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 난 쿠르드 지역에서 새로운 연합이 탄생하다

2014-12-29     알랑 카발

2014년 여름부터 언론과 외교의 관심이 쿠르드 지역에 집중되고 있다. 지난 6월 초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와 수니파 저항 세력 동맹군이 이라크 모술을 점령한 이후, 쿠르드자치정부(KRG)는 국제적인 인정을 받았다. 시리아 북부에서 이라크 당국 세력이 와해되고 이라크 제2도시 모술이 붕괴된 것은 실질적인 반응을 거의 이끌어내지 못한 반면, 스스로를 칼리프로 선포한 IS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의 새로운 공세 앞에 8월 중순경 쿠르드 민병대가 와해된 사건은 미국과 프랑스를 필두로 서방 열강들의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내었다. 신자르 지방에서 야지디족이 겪은 고난, 니네베 주 기독교인들의 쿠르드 자치구역으로의 대이동, 그리고 IS군의 에브릴 주 진격 덕분에 예기치 않았던 규모의 동맹군이 모집되었다.(1) 쿠르드 정규군 페슈메르가는 직접 파병 및 외국 고문관이 이끄는 훈련 프로그램의 덕을 보고 있으며, 공습으로 인해 쿠르드 지역은 빠르게 보호받게 되었다.

시리아에서 쿠르드족이 거주하는 세 구역은 터키와 국경을 맞닿은 지역이다. 시리아 정부가 북부에서 철수해 2012년 7월 이후 사실상 자치구가 된 쿠르드 자치지역은 이번에 또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9월 중순경 IS가 세 구역 중 가장 작고 동떨어진 구역, 코바니 시 주변 구역을 대상으로 공습을 실시했기 때문이다. 시리아 북서부의 아프린 지방 및 북동부의 자지라 지방과 마찬가지로 코바니는 2년 전부터 쿠르드 민주동맹당(PYD)의 통솔 아래 있었다. 쿠르드족 민병대인 인민수비대(YPG)가 지지하는 이 정당은 시리아 정부와의 불가침조약 덕분에 시리아 쿠르드 지역에서 인정받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PYD와 YPG는 쿠르드 노동자당(PKK)에서 지역적으로 발생한 분파이며, 이 PKK는 그 어느 때보다도 문제시되는 최근의 휴전 협정에도 불구하고 1984년 이후부터 터키 정부와 계속 충돌 중이다.

그동안 대부분의 서구 여론에 IS가 절대 악의 현신이 되어버린 만큼, 미국이 지휘한 공중 요격에도 불구하고 포위된 코바니 시, 그리고 IS의 진군은 작은 쿠르드 지방과 그 저지 세력을 대(對) IS 투쟁의 상징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나토(NATO) 회원국이자 이웃 국가인 터키는 터키 영토 안에서 쿠르드 세력과 다시 충돌할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PKK의 세력을 강화시키지 않기 위해 침략자인 IS에 관한 개입을 일체 거부했다.

이처럼 두 달 만에 쿠르드족은 IS에 대항하는 마지막 방벽처럼 전 세계의 눈앞에 나타났다. 중동 정세에서 늘 잊혀왔던 이들은 이제 IS라는 범국가적 단체의 북부 지방 내 팽창을 최종 제한하기 위한 표지를 설치하고 있는데, 서구 열강들과 동맹국들은 IS의 전멸을 부르짖으면서도 지상에서 IS와 직접 맞붙는 일은 완전히 배제하는 형편이다. 방송에서 수없이 중계되었으며 전반적으로 정확한 이러한 상황 표현은, 쿠르드 지역을 하나의 균일한 세력권으로 여기는 것이 어려움을 간단히 보여준다. 공동의 적인 IS와 최근 벌어진 대치는 심각한 분열 상황을 일부 약화시켰을 뿐이다. 쿠르드 세력권은 여전히 조각조각 난 채로 남아 있다. 주요 정치관계자 및 군사관계자들이 걷고 있는 동맹의 길은 분명 재통합을 향하고 있지만 역사적으로 대립이 가득한 상황이다.

