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고기는 어떻게 식탁에 오르나

2013-04-10     아녜 스티엔

최근 일부 유명 브랜드의 식품에서 소고기 대신 말고기를 사용해 파문이 일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세계 농식품 산업의 복잡다단한 층위가 세상에 드러났다. 신흥국의 급격한 수요 상승에 따라 고기 생산 체계는 점차 제조업의 세계적 공급망이 움직이는 방식을 닮아간다.

식품 스캔들에는 매번 같은 시나리오가 반복된다. 정치권은 꾸짖고 업계와 대형 유통업계는 우는 소리를 한다. 그리고 일치단결해 다시 나오는 투명성, 이력추적제, 인증제. 소리 높여 발표되고 수없이 듣던 조처들이다. 그러나 결국 이전과 같은 양상을 더욱 잘 지속시키기 위함이다. 그 이유를 알려면 사안을 보는 초점을 넓혀야 한다. '소고기'로 속을 채운 라자냐의 라벨에서 한창 새판짜기에 돌입한 세계 농업 구조의 추이와 맥락으로 시선을 옮겨야 한다. 새로운 농업 구조는 오직 한 가지 목적을 위한 것이다. 대규모 수출을 위해 특화 거점을 만들어 대량생산을 하는 것이다. 서유럽 국가는 국내 소비를 위해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수입하거나 기타 유럽 국가에 수출한다. 신흥국가의 경제성장과 함께 고기 수요는 증가했고, 따라서 축산업을 위한 농지 필요도 증가했다.

   
대량 축산업의 폐해: 축산업이 숲을 이용하게 되면 수질 오염, 초지 파괴, 약초재배업의 종말 등 아마존에 치명적이고 파괴적인 결과를 야기한다.

소고기 1㎏을 위해 곡물 7㎏ 필요

예를 들어 중국은 연간 1인 육류 소비량이 지난 10년간 55% 증가했다.(1) 최우선적으로 양계 공장의 닭들을 먹이기 위해 남미에서 재배된 콩을 어마어마한 양으로 수입하고, 사람과 가축을 먹이기 위해 아프리카에서 땅을 사들이고 있다(농지 수탈). 한 대륙에서 구매한 원자재는 제2자 대륙에 팔리고, 이어서 제3자 대륙에 다시 수출된다. 농산업은 제조업의 세계적 공급 사슬과 별반 다를 바 없다.

수십 년 전부터 농기업(Agribusiness)은 농촌, 생물 다양성, 토지, 물, 농민뿐 아니라 소비자의 건강을 망치는 방식을 끝없이 고수하고 있다. 지구촌을 제대로 먹여살리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2011년 충분히 먹지 못해 기아에 허덕이는 사람이 10억 명에 달한다. 몇 주 전부터 신랄하게 비판받고 있는 육류 산업은 이 모든 문제를 압축한 결정체이다. 전세계 총생산의 2%에 불과하면서도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8%를 차지하는 육류 산업은 특히 천연자원과 토지, 농산물을 집어삼키는 주범이다. 사람이 먹기 위해 곡물을 생산하는 것인가, 아니면 소를 살찌우기 위해 생산하는 것인가. 곡물에 비해 육류 생산의 효율이 불균형인 만큼 이런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소고기 1kg을 살찌우려면 곡물이 최소 7kg 필요하다. 돼지고기 1kg에는 곡물 4kg, 닭고기 1kg에는 곡물 2kg이 필요하다.

목축지는 농지의 68%를 차지하고(그중 25%는 경작이 불가한 황무지), 사료 재배를 위한 면적은 경작 가능한 땅의 35%를 점유한다. 결국 전체적으로 78%의 농지가 축산을 위한 것이다. 별 가치도 없는 육류 생산을 위해 계속되는 농지 수탈은 극빈층 삶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한다. 2006년 유엔 식량농업기구가 발간한 연차 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축산업을 위한 식량 생산과 수입이 증가 추세다. 가축용 사료의 전체 수입이 빠르게 증가해, 중국의 축산업 성장이 가져올 전세계 곡물 가격의 상승과 식량난이 우려된다." 그 뒤 일어난 일을 우리는 알고 있다. 2008년은 국제 시장에서 원재료 가격이 전례 없이 폭등해 굶주림에 지친 사람들의 폭동이 잦던 해이다.

