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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선영의 문화톡톡] 한국 TV 의학드라마에 대한 탐구1 - <종합병원>에서 <낭만닥터 김사부>까지
[문선영의 문화톡톡] 한국 TV 의학드라마에 대한 탐구1 - <종합병원>에서 <낭만닥터 김사부>까지
  • 문선영(문화평론가)
  • 승인 2020.03.23 1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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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의학드라마인가?

 최근 코로나19로 감염병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바이러스, 감염에 관한 각종 인터넷 정보, 책 등 대중들의 지식 욕구도 커져가고 있다. 현 상황과 관련하여 또 한 가지 주목을 받는 것은 의료계이다. 한국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출현한 1월 이후부터 현재까지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가장 힘든 싸움을 하고 있는 집단은 환자와 의료진이다. 뉴스를 통해 보도되는 코로나19 관련 의료현장은 국내·외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하지만 혼란스러운 현재적 상황이 아니더라도, 생존이라는 과제를 늘 안고 사는 인간에게 의학은 일상의 가장 가까운 자리에 있다. 그런 이유로 의학을 다룬 TV 드라마도 지속적으로 제작되었고 꽤 많은 의학드라마들이 대중에게 사랑을 받았다. 얼마 전에도 성공적인 시청률로 <낭만닥터 김사부>(SBS)가 종영하였고,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의학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tvN)은 현재진행중이다. 이쯤에서 한국 TV 의학드라마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의학드라마는 기본적으로 삶과 죽음이 엇갈리는 공간인 병원을 배경으로 한다. 그러므로 의학드라마는 생존과 관련하여 다양한 이야기를 그려낼 수 있다. 삶과 죽음 사이에서 유발되는 긴장감은 시청자를 몰입시키는 전략으로 활용된다.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는 매순간 자신의 선택이나 행동에 윤리적 책임을 부여받는다. 다른 어떤 인물보다 절박한 사람을 상대하면서 외적/내적 갈등에 대한 무한한 에피소드 생성이 가능한 것이 의료인 캐릭터이다. 또 한편으로 의학드라마는 개인보다는 조직의 논리가 선행되는 권력구조 시스템과 밀접하게 연결되기도 한다. 의학드라마는 의사로서의 직업윤리와 권력욕망의 충돌을 다룸으로써 보다 다채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처럼 의학 관련 주제는 이원적 갈등의 긴박감을 제공해주기 때문에 제작하는 입장에서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의학드라마의 관심은 영·미권에 비해 늦은 시기에 이루어졌지만 높은 편이다. 특히 2000년대 중반 이후 의학드라마는 급증하여 다양한 방식의 작품들이 대중적 호응을 얻고 있다.

 

한국 TV의학드라마의 몇 가지 유형

 국내 최초 의학드라마는 1980년 방송된 일요 아침드라마 <소망>(KBS)이다. <소망>은 병원관련 전문적인 상황들을 재연하기보다 의사와 환자 사이의 인간관계를 통한 에피소드를 다룬 홈드라마 요소가 강한 드라마였다. <소망>은 병원, 의사에 대한 기술적 재연이 어려웠던 1980년대 방송환경의 제약 안에서 탄생한 의학드라마이다. 병원, 의료인, 의학적 기술 등 전문성에 초점을 맞춘 본격적인 의학드라마가 등장한 것은 1990년대부터이다.

