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백기사의 검은 손, 선동가 제조소
2018-09-28 글렌 그린월드, 빅터 푸기 | 기자
브라질 언론과 사법기관 그리고 경영자들은 가슴에 손을 얹고도 부패의 규모에 통탄했다. 이들은 3년 전부터 이 부패사건을 국가의 주요 해결과제로 삼았다. 2016년 이들의 관심사는 민주주의에서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조치, 즉 2011년 선출된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것이었다. 반대 목소리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부패와 범죄행위에 대한 이런 분노는 탄핵절차를 밟기 위한 구실에 불과했다. 이 형편없는 B급 영화의 ‘배우들’은 호세프 대통령을 쫓아내면서, 자신들이 지지했던 예전 대통령의 예산 비리 문제를 소소한 문제로 치부해 버린 파렴치한 ‘마피아’들과 손을 잡았다. ‘지우마 이후’의 브라질을 특징짓게 된 범죄적 위업들에 비하면, 지우마 대통령의 탄핵을 정당화시킨 회계조작은 너무도 ‘아마추어적’ 수준이다. 그래서 그녀의 정적들과 민영방송 Globo의 간판급 기자들이 그동안 어떻게 진지한 모습을 유지한 채로 대통령의 회계 조작에 대한 분노를 표출할 수 있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그들은 노동자당(PT, 좌파)의 수장 대신, 부패가 제2의 천성인 미셰우 테메르를 대통령 자리에 앉혔다. 하지만 얼마 후, 테메르 대통령이 에두아르두 쿠냐 전 연방하원의장의 입을 막기 위해 금품 제공을 요청한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이 브라질 국민들에게 공개됐다. 갱단이라는 단어 말고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는 쿠냐 전 의장은 연방하원 의장직을 수행할 때 호세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운동을 펼쳤었다. 쿠냐 전 의장은 ‘부패’, ‘자금세탁’, ‘불법 외화반출’ 등의 혐의로 15년 4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호세프 전 대통령의 공금횡령을 규탄하며 그녀를 물러나게 한 국회의원들은 2년 전부터 테메르 대통령으로부터 공금횡령 혐의를 무마시키기 위한 돈을 아무 불만 없이 받아 왔다. 그런데 이 상황이 종종 녹음파일을 통해 밝혀지며 테메르 대통령 스스로에게 부담으로 작용한 것이다.(1)
브라질의 새 대통령 선출을 위한 대선(2차 결선 시 10월 28일) 운동 중에, TV 뉴스의 스타급 기자들과 대형 언론사를 소유한 소수 지배층 가문들은 그동안 해왔던 것과는 반대로, 마지막 신뢰라도 얻으려는 노력조차 포기해버렸다. 언론은 너무도 공공연한 방식으로, 부패와 맞먹는 수준의 작전을 수행했다.
과두 지배 언론사는, 상파울루 주지사이자 브라질 사회민주주의당(PSDB, 우파) 당원이며, 브라질 엘리트의 전형인 제랄도 알키민 후보를 확고하게 지지하고 있다. 그는 프랑수아 피용(사르코지 대통령 시절의 총리 출신으로, 지난 대선에서 우파 후보로 출마했으나 마크롱에게 패배했다-역주)의 ‘열대지방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데, 물론 피용이 훨씬 더 ‘에너제틱’하다. 제랄도 알키민은 카리스마가 부족한 나머지 ‘오이(chuchu)’라는 별명을 얻기에 이르렀다(chuchu 슈슈: 포르투갈어로 별 맛이 없는 오이류 야채 이름에 빗댄 것이다-역주). 알키민은 수십 년 전부터 정치권에서 뒷거래를 해왔고, 자신이 그토록 아끼는 기업사회의 호의를 받아왔으며, 브라질 정치 지도자들에게 향하는 일상적인 부패를 사양하지 않았다. 권력자들에게 이보다 훌륭한 이는 없다.
알키민의 감추기 전략은 이미 다 계산된 것이다. 그는 선거 집회를 열지 않는다. 불면증 환자가 아니라면 그 집회에 참석할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그는 과두기업들의 재산에서 이익을 취하고, 그 재산으로 추진한 막후 합의들을 통해서만 권력을 얻으려 한다. 요컨대 이는 정치계를 타락시키는 합법적 부패의 한 종류이고, 기자들은 최근에야 이 합법적 부패에 동요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언론의 밀어주기에도 불구하고 알키민의 예상 득표수는 아직 10%에 미치지 못한다. 전 세계 어디에서나 그렇듯 엘리트 정치인에 대한 국민들의 거부감은 더 커져서 국민들이 점점 더 그들에게서 등을 돌리고 있다.
부패에 대한 즉결 유죄판결에 따라 수감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은 여론조사에서 많은 지지를 얻고 있지만 대통령 후보 출마는 허락되지 않았다. 노동자당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대중의 압력을 등에 업고서, 룰라 대통령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사법적 상황을 변화시키려는 전략을 고수했다. 9월 11일 발표된 룰라 대통령의 후임자이자 옛 러닝메이트인 페르난두 아다지의 입후보에는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의 인기를 이용하려는 목표가 담겨있다. 이는 2011년 호세프 대통령 당선 때는 효과가 있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상파울루의 옛 시장은 ‘친(親)룰라’의 보루로 간주되는 북동부 지역에서도 대부분의 유권자들에게 생소한 인물이다.
