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의 영광의 30년
20세기 산업분야에서 일어난 최고의 혁신은 1908년에 헨리 포드가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한 포드 T의 엄청난 성공으로 시작되었다. 포드 T는 저렴한 가격 덕분에 중산층이 살 수 있는 자동차가 되었다. 헨리 포드는 테일러의 원칙인 합리화, 철저한 표준화, 대량 생산, 생산 라인 작업방식에서 영감을 얻었다.
1912년, 모르 자동차의 대표이자 앙그르나주 시트로엥의 공동 창업자인 앙드레 시트로엥은 헨리 포드를 찾아갔고 모르 공장에서 매년 수작업으로 제작되는 자동차 대수는 280대에 불과한 것에 반해 디트로이트의 포드 생산 공장에서 출시되는 자동차는 16만 대에 이른다는 어마어마한 차이를 실감하게 되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군수 산업에서 막대한 돈을 번 시트로엥은 모르를 인수해 포드 사의 원칙을 적용한 첫 자동차를 출시했다.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 사이에는 시트로엥의 생산 능력이 더욱 발전했으나(파리와 파리 교외에 공장 8곳이 문을 열었고 1929년 최전성기에 직원 수는 2만 8000명, 생산되는 자동차 대수는 9만 5000대) 1931년에는 경제 위기로 주춤하게 되었다. 노동자들의 시위가 일어났고 경영진은 노동자들의 시위를 무자비하게 탄압했으며 정치권도 단호하게 반응했다. 결국 시위하던 노동자들은 1936년에 잠시 뒤로 물러섰다.(1)
1923년에 독일에서 헨리 포드의 자서전이 출간되어 20만 부 이상이 팔려 나갔다. 그로부터 4년 뒤, 미국의 자동차가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80%를 차지하게 되자 독일 경차 업계는 독일 국민이 전부 경차를 구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해달라고 정부에게 압력을 넣었다. 오펠은 이미 1924년에 ‘개구리’라는 별칭을 가진 경차를 출시했고 얼마 후 BMW는 ‘딕시’라는 경차를 출시했으며 하노마그도 ‘둥근 빵’이라는 별칭을 가진 경차를 출시했지만 독일 경제가 침체기를 맞은 상황이라 뚜렷한 성공을 거두기는 힘들었다. 히틀러가 집권하면서 ‘폭스바겐(국민의 자동차라는 의미)’ 프로젝트(2)가 나치의 프로파간다에 등장했다. 히틀러는 반유대인 정서를 가진 헨리 포드를 대단히 좋아했다. 폭스바겐 프로젝트와 함께 라디오, 텔레비전, 냉장고, 경운기, 아파트도 ‘국민의 제품’이라는 라벨을 내세우게 되었다. 폭스바겐 및 모든 독일 제품들이 개인의 자유와 가족의 행복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국가 사회주의 독일의 영광을 상징했다.
히틀러는 1000 라인마르크 이하의 저렴하고 수리가 편하고 연료를 절약할 수 있는 자동차를 원했다. 기업들은 히틀러의 프로젝트를 실현 불가능한 것으로 생각했다. 히틀러는 자신의 계획에 회의적인 기업들을 제외시켜 버렸고 프로젝트 업무를 오스트리아 출신의 엔지니어 페르디난트 포르셰에게 맡겨 생산 공장을 짓기로 했다. 1938년 겨울, 히틀러는 베를린 자동차 박람회에서 경차 모델을 자신 있게 소개했는데 이 자동차는 일반인 수백만 명이 구입할 수 있는 대중적인 자동차가 될 것이라고 선전했다. 5월 26일, 히틀러는 ‘카데프 바겐(즐거운 차를 통합한 힘이라는 의미)’을 생산할 공장을 허허벌판에서 시공하도록 했다. 공장이 생기자 주변에 노동자, 임원들과 그 가족들이 사는 도시가 형성되었다.
그리고 전쟁이 발발했다. <뉴욕 타임즈>에 의해 ‘무당벌레’라는 별칭으로 불린 폭스바겐의 경차 ‘비틀’은 나치 정권이 붕괴한 이후에야 생산되었고 훗날 독일의 경제 기적과 ‘메이드 인 저머니’의 상징이 되었다. 또한 폭스바겐의 경차는 저렴하지만 튼튼한 품질을 자랑하는 훌륭한 경차를 상징하게 되고 전 세계 수백만 명으로부터 사랑을 받게 되었다. 폭스바겐만큼의 명성을 누린 차는 1936년에 이탈리아에서 출시된 피아트 500과 1939년에 탄생해 1948년에서 1990년까지 프랑스에 생산된 시트로엥 2CV뿐이었다. 런던 대학에서 근현대사를 강의하는 베른하르트 리이거는 책을 통해 폭스바겐의 시대를 열정적이고 정확하게 설명한다. 시트로엥 노동자들의 공장, 자부심과 시위까지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이 두 권의 책은 유례없는 이데올로기와 경제의 급변을 맞은 한 세기에 대해 명확하게 들려준다.
글·마리 노엘 리오 Marie-Noël Rio
(1) <시트로엥을 만든 사람들이 들려주는 시트로엥 이야기>(Citroën par ceux qui l'ont fait), Les Éditions de l'Atelier, 2013년
(2) <국민의 자동차, 폭스바겐 비틀의 영광스러운 역사>(The People's Car, a Global History of the Volkwagen Beetle), Bernhard Rieger, Harvard University Press, 201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