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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양국의 문화톡톡] 갈라파고스 - 타히티 그리고 버려진 섬
[최양국의 문화톡톡] 갈라파고스 - 타히티 그리고 버려진 섬
  • 최양국(문화평론가)
  • 승인 2020.10.05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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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슬바람은 위도(緯度)를 버리고 가을은 여름을 버린다. 그 버려진 공간을 가을이 채운다. 채움은 비움을 위한 움직임이다. 10월은 그렇게 떠나보는 여행의 계절이다. 위도와 경도의 어느 한 점을 찾아 시공간의 소멸과 생성을 뒤척이며 안아 보는 것이다. 자아에 대한 목마름과 타아를 향한 갈망으로 떠나서 안겨 보는 것이다. 소멸과 생성, 그리고 목마름과 갈망을 향한 여행은 늘 햇살로 내리지만 우리는 우산을 쓴다. 낯선 왕관으로 인해 슬픈 광대의 노래를 부르며, 섬의 ‘살판’(기를 펴고 살아 나갈 수 있는 판)을 찾아가 물을 마신다.


우리들 / 존재 물음 / 진화(進化)섬 / 안장(鞍裝)점에

첫 번째 물을 마시기 위해 찾아 간 섬의 ‘살판’은, 우리의 존재에 대한 물음에 답을 풀이하며 한 점으로 떠 있다.

남아메리카 에콰도르 본토에서 우리를 향해 약 1,000km 떨어진 태평양에는 독특한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고, 유일종들이 많아 생물학적 가치에도 중요한 위치에 있는 섬들이 있다. 살아 있는 진화와 공존의 ‘살판’이라고 할 정도로 매우 독특한 생물 생태계를 이루는 지역으로써 세계문화유산인, 갈라파고스 제도(Galapagos Islands)다. 19개의 화산섬과 셀 수 없이 많은 암초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해마 모양의 제일 큰 섬인 이사벨라 섬 북부에 적도가 지나간다.

* 갈라파고스 제도(Galapagos Islands), Google
* 갈라파고스 제도(Galapagos Islands), Google

갈라파고스 제도는 대륙과 연결된 적이 없어서 생태계가 단순하면서도 독특하다. 기후상 우기(1~6월)와 건기(7~12월)가 번갈아 가며 나타나는데, 비가 거의 오지 않는 건기에는 생명체 간의 생존 경쟁이 심하다. 단순함과 독특함 그리고 생존하기 어려운 환경은 갈라파고스 제도를 진화와 공존의 공연장으로 만들어 오고 있다. 육지에서의 공연은 갈라파고스 코끼리 거북(Giant Tortoise)이 단연 주연이다. 400kg 정도인 등껍질을 지고 어기적 거리며 느리게 걷는 모습은, 자연에 대한 관조와 느림의 미학을 보여 주는 듯하다. 바다 공연은 바다이구아나(Marine Iguana)의 차지이다. 달의 힘에 의한 밀물과 썰물의 움직임에 따라 바다의 해조류등을 섭생하는 바다이구아나는 우주의 힘과 지구 생물체간의 경이로운 연결성을 팽팽하게 보여 준다.

바다이구아나와 사촌으로서 선인장류를 주로 먹고 사는 육지이구아나(Land Iguana)와 바다이구아나 교배로 태어난 잡종이구아나(Hybrid Iguana)는 공존을 위한 자연의 섭리를 나타내는 것이다. 하늘 공연은 핀치(Finch) 담당이다. 먹이를 먹는 방식에 따라 그들의 부리는 작고 널찍하거나, 가늘고 길며 뽀족하고 또는 길고 두툼하기도 하다. 이 생물들은 1835년에 영국의 해양 탐사선 비글호를 타고 이곳에 도착한 찰스 다윈(Charles Robert Darwin)의 진화론에 결정적 기틀을 이루도록 해준다. 또한 현대의 우리에게는 시작점에 대한 창조론과 진화론의 논쟁을 떠나, 지구 생명체의 한 종(種) 자체로서의 지속적 진화와 타 종과의 공존의 방정식을 풀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해 준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갈라파고스는 진화와 공존을 위한 경이로운 긍정의 역사와 더불어 슬픈 부정의 역사를 쓰고 있다. 생물체가 살아가는 지구에서 갈라파고스는 ‘고립’의 상징으로 통한다. 갈라파고스 제도가 육지로부터 고립되어 진화의 방향이 달라진 결과 고유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것을 비유해, 경제사회적으로 세계적 표준과 동떨어져 독자적인 행보를 걷는 현상을 ‘갈라파고스화’ 또는 ‘갈라파고스 증후군’(Galapagos syndrome)이라고 일컫는다. 시대에 따른 변화나 연결과 소통을 거부하고 독자적 고립주의로 나가는 개인과 집단에 해당된다. 호모 루덴스(Homo Ludens;유희적 인간)가 살아가는 지구에서 갈라파고스는 ‘연결’을 위한 버킷리스트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거북이와 핀치의 섬이었던 갈라파고스는 인간 함수의 결과값을 만족시키기 위한 종속변수화가 가속화 되어 가고 있다. 지구 온난화 등의 기후변화로 인해 먹이 사슬에 변화를 가져 오며 생존에 위협을 받는 것과 더불어 인간으로 인한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인간의 효용가치 증대 과정에서 유입되는 외래종은 갈라파고스에만 서식하는 고유종에 대한 생존과 번식의 공간을 빼앗고, 버리고 간 쓰레기는 가짜 먹이와 놀이기구등으로 변하여 그들의 생명을 위협한다.