기존 체제의 이방인이 된 유력후보 3인
이런 상황에서 유력후보들은 기존 체제의 이방인이다. 독재 치하(1964~1985)에서처럼 군부가 정권으로 회귀하기를 바라는 속내를 숨기지 않으며 ‘룰라’의 후퇴 이후 표심을 장악해 온 극우파 자이르 보우소나루 의원,(2) 흑인 환경운동가이자 복음주의자이며, 사회문제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마리나 시우바,(3) 그리고 능숙하고 노련한 좌파 지도자지만 (진보주의자들 내부의 분열을 고려할 때) 연합정당이나 동맹이 없고, 예측불가능한 자유로운 이미지 때문에 손해를 보고 있는 시루 고메스, 이렇게 3인이 그에 해당한다.
‘오이’는 이런 상황 속에서, 언론이 ‘중도파 진영’이라 부르지만 달리 말하면 ‘룰라와 보우소나루를 제외한 모두’인 이들과 대연정을 구성했다고 발표했다. 부통령 후보 러닝메이트로는 진보당의 극우파 아멜리아 레모스를 택했다.
‘중도주의적’ 방식은 즉각적인 충격을 가져오지는 않는다. 보우소나루는 2015년까지 진보당에 몸담았는데, 그는 미국의 지원 하에 발생한 쿠데타로 1964년 정권을 잡은 군부 독재에 뿌리를 두고 있다. 당시 레모스는 의회를 위해서만 펜을 움직이는 기자였고, 장교들이 임명한 상원의원의 부인이기도 했다. 현재 그녀가 가진 신념은 미국이나 유럽의 정치 각축장에서는 단연 극우파에 해당한다. 2018년 여름, 노동자당 대표가 카타르의 알자지라 방송과 인터뷰를 가졌을 때 아멜리아 레모스는 상원에서, 테러리스트들과 교류한 노동자당을 질책하는, 외국인 혐오와 무지가 교묘히 섞인 발언을 했다. 그녀는 방송국 알자지라와 테러단체 알카에다를 혼동한 것이다.
국민들의 망설임이 선거운동이라는 홍수 속으로 잠기길 바라는 희망과 함께, 알키민의 연정은 선거운동 기간, 자신에게 가장 많은 공공자금과 방송시간이 할애되도록 구상됐다. 이 덕분에 레모스의 정당이 브라질을 뒤흔든 부패 스캔들에 가장 깊이 관여했다는 사실은, 언론에서 그다지 중시되지 않았다.(4) 진보당에 소속된 56명의 의원 가운데 31명이 부패 혐의를 받았는데도 말이다. 보우소나루마저도 대통령직에 출마하기 위해, 점점 더 정치적 수렁에 빠트리는 이 정당과 거리를 두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사법부에서도 별다른 염려를 하지 않았고, 레모스 자신도 개의치 않았다. 그녀는 원래 아무런 노력 없이 남편 덕택에 상근직에 임명되며 정치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바로 국가를 장악하려는 파벌이다. 끊임없이 ‘부패’를 규탄하는 민영 언론사들의 지지에 힘입어, 라틴 아메리카에서 가장 부패한 두 정당은 2억 명의 국민이 살고 있는 이 지역 최대 국가에서 정권을 잡고자 애쓰고 있는 것이다.
예측 불가능한 투표를 몇 주 앞둔 시점에 보우소나루는 이목을 집중시켰다. 유력후보가 된 동시에 그에 대한 거부감도 가장 커졌기 때문이다. 마리나 시우바나 알키민 또는 고메스, 아다지와 겨루게 될 2차 결선에서 그의 승리를 예상하는 여론조사도 전무한 실정이다. 9월 6일 유세지원 행사에서 칼로 공격을 받은 일이 동정론을 일으키지 않는 이상 말이다. 이 시나리오는 아직 완전히 배제되지 않았다.
이런 모든 상황은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과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충격 받은 미국과 영국, 유럽의 엘리트가 여전히 전제주의의 태동 가능성을 부정한다는 사실과 연관이 있다. 제 기능을 하고 공정하며 공평한 기관 안에서는 선동가들이 퍼져나갈 수 없다. 국민들이 국가기관에 대한 신뢰를 잃었을 때 민주주의와 정치적 자유는 위협 받기 마련이다. 바로 이것이 부패한 거대 연정에 모인 브라질 엘리트의 도박이 실패한 이유이자, 진짜 위협을 가져올 인물의 집권을 앞당길 수도 있는 이유다.
브라질의 민주주의가 위협받게 된 이유를 이해하려면, 보우소나루를 규탄하기보다, 브라질 사회와 기관의 뿌리 깊은 역기능에 대해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글·글렌 그린월드 Glenn Greenwald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No place to hide)』의 저자.
빅터 푸기 Victor Pougy
본 기사의 첫 번째 버전이 게시된 미국 탐사보도 인터넷 매체 <디인터셉트(The Intercept)>의 기자
번역·김자연 jayoni.k@gmail.com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졸업.
(1) Marina Lopes, ‘Brazilian President Temer survives a vote to suspend him on corruption charges’, <The Washington Post>, 2017년 8월 2일 자.
(2) Anne Vigna, ‘Au Brésil, la crise galvanise les droites(경제 위기 속에 날개를 단 브라질 우파)’,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7년 12월호·한국어판 2018년 2월호.
(3) Lamia Oualalou, ‘Les évangélistes à la conquête du Brésil(브라질 대선을 쥐락펴락한 복음주의교회)’,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4년 10월호·한국어판 2015년 3월호.
(4) Anne Vigna, ‘Les ramifications du scandale Odebrecht(대통령을 탄핵시킨 브라질 오데브레히트사의 부패 사슬)’,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한국어판 2017년 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