아마존을 파괴하는 브라질 축산업

당시는 지구촌이 금융위기의 발단으로 힘들 때였다. 이런 비극으로 정치 지도자들은 1차 생필품에 대한 투기를 금지했어야 한다. 그러나 아무 일도 없었다. 곡물 생산 비용은 실제 감소했지만 판매 가격은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2) 세계은행은 2011년 2월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세계 식량 가격이 위험한 수준에 도달하고 있어, 전세계 수억 명의 빈곤층에 위협을 가한다. 가격 상승으로 이미 수백만 명이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있고, 수입의 반 이상을 식량 사는 데 써야 하는 최취약층을 압박하고 있다."(3)

   
농지의 불균형 이용: 목초와 사료 때문에 농지의 78%가 가축을 먹이기 위한 용도로 쓰인다. 일부 통지는 과다 남획 때문에 불모지가 된다.

목축은 흔히 생각하는 소 키우는 형태와 거리가 멀다. 브르타뉴 농촌 길을 지날 때 보듯 사과나무 그늘 아래 한 무리의 소들이 풀을 뜯는 평화로운 광경은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나 목축 밀도가 높아질수록 생태계에 가하는 피해도 커진다. 지난 몇 년간 극심한 변화를 겪은 것은 남미다. 과밀 방목이 주를 이루면서 남겨진 것은 가축 배변으로 가득 찬 불모지다. 새로운 축우지를 위해 축우업자들은 주저 없이 불법 벌채에 매달린다. 특히 브라질은 불법 벌채가 심각하다. 최고의 소고기·소가죽 생산국이자 수출국인 브라질은 전세계 관련 시장의 30%를 점유하고 있다. 연간 수출되는 소고기 양은 2200만t이다. 주로 러시아와 유럽연합으로 수출된다. 2009년 그린피스가 조사하고 발표한 보고서는, 2억 마리는 족히 넘는 브라질의 축우업이 아마존 숲 파괴의 80%를 차지하는 주요 원인임을 보여준다.(4) 10년 동안 불에 타 사라진 아마존 숲은 1천만ha에 달한다. 이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은 소농민과 원주민들이다. 거대한 '축우업 기계'의 확산으로 이들의 고통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비정부기구 '서바이벌'(Survival)은 40여 년 전부터 축우업자들이 브라질 숲에 사는 인디언들을 학살하는 것을 알리고 있다.(5) 아마존 숲을 파괴하는 데는 두 가지 주요 목적이 있다. 하나는 농산 연료(바이오 연료)의 생산이며, 다른 하나는 축산을 위한 사료 생산이다. 농민운동 단체 '비아 캄펜시나' (Via Campesina)에 따르면 "콩 단작(단일 작물만 재배)이 파라과이 전체 농지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브라질은 1995년 이후 콩 재배지가 연간 32만ha가량 늘어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이미 농지의 절반이 콩 재배지가 되었고, 농지가 아닌 땅 중 5600만ha가 1996~2006년에 콩을 재배하기 위한 땅으로 경작되었다. 이런 착취가 남미 사람들과 환경에 미치는 파괴적 결과는 여러 단체에 의해 잘 알려져 있다."

동물이라는 개념은 더 이상 없다

화학 기술에 의존한 방식으로 경작되고 수확된 곡물과 기름은 대서양을 건너 대기업의 보관창고로 옮겨진다. 농축 사료로 만들기 위해서다. 이렇게 만들어진 사료는 시멘트로 만든 어두컴컴하고 악취가 진동하는 공장에 갇힌 수백만 마리의 돼지와 닭이 2005년 한 해 12억5천만t을 먹어치웠다.

