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3월호 구매하기
[최양국의 문화톡톡] 포스트 - 곳간 그리고 DearFuture
[최양국의 문화톡톡] 포스트 - 곳간 그리고 DearFuture
  • 최양국 (문화평론가)
  • 승인 2020.06.01 09: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왓 이스 포스트?”  봄과 여름의 간극으로서 6월은 물음표만큼 적막하다. 6월의 현재는 과거인 봄과 미래로서의 여름과 적당히 만난다. 만나며 살아가는 시공간에서 현재는 중류층, 과거는 하위층, 미래는 상류층의 몫이다. 이솝우화(Aesop's Fables)에 나오는 ‘사자의 몫(The Lion's Share;제일 좋은 몫)’은 미래를 장악한 자의 것이다. '지금 살고 있는 현재 이 순간에 충실 하라'는 뜻의 카르페 디엠(carpe diem)은 우화의 사자처럼, 알짜인 미래를 독식 하고자 사는 상위층의 언어 유희일 수 있다. 우리들 올 상반기 단어인 포스트의 시간적 진화가 6월의 물음표로서 찾아오는 이유이다.

 

포스트 / 그 의미중 / 접두어 / 대세이고

어느 중류층 Mrs.또는 Mr.의 하루 일정이다. “ 6월의 첫 주 월요일 아침이다. 시리얼에 우유를 타서 먹고 지하 주차장 기둥 옆에 주차해 있는 차를 탄다. 직장에 도착해 자리에 앉는다. 점심 후 블루투스 이어폰을 귀에 꽂고 어학 공부를 한다. 주둔지를 벗어나 다른 주둔지의 경쟁자와 골대에서 밀리지 않고, 골밑을 장악하며 골을 넣기 위해서는 해야 할 것들이 많다. 그중 어학은 필수재가 된지 오래다. 퇴근 후 운동을 하고 다시 지하 주차장에 도착 후 우편함을 살펴본 후 집으로 들어간다. 뉴스를 보기 위해 TV를 켠다. G2중 한나라의 유력 일간지에서 CNN을 인용해 어느 나라의 차기 지도자를 언급한 것을 보도한다. 일기쓰기와 명상으로 하루를 마감한다.”

하루 일정중 사용된 명사의 약 20%가 포스트적 의미이다. 시리얼,기둥,직장,자리,주둔지,골대,골밑,우편,일간지 및 차기 등이 post의 영어적 연관어인 것이다. 그들과 함께 post의 접두어(prefix)적 기능을 정치-경제-사회-문화등에 더하고 그 단어 하나 하나를 Post-it에 붙이면, 5~6월 비온뒤 대나무밭 땅을 뚫고 무수히 올라오는 대나무 새싹과 같은 우후죽순인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우후죽순이 대나무 꽃으로 피어나기 까지는 쉽지 않은 생존의 확률 게임과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올해 피어나는 post의 꽃은 단연 “-이후(after)”의 의미를 갖는 접두어적 기능을 하는 post 이다. 최근에 우후죽순인 Post-COVID 19도 그 아류인 것이다.

 

* 대나무꽃, Google
* 대나무꽃, Google

옥스포드는 2004년부터 시작하여 한 해 동안 관심을 불러 일으킨 단어나 문구에서 올해의 단어를 선택해 매년 11월 하순에 발표한다. 올해의 단어는 사용 빈도 데이터나 문화적 영향 등의 지표를 바탕으로 선정 된다. 작년에 선정된 단어는 '기후 비상(climate emergency)'이다. 올해는 ‘포스트 코로나(post-COVID 19)’가 선정될까? 선정된다면 포스트는 2016년의 ‘탈진실적인 또는 진실이 중요하지 않은(post-truth)’에 이어 중임(重任)을 하게 되는 것이다. 미국 대선의 결과가 연임(連任)이라면 2020년의 11월은, 2016년과 2020년에 선정된 단어를 합성한 말인 '포스트 탈진실 20(post-truth 20)'이 겨울에 피어난 하얀 대나무 꽃이 되어 사진속의 호사를 누리게 될 것이다. 이는 마치 G2인 미국과 중국이 상호 첨예한 갈등 속에서, 최근 발생한 홍콩과 미국의 시위에 대해 서로 ‘보기에 아름다운 광경(a beautiful sight to behold)’ 이라고 표현하며 비난하고 있는 데, 대나무의 새로운 꽃말로 곡해하며 이솝우화의 분량을 늘려 가는 것과 같지 않을까?

