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역사상 최고 군대’의 잇따른 실패
2016-02-29 톰 엥겔하트
내가 미국에 대해서 터득하게 된 법칙이 하나 있다. 계속 반복해서 말하는 사항이 있다면, 아마도 그 사항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따라서, 나는 미국이 얼마나 “특출하고,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인지에 대해 들을 때마다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과거 국민들이 미국에 대해, 정말 그렇게 생각하던 시절을 기억하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그런 표현이 방어적으로 들린다. 왜냐하면, 정작 그 시절에는 그 어떤 현직 대통령이나 대선 후보, 정치인들도 그 ‘당연한 사실’을 굳이 언급할 필요를 못 느꼈기 때문이다.
그 표현은 마치 미국이 전혀 특출하지 않고, 없어도 되는 존재이며, (어떤 정치인(1)의 기준으로 가장 위대한 시절에 대한 가치를 매기자면) “가장 위대한 국가가 아니다”라는 속삭임을 들려주는 듯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수년간 그래왔듯이) 워싱턴에서 자주 인용되는 흔한 문구, 미군은 “세계 역사상 가장 훌륭한 군대”라는 표현을 생각해보라. 음, 그런데 그게 사실이라면, 도대체 왜 14년이나 되도록 그 망할 전쟁을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하는 것인가?
가정법을 바탕으로 한 역사수업에 반감이 없다는 전제 하에 이야기하자면, 상황이 다르게 전개됐을지 모른다. 우리의 지도자들은 “가장 훌륭한 군대”라는 표현을 무한반복하지 않아도 실제 그렇게 믿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국 9.11 사태 이후 한 달 만에 부시 행정부는 CIA, 특수부대 자문단 및 미 공군에게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과 오사마 빈 라덴 추종자들을 공격할 권한을 부여했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부시 행정부가 “테러와의 글로벌 전쟁”이라고 과장해 (불길하게) 묘사한 그 전쟁의 초반은, 파괴력 하나는 눈부시게 인상적이었다.
미군과 그 아프간 대리 군대들이 얼마나 끔찍했는지는 저널리스트 아난드 고팔의 저서 <살아있는 자 중에서 좋은 사람은 없다>(2)에서 잘 다뤄져 있는데, 대 테러 전쟁이 얼마나 빨리 절망적으로, 그리고 끔찍하게 엉망이 됐는지 가장 잘 기술한 책이다. 이 책에서는 고팔이 함께 지냈던 아프간인 중에서, 그가 지닌 채찍 때문에 ‘물라 케이블(Mullah Cable)’이라는 별명을 가진 탈레반 군 사령관이 등장한다. 그는 미군의 공습이 얼마나 과감했는지 흥미진진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때까지는 아프간 내전으로 불렸던 전쟁에서의 전투경험을 상기하며, 미군 폭탄의 위력을 처음 목격했던 경험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그는 분지로 차를 몰아 모퉁이를 돌아선 후 차에서 내렸다. 오 신이시여, 그는 생각했다. 그곳에는 머리 없는 몸통과 몸통 없는 팔들, 타버린 머리가죽과 벗겨진 피부껍질 조각들이 뒹굴고 있었다. 낭자한 피로 바위들이 붉게 물들어 있었고 모래는 황토 빛을 띠고 있었다. 석탄처럼 그을려 녹아내린 강철과 플라스틱 덩어리들이, 동료들이 탄 차량의 잔해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는 눈을 감고 평정을 유지하려 했다. 지난 5년 간 싸우며 죽음을 목격해왔지만, 단 몇 초 만에 사람의 목숨이 그토록 허무하게, 그토록 철저히, 그렇게 무자비하게 사려지는 것은 본 적이 없었다.”
“그 다음 날, 그는 병사들에게 말했다. 집으로 돌아가라. 여기서 멀리 떨어져 지내라. 그리고 서로 연락하지 마라···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물라 케이블 자신도 그곳을 떠나 아프간 수도 카불로 향했다. 만약 목숨을 부지할 수 있게 된다면 영원히 정치에서 손을 떼겠노라 그 스스로 다짐했다.”
