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한반도 상공의 먹장구름

로켓 요격 가능성 낮아...6자회담과 북미협상으로 풀어야

2009-04-04     정욱식 | 평화네트워크 대표

한반도는 ‘3월 위기설’을 찍고 어디로 갈까? 상당 부분은 4월에 달려 있다. 그리고 정면 대결과 극적 반전을 동시에 머금은 4월 정세는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 여부와 이에 대한 한국, 일본, 미국의 대응을 핵심으로 한다. 북한이 ‘자제의 미덕’을 발휘한다면, 극적인 반전은 4월 초부터 이뤄질 수 있다. 그러나 광명성 2호 발사를 ‘주권국가의 당연하고 평등한 권리’이자 2012년 강성대국론의 핵심으로 삼는 북한이 자제를 선택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시 1차적인 관심사는 미국과 일본이 요격에 나설지에 모아진다. 북한의 발사체는 3단계 로켓으로 구성돼 있다. 먼저 1단계 로켓이 다른 로켓과 분리되기 전에 파괴하는 것이 있지만, 현재 미사일 방어(MD) 기술은 이러한 능력이 없다. 보잉 747기에 레이저를 장착해 이륙 단계에서 적의 미사일을 요격하는 항공기탑재레이저(ABL)는 미국이 현재 개발 중이기 때문이다. 2단계 로켓 요격과 관련해 동해나 태평양에 배치된 미국과 일본의 이지스함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러나 이지스함에 장착된 SM3은 요격 범위가 좁고 속도가 느려 대기권 밖으로 날아가는 미사일을 요격하는 데 한계가 있다.
마지막 3단계에서의 요격은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미국이 알래스카와 캘리포니아에 배치한 지상배치요격미사일(GMD)은 대기권 밖에서도 요격이 가능하게 설계돼 있다. 그러나 속살을 들여다보면, 성공 가능성은 낮다. 펜타곤이 “최고의 성공이었다”고 자화자찬한 2008년 12월 실험의 경우, GMD는 북한의 모의 장거리 미사일을 맞혔다. 그러나 요격 거리는 북한으로부터 3분의 1에 불과했고, 요격 속도도 절반으로 낮췄으며, 비행 고도 역시 실제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렇다면 미국과 일본이 마치 MD로 요격할 수 있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다른 각도에서 볼 필요가 있다. 우선 펜타곤이 실제로 겨냥하는 대상은 북한의 로켓이라기보다는 미국 의회라고 할 수 있다. 예산 심의에 돌입한 의회에서 MD를 구해내기 위해 북한의 로켓 발사 준비설을 한껏 이용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일본은 국내 정치용이라고 할 수 있다. 지지율 급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아소 다로 정권이 ‘북한 위협론’을 부풀려 총선에서 승리를 도모하겠다는 ‘선거용’ 성격이 짙다. 이에 따라 미국과 일본은 북한 인공위성 요격에 나서지 않고, 군사적 대응을 자제한 것처럼 포장할 가능성이 높다.
 
