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피크타이머 제도 '불법 운영' 논란

타인 명의로 근무, 한 달에 20일 이상 근무…

2016-01-21     선초롱 기자
우리은행이 경력단절여성을 위해 시행하고 있는 일명 ‘피크타이머’ 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기본 취지와 달리 타인의 명의로 계약을 연장하는 등 불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우리은행 본사는 실태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은행에서 가장 바쁜 시간대는 업무가 시작되는 오전 9시, 직장인들이 몰리는 점심시간 12시 등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은행권에서는 고객이 몰리는 시간에만 근무한다는 ‘피크타이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우리은행은 경력이 단절됐던 여성들을 돕는다는 취지로 ‘계약직(경력직) 창구 텔러’를 모집해 운영하고 있는 중이다. 은행권에서 최소 1년 이상 근무한 경험이 있는 여성을 대상으로 계약직의 고용형태로 운영되며, 계약기간은 6개월로 갱신이 불가능하고 월평균 10일 정도를 근무하게 된다. 모집공고문을 보면 주된 업무는 간단한 입출금, 제신고, 공과금 업무 등의 창구업무이고 급여 수준은 시급 6700원 정도에 하루 4시간 근무 이상이다.

하지만 이 같은 내부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은행의 일부 영업점에서는 타인의 신분증을 통해 근무를 연장시키거나 한 달에 20일씩 근무토록 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업점의 간부급 인사 등이 자신의 지인 등 타인의 신분증을 제공하고 그 이름으로 업무처리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불법 운영과 관련된 경험담은 금융비정규직카페 등의 인터넷 게시판에 상당수 올라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시판에는 “피크타이머는 일반 계약직과도 달라 4대 보험에도 가입되지 않고 경조사비에서도 제외된다”, “6개월 단위 계약인데 6개월 후에는 다른 사람 이름으로 근무를 더 해달라고 지점에서 요구한다”, “하는 일에 비해 급여는 아르바이트 수준이다” 등의 글이 게재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은행 본점은 전혀 모르는 얘기라는 입장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타인의 신분증으로 피크타이머 근무를 연장하거나 한 달에 20일 이상 근무를 한다는 것은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았다”며 “전국에 산재한 1000여개의 영업점에서 발생하는 일들을 하나하나까지 다 파악하기란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논란과 관련해 자체적인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구체적인 조사 진행에 대해서는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