 

코로나 / 바이러스 / P・O・S・T를 / 부쳐주니

post의 접두어(prefix)적 기능이 정치-경제-사회-문화등 분야의 단어(어근)와 합쳐진 파생어들이 곳간에 그득하다. 그중에서도 인류 문명사의 전환점이 된 사건들과 함께 한 포스트는 대부분 전염병과 전쟁 또는 산업혁명과 연관되어 있다. 현재는 전염병으로 인해 진화해야 하는 우리들 시공간을 색칠하기 위한 소재와 색감의 선택을 위한 전환점의 시대이다.

6~8세기의 유스티니아누스 역병은 비잔틴 제국의 몰락을 재촉하고, 14세기 원나라의 실크로드 무역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무역상들에 의해 옮긴 것으로 추정되는 유럽의 페스트는 정치 및 종교를 통한 국가 경영 체계에 대한 질서를 뿌리에서 부터 흔들어 놓았다. 17세기 중국의 페스트와 말라리아는 수많은 인명피해와 함께 명나라의 몰락과 청나라의 새로운 중원 주인을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14세기 유럽의 중세 봉건제도를 무너뜨리고 르네상스를 일어나게 한 페스트, 17세기 대항해 시대를 연 천연두, 1차 세계대전에 평화를 가져온 독감 유행등의 "post-"시대는 인문주의 르네상스와 자본주의의 죽순 역할을 한 것이다. 최초의 팬데믹(pandemic)이라고 하는 6~8세기의 유스티니아누스 역병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엔데믹(endemic)~에피데믹(epidemic)~팬데믹(pandemic)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들은 기존 질서를 해체하고, 새로운 규범과 질서를 가져오는 기저 요인으로 누적적 작용을 한다. 2020년의 COVID-19는 우리에게 4가지의 핵심어를 남긴다.

첫째는 판도라의 상자(Pandora's box)이다. 판도라의 상자(Pandora's box)는 그리스어로 '모든 선물을 받은 여자'라는 뜻을 가진 판도라가 제우스가 열지 말라는 뚜껑을 열게 되고 그 속에서 온갖 재앙과 재악이 뛰쳐나와 세상에 퍼지고, 상자 속에는 희망만이 남았다는 그리스 신화의 상자이다. 21세기의 우리들은 열지 않아야 하는 또 하나의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 전세계적으로 수많은 확진자와 사망자를 남기며 그나마 남아 있는 희망을 바라보고 있다.

둘째는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이다.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은 원래 유럽의 문화와 예술에서 나타난 동방 문화를 선호하는 동방취미(東方趣味)의 경향을 나타낸 말이지만, 오늘날에는 제국주의적 지배와 침략을 정당화하는, 서양의 동양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태도 등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에 대한 반작용으로 동양의 관점에서 서양(Occident)을 적대시하거나 비하하는 인식과 태도는 옥시덴탈리즘(Occidentalism)이다. 옥시덴탈리즘은 오리엔탈리즘과는 반대로 서양은 비인간적이고 개인주의적이며 물질적이지만, 동양은 인간적이며 집단을 중시하고 정신적이라는 식의 이분법적인 구분을 통해 서양에 대한 편향된 이미지와 가치관을 형성한다. 서구 세력을 난폭하고 사악하게 그린 영화 ‘킹덤 오브 헤븐(Kingdom Of Heaven, 2005)’은 서구 흥행에서 참패한다.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운명을 건 대전투를 그리는데, 기독교 세력을 ‘빛의 자식들(Son of Lightness)’로, 이슬람 세력을 ‘어둠의 자식들(Son of Darkness)’로 그려야 하는 서방가치(西方價値)의 공식을 거부한 결과이다. 흥행 참패의 상흔은 COVID-19의 길어지는 지속기간 뒤에 있는, 더 긴 어두운 그림자와 함께 아물지 않고 있다.

