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한 발칸반도 전쟁

2013-09-23     장아르노 데랑

사라예보의 보스니아 전쟁 발발 20주년, 코소보 전쟁 15주년 등 기념일이 줄을 잇는다. 역사의 시간이 온 것일까? 20세기 발칸반도에서 일어난 전쟁에 대해 충격적인 증언, 자극적인 세세한 분석이 이어지고 있지만 점차 객관적인 연구가 가능해질까? 프로파간다적 주장과 이에 맞서는 주장이 점차 누그러질까? 최근에 나온 세 권의 책을 보면 이런 의문을 품게 된다.

첫 번째는 파브리스 카르니롱이 쓴 책(1)으로 유고슬라비아 전쟁을 일간지 <르몽드> 기사를 통해 분석하고 있다. 종종 잊는 새로운 시각을 다시금 갖게 하는 책이다. 1990년의 격동기까지 <르몽드>는 유고슬라비아의 연방제를 강하게 지지했다. 저자는 보스니아의 비극은 제2차 세계대전에 비유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 단순히 보스니아 비극을 제2차 세계대전에 비유하면 현실을 이해하기보다는 현실을 더 보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새로운 시각을 도입하며 스레브레니차 학살 사건의 역사를 본격적으로 다루면서 사건을 파헤쳐보면, 지금까지 알려진 정보에 의심을 갖게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런 접근 방식이 나오게 된 것은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유고슬라비아 정부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이 저자가 높이 평가하는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객관적이라고 믿기 힘들다는 것이다.

두 번째, 피에르 페앙은 코소보 전쟁을 다룬 최근 저서에서 모든 오류를 잡아내는 저널리스트이자 역사가 같은 입장이 된다. 저자는 분쟁과 전후 역사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쓰고 싶고, 전반적으로 지적인 접근 방식을 도입하고 싶다는 점에서 야심이 많다고 할 수 있다. 책의 소제목이 이런 책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단순히 마피아 같은 정부를 세우기 위한 전쟁’(2). 저자는 알려진 사실과 증언을 모두 모으지만 이를 역사적 배경으로 다시 쓸 수 없기 때문에 목적을 잃었다. 서구의 프로파간다적 방식이 1999년 전쟁 때 여론을 사로잡기는 했지만 진실을 회복하기 위해 프로파간다 방식을 비판하는 것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오직 알바니아인들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미디어에 반발하자, 저자는 단 한 명의 알바니아인을 만나지 않고 코소보를 조사하는 놀라운 방법을 택한다.

세 번째는 마야 칸델의 책(3)으로 학술서에 가까운 성격을 보인다. 오랜 연구 끝에 탄생한 책인데, 유고슬라비아 전쟁에서 특히 민감한 주제인 ‘미국 참전’에 대해 다루고 있다. 종종 언급되지만 객관적으로 연구된 적이 없는 주제다. 저자는 미국의 결정 메커니즘에 대한 지식을 기본으로 로비의 역할에 대해 연구하면서, 미국에서는 세르비아의 로비가 적어도 알바니아, 보스니아, 혹은 크로아티아의 로비에 뒤지지 않을 만큼 강력하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유고슬라비아 전쟁의 역사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은 다소 주관적이다.
서구 시각으로 그린 유고슬라비아 전쟁의 역사는 새롭게 다시 써야 할 필요가 있다. 
 

글·장아르노 데랑 Jean-Arnault Dérens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졸. 번역서로는 <건축 스케치 노트>(2013) 등이 있다.   

(1)Fabrice Garniron, <세상이…유고슬라비아 전쟁에 대한 분석>(Quand le monde…Décryptage des conflits yougoslaves), Elya Edition, Grenoble, 2013
(2)Pierre Péan, <코소보. 단순히 마피아 같은 정부를 세우기 위한 전쟁>(Kosovo. Une guerre juste pour créer un Etat mafieux), Fayard, Paris, 2013
(3)엠묨 케이 뭉디, <사라예보를 위해 죽다?>(Mourir pour Sarajevo?), CNRS Editions, Paris,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