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곰은 어떻게 ‘지정학적 동물’이 되었나?
2015-10-06 파리드 벤함무, 레미 마리옹
지구 온난화 위협 속에서 개체 수가 현저하게 줄어든 북극곰은 생물 다양성 위기의 상징이 되었다. 그러나 북극곰 사냥을 생존수단으로 삼는 북극 원주민들의 삶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으며, 심지어는 이 북극곰 사냥을 문화 유산보존행위로 인정하는 국가들도 있다. 극지방 강대국과 NGO들이 환경보호를 주장하지만, 정작 극지방 동물의 멸종위기를 앞당긴 주범은 그들의 탐욕과 반칙이다. 북극 원주민들의 역할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환경단체들이 이러한 측면을 인식할 리 만무하다.
2010년 4월, 당시 러시아 총리였던 블라디미르 푸틴은 북극해에 위치한 프란츠요제프제도에서 과학자들이 마취시킨 북극곰과 사진을 찍었다. 북극곰 보호를 호소하는 푸틴의 생태·환경 담론 속에는 몇몇 불순한 동기들이 깔려있다. 유엔은 파리 기후변화회의(COP21)를 8개월 앞둔 시점인 지난 3월, 북극해를 덮고 있는 얼음의 면적이 이례적으로 감소할 것이며, 2100년 아니 2050년이면 북극해에서 얼음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고 발표했다. 이누이트족이 신성시하면서도 사냥감으로 삼는 나누크(Nanouk), 즉 북극곰의 주식은 바다표범이므로 빙판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빙판과 함께 위험해 처한 북극곰은 기후온난화 반대 투쟁의 기치가 되었다. 일례로 그린피스(Greenpeace) 활동가들은 기후온난화 반대 캠페인을 할 때, 종종 북극곰으로 변장한다. 2만~2만 5천 마리로 추산되는 북극곰들은, 먹이 사슬의 최상위인 그들에게 집중적으로 가해지는 사냥, 밀렵, 오염물질 등의 위험에 처해있다.
하지만 북극곰을 보호하겠다며 난립한 단체들의 속셈은 각양각색이다. 미국, 캐나다, 노르웨이, 덴마크(자치를 선언한 그린란드를 통해), 러시아 등의 극지방 국가들을 비롯해, 북극과 이웃한 국가들과 기업들, 먼 나라 중국과 유럽연합(EU), NGO와 원주민 공동체들 모두 제 나름의 꿍꿍이가 있다. 따라서 북극곰은 다양한 갈등 및 긴장의 요소가 되고 있는데, 물론 이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강대국들의 탐욕,
북극동물 멸종위기 불러
북극곰의 가장 큰 수컷은 키가 2~3m, 체중 600kg에 달한다. 체격만 봐도 짐작할 수 있듯, 힘의 상징인 이 포식자는 광활한 빙판의 최고 통치자다. 초기 북극곰 탐험대는 북극곰을 ‘북극의 저승사자’로 여겼다. 14세기와 15세기에 스칸디나비아와 러시아 사냥꾼들은 북극곰을 집중 사냥했다. 이어 17세기엔 네덜란드인과 덴마크인, 그리고 영국인이 북극곰 사냥에 나섰다. 이들은 당시 모피를 얻을 수 있는 바다표범을 비롯해 고래, 대구 등 풍부한 미래 자원을 보유한 북극에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무력충돌을 벌였다. 특히 그린란드 동쪽 스발바르 군도에서 무력 충돌이 잦았다. 20세기 초반, 노르웨이가 이 군도에서 광산개발에 나서며 북극곰이 대량학살 당했다. 야생동물 중에서도 ‘한물간 영주’ 격인 북극곰은 이미 혹독한 대가를 치른 셈이다.
