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을 틔어주는 귀한 시간
여의도 르디플로 읽기모임
2016-03-31 이성용
안녕하세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독자 여러분. 르디플로를 통해 사회를 통찰하는 여의도 읽기모임을 소개합니다. 저희는 여의도를 중심으로 정치・경제・사회・문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모여 일주일에 한 번씩 즐거운 모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임이 결성된 지 3개월 밖에 되지 않았지만, 멤버들 사이에는 깊은 신뢰가 쌓여 모임이 끝나면 모두 그 다음 주를 기다리는 아쉬움을 갖고서 집으로 향합니다. 동네마다 르디플로 읽기모임이 생겨나길 기원하면서 지금까지 여의도 읽기모임이 우리들에게 어떤 변화를 주었는지 세 분의 모임 후기로 여의도 읽기모임의 소개를 대신하겠습니다.
강깊은/ 르디플로 여의도 읽기 모임에 참석하기 위한 발걸음이 빠르다. 매주 목요일 저녁시간 약속장소인 카페를 찾아가는 길은 이제 익숙하다. 가는 길가 옆에는 밝은 조명을 받고 있는 국회의사당이 보이고 높다란 빌딩이 이어진다. 한국 정치, 경제, 언론의 중심인 이곳 여의도에서 르디플로 읽기 모임이 이뤄지는 것은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 미국 방송언론계의 전설적인 언론인 에드워드 머로는 자신의 헌정식 기념사에서 “우린 부유하고 편안하고 무관심합니다. 우린 불쾌한 정보를 외면하려하고 매체는 그런 현실을 반영합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비단 당시의 방송언론 뿐만 아니라 자극적 언설, 근거 없는 모략, 편파적이고 진실을 호도하며 권력관계에 매몰된 현재의 모든 보도 매체, 그리고 SNS 등 뉴미디어에도 해당하는 지적이다. 이런 언론에 대한 누적된 실망과 분노의 경험들은 회의와 피로감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그 지점에서 끝나지 않고 르디플로 모임에 나오는 모든 회원들은 ‘새로운 시각’에 대한 호기심 혹은 열망을 공유하고 있다고 본다. 이런 적극적인 자세로 진행되고 있는 여의도 모임의 경우, 르디플로에서 직접 자리를 마련하고 참여자들을 모집함으로써 모임이 성공적으로 시작될 수 있었고 그 노력에 감사드린다. 현재 8명의 회원으로 진행되는 모임에서 목차 내 테마를 하나 지정해 관련 기사를 읽어온 다음, 2시간 가량의 토론 속에 각자의 견해를 나누는 식으로 진행되지만, 매번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많은 이야기들이 오간다. 여의도에서 진행되는 만큼, 직장인들의 비중이 높지만 회원들의 활동분야가 다양해서 쉽게 접하기 힘든 정보들에 대해서도 이야기는 늘 풍성하다. 프랑스 테러 이후 경찰권력 문제, 중남미 좌파의 난제, 환경보호 문제 등 쉽게 접하기 어려운 주제와 그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들을 통해서 우리의 ‘세계를 보는 창’이 넓어짐을 느끼고, 동시에 나와 이웃, 우리사회가 어떻게 가야할지에 곰곰이 생각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모임의 의의를 갖는다. 그렇다고 현재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여의도 읽기 모임에 새로운 회원들이 더 늘고, 곳곳에 더 많은 모임들이 생겨나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교류하기를 바란다. “흔히 대중은 골치 아픈 것에 무관심하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으며, 이를 입증할 증거는 얼마든지 있다”고 말하는 머로우의 주장처럼, 르디플로 읽기모임이 그 증거가 되길 바란다.
이성용/ 한국 정치경제의 심장이라는 여의도에서 르디플로 읽기모임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고 생각한다. 지난 3개월의 읽기 모임을 통해서 내린 결론은 역시 각별했다. 날마다 뉴스거리로 오르내리는 국회를 눈앞에 둬서 더욱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무엇보다 화제의 중심에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르디플로 기사를 읽고 토론하고 생각을 공유하는 것 자체가 매우 색다르게 와 닿았다. 특히 생소하기 이를 데 없는 유럽, 남미, 아프리카 등의 깊숙한 이야기들을 다룰 때의 문화적인 충격과 전 세계를 강타하는 주요 이슈들에 대해서 생각지도 못했던 다양한 의견과 시각차는 읽기모임의 묘미를 느끼게 해준다. 르디플로 기사를 통해서 현재 한국사회가 가지고 있는 여러 문제점들-퇴보하는 민주주의, 실종된 저널리즘, 무너진 서민경제, 극한의 남북긴장 등등-을 진단하고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해보는 것은 단순히 읽기에서 끝나지 않고, 우리사회의 현상들을 분석해본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 여전히 부족하고 어렴풋하지만 지금과 같이 꾸준히 이어간다면 세상을 이해하는 고리가 하나씩 완성될 것으로 기대한다.
허가영/ 르디플로 여의도 읽기모임을 시작한 후로, 남의 일처럼 느껴져 눈길마저 닿지 않았던 곳으로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다양한 정치이슈는 물론, 한반도 내부의 상황에 대한 객관적이면서도 철학적인 사고를 접할 수 있었고 문화와 과학에 대한 철학적인 접근을 시도해볼 수도 있었다. 물론, 인도의 화장실 문제처럼 놀라운 이슈를 통해 그동안 얼마나 좁은 시야를 갖고 있었나 스스로 반성하기도 했다. 사실, 이 모든 것을 나 혼자 진행했다면 얻기 힘들었을 것이다. 나만의 시각을 가지고 읽는 것보다 다양한 분야의 참여자분들께서 해석하시는 방향을 가만히 듣다보면, 혁신적으로 느껴질 만큼 새로울 때가 많다. 다양한 시각들이 모여서 하나의 기사를 분석해 나갈 때면, 좁은 길을 넘치도록 채우는 밝은 빛이 비춰지는 것 같기도 하다. 그만큼 르디플로 읽기모임은 나에게 있어 시야를 틔어주는 고마운 모임이라 할 수 있다. 혹시 누군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를 읽어나가고 싶은 분이 계시다면, 주저 말고 가까운 곳의 읽기모임의 문을 두드려보시길 권해드린다. 함께 읽어나가는 것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단박에 느끼실 수 있을 것이다.
글·이성용/‘르디플로 여의도 읽기모임’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