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베스의 삶과 정치

2014-01-13     에미르 사데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독특한 정치 행보와 갑작스러운 요절로 깊은 인상을 주고 있다. 2013년 3월 5일에 차베스는 5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이그나시오 라모네가 차베스와의 대담을 기록한 저서(1)는 피델 카스트로와의 대담을 기록한 저서(2)를 생각나게 한다. 자연히 차베스와 아라모에의 대화는 매우 독특한 색채를 지니고 있다. 피델은 라모네와의 대담에서 자신이 걸어온 역사의 길에 대해 들려주었다. 그리고 라모네는 차베스에 대해서 출생에서부터 1998년 베네수엘라의 대통령으로 선출된 1차 투표 승리까지만을 다루고 있다.

차베스의 삶은 작은 시골 도시에서 가난하게 태어난 수백 만 명의 남미인의 삶과 다르지 않다. 평범한 가정에서 흑인 아버지를 둔 차베스는 젊은 시절 길에서 사탕을 팔며 생계를 유지하면서 야구에 열광했다. 차베스가 활동하던 시절, 여러 사건이 서로 관련되어 일어났다. “마치 저는 비옥한 토양에서 태어난 것처럼 특별한 역사적 순간을 목격했고 거기서 제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정해진 운명이란 것은 믿지 않습니다. 사람들의 인생이 하늘이 정해준 것처럼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져 있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독자들은 페이지마다 정치인 차베스를 만나게 된다. 차베스는 반항 정신과 역사의식을 고루 갖춘 인물이었다. “사바나를 지나는 보이지 않는 강물에 비유할 수 있는 역사, 그 역사가 저를 휩쓸고 갔습니다. 역사는 살아있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강물은 대단한 힘을 갖고 있습니다. 저는 다양한 길을 통해 역사라는 강물에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 뛰어들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강물, 즉 역사가 저를 여기로 이끌었습니다.” 차베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역사가 차베스를 흡수했다고 할 수 있다.

차베스는 1989년의 민중봉기 ‘카라카조’로 권력을 얻게 된다. 당시 카를로스 안드레스 페레즈가 구조조정 정책을 실시하면서 베네수엘라의 수도에는 대규모의 시위가 벌어졌다. 이후 시위 진압(300~3000명 사망)으로 베네수엘라는 완전히 변했다. 또한 1989년에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이어서 구소련도 붕괴되었다. 이와 함께 신자유주의가 헤게모니 모델로 등장했다. 같은 시기, 베네수엘라도 변화를 겪고 있었다. “베네수엘라는 이전과 다른 변화를 겪고 있었습니다. 카라카조는 20세기 베네수엘라 역사상 가장 중요한 정치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차베스의 인생과 베네수엘라의 역사는 함께 가게 된다.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된 것이다.

직업 군인이었던 차베스가 꿈을 실현시키려면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다. 군사 독재, 진압으로 얼룩지고 미국의 꼭두각시인 베네수엘라에서 어떻게 일개 군인이 민주주의 투쟁, 국민, 국가를 지켜갈 수 있을까? 차베스는 베네수엘라의 권력 구조를 바꾸고자 대선에 나섰다. 라모네의 책은 1998년 선거까지만 다루고 있다. 차베스가 베네수엘라의 정권을 장악하고 라틴아메리카와 세계에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까지가 그려진다. 


글·에미르 사데 Emir Sader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번역서로는 <지극히 적게>(2013) 등이 있다.

(1) Ignacio Ramonet, <우고 차베스>, Debate, 바르셀로나, 2013년
(2) Ignacio Ramonet, <피엘 카스트로>, Fayard / Galilée, 파리, 2007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