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자녀 왕국, 중국
2016-05-02 마르틴 뷜라르
“프랑스의 출산율이 75% 감소하기까지, 2세기 이상 걸렸습니다. 프랑스가 산업혁명을 완성하며, 보편적인 사회보장제도를 강화하고 지원하는 방향으로 경제노선을 재설정한 시간이지요. 중국에서는 이러한 출산율 감소가 일어나기까지 불과 70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중국 인구학 전문가인 이자벨 아타네가 강조했다.(1) 달리 말하면, 중국은 다른 나라들이 수 세기에 걸쳐 이룬 경제적·사회적 변화를 2~3세대 안에 이뤄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한 변화의 과정에서, 충격을 겪는 것은 불가피하다.
중국의 인구 증가율이 가파르게 감소하는 이유로는, 1970년대 정부의 산아제한 정책과 1979년 덩샤오핑이 경제개혁과 동시에 추진한 ‘한 자녀 정책’을 들 수 있다. 아타네는 “최고의 암흑시기였던 1983년에는 약 1천5백만 건의 낙태와 2천 건 이상의 불임수술이 강제로 시행됐다”고 설명한다. 영화 <셰도우 데이즈>(2)에서 감독 자오 다용은 다큐멘터리 감독 출신답게, 미얀마 국경지대의 한 유령 마을에서 공산당 간부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강제 불임수술과 낙태에 열 올리는 모습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잔인하면서도 애환과 풍자가 있는 이 영화는 거짓말, 부패, 인간에 대한 멸시가 깔려있는 사회문제를 주제로 삼고 있다.
2015년 중국 정부는 한 자녀 관련법을 폐기했다. 2~3년 전부터 부모 중 한 명 이상이 외동일 경우, 둘 이상의 자녀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이 조건에 해당되는 부부들도 출산을 기피한다. 이제 출산을 가로막는 이유는 법적 제한이 아니라 열악한 환경이다. 어린이집 비용, 도시 집값, 교육비와 의료비에 대한 부담 등이 출산을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다. 개혁에 대한 공약이 휴지조각이 되고, 아무런 법적보호를 받지 못해 시골에서 도시로 이주한 노동자들의 경우 더더욱 상황이 심각하다. 불평등이 개선되지 않고 사회안전망이 지금처럼 열악하다면, 출산율이 높아질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현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그 결과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고학력 실업문제, 경제 둔화, 인구의 고령화가 계속될 것이다. 은퇴자 1명 당 현재 3.1명인 경제활동인구가 2050년에는 1.3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물론 해결책이 없지는 않다. 노동 효율성 개선과 사회안전망의 확충 등이다. 하지만 이미 속도경쟁이 시작됐다. “중국은 피로에 시달리고 있는가?” 아타네가 질문한다.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의 개발 모델은 여전히 건재하다.
한 자녀 정책이 영향을 준 것은 경제와 인구만이 아니다. 부모의 지나친 사랑과 과잉보호를 받으며 자란 외둥이들은 성인이 돼서도 혼자서는 아무 것도 못하는 이들이 많다. 소황제 세대들이 나타난 것이다. 중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신란은 섬세한 묘사력을 발휘해, 응석받이로 자란 젊은 세대의 초상을 뭉클하면서도 코믹하게 담아냈다.(3) 런던에서 생활하며 1년에 두 번 중국을 찾는 신란도 외둥이를 두고 있다. 신란은 자신의 경험을 젊은 중국인 하숙생들의 경험과 중첩시킨다. 신란은 2010년 10월 중국을 뒤흔든 야오지아신(藥家鍂)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중국 젊은이들에게 묻는다. 사건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전도유망했던 음대생, 야오지아신이 차를 몰고 가다가 오토바이에 탄 젊은 여성과 접촉사고를 일으켰다. 야오지아신은 자신의 자동차 번호판을 본 여성이 사고에 대해 증언할 것이 두려운 나머지, 그 여성을 칼로 찔러 살해했다. 사고를 낸 사실이 알려지면 자신의 앞날이 끝장날 것과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 부모님이 마음 아파할 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이 사건은 중국의 소셜미디어를 뜨겁게 달궜다. 야오지아신을 변호하는 이들도 있었고 비난하는 이들도 있었다. 부모와 한 자녀 간의 관계, 그리고 그 관계가 빚어내는 사고방식에 대해 많은 것을 시사한 사건이다.
글·마르틴 뷜라르 Martine Bulard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부편집장으로 아시아 문제를 담당하고 있다. 경제학자이자 작가, 주요 저서로 『중국-인도, 용과 코끼리의 경주』(2008), 『서구에서의 병든 서구』(공저, 2009) 등이 있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부편집장으로 아시아 문제를 담당하고 있다. 경제학자이자 작가, 주요 저서로 『중국-인도, 용과 코끼리의 경주』(2008), 『서구에서의 병든 서구』(공저, 2009) 등이 있다.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역서로 <술레이만 시대의 오스만 제국>(2016) 등이 있다.
(1) Isabelle Attané, <La Chine à bout de souffle>(피로증에 시달리는 중국), Fayard, 파리, 2016년
(2) Zhao Dayong, <Shadow Days>, Dissidenz Films, 파리, 2016년 3월 30일 개봉
(3) Xinran, <L‘Enfant unique>(한 자녀), Philippe Picquier, 아를, 2016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