 한국 TV 의학드라마가 본격화되었던 초기 드라마에서 가장 먼저 선보였던 것은 의료인들의 수련 과정이나 의사들의 인간적인 면모, 의학 윤리 등을 주요 서사로 배치하는 유형이다. 한국 의학드라마에 대한 관심을 높이며, 오랫동안 기억되고 있는 <종합병원>도 여기에 속한다. 1996년 <종합병원>(MBC)은 병원 조직 내의 갈등을 다루기보다 의사로서 사명감, 치료에 대한 의학적 신념 등에 초점을 두었다. 한 인물이 다양한 갈등을 통해 의사라는 정체성을 가지게 되는 일종의 성장 스토리가 중심이다. <종합병원>에서는 환자의 완벽한 치료를 위해 매순간 갈등하는 의사 김도훈(이재룡)을 통해 인본주의적 주제를 전달하였다. 환자의 치료만을 우선순위에 두기 때문에 대체로 정치적 흔들림이 없는, 그래서 환자의 입장에서 영웅이자 의인인 캐릭터는 한국 의학드라마에서 가장 자주 반복된다. <종합병원>이후 <메디컬 센터>, <굿닥터>, <뉴하트>도 여기에 속한다.

 

사진출처: <종합병원2>(imbc 홈페이지)

한국 의학드라마의 또 다른 유형은 의사의 직업윤리, 의학적 갈등을 중심에 두기보다 병원이라는 조직을 배경으로, 발생할 수 있는 욕망을 중점적으로 다룬 드라마들이다. 병원을 둘러싼 의사 집안의 개인적 욕망에서부터 사회적 지위나 명예를 둘러싼 병원 내 권력 욕망에 집중한 드라마들이다. 생명을 전제하는 병원도 정치 이데올로기가 발현되는 철저한 현대 사회의 일면임을 재현하는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해당되는 대표적인 의학드라마의 시작은 1997년 <의가형제>(MBC)이다. <의가형제>는 병원을 소유하고 있는 가족을 배경으로 병원내의 욕망과 형제간의 갈등을 결합시킨 드라마이다. <의가형제>는 병원 원장인 할아버지를 중심으로 같은 병원 의사인 손자(장동건, 손창민)로 이어지는 가족 간의 갈등과 병원 내의 권력 투쟁을 풀어내었다. 환자, 치료 등의 에피소드 보다 병원 내 정치적 갈등, 권력 관계에 중점을 둔 드라마들은 이후 <하얀거탑>, <골든타임>, <라이프> 등으로 이어지며 의학드라마의 지평을 넓혔다.

 마지막은 한국 TV 의학드라마에서는 적은 편수에 해당이 되는 유형으로, 의학 관련 사건에서 발생한 문제를 공포, 스릴러로 풀어가는 드라마들이다. 병원에서 벌어진 의료사고나 의학적 논란이 되는 실험 등을 중심 이야기에 배치하여 이를 통해 피해를 입은 환자의 갈등, 복수를 다루어서 범죄스토리와 결합하는 드라마들이 여기에 속한다. 이 유형의 드라마들은 공포나 스릴러 또는 추리 장르로 분류되기도 한다. 현대 공포드라마로 알려져 있는 1994년 <M>(MBC)을 시작으로, <싸인>(SBS), <블러드>(KBS), <닥터탐정>(SBS)등으로 이어지며 새로운 스타일의 의학드라마들이 제작되고 있다.

 

2020년 TV 의학드라마 : <낭만닥터 김사부>

 <낭만닥터 김사부>는 2016년 시즌1을 시작으로, 2020년 시즌2까지 이어지며 한국 의학드라마에서는 드물게 시즌제의 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최근 종영한 시즌2는 평균 20% 이상의 시청률을 유지하며 종영되자마자 시즌3에 대한 기대도 높았다. 의학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의 성공적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한국 의학드라마의 흐름 속에서 우리에게 익숙했던 의학드라마의 유형들의 특징을 골고루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낭만닥터 김사부>은 강원도 산골 허름한 돌담병원의 천재의사 김사부(한석규)와 그와 관계된 돌담병원 의료진들의 이야기를 다룬 의학드라마이다. 부용주가 본명인 김사부는 한 때 서울의 종합병원의 잘나가는 의사였지만, 병원의 권력투쟁, 비윤리적 의료 행위 등에 피해자가 되어 은둔생활을 자처한 인물이다. 그는 국내 유일하게 트리블 보드(일반, 흉부, 신경)를 달성한 천재의사로, 그의 수술은 늘 완벽에 가깝다. 김사부는 뛰어난 의술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의사로서의 뚜렷한 정체성, 직업적 사명감, 생명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 등 흠잡을 곳이 없다. 겉으로는 냉정하고 괴팍하지만 내면은 따듯한 인간적인 면모를 지닌, 매력적인 인물이다. <낭만닥터 김사부>는 흥미로운 인물 김사부를 중심으로 돌담병원에서 발생하는 환자, 치료에 대한 다양한 사건들을 다룬다. 어떤 상황에서도 “살린다. 살려야 한다” 이외에는 환자에 대해 외부 조건들을 개입시키지 않은 김사부의 태도는 이상적 의사의 모습을 반영한다. 이는 <종합병원>의 환자의 생명에 대한 김도훈의 현실적인 갈등 과정이 생략된, 이상적인 의사에 대한 재현이다.