시리아 인구의 약 15%를 차지하는 쿠르드족은 일체의 공식 인정을 받지 못하며 때로는 국적조차 인정되지 않는다. 일부 쿠르드족은 학생운동을 통해 시리아 정부에 대항하는 전초적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2012년부터 시리아 혁명은 신앙적 색채를 띤 내전의 형태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시리아 내의 쿠르드 지역-쿠르드 민족주의자들이 ‘로자바(Rojava)’라고 명명한-은 이라크 쿠르디스탄의 주요 당이자 마수드 바르자니 수반이 이끄는 쿠르드 민주당(KDP)과 PKK라는 두 주요 축 사이에 선포된 경쟁 관계의 대상이다.

2012년 상반기에 바르자니 수반은 분산되거나 경쟁 관계에 있는 소규모 정당들을 자신의 지도 아래 시리아 쿠르드 국가위원회(SKCN)로 통합했다. 동시에 PKK는 하페즈 알아사드 전 대통령 집권 당시 동맹을 맺었던 시리아 정부와 손을 잡았다.(2) PKK는 여타 쿠르드 정당에 부재했던 군사 조직을 기반으로 하여 동맹당인 PYD가 로자바 지방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

2012년 7월 이래로 PYD는 자신의 세력 지역에서 여러 기관을 직접 창설해왔다. 시리아 정부와 반군 사이에 제3의 길을 제시하는 듯 보이는 PYD는 PKK의 이상적 기준에 걸맞은 정치 모델을 내세운 셈이다. 한편 시리아 쿠르드 내 정치판 싸움에서 배제된 SKCN은 쿠르드 지역을 공식 국가로, 또한 PYD와의 사이에서 단 한 번도 지키지 않은 지역 관할 조약을 인정하길 여전히 거부하는 시리아 아랍 세력의 반대와, KDP에 대한 완전한 의존 사이에서 현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있다. 그러나 PKK와 직접 충돌하는 위험은 점점 덜 감수하고자 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 같은 경쟁 관계는 현재 진행 중인 분쟁에 따른 지역적 반목 구조로 윤곽이 뚜렷해졌다. KDP는 이라크 쿠르디스탄에서 에너지 부문 통제권을 쥐게 되었다. KDP는 이라크의 지배로부터 벗어나 쿠르드 자치구역을 진정한 권리를 갖춘 수출 강국으로 만들고자 탄화수소와 관련해 터키와의 이해관계에 기대를 거는 동시에, 누리 알 말리키 전 이라크 총리의 시아파 정부에 적대적인 수니파 세력과 가까워지고 있다. 이들 세력은 시리아 적대세력에 호의적이며 터키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에 균형을 맞추어, 터키의 전통적인 적이라 할 수 있는 PKK와 그 동맹 세력은 시리아 정부와 사이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한편, 이라크와 반공식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자인 이란과 휴전 협정을 맺었다.

이처럼 쿠르드 지역 내부에서는 KDP가 지휘하는 친터키 성향의 축 하나와 PKK가 지휘하는 친이란 성향의 축 하나가 다양한 통합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이라크 쿠르드 세력 중 민주당 바르자니 수반의 경쟁 세력과 쿠르드 애국동맹(PUK)은 후자의 축을 중심으로 하여 서로 가까워지고 있는데, 이라크와 이란 및 PYD에 더 협조적인 태도를 보인다. 이러한 형세는 PKK와 터키가 맺은 휴전 협정이 2013년 초에 발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두드러졌다.