냉전시대 군인들, 재미로 북극곰 마구 잡아
1950년대부터 북극은 냉전의 축이 된다. 미국은 북태평양 한복판에 위치한 알류샨 열도에서 아이슬란드와 알래스카를 거쳐 캐나다 북부와 그린란드를 잇는 원거리 조기 경보망(DEW)을 설치한다. 이는 미국과 러시아 간 최단 경로를 통한 소련의 미사일과 폭격기 공격을 감지하고, 적군을 감시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후 북극에 군사기지들이 들어섰다. 특히 캐나다 매니토바에 있는 처칠기지는 가장 중요한 군사기지 중 하나였다. 북극곰의 이동경로에 위치한 이 도시는 현재 관광지로 바뀌었다. 냉전당시 북극은 비교적 조용했다. 소일거리를 찾던 미국과 캐나다 장병들은 자신들의 막사 주변에서 북극곰을 마구잡이로 사냥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우울한 일상을 미화하기 위해 곰 가죽을 기념물처럼 챙겼다. 이 같은 마구잡이식 사냥은 캐나다 누나부트에 위치한 리졸루트(Resolute)기지와 그린란드에 있는 툴레(Thulé)기지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이누이트족의 밀집거주 지역에서는 북극곰이 큰 타격을 입은 반면, 분산거주지역에서는 북극곰 피해가 거의 없었다.
북극을 위협하는 것은 대량학살 뿐만이 아니다. 각종 오염물질이 청정지역으로 소문난 북극을 더럽혀왔다. 소련은 노바야제믈랴 제도에서 핵실험을 수행하며 방사성 폐기물과 원자로를 카라 해와 바렌츠 해에 저장하고 있다. 소련 외에도, 캐나다 또한 북극곰 서식지인 그랜드 호수 주변 우라늄 광산 근처에 방사성 폐기물을 버리고 있다. 한편 미국은 그린란드와 알레스카에서 운영하는 2개의 원자력 발전소 현장에 액체 방사성 폐기물을 방치함으로써 현지 하천과 주민들을 오염시키고 있다. 또한, 1990년대 대부분 폐쇄되었던 군사기지에서 기름이 유출되어 그 주변을 오염시키고 있다.
강대국의 핵실험과 오염물질, 북극 위협
그러나 북극곰은 동서 간 국경을 아우르며 국제 협력의 기회를 제공한다. 1965년, 북극에서 연구를 수행하던 생물학자들은 북극곰의 개체수가 감소하자, 냉전중임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소련은 1956년부터 북극곰 보호에 나서고, 미국은 냉전과 무관하게 국제협력의 발판을 마련했다. 1968년엔, 국제자연보존연합(UICN) 산하에 북극곰 보호를 위한 북극곰 전문가 그룹(PBSG)이 창설되었다. 이 그룹은 극지방 각국을 초대하고, 국가별 접촉을 통해 북극곰 보호에 대한 지지를 얻어낸다. 북극곰이 서식하는 국가들을 같은 목적으로 규합하려는 이 시도는 향후 탄생하는 ‘북극이사회’의 단초가 된다. 이 단체의 5개국(미국, 캐나다, 노르웨이, 덴마크, 러시아) 대표는 여러 차례 만나 프로젝트를 교환한 후, 1973년 11월 오슬로에서 가진 모임에서 북극곰 보호 협정을 체결한다. 이는 동서 양진영이 몇 개월 전부터 공조를 도모하기 위해 서로 협상을 벌였기에 가능했다. 이러한 노력은 결국 1975년 헬싱키 협정을 이끌어내며 냉전의 기류를 약화시킨다.
1996년 창설된 북극이사회는 극지방 국가들과 원주민 공동체의 대표들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는 북극에서 멀리 떨어진 국가들도 '옵서버(Observer)' 자격으로 이사회에 참여한다. 북극이사회는 환경과 교통안전을 비롯한 북극의 전반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으며, 비공식인 접촉을 통해 다양한 갈등을 해소하는 역할을 겸하고 있다.
