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 속의 시한폭탄

2013-07-09     베르나르 다게르

1980년대 전환기, 산살바도르. 1979년 내전이 시작되고 1992년 평화협정이 체결된다. 과거 멕시코 프로레슬링 영웅인 르 비킹은 현재 좌파 투쟁가들을 쫓아 고문 전문가들에게 넘기는 ‘죽음의 기병대’ 소속으로 일하고 있다. 어두컴컴한 동굴 내부와 감옥 독방마다 구금자들이 늘어가고 여기에 한번 갇히면 다시 나오지 못한다. 르 비킹은 암으로 내장이 썩어가는데도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임무를 열심히 수행한다.

마리아 엘레나는 진보 성향의 세습 귀족 집안에서 50년째 하녀 일을 하고 있다. 마리아는 갑자기 사라진 손자 내외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마리아는 알고 지내던 르 비킹과 연락해 손자 내외를 찾아달라고 부탁한다.

르 비킹은 암 때문에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이라 마리아의 부탁을 거절한다. 르 비킹과 마리아 눈으로 바라본 산살바도르는 경찰과 학생들이 벌이는 전쟁으로 혼란스럽다. 마리아는 그 무리 가운데 손자 조셀리도를 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녀의 손자는 게릴라 부대에 들어간 것이다.

남녀관계를 비롯해 모든 것이 혼란과 폭력으로 얼룩져 있다. 남녀관계는 원래부터 엎치락뒤치락하는 관계다. “남자들 모두 모든 여자와 데이트를 하고 싶어 합니다, 마리아 엘레나”. 르 비킹이 마리아에게 한 말이다. 르 비킹이 경계심을 내려놓는 얼마 안 되는 순간에 한 말이다. 딸과 함께 경찰서 구내식당을 하고 있는 리타는 엉큼한 경관에게서 딸을 지키려 노력했다. 마리아의 딸 벨카는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다. 벨카는 마리아가 주인에게 성폭행당해 태어났으나 벨카는 이 사실을 모른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시각은 비슷하다. 바로 불안감이다. 이번 소설은 프랑스에서 출간된 소설 가운데 여덟 번째 작품이다. 독자들은 이 소설에서 멕시코 역사의 불안정한 부분을 볼 수 있다. 로베르토 볼라노는 호라시오의 다른 소설에 대해 “바보들의 호르몬 안정을 위협할 정도로 정신적인 자각을 주는 작품”이라고 했다. “호라시오는 독자들이 공공광장으로 자랑스럽게 데려가고 싶어 할 작가”라는 평가도 내렸다. “작가에게 이보다 더 큰 영광은 없을 것”이라며 로베르토가 덧붙였다.

글•베르나르 다게르 Bernard Daguerre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