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길 패권노리는 중국의 ‘해상 실크로드’
아시아의 지정학적 변동
2015-08-31 피에르 랭베르
중국은 공정 경쟁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유럽 3대 선사(船社, 해운업을 하는 회사-역주)들의 연합 결성을 무산시켰다. 국가 무역의 80% 이상이 바닷길을 통해 이루어지는 중국은 해운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안전한 해로를 확보하고자 한다.
1974년 중국 인민대표회의 때 동면에 들었다가 40년이 지난 이후 깨어난 사람이라면, 2014년 6월 17일에 전 세계 컨테이너 해상운송업계를 지배하는 3대 선사가 결성한 동맹에 승인을 거부하는 것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을 것이다. 덴마크의 AP 몰러-머스크사(社), 스위스-이탈리아의 MSC사, 프랑스의 CMA-CGM사는 해운동맹인 ‘P3 네트워크’를 출범할 예정이었다. 이 동맹이 성립되면 이들은 아시아와 유럽의 전략적인 해로를 비롯한 전 세계의 주요 해로를 독점하게 된다. 중국이 이 연합의 승인을 거부하면서 내놓은 이유는 마치 신고전경제학 수업의 강의 내용을 떠올리게 한다. 중국 상무부장관은 그와 같은 파트너십이 “시장 경쟁을 아예 없애거나 제한시킬 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다.(1)
이러한 중국의 예상치 못한 선택은 두 가지 중요한 사실, 곧 선사들 간의 극심한 경쟁 상황과 해상 운송의 주도권을 재탈환하려는 중국의 의지를 보여준다.
대형 선박의 선주들에게 있어 수익을 높이는 일은 단순하면서도 어려운 문제이다.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를 위해 대형 선박들에 투자를 해야 하는데, 그렇다고 ‘슬롯’이 지나치게 많아서도 안 된다. 컨테이너가 들어갈 자리를 말하는 슬롯의 수가 너무 많아지면 운송 가격이 떨어지고 나아가 수익성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1970년대부터 시작된 경제 위기와 유가 변동은 해운업계의 기반을 뒤흔들고 있다. 최신 선박들은 건조 비용도 높고 유류비도 많이 든다. 선박 1척당 건조 비용은 약 1억 8,000만 달러(1억 5,000만 유로)이고, 속도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연료의 일일 소비량은 100~350톤에 달한다. 반면 인건비는 매우 낮은 수준으로, 고용하는 사람의 수도 적고 지불하는 비용도 많지 않다. 컨테이너선 1척에 탑승하는 선원들은 20명 남짓에 불과하고, 필리핀 선원들의 경우 탑승 선원들의 연봉을 모두 합쳐도 컨테이너선의 일주일치 연료비보다 적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선사들은 세 가지 요인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바로 속도, 규모, 선박 사용률이다. 연료비가 상승하면 우선 선박의 속도를 낮춘다. 2000년대 초에 건조된 컨테이너선 대부분은 24노드를 기준으로 설계되었지만(1노드는 1.8km/h에 해당함), 현재는 17노드나 19노드 혹은 그보다 더 느리게 운행함으로써 연료 소비량을 줄이고 있다. 그리고 감속으로 인한 손실은 주요 해로를 오가는 선박 수를 늘림으로써 보충한다.
두 번째는 규모의 경제이다. 1956년 미국인 말콤 맥린이 최초로 고안한 컨테이너선 아이디얼X는 58대의 컨테이너를 실을 수 있었다. 1985년 파나마 운하의 수문을 통과한 가장 큰 컨테이너선은 20피트 컨테이너 4,000대를 싣고 있었다. TEU(Twenty-foot Equivalent Units)는 20피트 컨테이너 1대를 뜻하는 용어로 해운업계에서 사용하는 표준 단위인데, 길이가 6m이고 부피가 39m3이다. 2013년에는 18,000TEU의 컨테이너선이 바다 위를 오갔고, 설계사들은 이제 24,000TEU급의 초대형 선박 건조를 목표로 하고 있다. 4,000TEU 선박을 14,000TEU 선박으로 교체하면 슬롯 1개당 비용이 60% 줄어든다.(2)
하지만 선주들의 입장에서는 선박의 규모가 커져도 어쨌거나 모든 컨테이너선들이 컨테이너를 가득 싣고 운행해야 이득이다. 그러다가 2009년 선주들이 바다의 리더 자리를 놓고 다투는 동안 해상 무역량이 대폭 감소하였다. 수송능력은 늘어났는데 수송량은 줄어든 셈이다. 가격과 함께 수익이 곤두박질쳤다. 이 업계에서는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경쟁이 곧 생존이다. 그러나 위기를 겪으면서 선사들은 이 원칙을 깨고 현실과의 타협에 들어갔다.