1990년에서 2000년 사이, 북극은 전략적 요충지로서의 지위를 잃어갔다. 하지만 이후 동서 간 분쟁이 격렬할 때 북극은 다시 전략적 요충지가 됐다. 물론 주권, 영토분할, 자원개발 등의 현실적인 문제(1)가 있긴 하지만, 이들은 마찰보다는 공조와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러시아, 덴마크, 노르웨이, 캐나다 등의 국가들은 자신들의 분쟁을 국제법에 의존해 해결하고 있다. 여기서 국제법이라 함은, 1982년 자메이카 몬테고 베이에서 체결한 유엔 해양법 협약을 필두로 한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러시아는 지난 8월 4일 대륙붕 규정에 의거해 유엔에 120만㎢의 ‘배타적 경제 수역’을 요구했다. 노르웨이의 경우 2009년에 이미 이와 유사한 논지로 러시아의 면적에 상응하는 ‘배타적 경제 수역’을 획득했다.
광물자원에 대한 개발요구를, 북극의 패권을 장악하려는 의도로 보지는 않는다. 여기서 지리학자 프레데릭 라세르의 말(2)을 빌자면, “광물자원의 개발 문제는 시간과의 싸움이지 이웃 국가 간 싸움이 아니기 때문이다.” 북극의 석유는 다른 천연자원들 즉 가스, 아연, 니켈, 구리, 금, 다이아몬드, 우라늄 등에 비해 덜 중요시 된다. 2013년 북극이사회 옵서버 자격을 취득한 중국, 일본, 싱가포르를 거울삼아, 비(非)극지방 국가들도 북극과 북극의 자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누이트 생존권이냐, 야생동물 보호냐
북극 진출을 관망하는 석유회사들은 미국의 눈치를 보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미 2010년 영국 최대 석유회사(BP)의 멕시코 만 석유유출 사건으로 충격받은 바 있다. 따라서 만일 북극에서 석유 유출사건이 발생할 경우, 북극 생태계의 속성상 복원이 극히 더디기 때문에, 석유회사들은 미국 정부가 자신들을 엄중 감시하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북극 항로의 위치가 반증하듯,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극지방 국가 간에 다툼은 존재한다. 최첨단 원자력 쇄빙선덕분에 북극의 위험한 바다를 가장 잘 운항하는 러시아는 동쪽 항로를, 캐나다는 얼음이 점점 녹고 있는 서쪽 항로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을 필두로 다른 여러 국가들은 러시아와 캐나다가 점유한 지역이 국제 수역임을 들어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지정학적 긴장의 실타래 속에서, 북극곰은 최고의 이슈로 자리 잡았다. 일명 워싱턴 협약으로도 불리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과 야생식물에 대한 국제무역 협약(CITES)은 정기적으로 법안을 점검해 보호종 관련 무역을 결정한다. 현재 북극곰은 강력 보호가 필요한 동·식물 리스트인 ‘부록2장’에 올라있다. 오래전부터 북극곰 사냥에 대한 할당제를 받아온 캐나다의 이누이트족을 비롯해, 특정 공동체만이 북극곰과 그로부터 파생되는 상품을 거래할 수 있다. 하지만 북극곰 보호에 서명한 미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많은 NGO들과 동물복지 국제기금(IFAW) 등은 북극곰을 ‘부록1’에 등재해 절대 보호동물로 지정하고, 관련무역도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이 종이 멸종위기에 처해 있으며, 이 동물에 대한 합법적인 사냥이 가짜 사냥허가증을 양산해 밀렵을 부추긴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에 대해 캐나다는 “세계 북극곰 중 60% 이상이 캐나다에 서식하고 있으며, 북극곰의 개체 수는 안정적이거나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며 반박하고 있다.