그는 전형적인 케이스였다. 고팔이 저술한 것과 같이, 탈레반은 지구 최후의 초강대국과 전쟁하는 중압감에 못 이기고 무너졌다. 보병들은 무기를 내려놓고, 물라 케이블처럼 집으로 뿔뿔이 달아났다. 지도자들은 항복하기 시작했다. 아프간 방식으로 그들의 고향으로 돌아가 화해하고, 충성심을 정리하고 더 나은 시대를 맞이할 준비가 돼 있었다. 즉, 몇 달 안에 모든 게 끝났어야 했고, 끝났을 것이며, 끝날 수 있었다. 오사마 빈 라덴과 그의 알 카에다 전사들을 토라 보라(Tora Bora) 산악지역 어디엔가 옴짝달싹 못하게 가둬뒀다고 미군과 그 아프간 대리 군대들이 믿었던 것을 아마 기억할 것이다. 만약 그 당시에 미국이 모든 자원을 빈 라덴에 집중했다면, 빈 라덴이 일찌감치 미국에 잡혔거나 사망했을 것이다. 미군은 승리해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었을 것이고, 빈 라덴과 함께 탈레반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을 것이다. 상황이 거기서 멈추었다면, 참으로 대단한 승전담이 전해져 내려왔을 것이다.
그러나 지나버린 이야기를 한들 무엇을 어쩌겠는가.
그러나 상황은 계속 악화됐다
물론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부시 행정부 멘토들처럼, 아프가니스탄에 도착한 미군들은 테러와의 글로벌 전투에서 영원히 싸우고 싶다는 마음이 확고했다. 따라서 고팔의 기술에 따르면, 미군은 기본적으로 탈레반이 항복하도록 놔두지 않았다. 탈레반 지도자들과 전사들을 물고 늘어져 그들이 다시 총을 들고, 다른 표현을 쓰자면 일터로 복귀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대승리와 관타나모의 시절이었고, 모두 그렇게 생각했다. 워싱턴의 권력자들과 군 지도부들 중 그 누가 진정한 글로벌 승리가 눈앞에 놓여있다고 믿지 않았겠는가? 그렇게 훌륭한 군대로, 그렇게 믿기 힘들 정도의 파괴력을 갖추고 어떻게 승리하지 않을 수 있는가? 아프간에서는 미군의 아프간 군벌 동맹들이 ‘테러리스트들’을 색출해 낼 때마다 미군 대 테러 부대가 그들을 바로 표적으로 삼았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그 동일한 신흥 군벌들의 현지 적군인 것으로 드러난다 한들, 누가 신경이나 썼겠는가?
이렇게 미군이 많은 인명을 앗아감으로써, 미래의 적을 만든 것은 처음이었으나 마지막은 아니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인들은 그들이 짓밟아 놓은 바로 그 조직을 용케 살려냈고, 몇 년이 지난 지금 이 세력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우세한 군사지위를 점령하기 일보 직전이다.
미래 재앙의 밑거름을 계속 뿌리고 있는 가운데, 부시 행정부의 고위 관리들에게는 더 중요한 일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들에겐 아프가니스탄은 가망 없는 시골 벽지나 마찬가지였다. 특히 바그다드에 있는 이라크의 독재자 사담 후세인이 석유의 중심부에 있는 탓에 그를 먼저 제거하고 중동의 많은 부분을 손에 넣는 것이 중요해졌다. 오사마 빈 라덴은 어찌되든 상관없었다.
2003년 3월, 1년 반도 되지 않아 미국은 그들의 ‘가장 훌륭한 군대’에게 또 하나의 훈장이 될 이라크 침공을 개시했고, 그 결과 후세인의 군대는 곧바로 무너졌다. 그리고 불타고 약탈당한 이라크 수도는 순식간에 미군에게 점령당했다.