《종의 기원(On the Origin of Species);1859년》에서 생물의 진화론을 내세워 코페르니쿠스(Nicolaus Copernicus)의 지동설만큼이나 세상을 놀라게 했던 다윈의 연구와 그 이후 창조론과의 논쟁, 그리고 지금은 관광지로도 유명해진 태평양의 제도. 이 갈라파고스(Galapagos)의 어원은 위키피디아(Wikipedia)에 의하면, 자생하는 거북이 중에서 목부분의 등껍질이 높게 솟아있는 모습이 안장을 닮았다고 하여, 옛 스페인어로 안장인 '갈라파고'에서 따왔다고 한다. 새들(Saddle)은 ‘안장’의 영어식 표현이다. 수학에서 새들포인트(Saddle point)는 “변수가 두 개인 함수에서, 한 변수에 관하여는 극소점이면서 다른 변수에 관하여는 극대점이 되는 변수의 값. 또는 그것을 나타내는 곡면 위의 점.”으로 정의된다. 능선의 꼭대기와 정상과의 관계이다. 진화와 공존의 섬인 갈라파고스는 어떤 값을 새들포인트로 남겨야 할까?


존재의 / 채움들은 / 타히티섬 / 달과 펜스

두 번째 물을 마시기 위해 찾아 간 섬의 ‘살판’은, 존재의 채움에 대한 물음에 답을 하며 한 점으로 떠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으로 알려져 있는 타히티 섬(Tahiti)은, 남태평양 프랑스령 폴리네시아(French Polynesia)에 속한 소시에테 제도에 속하는 118개 섬 중에서 가장 큰 섬으로서 화산섬이다.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제도 전체의 면적은 유럽 대륙보다 더 넓다. 타히티는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의 주도로서 일반적으로 '타히티'라고 부를 땐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전체를 뜻하기도 할 만큼 대표적인 섬이다.

* 타히티 섬(Tahiti), Google
* 타히티 섬(Tahiti), Google

타히티는 크고 작은 두 섬이 지협으로 연결되어 8자를 옆으로 뉘어 놓은 것 같은 조롱박 모양을 하고 있는 섬으로서, 프랑스 후기 인상파 화가 폴 고갱(Paul Gauguin)이 말년을 보낸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고갱은 선원과 증권거래소 직원등을 거쳐 20대 후반 늦은 나이에 그림에 입문하여 자신만의 독자적인 인상파(Impressionism) 화풍을 창조하는데, 후대에서는 이를 탈 인상파라고 지칭한다. 그는 빛과 함께 시시각각으로 움직이는 색채의 변화 속에서 자연을 묘사하고, 색채나 색조의 순간적 효과를 이용하여 눈에 보이는 세계를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기록하려 하는 것과 더불어 원시에 있는 상징이나 내면 깊은 곳을, 보색 대비의 강렬한 색채로 나타낸다. 화가로 전념하게 된 후 파리를 떠나 파나마를 거쳐 결국 마지막 귀착지인 타히티로 향한 데는, 인간의 기계에 대한 노예화와 도시 중심의 비인간적 서구 문명에 대한 깊은 회의와 냉소주의가 바탕을 이룬다.

존재의 근원에 대한 끊임없는 물음과 극단화된 비인간적 삶의 현실을 고발하기 위해, 인간 살아감의 근본 자체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원주민의 삶과 풍경에 다가가서 원시 세계에서 가치를 찾으며 그 궁금점에 답하려고 한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 이듯이 문화 또한 서구 가치관 중심의 편향성을 갖고 있다. 그의 후기 작품에 두드러져 보이는 원주민 여성의 누드는 그리젤다 폴록(Griselda Pollock)이 《고갱이 타히티로 간 숨은 이유(Avant- Garde Gambits: 1888-1893년)》에서 밝히듯이, 당시 백인 남성 중심 세계에서 문화적 식민주의(Colonialism)와 관광주의(Tourism)의 영향 하에서 만들어 진 것이라는 비판과 함께, 그는 《우리는 어디서 왔고, 우리는 무엇이며,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1897년》 라는 마지막 작품을 물음표를 남긴다.