북극곰 사냥할당량을 악용하는 이누이트족
아울러 오타와 정부는 자치주인 누나부트의 이익을 옹호하고 나섰다. 이 원주민 공동체는 실제로 북극곰과 고래와 같은 보호종에 대한 사냥권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1970년대 말에 시작된 바다표범 사냥 반대 캠페인에 이어, 2009년에 유럽연합(EU)이 바다표범 관련 상품 수입을 금지함으로써 이들의 수입도 급격히 감소했다. 1980년대 말부터 오타와 정부는 이들의 손실을 보상하기 위해, 이누이트족을 꼬드겨 이들이 지닌 북극곰 사냥 할당량 중 일부를 스포츠 사냥권으로 전환해 부유한 유럽인이나 미국인에게 판매하게끔 부추기고 있다. 역설적인 것은, 그린피스 등의 환경보호단체들과 세계야생동물기금(WWF) 등이 CITES의 부록2에 등재된 북극곰의 현재 지위 고수를 지지한다는 것이다. 결국 스포츠 사냥이란 명분하에 북극곰 사냥을 인정한 셈이다. 이들은 스포츠 사냥에 대한 전면 금지는 밀렵만 부추기고, 현재도 가난한 이누이트족을 더 궁핍하게 만든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린피스 등 NGO들의 북극곰 스포츠 사냥 인정
캐나다 정부가 북극곰 사냥을 지지하는 데는 지정학적 배려도 한몫하고 있다. 캐나다 연방 정부는 이누이트족과의 좋은 관계유지가 절실하다. 이들은 오래전부터 북극에 거주하며 실제 국경선 역할을 하고 있으며, 캐나다 정부는 과거 이들을 강제 이주시켰던 것에 대한 사과를 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1953년, 캐나다 정부는 미국과 소련의 북극 영토 주장에 래브라도 출신 이누이트족 11가구를 북쪽 끝으로 이주시켜 그라이즈 피오르와 레졸루트 공동체를 형성했다. 이들 공동체는 이누이트어로 각각 오이위투크(Aujuittuq, 절대 녹지 않는 곳)와 코수위투크(Qausuittuq, 새벽이 없는 곳)라 불린다. 2008년, 캐나다 정부는 공식사과와 함께 생존자들과 이들 가족에게 1천만 달러의 피해 보상금을 지불했다.
이 지역에 정착했던 두 공동체는 생존을 위해 혹독한 기후조건과 제한적인 자원에 적응해야만 했다. 그에 따라 북극곰 사냥 전문가가 된 것이다. 그들은 1999년부터 자치주가 된 이누이트족의 거주지역인 누나부트와 노스웨스트 주 간 경계 구역을 만들고, 그곳에 사냥 구역을 설치했다. 이 지역에서 석유와 광산이 발견될 공산도 있어, 이 지역의 각 공동체는 잠재적 이익 수호에 나섰다.
북극의 새로운 지정학적 문제 속에서, 오타와는 여전히 이누이트족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2007년부터, 캐나다 육군은 매년 여름 ‘나누크 작전'을 펼치며 북극에서의 주권을 공고히 하고 있다. 이 작전 동안, 캐나다 레인저스 및 이누이트와 미국 자원병들은 극한의 조건을 자랑하는 북극을 순찰한다. 따라서 캐나다 정부가 이누이트족, 특히 이들의 북극곰 사냥을 옹호하는 것은 지형학적인 전략 측면에서 보면 일종의 거래인 셈이다.
동물과 환경 보호 문제는 극지방 국가들과 유럽연합(EU) 간 불화를 일으켰다. 2013년 5월 유럽연합(EU)이 옵서버 자격으로 북극이사회에 참가하려 하자, 캐나다는 유럽연합(EU)에 바다표범에서 파생된 상품 수입에 대한 분쟁 해결을 요구하며 참가를 막았다. 같은 해,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연합(EU)은 이러한 사태를 의식하고, 미국과 러시아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북극이사회의 북극곰 ‘CITES 부록1’ 등재 찬반 투표에 불참한다.
오바마의 실효성 없는 북극곰 보호 조치
북극곰에 대한 완전보호에 대해, 왜 이런 마찰이 발생하는 것일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기후변화에 대한 최근 발표에도 불구하고, 초기에 그가 야심차게 시작한 것들이 실효를 거두지 못한 듯하다. 만일 강력한 환경보호단체들이 즐비한 미국이 북극곰을 ‘CITES 부록1’에 등재시켰다면, 오바마 정부는 강한 홍보효과를 거뒀을 것이다. 반면, 이 같은 조치는 북극의 서쪽 항로를 장악하고 있는 캐나다의 입지를 약화시키고, 동쪽 항로를 장악하고 있는 러시아를 오타와와 직접적인 경쟁구도에 직면하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북극곰을 실질적으로 위협하는 가장 큰 요소는 기후변화로 녹아 없어지는 빙판과 오염물질이다. 이 두 현상의 최대 책임자는 미국과 러시아다. 따라서 이 두 나라 입장에서 보면, 북극곰을 ‘CITES 부록1’에 등재시키지 않고, 이 종을 완전보호하자고 외치는 편이 훨씬 좋은 것이다.