거기서 상황이 끝났다고 가정하면, 우리는 다른 세기가 아닌 현 세기의 위세를 자랑하는 미군에 대해 여전히 이야기할지 모른다. 그러나, 상황은 물론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부시 행정부는 미래에 중동의(그리고 아마도 심지어는 글로벌) 팍스 아메리카나를 이룩할 때 외에는 개입을 멈출 생각이 없었다. 이라크에 수비군을 영원히 주둔시키를 원했던 것이다. 미국은 이미 ‘옥시던트 익스프레스(Occident Express)’(3)의 바그다드 다음 역이 다마스쿠스나 테헤란이 될 것이며 이 지역에서 미국의 적들은 볼링 핀처럼 쓰러질 것이고, 지구의 석유 심장부가 미국의 영토가 될 것이라고 가정하고 있었다. 당시 어떤 신 보수주의자는 “모든 사람들이 바그다드로 가길 원한다. 그러나 진정한 남자는 테헤란으로 가길 원한다”고 풍자하기도 했다. 그것은 지옥 같은 꿈이었다. 여기서 ‘지옥’에 주목해야 한다. 실제로 이는 최악의 꿈임이 드러났고, 사태는 거의 13년 간 이어지면서 세계 역사상 가장 훌륭한 군대로 알려진 ‘세역가훌군(이제는 약어를 사용해야겠다)’은 다음 사항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능력이 없음을 증명했다.
* 결의에 찬 경무장 소수 반란군을 물리치는 것
* 대리 군대들이 명령을 따르도록 훈련시키는 것
* 이슬람 종파에 바탕을 둔 전쟁 또는 사상 전쟁을 벌이는 것
* 투자한 돈의 액수에 상관없이 대중동 사회의 재건을 돕는 것
* 지역 내 실패한 국가나 심하게 부패한 지도부 엘리트들을 만들지 않는 것
* 반란 세력들에 폭탄을 투하해 항복시키는 것
* 테러 조직이 붕괴될 때까지 테러 리더들을 무인비행기로 사살하는 것
* 어떤 방식으로든, 육지나 공중으로 대중동 어디든 개입해 결국 자신이 원하는 형태의 세상을 얻는 것
끝없는 추가 군대파견
아프가니스탄부터 리비아, 소말리아부터 이라크, 예멘에서 파키스탄에 이르기까지 실망과 재앙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실제로 미군이 전장에서 패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그 어디에서도 의미 있는 방식으로 진정한 승리를 거둔 적도 없었다. 실제로 어느 곳에서도 모든 종류의 군사적 행동들이 장기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세역가훌군’과 CIA(중동지역에 걸쳐 역효과를 낳은 드론 암살 작전을 벌였다)가 취한 조치가 무엇이었든, 그저 더 많은 적과 더 많은 문제를 낳는 것처럼 보였다.
종합해보자면, 그 무엇이냐, 역사상 가장 훌륭하다는 그것, 그게 미국의 테러 전쟁에 있어서 어설프고 쓸모없는 무기라는 점이 증명된 것이다. 점점 그 지도부도 이 점을 깨닫고 있는 듯하다. 드러내지는 않지만, 군 지휘관들은 분명 초조함을 느끼고 있다.