화가 고갱을 소재로 한 가상의 화가 찰스 스트릭랜드가 등장하는 서머싯 몸(William Somerset Maugham)의 소설 《달과 6펜스(The Moon and Sixpence);1919년》에서도 찰스가 말년을 보낸 곳으로 등장한다. 이는 고갱이 마지막까지 작품을 통해 남긴 삶과 존재에 대한 근원적 질문에 대한 답변의 시도인 듯하다. 예술과 일상 세계 또는 이상과 현실의 대립에 대해 몸은 ‘달’과 ‘6펜스’라는 상징성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6펜스라는 실용적이며 물질적인 욕망 충족의 수단보다는, 이상적이며 정신적인 가치 충족의 수단인 달을 쳐다 보며 추구하라는 화두를 던지는 것은 아닐까? 타히티는 달과 6펜스에 대한 부등식 문제를 남긴다.


버려진 / 쓰레기 섬은 / 6펜스로 / 빛난다

갈라파고스와 타히티는 화산섬이다. 섬은 물로 완전히 둘러싸인 땅으로 대륙보다 작고 암초보다 큰 것을 말한다. 세계적으로 오스트레일리아 이상의 큰 육지는 대륙이라 부르고, 그린란드 이하의 육지는 섬이라 한다. 지구에는 수많은 섬이 있다. 빙하의 영향을 받은 빙하섬까지 포함하면 그 개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진다. 최근에는 인간에 의해 버려진 섬이 추가된다. 이중 대표적인 것이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Great Pacific Garbage Patch,GPGP)이다. 위키피디아(Wikipedia)에 의하면, 이는 각각 하와이 섬 북동쪽으로 1,600km떨어진 쓰레기섬과 일본과 하와이 섬 사이에 있는 태평양을 떠다니는 두 개의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일컫는다. 쓰레기 섬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 쓰레기 더미들은 지금까지 인류가 만든 인공물 중 가장 큰 것들로, 대한민국의 약 16배 정도의 크기이고 무게는 9만t 정도라고 한다.

이처럼 쓰레기가 한곳으로 모여 섬에 가까운 모습이 된 것은 원형 순환 해류와 바람 때문이다. 주로 북서태평양 어장 동쪽에 집중적으로 분포되어 있는데, 90%가량이 썩지 않는 비닐과 플라스틱류로 이루어져 있다. 비슷한 이유로 대서양과 인도양,남태평양에도 또 다른 버려진 섬들이 만들어지고 커지고 있다. 버려진 섬은 현재진행형이다. GPGP는 플라스틱 문제의 심각성과 그것의 존재를 널리 알리고 해결하기 위한 환경 운동의 일환으로 ‘쓰레기 섬 국가’라는 뜻의 ‘The Trash Isles’라는 국명으로 UN에 등록된 플라스틱 섬 나라이다. 그들만의 우표와 지폐는 또 다른 '달'과 '6펜스' 이다.

* 쓰레기 섬(The Trash Isles) 국기, DALANDMIKE 홈페이지
* 쓰레기 섬(The Trash Isles) 국기, DALANDMIKE 홈페이지

우리는 갈라파고스에서 진화와 공존의 ‘살판’을 보고, 존재의 물음에 답을 찿는다. 근본적 존재에 대한 답이 창조이든 진화이든, 우리는 존재에 바탕으로 둔 긍정의 길로 진화를 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갈라파고스의 새들포인트상 극대점이 생명체의 진화와 공존을 위한 공연장으로서의 ‘살판’이라면, 극소점은 인간으로 인해 파괴되고 희생되는 그들 생태계의 장(場)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존재에 대한 새들포인트를 여행하며 삶의 채움에 대한 물음을 타히티에서 받은 후, ‘달’과 ‘6펜스’에 대한 부등식 풀이를 한다. 몸은 그의 소설 안에서 제목과 관련하여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는다. 부등식 풀이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느 서신 끝자락에서는 6펜스 보다는 달을 향한 마음으로 불확정성 원리에 근거하며 부등식을 풀었음직 하다.

섬을 향한 그리움으로 강릉 경포대에는 5개의 달이 든다. 바다~하늘~호수~술잔~임의 눈동자. 10월의 그곳에는 문풍지도 같이 든다. 버려진 섬에도 달이 들며 달빛이 은화로 빛난다. 문풍지가 외풍에 흔들리며 파르르 떤다. 문고리를 잡아당기며 문을 단속한다.

 

글 : 최양국

격파트너스 대표 겸 경제산업기업 연구 협동조합 이사장

전통과 예술 바탕하에 점-선-면과 과거-현재-미래의 조합을 통한 가치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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