PSI 참여는 남북관계 포기 의미
이처럼 MD 요격설은 해프닝으로 끝나겠지만, 남북관계와 6자회담은 중대 국면에 접어들게 될 것이다. 우선 남북관계가 걱정이다. 이명박 정부는 북한의 인공위성을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와 동일시하면서, 유엔 안보리 결의안 위반, 대북 에너지 지원 중단 지속, 미국 주도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정식 참여 추진, MD 체제 참여 고려 등 강경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러한 강경책은 1차적으로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를 저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북한이 발사를 강행할 경우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에 일대 파란을 예고한다.
MB 정부가 PSI 정식 참여를 선택할 경우, 북한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지구 유·출입 차단 등 ‘키리졸브’(Key Resolve·한-미 연합 군사훈련) 기간에 선보였던 압박 조치를 재개할 가능성이 높다.
PSI 참여는 향후 남북관계를 정상화할 수 있는 ‘기회의 창’마저 닫아버릴 것이다. 북-미 관계나 6자회담의 진전에 따라 이명박 정부는 남북관계를 정상화할 필요성을 느낄 때가 올 수 있다. 그런데 PSI에 참여한 상태에서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북한은 남한의 참여를 6·15와 10·4 선언의 전면 부정이자 대결 선언으로 간주하면서, 남북관계를 정상화하려면 이러한 대결 정책부터 철회하라고 요구할 것이 확실하다. 향후 정책적 유연성을 위해서라도 PSI 참여라는 자충수를 둬서는 안 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6자회담 재개 열쇠가 한국에? 
6자회담의 앞날도 순탄하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과 일본은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와 6자회담을 연계해 강경론을 주도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면서 ‘사후 관리’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 위반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와 이에 대한 대응이 6자회담 재개에 부정적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는 태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는 한국과 일본의 태도와 확실히 비교된다. 지금까지 6자회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온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에 자제를 당부하면서도 유엔 안보리 결의안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며, 오히려 한국과 일본을 겨냥해 과잉 대응을 경계하고 있다.
한·미·일이 유엔 안보리 카드를 꺼내들자, 북한도 이를 6자회담과 연계해 맞불을 놓고 있다. 북한 외무성은 3월24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과 일본 등이 인공위성 발사를 유엔 안보리에서 문제 삼는다면, 이는 곧 9·19 공동성명의 “상호 존중과 평등의 정신”을 위배하는 셈이 되기 때문에 “6자회담은 더 존재할 기초도, 의의도 없어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북한이 인공위성을 쏘든 말든, 6자회담은 반드시 재개돼야 한다는 태도다. 북한은 바로 이 점을 포착해 ‘6자회담을 하고 싶으면 인공위성 문제를 유엔 안보리로 가져갈 생각을 버리라’며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과의 협상도 개시하기 전에 딜레마에 봉착하고 말았다.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시 유엔 안보리에 회부하지 않으면 ‘북한의 협박에 굴복했다’는 비난에, 안보리에 회부해 제재를 추진하면 6자회담을 상당 기간 포기해야 할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진 것이다.
주목할 점은 한국이 사실상 6자회담 재개 열쇠를 쥐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시 유엔 안보리에 의한 제재보다는 의장 성명을 통한 유감 표명 수준으로 사태를 마무리짓고 대북 특사 파견과 6자회담 재개에 나서려고 할 것이다. 북한 역시 의장 성명을 비난하겠지만, 6자회담 중단과 같은 강수를 두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이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를 이유로 6자회담의 합의 사항인 에너지 지원 중단을 공식화하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에너지 지원이 걸음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자, 북한은 이미 영변 핵시설 불능화 조치 속도를 늦췄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에너지 지원 중단을 공식화하면, 북한은 불능화 중단과 원상 복구 경고로 맞설 것이 확실하다. 한국의 에너지 지원 재개와 6자회담 개최를 연계해 통미압남(通美壓南), 즉 미국이 한국을 압박하게 만들려고도 할 것이다.
 
광명성 2호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4월 상순의 한반도 기상도는 일단 흐리다. 중순 이후 폭풍우가 몰아칠 것인지는 한국의 PSI 정식 참여와 에너지 지원 중단 공식화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북한의 북방한계선(NLL) 월선과 한국의 대응 수준도 큰 변수다. 만약 중순을 무사히 넘긴다면, 하순부터 한반도는 맑은 날씨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이때쯤이면 북한에서 김정일 3기 체제가 공식화한다. 미국도 대북정책 검토를 마무리하고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사를 평양에 보낼 가능성이 높다. 이를 기반으로 6자회담도 재개될 수 있다.
가장 강경했던 이명박 정부는 3월 하순 들어 북한이 로켓을 발사해도 냉각기를 거쳐 6자회담이 재개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태도 변화에는 일본을 제외하곤 한국의 태도에 동조하는 나라가 없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로켓 발사가 유감스럽게도 불가피한 현실이라면, 한국은 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PSI 정식 참여 대신에 북-미 미사일 협상 재개를 지지하고, 에너지 지원 중단을 공식화할 것이 아니라 지원을 재개하는 것에 바로 그 길이 있다. 

정욱식 = 1999년부터 평화네트워크 대표로, 2000년부터는 <오마이뉴스> 평화통일 문제 담당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4월 초에 오바마의 미국과 한반도에 관한 책을 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