이 초조함을 직접 확인하고 싶다면, <워싱턴 포스트>지 칼럼니스트이자 영향력 있는 전문가 데이비드 이그나티우스의 글을 보면 된다. 그는 1월 중순, 대중동 지역에 주둔하는 미군을 감독하는 미 중앙사령부를 방문하고 나서, “불편한 진실: IS를 격퇴하려면 수십 년이 걸릴 것이다”라는 우울한 제목의 칼럼을 썼다. 그는 첫 문단에서 “IS와의 전쟁에 대해 군 지도자들이 개인적으로 털어놓는 우울한 경고와 공화당 및 민주당 정치인들이 청산유수처럼 토론하는 논지 간에는 소름끼치는 괴리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그나티우스는 (그가 신원을 밝힐 수 없었던) 중앙사령부 고위 정보원들과 연락하면서, 상황이 그보다 더 암울하기는 어렵다고 느꼈을 수 있다. 그러나 그의 보도가 아무리 절망적이었다고 해도, 여전히 긍정적인 견해에 속했다. 그의 정보원들은 만약 미국이 길고 험난한 군의 고된 노력, 그리고 중동지역 대리 군들의 훈련에 단지 ‘몇 개월’이 아닌 ‘한 세대’에 걸쳐 전념할 의지가 있다면, 언젠가 먼 미래의 전성기에는 성공할 것이라고 확실히 믿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14년의 시간은 전혀 다른 결론을 보여준다.
이 내용을 마음에 새긴 후, 시름에 잠긴 중앙사령부 지휘관들, 국방부 사람들, 그리고 오바마 행정부가 가까운 시일에 ‘세역가훌군’에 대해 계획하는 내용을 짚어보자. 국방부 및 오바마 행정부는 15년 간 참담한 군사적 교훈을 체득했음에도, 미군을 얼마 전부터 가장 위대하지도, 훌륭하지도 않은 군대로 변모시킨 바로 그 조치들을 그대로 시행하려는데, 별로 놀랍지도 않다. 다음은 이미 경험했기에 옛 이야기처럼 느낄 수 있는, 그러나 미래가 될 것이 확실한 내용들이다.
아프가니스탄: 부시 행정부가 아프가니스탄의 미 공군 및 특수작전 부대에게 전권을 부여하고 그 국가를 ‘해방’시킨 지 여러 해가 지난 지금, 교전지역의 지휘관으로 가장 최근 배치된 미 장성에 따르면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그 사이, 2015년에는 미군이 창설한 아프간 보안부대의 사상자 수가 “지속 불가능한” 수준에 다다랐다. 2001년 이후 현재 탈레반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영역을 장악하고 있고, IS는 국가 곳곳에 자리잡았다.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내 “전투임무” 종료를 발표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가장 최근의 대응책은 미군의 철수를 좀 더 늦추면서 특히 신규 IS 전사들에 대적할 미 공군과 특수작전 팀을 파견하는 것이다.
리비아: 거의 5년 전, 오바마 행정부는(미국의 나토 동맹국들과 함께)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를 끌어내리기 위해 강력한 공군력과 드론들을 리비아 상공으로 파견했다. 카다피의 사망과 체제 붕괴 이후 그의 무기들이 약탈당했고, 최신 무기들이 말리부터 시나이 반도에 이르기까지 테러조직들의 손에 넘겨졌다. 그 후로 리비아는 민주주의가 꽃피는 국가가 아니라, 상쟁 파벌 민병대, 이슬람 극단주의자 집단들, 그리고 빠르게 성장하는 IS 분파들이 가득한 절망적인 실패 국가로 변해버렸다. 리비아 상황이 계속 악화되자, 오바마 행정부는 추측대로 공습과 드론 공격, 그리고 아마도 IS에 대한 특수작전 기습에 중점을 둘 ‘단호한 군사 행동을 포함한 신규전략’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 오일머니가 정부 예산의 90%를 차지하는 이라크는 유가 하락으로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또 다른 예로서, IS가 국토의 상당 부분을 계속 장악중이다. 그 사이 매달 엄청난 수의 이라크 인들이 전쟁과 테러로 죽어가고, 시아파와 수니파의 대립은 더 날카로워지고 있는 듯하다. 미 공군과 육군 병력이 사담 후세인에 공격을 퍼붓고, 후세인 군대를 해체시킨 후 새로운 군대(상당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IS 전사들과 2014년, 2015년에 싸우다 무너진)를 훈련시키고, 다수의 IS 미래 지도자들을 미군 교도소로 몰아넣은 지 13년이 지났다. 