 

사진출처: <낭만닥터 김사부2>(SBS 홈페이지)

<낭만닥터 김사부>는 우연한 기회 또는 필연적인 인연으로 돌담병원에서 근무하게 된 젊은 의사들의 성장 스토리도 담으면서 다채롭고 풍부한 이야기로 구성된다. 그들은 김사부가 지닌 의사로의 실력과 인품을 존경하게 되고, 스스로 의사로서의 삶을 돌아보며 성장한다. 시즌1의 성공적인 삶을 위해 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강동주(유연석), 의사로서 열정을 가졌지만 과거 트라우마에서 혼동을 겪는 윤서정(서현진)은 시즌2의 불우한 환경으로 이기적인 선택만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서우진(안효섭), 공부 천재라는 강박에 묶여 진정으로 스스로 원하는 것에 대해 고민해보지 못했던 차은재(이성경)로 이어진다. 의사라는 직업에 막 뛰어든 청년들은 제대로 된 어른이자 의사인 김사부를 통해 성장한다. 한국 의학드라마에서 반복되는 관습과 함께 이 드라마는 또 한 가지를 조합한다. <낭만닥터 김사부>는 돌담병원의 의로운 의료인들이 본원 거대병원과 부딪히며 갈등하는 과정을 통해, 병원이라는 조직의 권력구조 이야기도 배치한다. 김사부가 부용주로 근무하던 거대병원 원장 도윤완(최진호)은 김사부를 비롯한 돌담병원 인물들과 비교되며, 명예와 출세를 위해 환자를 이용하는 악한 인물이다. 선/악의 구조가 뚜렷한 <낭만닥터 김사부>는 도윤완을 중심으로 한, 거대병원의 정치적 모략과 압박에 당당하게 싸우는 돌담병원의 성공 스토리도 함께 다룬다.

 <낭만닥터 김사부>는 한국 의학드라마의 기본적인 유형들의 조합을 활용하여, 뚜렷한 선/악 구조, 영웅적 인물 중심의 문제 해결, 생존과 관계된 일상의 이야기를 촘촘히 구성함으로써 대중적 성공을 거두었다. 사실 <낭만닥터 김사부>의 수많은 환자들을 살려내는 닥터 김사부를 비롯한 돌담병원의 의료진들의 이야기는 비현실적이다. 하지만 뚜렷한 원인도 해결책도 알 수 없는 현재 감염병과의 싸움에서, <낭만닥터 김사부>의 “살린다. 무조건 살린다.”는 묘한 쾌감을 준다. 드라마의 김사부의 말처럼 “낭만”이라는 이름으로, 판타지적 안도감을 준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이 모든 사태가 진정이 되어, 거리를 두고 2020년 <낭만닥터 김사부>를 다시 돌아볼 날을 기다려본다.

 

<참고자료>

김주미, <메디컬 드라마>, 커뮤니케이션북스, 2016.

김형민, <접속 1990- 우리가 열광했던 것들>, 한겨레 출판,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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