수익을 내기 위한 필수 조건, 즉 선박을 채우기 위해 선사들은 각종 협약들(선박 또는 슬롯 공유 협약)을 통해 컨테이너 수송능력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필요에 따라 서로의 컨테이너선 공간을 사거나 동일한 노선에 대해서는 공동으로 선박을 띄우면서 소석률(본선의 컨테이너 적재능력에 대한 실제 컨테이너 적재 비율-역주)을 높이는 것이다. 주요 선사들이 도입한 연합전략이 바로 세 번째 요인과 관련이 있다.(3) 머스크, MSC, CMA-CGM은 동맹 관계를 구축할 경우 250척의 선박, 항만 시설물, 공동운영센터를 공유하게 된다. P3 네트워크로 명명된 이 연합은 아시아-유럽 해상 운송량의 47%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으며, 출범은 2014년 하반기부터 시작할 예정돼 있었다.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기에 앞서 3국 및 관련 국가들의 법적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 있었다.
3개의 주요 무역 수송로를 확보하려는 중국
미국과 유럽의 독점금지 규제기관들은 이러한 동맹 결성을 눈감아주었다. 그러나 중국은 이에 반대하였다. 중국 공산당이 경쟁법 준수를 전략적 과제로 중요시한 적은 없지만, 욕심 많은 경쟁자들을 저지하고 자국의 해운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그와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다. P3 네트워크가 무산되던 날, 중국선주협회는 “이 동맹이 허용될 경우 유럽의 3개 선사들이 세계 무역 통로를 점령하게 될 것”이라고 비난하였다.(4)
중국 지도자들이 육로와 항로 모두에 대해 ‘새로운 실크로드’를 확립할 야심을 공개적으로 내비친 만큼, 중국 정부는 현재 자국 선주들을 보호하고 있다. 무역 수송로를 확보하고 수송량을 조정하는 것은 모든 국가들의 전략적인 목표이다. 이탈리아‧중국‧아랍‧스페인‧포르투갈‧ 지중해 연안 국가들‧독일‧영국‧미국은 경제적인 이유뿐만 아니라 전략적인 이유로 해상로 통제에 엄청난 금액을 쏟아 붓고 있다. 이에 21세기의 중국은 2단계 계획을 세웠다. 첫 번째는, 이웃 국가들과 해상 영토 분쟁이 일어나고 있는 방대한 해역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이다. 전 세계 무역량의 40%가 이 분쟁 해역을 통과한다. 두 번째는, 3개의 주요 무역 통로에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각종 외교적‧경제적 조약들을 체결하는 것이다. 1개는 인도양을 거쳐 지중해까지 이어지는 항로이고, 나머지 2개는 중앙아시아의 스텝 지역을 통과하는 철도, 즉 육로이다. 이 3개 수송로는 지정학적 마케팅에 따라 ‘신 실크로드’로 불리는데, 시진핑 주석은 2013년 가을부터 계속해서 이 ‘신 실크로드’를 홍보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주도하는 FTA를 반박하는 것이기도 하다.(5)
명칭이 주는 로맨틱한 이미지와는 달리, ‘21세기 해상 실크로드’는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항로에 위치한 나라들, 즉 대만‧싱가포르‧캄보디아‧미얀마‧파키스탄‧방글라데시‧스리랑카‧지부티‧그리스에서 각종 항만 사업권을 취득하고 관련 터미널에 투자를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여기에 현재 공사 중인 탄자니아와 케냐의 항구 2곳과 수단의 석유 터미널이 추가된다. 그러나 서양 강대국들의 해상 네트워크에 비교하면 이는 아무것도 아닌 수준이다.
미국의 신고전주의 전략가들은 이러한 중국의 야심에 대해, 동중국해를 장악하고 인도 주위를 포위하려는 ‘진주목걸이 전략’이라고 표현하였다. 사실 이 항만 시설들의 건설은 두 가지 목표를 위해 시작됐다. 우선 브루나이‧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베트남‧캄보디아 등 현재 중국과 영유권 분쟁이 진행 중인 이웃 국가들에게 대규모의 공동 프로젝트를 제안함으로써 긴장 상황을 완화하는 것이다. ASEAN 회원국들을 공식 방문했을 때 시진핑 주석은 ‘실크로드’를 마치 지역통합을 위한 작업인 것처럼 포장하였다. 그리고 두 번째는 조금 더 일반적인 목표로, 에너지 및 상품 수송 노선을 확보하는 것이다.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중국은 독자적인 해상로와 항만 시설을 이용해 중동과 아프리카의 광물 자원과 석유를 인도양을 통해 중국해로 직접 공급받을 수 있게 된다.