캐나다, 문화유산 보존을 위해 북극곰 사냥 허용
한편, 사냥은 현재 북극곰의 멸종 위협 요인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캐나다와 그린란드는 북극곰 사냥을 문화유산 보존차원에서 허락하고 있다. 캐나다 당국은 개썰매를 이용한 북극곰 사냥만을 허용하고 있다. 만약 이런 이누이트 문화가 사라진다면, 이미 자신들의 고향을 등지고 있는 이누이트 족의 이탈만 심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환경운동가들은 경악하겠지만, 캐나다에 서식하는 약 1만 5천 마리 북극곰 중 400~600마리를 사냥할 수 있는 ‘북극곰 사냥 할당권’이 합리적인 수치처럼 소개되며 부유한 서양인들에게 팔리고 있다. 북극곰 사냥에 대해서는, 캐나다 당국과 UICN의 북극곰 전문가들 간 의견이 엇갈리긴 하지만, 후자 역시 북극곰의 멸종을 부르는 주요 위협요소가 ‘사냥’은 아니라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
국제북극곰협회(PBI)의 스티븐 앰스트럽과 같은 일부 과학자들은 북극곰을 구하기 위한 조치로, 북극곰 유전자를 더 많이 채취하고, 동물원을 유전자은행으로 활용하자는 황당한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한다.(3) 사실, 많은 동물원들은 북극곰을 재정적 수익성이 있는 상품으로 둔갑시켰다. PBI 또한 미국 NGO이긴 하나, 사업가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어 상업주의에서 자유로운 기관은 아니다. 앰스트럽의 이 같은 발언은 북극곰을 북극과 분리시켜 공터에 키우면 보호된다는 말과 다름없다. 즉 심각한 중·장기적인 문제가 발생해도, 북극곰이 놀라운 적응력을 보일 것이라는 가정 하의 이야기다. 그러나 북극곰 19종의 상황은 동일하지 않다. 개체 수가 감소하고 있는 종도 있지만, 개체 수가 안정적이거나 오히려 소폭 증가하고 있는 종도 많다.
그래서 앰스트럽과 같이, 북극곰 개체 수에 대한 지극히 단기적인 전망을 내놓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현지 공동체와 NGO, 기업과 국가들은 북극곰을 지정학적인 목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북극곰에는 북극 지역의 향후 사용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극곰 문제는 난항에 처한 채 표류 중이며, 인류의 문제도 한층 악화되고 있다.
글·파리드 벤함무 Farid Benhammou & 레미 마리옹 Rémy Marion
파리드 벤함무는 환경지리학 박사로서 환경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고, 레미 마리옹은 극 야생동물에 대한 사진 및 다큐멘터리 작가로 활동 중이다. 이들은 공저 <북극곰의 지정학(Géopolitique de l’ours polaire)>(éditions Hesse)의 출간을 준비 중이다.
번역·조은섭 chosub@hanmail.net
파리 7대학 언어학박사.
알리앙스 프랑세즈에서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독해 등을 가르치고 있다.
(1) Gilles Lapouge, ‘북극에 대한 매력(Fascination pour les pôles)’, Dominique Kopp, ‘빙판위의 냉전 발발(Début de guerre froide sur la banquise)’,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0년 12월과 2007년 9월호 참고.
(2) Frédéric Lasserre, ‘북극 해상 경계선에 해상법을 적용할 수 있을까?(Frontières maritimes dans l’Arctique : le droit de la mer est-il un cadre applicable?)’, CERISCOPE Frontières, 2011, http://ceriscope.sciences-po.fr
(3) Cf. Mika Mered, Rémy Marion, Farid Benhammou et Tarik Chekchak, ‘북극곰이 더 이상 동물원의 젖소가 되지 않기 위해서(Pour que l’ours polaire ne soit plus la vache à lait des zoos)‘, Les blogs du Huffington Post, 2005년 6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