미국이 전쟁을 ‘종결’하고 떠난 지 4년이 지났다. 그러나 2014년 8월 이후 미국은 이라크와 시리아에 있는 IS를 상대로 공군을 보내 다시 공격 중이다. 그리고 이라크의 신규 육군병력을 훈련시켜 IS의 수중에 남아있는 도시들을 ‘되찾도록(사실은 산산조각 내도록)’ 지원하고자 적어도 3,700명의(추정 상 4,500명에 달하는) 군인들을 이라크에 파견해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오바마 행정부는 끝이 나지 않는 일종의 작전 변경을 계획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이 계획에 따라 몇 개월 안에 ‘수백 명의 훈련교관들, 참모진들 및 특공대원들’이 이라크와 그의 이웃 시리아로 파견될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참모진들 및 기타 군인들 일부는 ‘지상군’으로 공식 간주될 것이고 이들은 “이라크 군이 IS 대원들을 격퇴시키는데 필요한 재래식 전쟁 작전들을 시작하도록” 돕는데 집중할 것이다. 결국 미 참모진들이 전투작전에 직접 참여하게 되고, 어느 시점에서 미군의 아파치 헬리콥터 조종사들이 근접 비행하며 도심지역에서 싸우는 이라크 군대를 위한 지원임무를 수행하는 것도 가능한 시나리오다(그런데 이 모든 것은 묘하게도 낯설지 않다).
시리아: 시리아에 대해 이 점은 인정해주자. 시리아는 ‘세역가훌군’이 지난 14년 간 관여한 곳이 아니다. 따라서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은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S에 대한 미국의 마구잡이 공습(그 결과는 미국의 야심에 참담한 충격은 주었으나 무너뜨리지는 않았다), 미국 방식의 대리 군대를 훈련시키려는 참담한 시도들, 특수작전 부대의 현장 파견 등의 시리아 상황을 보면, 기시감을 지우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아프가니스탄에서 리비아에 이르기까지, ‘세역가훌군’은 승리를 비롯한 가치 있는 결과를 내지 못하는 것으로 다년간 증명됐다. 이 모든 증명된 사항들이 또 다시 아프가니스탄에서 리비아까지 재현될 것이다. 무엇보다 “군사행동이 우선”이라는 과거의 접근방식은 이 광활한 지역에 걸쳐 테러조직들, 대혼돈, 그리고 실패국가들만 확산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노력, 그 중심에는 폭격과 드론 공격의 효과에 대한 종교에 가까운 믿음이 계속 자리할 것이다. 이런 방법이 과연 이번에는 효과가 있을까? 나는 기대도 되지 않는다.
선언하라. 그리고 귀환하라.
베트남 전쟁이 늘어지자, 조지 에이컨 전 버몬트 주 공화당 상원의원이 미국이 승리를 선언하고 본국으로 돌아올 것을 제안했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져 내려온다. (실제로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리처드 닉슨과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 그리고 그들의 참모 헨리 키신저가 종국에는 그와 비슷한 일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당시 오늘날 IS에 대한 공포 못지않은 미신적 두려움이 있었는데, “베트남 공산당이 승리하면 도미노들이 무너져내려, 제 3세계에서 공산주의가 활개치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거나 미국을 위험에 빠뜨린 사건들은 놀랍게도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실제로 40년이 지난 지금 미국과 베트남은 동맹을 공고히 해 부상하고 있는 중국을 함께 견제하고 있다.
이와 유사하게, 현 상황에 대한 최악의 시나리오가 특히 최근 공화당 토론에서 크게 부풀려졌는데, 그런 악몽 같은 일들은 현실에 기반을 두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IS가 잔인하고 극단적인 파벌 조직으로서, 미국이 초래한 중동지역 대혼돈의 회오리를 일으킨 화신이라는 점은 맞다. 그러나 조직으로서 IS는 한계가 있다. IS가 대중동 지역을 휩쓸기에는 너무 파벌적이고 극단적이다.
