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런던, 투쟁적인 이야기꾼

2016-05-02     아르노 드 몽주아
1903년, 27세의 잭 런던은 동물문학 <야성의 부름>(1)을 출간한다. 같은 해 출간된 <밑바닥 사람들>과 냉혹한 시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같지만,  <야성의 부름>은 픽션이라는 점에서 다르다. 따뜻한 캘리포니아의 부유한 가정에서, 온 가족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살던 개 ‘벅’은 간교한 정원사에 의해 북극으로 팔려간다. 골드러시가 한창이던 때, 반려견에서 썰매를 끄는 개가 된 벅은 두 개의 세계를 경험한다. 지식과 계약이 기본인 문명의 세계, 그리고 몽둥이와 갈고리, 야생상태의 혹독함이 깔려있는 자연의 세계다. 전자는 부패한 세계이며, 후자는 야만적인 세계다. 그러나 이런 문명과 자연의 충돌은 묘한 의식을 낳는다. 순수하게 감정적인 의식과 정치적인 의식이다.
벅이 진정한 생존을 알아가는 과정은 녹록하지 않다. 장식품처럼 수동적으로 살던 벅은 스스로 삶을 개척해야 하는 주체가 된다. 인간에게 순응하던 삶과 야성을 터득하는 삶 사이에 모순이 깊어질수록, 벅은 섬세한 감정 변화를 겪으며, 단단한 주체로 성장한다. 벅은 인간과 동물 사이의 모호한 관계를 깨닫게 된다. 희생자와 가해자, 애증이 뒤얽힌 관계. 어느 한 쪽을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인간을 몇 명 죽이면서 인간과의 관계를 끊은 후에야, 마침내 벅은 야성의 부름에 응답하게 된다. 그리고 원래의 본성을 되찾아 늑대가 된 벅은 인디언들 사이에 전설로 남는다. 대다수의 인간을 비참한 구덩이 속으로 몰아넣은 것이 인간 스스로가 피눈물로 세운 문명인 것처럼, 벅을 야생 세계로 돌아가게 한 것도 인간이다. 
런던은 한 방향으로만 그리지 않는다. 그는 계급투쟁조차 계급해방이라는 궁극적인 목적에서 빗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돈이 윤리에 대한 감각을 마비시킨다면 말이다. 의도적으로 비윤리적인 인물은 단편 <주먹에는 주먹>(1901)에 등장한다.(2) 손길이 닿는 것 모두 황금으로 바꿔버리는 전설의 마이다스 왕에게서 영감을 얻은 <마이다스의 노예들>은 부유한 이들에게 전쟁을 선포하는 가난한 이들의 신비한 조직을 다룬다. 가난한 이들은 대부호 에벤 헤일에게 2천만 달러를 지원해줄 것을 요구하는 동시에, 약육강식의 원칙을 그대로 따른다. 가난한 이들도 그들 자신들에게 유리한 변화를 꾀하는 것뿐이다. ‘우리가 아무리 똑똑해봤자, 자본이 없기 때문에 누려야 할 것을 못 누리고 있다. 이는 금융기관과 대기업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에 따라, 가난한 이들은 돈이 있는 곳에서 돈을 취하고, 돈을 주지 않으면 에벤 헤일 회사의 노동자, 행인, 경찰을 죽이겠다고 협박한다. 가진 자를 향한 못 가진 자들의 요구는 소수 기득권들의 철벽에 맞서는 진일보한 행동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의 요구 속에 노동자의 해방은 포함돼 있지 않다. 그들은 말한다. “우리는 여러분에게 비즈니스를 제안하는 사업가일 뿐이다.” 가혹한 시스템에 대한 냉소인 듯하다.
만화에 심취한 프랑시스 라카생은 1973년에서 1984년까지 잭 런던의 작품 50여 편을 <10/18 시리즈>라는 이름으로 출간했다. 라카생 덕분에 ‘펜을 잡은 노동자’의 초상을 그린 93개의 글을 편집한 걸작 <직업: 작가>를 읽을 수 있다.(3) 이 작품은 통찰력과 함께 짓궂음이 느껴지는 문학평론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또한, 신진작가들에게는 길을 열어주었지만 비양심적인 편집자들이나 문화 착취자들에게는 공격을 서슴지 않던 러디어드 키플링(영국의 소설가이자 시인)에 관한 기사가 그랬듯, 잭 런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그의 지성과 투쟁의 목소리에 경의를 표하는 작품이다. 
 
 
글·아르노 드 몽주아 Arnaud de Montjoye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1) Jack London, <L'Appel de la forêt(야성의 부름)>, Finitudes, 르 부스카, 2015년
(2) Jack London, <Coup pour coup(주먹에는 주먹)>, Libertalia, 파리, 2015년
(3) Jack London, <Profession : écrivain(직업 : 작가)>, Les Belles Lettres, 파리, 2016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