 도전과 인도에서 벌어지는 억압’(Les intellectuels, le défi maöiste et la répression en Inde),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1년 10월호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