세째는 설국열차(Snowpiercer)이다. 프랑스 만화를 영화화한 《설국열차;Snowpiercer》는 지구온난화와 인공냉각제 살포로 인류가 자초한 빙하기를 배경으로 한다. 인류 최후의 생존자들이 자급자족 시스템을 갖춘 세계 일주 열차에 탑승한 지 18년째가 되는 시점이 다가오고, 단백질 블록으로 연명하는 꼬리 칸 사람들과 열차의 자원을 독점한 앞 칸 사람들은 서로 계급투쟁을 벌인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인간의 ‘욕망’을 시험하고,‘침략과 착취’를 상징하며, 세뇌화와 양극화된 세상을 비판한다. 현재의 상황이 소재로서 열차는 지구가 되고,열차에 탄 승객은 현재의 우리들 모습을 재현하고 있는 것이다.

네째는 티핑포인트(Tipping point)이다. 티핑포인트(tipping point)는 "예기치 못한 일들이 갑자기 폭발하는 바로 그 지점"이란 뜻으로 때로는 엄청난 변화가 작은 일들에서 시작될 수 있고 대단히 급속하게 발생하며 확산될 수 있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개념이다.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은 《티핑포인트;Tipping Point》에서 “당신 주변을 둘러보라. 당신 주변이 도무지 움직일 것 같지 않은 무자비한 공간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약간만 힘을 실어준다―힘을 실어주어야 할 바로 그 자리에―면 그곳은 점화될 수 있다.”라고 말한다. 우리들은 모두 COVID-19와 4차 산업혁명의 융합 에너지에 의해 사회질서의 해체와 변화가 갑자기 폭발할 수 있는 뽀족한 끝부분에 아슬아슬 하게 서 있는 듯하다. 공중에서 줄타기 하는 왕의 남자의 주인공이며 관중이기도 하는 것이다.

 

* 티핑포인트(Tipping Point;Malcolm Gladwell,2000년), Google
* 티핑포인트(Tipping Point;Malcolm Gladwell,2000년), Google

포스트는 COVID-19를 발신인으로 하는 P(Pandora's box)・O(Orientalism)・S(Snowpiercer)・T(Tipping point)-19 편지를 우체통에 넣는다.

 

또 다른 / P・O・S・T-20 / 미래의 길 / 열린 집

P・O・S・T-19 편지의 수신인은 우리들 모두이다. 발신인은 우리들에게 무엇을 기대하며, 우리들 모습과 질서는 어떻게 진화해 갈까? COVID-19가 멀어져 가면 우리는 또 하나의 "post-"시대를 남겨야 한다. 또 다른 P・O・S・T-20을 위한 네 쪽 짜리 편지를 쓴다.

첫 번째 쪽은 보호주의(Protectionism)이다. COVID-19가 전 세계적으로 대유행(pandemic)하자 세계의 거의 대부분 국가들은 봉쇄조치(lockdown)를 취하며, 인적 및 물적자원은 물론 사회적자원 까지 시간과 공간적 이동을 멈추게 하여 세계는 진격의 거인에 맞서 싸우는 분열된 다핵 세포가 되고 있다. 세포의 융합을 통한 유기체화가 더 이상 쉽지 않은 모습으로 세계 질서의 재편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세계 각국은 소통과 상생을 위한 다자주의가 아니라 보호주의(Protectionism)를 추구한다. 이러한 보호주의의 부활은 세계화를 후퇴의 길로 내몰아 역세계화(De-globalization)를 초래하게 되며, 근린궁핍화정책(Beggar-thy-neighbor policy)에 따른 세계 전체 부의 가치에 대한 지속적 감소 및 양극화를 더욱 심하게 할 것이다.

두 번째 쪽은 O2O(Offline to Online)이다. O2O는 원래 Online to Offline의 앞 글자를 따온 것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하는 현상을 의미하는 말인데, COVID-19 이후에는 1세대(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판매 정보나 점포의 할인 쿠폰 등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2세대(양방향으로 소통하면서 앱을 통해 고객의 참여가 가능한 시스템)를 지나, 3세대(오프라인을 온라인으로 구현하는 것)로 진화하는 새로운 O2O(Offline to Online)가 일상을 지배하며 네모 문화에 더욱 갇히게 할 것이다. 이는 곧 수요자와 공급자의 소통 방식이 Offline보다는 Online형태로 강화되고, 가치 창출 측면에서 융합형 시장 및 고객의 상대적 비중이 변곡점을 돌파한다는 의미이다.

