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보장이사회의 비밀 속으로

2016-07-01     안세실 로베르
유엔(UN)의 상징적인 기구, 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는 극단적인 두 가지 평가를 받는다.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평화를 위협하는 위기 상황에 개입하는 곳이라는 칭찬과, 제2차 세계대전의 승전국이자 ‘거부권’을 행사하는 5개국(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의 특권을 지나치게 보호하는 곳이라는 비난이 그것이다. 이처럼 상반된 평가를 오랜 기간 받아온 온 안보리의 비밀을 파헤치는 책이 두 권 나왔다. 한 권은 프랑스 대사를 지낸 장 마크 들 라 사블리에르가 쓴 매우 교육적인 책(1)이고, 또 한 권은 알렉상드라 노보셀로프의 책임 편집 하에 좀 더 분석적으로 정리한 모음집(2)이다. 두 권의 책 모두 1945년 유엔 창설 이후의 변화를 짚어내는 것으로 글을 시작한다. 
냉전 종식 후, 안보리는 샌프란시스코 조약을 통해 획득한 ‘자유 재량권’을 활용해, 조직의 임무와 역할의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 우선, ‘평화와 세계 안전 위협’이라는 개념을 교전국들의 재정 문제(예를 들어 천연자원 이용) 또는 전쟁 종식이후 평화 강화 등 분쟁 관련 당사국들 간의 모든 측면으로 넓혔다. 그리고 해적행위, 테러, 재판 등 매우 다양한 주제를 다루기 시작했다. 구 유고슬라비아 혹은 르완다의 형사재판소 같은 법원을 설립할 권리를 부여받은 것이 대표적이다. 30년 전부터 안보리는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에서 오마르 알 바시르 대통령의 수단에 이르기까지 특정 국가들 또는 그 지도자들을 타깃으로, 조약에 명시되지 않은 제재를 가하고 있다. 
이는 말뿐이고 효과는 없을 때가 많은 국제적 성격의 프로젝트에서 효율적인 조치로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동시에 안보리는 독단적이라 비난 받을 여지를 남겼다. 실제로 안보리는 조치를 내릴 때 기간과 방식을 마음대로 주무르는, ‘선수 같은 존재’가 돼 있다고 법학자인 아나이스 실과 물루 붐가르는 말한다. 특히 안보리는 제재할 대상 목록을 만드는 데 일가견이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예를 들어, 이스라엘은 영원한 우방국이자 거부권을 종종 남용하는 미국의 지원을 업고 늘 제재를 피해간다. 
“안보리는 조약에 분명히 명시된 규정 덕분에 세계경찰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입법부 지위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입법부 지위에 대해서는 분명한 법률상 근거를 기본 문서에서 찾기 어렵습니다.”
상임이사국 5개국이 활동을 좌지우지하며, 은밀히 유지해 가는 안보리는 가입을 희망하며 문을 두드리는 신흥국들로부터 비판 받고 있다. ‘자신들만의 리그’에 누군가가 끼는 것을 원치 않는 상임이사국 5개국은 작업 방식에서만큼은 창의력을 발휘한다. 2년마다 선출되는 비상임이사국들과의 공동회의 주재, 협회 등 외부인력으로부터 받는 자문, 특별 실무그룹 창설, 현지 사절단, 의제 공시가 대표적이다.
위에서 소개한 책 두 권은 상임이사국들 사이의 힘겨루기 게임, 특히, 중국의 신중한 행동주의, 선언문 작성 역할의 배분(어느 나라가 펜을 들 것인가?) 혹은 평화유지 작전 대부분이 이루어지지만, 발언은 반영되지 않는 대륙 아프리카를 대변하는 아프리카 연합의 의사표명 의지를 다룬다.
안보리의 개혁은 바다뱀처럼 꼬여있다. 하지만 현재의 도전 중 하나는 코소보에서 리비아, 이라크에 이르기까지, 이 문제에 대해 국제법을 마음대로 쥐락펴락하고 안보리의 결의안을 따르지 않는 5개국 상임이사국들의 행동이다. “이들 5개국은 책임감을 보일 때만 조약을 엄격하게 지킵니다.” 라 사블리에르의 설명이다. “이익이 되면 원칙을 참고하고, 방해가 되면 원칙을 적용하지 않죠. 이는 회원국 확대와 함께 가장 중요한 문제입니다.”  
 
 
글·안세실 로베르 Anne-Cécile Robert
칼럼니스트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역서로 <술레이만 시대의 오스만 제국>(2016) 등이 있다.
 
(1) Jean-Marc de La Sablière, <Le Conseil de sécurité des Nations Unies. Ambitions et limites>(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야심과 한계), Larcier, 브뤼셀, 2015년
(2) Alexandra Novosseloff, <Le Conseil de sécurité des Nations Unies. Entre impuissance et toute-puissance>(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무능력과 무소불위의 권력 사이에서), CNRS Editions, 파리, 2015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