그리스, 중국 조선소의 최대 고객
중국은 이 알짜배기 노선에 중국 국적의 선박들이 마음 놓고 통행하는 것을 보고 싶어 한다. 사실, 전 세계의 컨테이너항 10개 중 7개가 위치해 있는 이 노선을 통해 전 세계 컨테이너 무역량의 1/3 이상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중국은 상선대(여러 척의 상선으로 묶인 대열-역주)도 보유하고 있고 세계 일류 수준의 조선소와 막강한 자금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6) 그럼에도 중국 선주들은 유럽의 경쟁사들을 두려워한다. 중국 측의 이러한 우려는 유럽 선사들의 P3 네트워크 결성에 대해 중국 상무부장관이 내놓은 보고서에서도 드러난다. 이 연합이 업계에서 독점력을 행사할 경우 “다른 경쟁사들은 발전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고 계속해서 불리한 입장에만 놓이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중국 정부의 비판에 중국의 2대 선주, 즉 각각 세계 5위와 7위에 올라 있는 차이나 코스코 홀딩스와 차이나 시핑 컨테이너 라인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몇 년 사이 급부상한 국영 재벌그룹인 코스코는 2012-2013년에 320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하였다. “만일 P3가 코스코의 시장 점유율을 가져가도록 그대로 놔두었다면 코스코는 아마 생존하지 못했을 것이다.”(7) 중국선주협회의 대표 카이 지아시앙은 말한다.
출범도 하기 전에 무산된 P3 네트워크는 중국의 승인 거부 결정에 발 빠르게 대응하였다. 7월, 머스크와 CSM은 아시아-유럽 항로의 35%을 장악할 수 있는 2M 결성을 발표하였다. 그리고 이 파트너십에서 제외된 CMA-CGM은 9월에 유나이티드 아랍 시핑 컴퍼니, 차이나 시핑 컨테이너 라인스와 오션를 결성하였다.
P3 네트워크의 승인을 거부하고 48시간이 지난 후, 중국의 리커창 총리는 그리스의 피레우스 항구를 방문하였다.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코스코 그룹은 2008년 말에 피레우스의 컨테이너 터미널 3곳 중 2곳의 사업권을 따냈고 나머지 1곳에 대해서도 구매 의사를 밝혔다. 경쟁 윤리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시진핑 주석은 중국 조선소에 대한 대규모의 간접적 지원 계획을 발표하였다. <저널 오브 커머스>에 따르면, “중국 은행들은 그리스 선주들이 컨테이너선과 화물선을 구입할 수 있도록 260만 달러 이상의 대출을 이미 승인하였고, 50억 달러의 추가 대출이 현재 논의 중이다. 그리스 선주들은 2013년에 140척의 선박을 발주하면서 중국 조선소의 최대 고객이 되었다.”(8) 상하이에서 피레우스까지의 항로는 여전히 전 세계 물류 이동의 통로로 이용되고 있다. 다만, 비단과 향신료를 섬유와 전자제품이, 위풍당당한 발걸음의 낙타를 컨테이너선이 대체했다는 점만 다를 뿐이다.
글·피에르 랭베르 Pierre Rimbert
미디어비평행동단체인 Acrimed에서도 활동 중이며, 대안 언론지인 <르플랑 베>를 발행하고 있다.
번역·김소연 dec2323@gmail.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1) 상무부(Mofcom), 보고서 n.46, 2014년 6월 17일, Joc.com에 번역됨
(2) 빌 몽젤루조, ‘강력한 인프라가 거대 선박들을 태평양 해안 항구들로 이끈다,’ <저널 오브 커머스>, 2014년 7월 7일.
(3) G6 얼라이언스에는 APL, Hapag-Lloyd, Hyandai Merchant Marine, MOL, NYK Line, OOCL이 포함된다. CKYHE 얼라이언스에는 Cosco, K Line, Yang Ming, Hanjin Shipping, 그리고 2014년 가입한 Evergreen Line이 포함된다.
(4) 코스타스 파리스 & 클레멘스 봄스도르프, ‘중국이 유럽선사들의 연합을 무산시키다,’ <월스트리트저널> 2014년 6월 18일.
(5) 마르틴 뷜라르, '미국의 '자유 무역' vs 중국의 '실크로드'',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4년 11월호.
(6) 인용 : 폴 투레, '중국의 해상 운송, 그 역량과 한계는?', <Isemar n.160 종합 보고서>, Nantes, 2013년 12월
(7) 인용 : 톰 미첼, '중국의 해운동맹 결성 거부의 주요 원인이 된 국내 요인들', <파이낸셜 타임스>, 런던, 2014년 6월 19일
(8) 브루스 바나드, ‘중국, 유럽의 항로 확보 노력을 자극하다,’ <저널 오브 커머스 온라인>(www.joc.com), 2014년 6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