세 번째 쪽은 분리된 세계(Schism)이다. 분리된 세계(Schism)는 세계의 서로 다른 집합체가 종교・신념・관행・권위등의 문제를 둘러싸고 날카롭게 대립함으로써 두 개 이상의 단위로 나뉘어지며, 궁극적으로는 갈등에 따른 집합체의 지속적 분화가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 특히 G2에 의한 새로운 동서 대분열(The Great Schism) 발생으로 국가 및 민족간 이해관계 따른 자국 우선주의의 이합집산이 수시로 발생하며 세계 역학 구도의 새로운 팬데믹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는 기후변화 대응의 긴박성이 부각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인류 공동체적 관점에서 공공의 이익을 위한 집단행동(collective action)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실행하는 지구 생존 논리와 상호 교차하는 교차로에서 그 갈등과 숙제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네 번째 쪽은 전이 및 변환(Transition&Transformation)이다. COVID-19 이후는 COVID-19와 4차 산업혁명의 융복합형 상승 에너지에 의해 세계 및 사회질서의 해체와 변화가 일어난다. 이는 점진적인 이행 과정(Transition)과 그 전이 따른 새로운 결과(Transformation)가 양방향적 영향을 주고 받으며 병행해서 나타나게 된다. 과정과 결과의 선후 순서가 시계열적 합리성을 나타내지 못하고, 전이 및 변환을 위한 독립변수에 의해 소용돌이의 장(Turbulent Field)으로 휩쓸리는 종속변수로 구성되는 진화 등식인 것이다. 이는 개인적・사회적・국가적 수용성 역량에 따라 승자와 패자가 나뉘는 수용성 역량 게임이다. 역량이 부족하면 적극적인 게임 체인저가 되지 못하고,미래가 없이 과거만을 추억하거나 현재를 즐기기만 하는 수동적인 게임 추종자가 될 수 있을 뿐이다.

포스트는 또 다른 P・O・S・T-20을 수신인으로 하는 P(Protectionism)・O(Offline to On -line)・S(Schism)・T(Transition&Transformation)-20이 담긴 편지를 쓰고 우표를 부친다.

포스트 코로나를 위해 진정으로 ‘보기에 아름다운 광경(a beautiful sight to behold)’을 그리고 싶다. 폴 고갱(Paul Gauguin;1848~1903년)이 타히티에서 그린 《Baby(Nativity of Tahitian Christ;1896년)》는 Post-it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들의 물감과 소재들을 선택하는 주체에 ‘나’ 그리고 ‘너’와 더불어 세상과 자연의 ‘그들’이 함께 하며, 크고 하얀 캔버스에 Post-it이 아닌 Post-them이 붙여지는 그런 그림을 그려야 한다.

 

* Baby(Nativity Of Tahitian Christ);Paul Gauguin,1896년,Google
* Baby(Nativity Of Tahitian Christ);Paul Gauguin,1896년,Google

포스트는 P・O・S・T로서 우리들 삶의 방식이다. 서공철(徐公哲;1911~1982년) 가야금 명인은 “진양조엔 눈이 내리고, 중머리엔 봄이 오고, 중중모리에 군자(님)이 찾아오고, 자진머리에 희노애락이 담겨져 있고, 휘머리에서 젊음이 가고, 뒷풀이엔 만사를 정돈한다”라고 전한다. 가야금 산조가 고수의 얼쑤와 함께 흘러가는 해질녘 즈음이다.

 

글 : 최양국

격파트너스 대표 겸 경제산업기업 연구 협동조합 이사장

전통과 예술 바탕하에 점-선-면과 과거-현재-미래의 조합을 통한 가치 찾기

  • 정기구독을 하시면 온라인에서 서비스하는 기사를 모두 보실 수 있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 합니다.
※ 후원 전 필독사항

비공개기사에 대해 후원(결제)하시더라도 기사 전체를 읽으실 수 없다는 점 양해 바랍니다.
구독 신청을 하시면 기사를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 5000원 이상 기사 후원 후 1:1 문의하기를 작성해주시면 1회에 한해 과월호를 발송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