그러나 향후 IS진압은 ‘세역가훌군’의 노력과 무관할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반대로, 해당지역에서 세력을 확장 중인 IS와 그의 알 카에다 연계 도플갱어들은 ‘세역가훌군’의 파괴적인 관심을 양분삼아 번창하고 있다. 그들에게는 자신들을 끊임없이 뒤쫓는 미군이 필요하다.
역사 속에는 지도부 엘리트들이 갑자기 2와 2를 더해서 기적처럼 4를 얻는 순간들이 있다(적어도 있어야 한다). 지금은 그런 때가 아닌 듯하다. 그렇지 않다면, 현 행정부에 반대하는 공화당 및 신보수주의자들이 해병대를 총동원해서 파견하고 모든 것을 폭파시켜 “모래가 어둠 속에서 빛나도록 만들어야 한다”(4)고 요구하는 상황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대중동에서 그 똑같은 수법의 군사적 행동에 전념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느 정치인이 누가 봐도 당연한 사실을 말할 용기가 있을까? 이제는 미군을 대중동에서 철수시킬 때가 아닌가? 같은 방식으로 더욱 파괴적으로 개입하려는, 위험한 유혹에 그만 넘어갈 때도 되지 않았을까? 그것은 물론, 미국이 페르시아 만과 그 밖의 대중동 지역에 건설한 광활한 군 주둔지를 해체함을 의미할 것이다.
신화에나 등장할 법한, 에이컨 전 상원의원의 전략과 비슷한 방법을 도입할 때일지도 모른다. 미국은 선언을 하고 미군을 본국으로 귀환시켜야 한다. 다만, 승리가 아닌 패배를 선언하고서 말이다. 우리가 가장 위대하고, 가장 특출하며, 그 어느 때보다도 가장 없어서는 안 될 나라임을 주장하기를 멈추고, 미군이 세계 역사상 가장 훌륭한 군대라는 표현을 그만둔다면, 아마도 우리와 전 세계의 상황이 더 나아지고 더욱 평화로워 질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이러한 일련의 생각들은 검증되지 않은, 모든 역사의 실험들을 담고 있는 쓰레기통에 버려질 수도 있다. 현재의 정치를 볼 때, 확신할 수 있는 것이 한 가지 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결코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글·톰 엥겔하트 Tom Engelhardt
미 제국 프로젝트(American Empire Project)의 공동 창시자로, 냉전의 역사를 다룬 <승리문화의 종말(The End of Victory Culture)>과 <두려움의 미국(The United States of Fear)> 의 저자이다. 네이션 인스티튜트(Nation Institute)의 펠로우로서, 톰디스패치닷컴(TomDispatch.com)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가장 최근 저서로는 <그림자 정부: 단일 초강대국 세계의 감시, 비밀 전쟁, 그리고 글로벌 안보국가(Shadow Government: Surveillance, Secret Wars, and a Global Security State in a Single-Superpower World)>가 있다.
번역·오정은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1) 도널드 트럼프를 가리키는 것으로 추정됨. (역주)
(2) No Good Men Among the Living: America, the Taliban, and the War Through Afghan Eyes
(3) “Orient Express”(오리엔트(동양) 특급열차)에서 착안해 만든 단어로 보임(Occident는 ‘서양의’라는 뜻). 파리에서 이스탄불을 잇는 오리엔트 특급열차에 빗대어 미국의 중동지역 개입을 설명한 것으로 추정됨. (역주)
(4) 2015년 12월, 경선 유세 도중 테드 크루즈(Ted Cruz) 공화당 후보가 IS에 융단폭격을 가하고 과연 ‘사막의 모래가 어둠에 빛날 수 있는지’ 보겠다고 말한 것을 지칭함. 핵무기 같은 고온에서만 녹는 모래의 성격으로 볼 때 IS에 핵 무기를 사용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역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