이 같은 동맹 놀이는 이라크 제2도시 모술이 붕괴한 후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수니파 폭동 세력의 몇몇 지도자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KDP는 무엇보다도 모술의 붕괴를 이라크 쿠르드 세력 독립의 좋은 기회로 여긴다.(4) 그러나 이제 막 이라크 정부로부터 벗어나 KDP가 통제하게 된 구역을 IS가 예기치 않게 공습한 현실이 판도를 뒤흔든 것이다. 페슈메르가가 후퇴하고 에브릴 주가 지하디스트들의 진군에 잠재적인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터키와 맺은 전략적 동맹 관계는 이라크 쿠르드 세력의 안보에 효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무엇보다도 터키 정부는 쿠르드 안보군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지키다가 지하디스트들에게 포로로 잡힌 모술 영사관 인력의 안위를 우려하지만, 이는 역시 이라크에 대항해 IS의 기치 아래 결집한 수니파 폭동 세력에 유리한 상황으로 보인다. 결국 터키 정부는 현재 역내에서 최상은 아닐지언정 터키의 유일한 지지 세력인 KDP와의 신뢰 관계를 무너뜨리면서까지 동맹인 쿠르드군에 대한 모든 군사 지원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라크 북부 무대에서 터키의 철수는 PKK와 동맹 세력이 신자르 지방, 그리고 PUK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여타 이라크 쿠르드 지역에 투자하는 시점에 자동적으로 이란이 지원을 강화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이란은 터키가 공급하기를 거부한 무기를 즉각 제공함으로써, 쿠르드 자치 정부에 있어 새로운 역내 강자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라크 쿠르드 지역에 이란의 영향력이 가장 강력하게 침투한 곳은 PUK가 통제하는 지역과 그 근방이었다. 자치구역 남동부에 위치한 이 지역에는 시아파 투르크메니스탄 공동체가 자리 잡고 있는데, 그 내부에서 종파 기반의 친이란 민병대가 생겨났고 PUK의 가맹군인 페슈메르가에게 방해받는 일 없이 운영될 수 있었다. 이란군의 직접 개입은 바로 이 지역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동맹인 터키에게 버림받고 정치적으로 약화된 민주당(KDP)은 쿠르드 경쟁 세력들이 상대적으로 강해지자 이를 상쇄하기 위해 서방 열강의 원조 및 대IS 동맹 세력의 지원을 받고 있다. 바르자니 수반이 이끄는 KDP는 국제 원조가 들어올 때 반드시 거치게 되는 관문인 수도 에브릴과 에브릴 국제공항을 통제함으로써, 미국과 여러 유럽국가가 이라크 쿠르드 세력에 제공하는 지원을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동시에 PUK는 소외되어 있으며, 미국과 유럽연합이 테러 단체로 규정한 PKK는 서방 국가들에게서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현실은 완전히 뒤바뀔 수 있다. 터키 정부가 보여주는 계속되는 소극적 태도 앞에서, 지하디스트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중요격이 빠르게 확대되었다는 사실은 시리아에서 PKK의 동맹 세력이 이끄는 투쟁을 인정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시리아 쿠르드 지역에서 PKK가 지배적인 입장이라는 사실을 미국이 완전하게 인정한다고 간주하기는 곤란해 보인다. 미군의 일시적인 지원은 쿠르드 단체와 소위 ‘온건한’ 시리아 반대 세력 간의 더욱 밀접한 협력에 좌우될 것이다. 또한 이는 현재까지 소외되었던 여타 시리아 쿠르드 정당에 대한 더 개방적인 태도로도 연결될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약화된 상태에조차 PKK와 그 동맹 세력은 타협 능력이 없는 것 같다. 또한 PYD 지도자 살리 무슬림의 10월 중순 에브릴 방문에서 조짐이 보이는, 곧 다가올 이면공작은 새로운 불화를 예상케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터키는 자국 영토 안에서 점점 커져가는 분쟁에 직면하고 있다. 터키 내 수많은 쿠르드인들이 코바니 시 방어군에 대한 모든 직접적 지원을 가로막은 터키 정부의 계산속 앞에서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다. 쿠르드인의 분노가 시위에서 폭동으로 변질되어 가는 현 상황은 터키군과 PKK 간에 전투가 재개되지 않을지 우려하게 한다. 시리아에서 PKK와 그 동맹 세력이 붕괴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SKCN 관련 네트워크의 부활도 고려할 수 있는 선택으로 보인다. 탄화수소에 대해선 여전히 터키에 의존적이며, 약해진 KDP와의 우호 관계를 재건하려는 시도는 아마도 위 같은 상황에 대한 징조의 일종일지도 모른다.

 

글·알랑 카발 Allan Kaval

 

번역·박나리 

연세대 불어불문학과 및 국문학 졸.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1) 알랭 그레쉬, ‘Guerre contre le terrorisme, acte III’,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4년 10월호

(2) 현 시리아 대통령의 아버지인 하페즈 알아사드는 1971년 3월부터 2000년 6월에 사망할 때까지 시리아 대통령직을 역임했다.

(3) 2006년 당시 이라크 총리였으며 2014년 9월 8일에 하이다르 압바디(Haider al-Abadi)가 다음 총리로 취임했다.

(4) ‘Dans Kirkourk, la Jérusalem kurde’,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4년 7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