이 '고기 공장'은 전세계의 가공공장과 슈퍼마켓에 고기를 공급한다. 업자들은 생산부터 유통, 도축, 가공 등 모든 단계를 '합리화'해 비용을 최소화하려 한다. 노동인력을 줄이고 작업을 자동화 및 프로그램화하고 생산품을 표준화하며, 남은 잡고기는 저렴한 밥상을 위한 제품으로 재활용한다. 이 모두가 농기업과 대형 유통이 원하는 요건에 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수작이다.

이제는 더 이상 '동물'이라는 개념조차 없다. 자동차를 조립하듯 원재료에서 소시지를 제조한다. 단, 살아 있고 때때로 고통을 느끼는 '원재료'이다. 하지만 농학 연구의 산물인 이 가축들은 전혀 정상이 아니다. 선별하고 선별해 '제작'된 것이다. 근육 양의 성장 속도는 더욱 빠르고 번식력은 향상되어 있다. 반대로 생존에 중요한 장기는 최소한으로 줄여 더 이상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없을 정도다. 너무 허약해서 질병에 취약하다. 이들을 치료하기 위해 사육하는 건물에는 난방을 하지만 전염병을 피하는 데는 충분치 않다. 그래서 항생제를 자주 사용할 수밖에 없다.

이 축산 방식은 가축 분뇨 및 제거 과정에서 환경문제도 야기한다. 질소와 인이 혼합된 황은 더 이상 흡수할 수 없을 정도로 포화상태인 땅에 살포된다. 오늘날 프랑스의 브르타뉴는 양돈산업으로 인해 수원지의 바닷말류 오염과 연안 녹조류의 확산에 만성적으로 시달리고 있다.

   
경제성장과 고기 수요: 고기 소비 증가는 경제성장과 생활 수준 향상에 동반된다. 따라서 지난 수년간 목축업자들은 신흥국의 새로운 수요에 맞춰야만 했다. 출처: FAO, ‘세계식량농업현황’ (2009년)

파괴하지 않고 지구를 먹여살리기란

전통적으로는 현지에서 생산되는 먹을거리에 따라 가축을 키웠다. 목축은 특히 관심이 필요한 분야다. 가축들이 밟는 것에서 목초가 다시 자랄 수 있도록 보호해야 하고, 토양과 물의 질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가축 분뇨도 한 군데 집중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 농장 목축은 곡물 및 채소 재배와 공존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콩과 채소 등을 수확하고 남은 풍성한 자투리는 건강하고 균형 잡힌 사료가 된다. 밀짚은 가축 분뇨를 처리한다. 그렇게 얻어진 퇴비는 토양을 기름지게 한다. 완전한 순환 고리를 이룬다.

지구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지역적으로 건전한 식량을 생산하는 데 관심이 많은 새로운 세대의 농업인들은 이런 옛날 기술에 영감을 받았다. 이들은 연구하고 실험하고 개선하며 이를 현대적으로 변화시켰다. 그중 일부는 산림농업(숲 가꾸기와 농사를 복합적으로 수행하는 농업)에 뛰어들었다. 심은 나무가 바람과 해로부터 밭을 보호한다. 또 나무들은 토양을 비옥하게 하며, 그 뿌리는 물을 담아두어 식물 재배가 잘 이뤄지도록 한다. 이 모두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제안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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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녜 스티엔 Agnés Stienne 그래픽 디자이너.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으며, 저널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번역 / 박지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편집위원, 그린피스 해양 캠페이너.

(1) 로마 FAO ‘세계 식량농업현황’ 보고서, 2009.
(2) 장 지글러, ‘식량, 마지막 투기 은신처’(Quand le riz devient un produit financier),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2년 2월호 참고.
(3) ‘식량 가격 상승으로 4400만 명의 인구가 가난의 구렁텅이로 떨어졌다’, 세계은행, 워싱턴, 2011년 2월 15일.
(4) 그린피스 2009년 7월 보고서, ‘아마존 학살: 축우, 아마존 삼림 파괴 확산의 첫 범인’(Slaughtering the Amazone), http://www.greenpeace.org/international/en/publications/reports/slaughtering-the-amazon/).
(5) Survival France, ‘햄버거에서 브라질 인디언까지’, 2010년 1월.
(6) ‘세계은행이 남미 토지의 독점을 부추긴다’, 2011년 7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